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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9화)
8. 진상손님(2)
송년회 겸 파티이기에 도관에 자리가 펴지고 지후가 사 온 만두며 은혜와 은비가 사 온 피자와 음료수, 그리고 관장인 재욱이 시킨 중국 음식들이 바닥에 펼쳐지며 파티가 시작되었다.
“관장님, 한 말씀 하세요.”
“맞아요. 명색이 송년회인데 관장님이 시작을 하셔야죠.”
“옳소!”
“그, 그래, 알았다. 그럼 올해도 무사히 넘기고, 새해에는 작심한 일들이 모두 잘되길 바란다.”
“자, 그럼 건배를 해야죠!”
“맞아, 잔을 높이 들고, 관장님! 건배 선창하세요.”
“에휴! 이 말 같은 은혜 누가 데려가려는지 참 걱정이다.”
나서서 사람들을 선동하는 은혜로 인해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꾸만 휘둘리는 재욱은 은혜를 보며 탄식을 하였다.
그런 재욱의 표정이 웃겼는지 은혜를 빼고는 많은 사람들이 웃었다.
“하하하하!”
“호호호!”
“그러게요. 은혜 언니, 그렇게 해서 결혼은 하겠어!”
놀리던 혜정이 슬쩍 지후를 돌아보며 혀를 내밀자 은혜는 얼굴이 붉어져 소리를 쳤다.
“혜정이 너!”
사실 풍류도관에 다니는 사람들치고 은혜가 지후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지후뿐이었다.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제일 늦게 안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모르지만 지후는 도관 내 자신에 관한 이야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현제 풍류도관 내에서는 지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지사모라는 것이 존재하였다.
잘생긴 외모에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하기까지 하고, 더욱이 자신들과 며칠 차이 나지 않는데도 풍류도를 관장인 재욱만큼이나 잘하기에 지후를 사모하는 여성 관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그들은 지후가 호스트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것에 대하여 스스럼없이 농담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웠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지후 본인이 스스럼없이 말을 하였기에 지금은 아무런 선입견 없이 이야기를 하였다.
물론 관원 중에는 그런 지후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앞에 있는 음식을 먹이며 사람들과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은혜는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보며 물었다.
“참! 그런데 지후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지후가 일할 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은혜는 궁금해 물었다.
지후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였다.
“그냥 일이 있어서 하루 쉬기로 했어요. 그런데 누나야말로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아! 요즘 연말이라 회사가 바빠 며칠 못 나왔더니 몸이 찌뿌듯하여 몸 좀 풀려고 왔지!”
“아, 그래요. 전 간만에 시간이 나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그냥 여기 생각이 나서 왔어요.”
지후의 말에 은혜는 은근하게 자신의 궁금증을 물었다.
그런 은혜의 질문에 음식을 먹으며 옆 사람과 떠들던 여자 관원들이 눈을 반짝이며 귀를 기울였다.
“애인하고 영화나 보러 가면 되잖아? 지후 넌 사귀는 사람 없어?”
은혜의 질문에 난감해하던 지후는 씁쓸한 얼굴로 대답을 하였다.
“저, 애인 없어요. 아니 지금은 그런 것, 만들 생각 없어요.”
지후는 말을 하면서 눈가가 작은 경련이 일어났다.
그것은 올 초 사귀다 그녀의 부모님 반대로 헤어진 은정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가진 것이 없어 물러나야만 했던 아픔이 있었기에 지후는 자신에게 다짐을 하듯 지금은 연애를 할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지후를 보며 자신이 모르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은혜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괜한 호기심 때문에 지후의 기분이 다운이 된 것이 못내 미안했다.
“지후야! 무슨 사정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힘내!”
“그래, 지후야! 힘내!”
“오빠, 힘내요.”
여기 도관의 관원 중 막내인 혜정이 지후에게 힘내라는 말을 하였다.
모두 지후와 은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있다가 지후의 힘없는 말에 힘내란 응원의 말을 하였다.
“이런 파티를 하면서 저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됐군요. 죄송합니다.”
지후는 자신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된 것이 못내 미안해 사과를 하며 분위기를 띄우려고 노력을 했다.
풍류도를 배우며 재욱에게서 배운 능글맞은 말이나, 호스트를 하면서 여성들이 무엇을 듣기 좋아하는지 이미 파악을 한 지후는 금방 떨어진 분위기를 띄울 수 있었다.
“연내에 가게 오면 내가 양주 1병 쏜다.”
지후의 양주 1병을 공짜로 준다는 말에 여기저기서 야유가 터졌다.
“우∼ 지금 인원이 몇인데, 그걸 누구 코에 붙이냐!”
“맞아!”
“난 미성년자라 그런 델 어떻게 가요. 오빠 못됐어!”
“와! 지후 여기서 자기 가게 홍보한다. 우리 데려가면 얼마를 받냐?”
지후가 가볍게 농담을 하자 주변에서도 호응을 하듯 가볍게 받아넘겼다.
그렇게 뜻하지 않게 생긴 시간으로 풍류도관의 관원들과 함께 송년회를 보내게 된 지후였다.
‘내일도 오늘만 같아라!’
지후는 웃고 떠드는 관원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였다.
***
“형, 저 왔어요.”
지후는 하루 쉬고 다음 날 출근을 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지후는 대기실로 들어가며 인사를 하였다.
“어, 왔냐!”
하지만 그의 인사를 받아 주는 것은 영호뿐이었다.
더욱이 오늘은 다른 때보다 더 대기실 분위기가 싸하였다.
그것은 어제 그 일이 있은 후 생긴 일 때문이다.
“이거 대기실 분위기 왜 이래요?”
지후는 영호에게 귓속말로 자신이 들어온 뒤 대기실 분위기가 다운된 것에 대하여 물었다.
“별거 아냐! 병신들이 지 주제를 모르고 저러는 거다.”
영호는 지후가 인사를 하며 들어왔지만 냉랭하게 반응하는 선수들을 싸잡아 욕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이 못나 손님이 갈아탄 것을 지후에게 책임 전가를 하며 외면을 하는 것이다.
어제 지후가 그렇게 하루 쉬는 동안 지후를 찾는 손님이 5명이나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된 이유는 그중 3명이 기존 선수의 단골인 탓이었다.
그 때문에 자신의 손님을 빼앗긴 이들이 주축이 되어 지후를 따돌리는 것이다.
“그나저나 너 언제 그렇게 손님들에게 어필을 했냐?”
“뭔 소리예요?”
지후는 영호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
“어제 너 찾는 손님이 5명이나 되었다고 하더라.”
“그게 정말이에요?”
“그래, 내가 매니저님께 들은 이야기다. 아, 아깝다.”
“그러게 말이에요. 5명이면 돈이 얼마예요.”
“난 언제 그렇게 손님을 받아 보나!”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죠.”
“언젠가? 야, 너무한다.”
“크크크, 형! 준비 다 되셨음 나가요.”
“그러자, 여기 있어 봐야 뭐 하냐! 밖에 나가 한 명이라도 더 끌어 봐야지.”
“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죠.”
“그런데 넌 아직 어린놈이 뭘 그리 돈을 밝혀?”
영호는 가끔 이렇게 지후가 돈을 밝히는 것에 대하여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이제 겨우 20살인 지후인데 돈에 관해서는 일수꾼 못지않게 정확했던 것이다.
“걍 제가 돈에 맺힌 것이 있다고만 생각하세요. 전 언젠가 대한민국 최고는 아니더라도 누구에게 돈 없다는 말 듣지 않을 정도로 벌 거예요.”
지후는 눈을 반짝이며 자신의 포부를 말하며 대기실을 나갔다.
그런 지후를 보며 영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지후의 뒤를 따랐다.
한편 대기실에 있던 다른 호스트들은 영호와 지후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하였다.
두 사람은 작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대기실의 구조상 이들의 말이 들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영호와 지후의 이야기를 들은 호스트들은 인상을 구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영호의 말대로 자신들이 못나 손님을 빼앗긴 것이지만 그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듣는 것이 결코 유쾌한 것은 아닌 때문이다.
***
“으, 춥다. 추운데 뭐하러 나왔냐?”
종훈은 가게 입구에 나오는 지후와 영호를 보며 말을 하였다.
아닌 게 아니라 오늘의 날씨는 너무도 추워 가게 입구에 있는 삐끼들은 하나같이 가죽 장갑에 두터운 오리털 패딩 잠바를 걸치고 있었다.
비록 입구에 가스스토브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12월의 강추위를 녹일 수 없었다.
“아직 지명손님이 적은 우리는 이렇게라도 해야 일당을 채우죠.”
“맞아! 종훈아, 알지! 지명 아니면 우리에게 먼저 넘기는 거다.”
영호는 자신과 동갑이라 친해진 종훈에게 청탁을 하였다.
보통 이렇게 지명손님이 아닌 경우 입구의 삐끼들이 알아서 선수 배정을 한다.
그리고 삐끼들 중, 고참인 종훈이 그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영호가 은근슬쩍 종훈에게 그런 부탁을 한 것이다.
“알았어, 나만 믿어라! 그런데 룰은 알고 있지?”
“당연하지, +a라는 것은 당연하지!”
친한 것은 친한 것이고, 이들도 다 비즈니스다.
이렇게 삐끼들이 꽂아 준 손님들이 주고 간 팁은 지명손님이 주고 가는 팁의 분배와 조금 다른 룰이 적용이 된다.
보통 지명손님에게 받은 팁에서 20%를 떼서 웨이터와 삐끼들에게 분배를 한다.
그런데 삐끼가 물어다 준 손님인 경우 다시 20%를 삐끼에게 더 분배를 해야 하는 것이 룰이다.
단골이 없는 선수들에게는 삐끼들이 물어다 주는 손님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이런 룰이 적용이 된 것이다.
“종훈이 형, 저도 잘 부탁드려요.”
“야, 넌 이젠 우리 아니더라도 충분하잖아?”
“형, 충분한 것이 어디 있어요. 다다익선 모르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게 손님이고 돈입니다.”
“어휴, 저 돈 귀신!”
“그러게 말이다. 그 돈 다 모아서 뭐하려고.”
오늘 유난히 돈을 밝히는 지후를 보며 영호와 종훈은 고개를 흔들며 지후를 돈 귀신이라 불렀다.
하지만 둘이 그러거나 말거나 지후는 지나는 여성들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호객 행위를 하기 바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