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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7화)
7. 트러블(3)


다음 날 평소처럼 풍류도 도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가게로 들어서던 지후는 누군가로부터 기습을 받았다.
짝!
생각지도 않은 기습에 지후는 뺨에 따귀를 맞았다.
‘뭐지?’
느닷없이 맞은 터라 뭐가 뭔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또다시 무언가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것을 느낀 지후는 몸을 뒤로 젖히며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자신을 공격하던 사람을 쳐다보던 지후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를 쳤다.
“뭡니까?”
“야, 시팔 놈아! 감히 네가 내 애들을 건드려!”
지후를 기습했던 사람은 바로 프린스에 있는 3명의 매니저 중 새끼 매니저인 이명박이었다.
지금 명박이 이렇게 광분해서 지후의 따귀를 때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자신의 소속으로 있는 선수 3명이 오늘 아파서 못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후는 명박의 기분을 맞춰 줄 기분이 아니었다.
출근을 하자마자 생각지도 못한 기습을 당했을 뿐 아니라 기분 나쁘게도 따귀를 맞은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때리지 않던 자신인데, 겨우 같은 직장에 다니는 나이 조금 많은 사람이 자신을 때린 것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아, 좆같네! 내가 당신에게 왜 맞아야 하는데!”
지후가 큰 소리로 명박에게 대들자 그제야 복도에 소란이 인 것을 알고 사람들이 나와 봤다.

대기실에 있던 호스트나, 지배인 격인 김 부장의 지시를 받고 있던 삐끼들까지 나와서 그 소란을 구경하였다.
그리고 그렇게 나온 사람 중에는 지후의 매니저인 태섭도 있었다.
태섭은 지후가 명박과 다투는 모습을 보고 얼른 둘 사이에 끼어 중재를 하려다 빨갛게 부어 있는 지후의 뺨을 보게 되었다.
부은 지후의 얼굴을 확인한 태섭은 이내 급격히 화를 내며 명박을 쏘아보았다.
“이 새끼야! 너 뭐 하는 짓이야!”
“아, 형! 저 싸가지 없는 새끼가 내 선수들 아작을 내 놨다 말입니다.”
태섭이 무섭게 화를 내자 명박은 얼른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변명을 했다.
매니저는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선수들의 얼굴을 때려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었다.
그것은 손님들을 상대할 선수들의 얼굴에 상처가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는 가게 매상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절대로 지켜지는 룰이다.
물론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때는 무조건 선수가 채우지 못한 금액을 매니저가 물어야 했다.
그런데 자신의 선수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소속에 있는 선수의 얼굴에 흠집을 내 놨으니 명박으로서는 큰 잘못을 한 것이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닌 태섭이 거느린 선수를 손댔으니 명박도 꼬리를 내리며 말을 하였다.
하지만 억울한 것은 명박도 마찬가지였다.
외모도 호스트를 하기에는 평범하고 이제 나이도 먹어 선수로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명박이다.
그래도 알음알음 5명의 선수를 모집하여 매니저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오늘 3명이나 아파서 가게에 못 나온 것이다.
이들이 가게에 물어 주어야 할 돈이 600만 원이나 되었다.
이 돈은 그들을 관리하는 매니저의 몫으로 일단 명박이 물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들이 일을 해서 매니저인 명박에게 갚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손해는 그것만이 아니다.
오늘 하루 자신의 소속 선수는 겨우 2명만 가게에 나와 일을 한다.
선수가 하루 벌어들이는 돈은 지명도에 따라 다르지만 명박이 데리고 있는 선수들은 하루 평균 50만 원씩은 벌어들이고 있다.
그리고 그 돈 중에서 20만 원이 자신에게 떨어지는 것이다.
고로 하루 평균 100만 원이 명박의 수입이었다.
한데 위약금 600만 원을 물어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의 수입이 6할이나 줄어들게 생겼다.
그러니 명박이 광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 무엇도 태섭의 분노를 떨칠 수는 없었다.
“개새끼야! 니 새끼들이 어떻게 되든 난 상관없어. 하지만 내 새끼 건드린 것은 용서할 수가 없다.”
막무가내인 태섭의 말에 명박은 겁을 집어먹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바닥에서 태섭의 성질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섭이 화나면 조폭인 가게 사장도 말리지 못했다.
그가 싸움을 잘하는 것도 잘하는 것이지만 태섭의 뒤에는 그의 뒤를 받쳐 주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강남경찰서 강력계 반장은 그가 아는 형이었다.
관할 경찰서 강력계 반장을 빽으로 두고 있는 태섭이기에 아무도 그를 터치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태섭이 무조건 막무가내로 하는 것도 아니기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모두 태섭의 일에는 한 수 접어주었다.
그런데 룰을 무시하고 다른 매니저 소속의 선수를 구타, 그것도 얼굴을 가격하였으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넌 새끼야! 뭔 짓을 했기에 이 새끼가 싸대기를 치는 것인데!”
태섭이 죽일 듯 명박을 노려보다 고개를 돌려 지후를 보며 물었다.
“전 잘못 없습니다. 어떻게 된 것이냐 하면은…….”

***

새벽 4시, 프린스의 모든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다.
“수고하셨습니다.”
“형!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래, 들어가라!”
“잘 들어가, 다른 데로 세지 말고.”
“알았어요.”
가게 입구에는 많은 남자들이 밖으로 나오며 서로 인사를 주고받고 있었다.
“지후야, 수고 많았다. 그런데 다음부터는 일찍 들어가라! 피곤하지 않냐?”
삐끼 종훈이 지후를 보며 말을 하였다.
사실 웨이터나 삐끼가 아닌 선수인 지후가 이렇게 늦게까지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보통 선수들은 손님들이 빠져나가는 3시쯤이면 모두 퇴근을 하였다.
그럼 선수들을 뒤에서 수발하던 웨이터나 입구에서 호객을 하던 삐끼들이 남아 홀과 룸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렇게 1시간여를 정리하고 퇴근을 하는 것이 일상인데, 지후는 언제나 끝까지 남아 그들과 정리를 하는 것이다.
원래는 모든 호스트들이 이들과 함께 마무리를 하고 퇴근해야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런 일이 사라졌다.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이라는 명분으로 그렇게 한 명 두 명 빠지더니 이젠 지후를 빼고 모든 선수들이 마무리 정리를 하지 않고 손님들이 빠져나가면 바로 퇴근을 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웨이터나 삐끼들이 뭐라 할 수가 없는 것이 이들의 수입은 바로 선수들의 팁에서 나오는 것이라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제가 배우는 것이 있어 시작은 같이 못해도 마무리는 같이 할 여유가 있으니 괜찮아요.”
지후는 처음 일을 배울 때, 태섭으로부터 이 일을 어떻게 시작하고 마무리하는지 들었기에 그리하려고 노력을 하는 중이다.
“그래, 니 똥 굵다.”
“하하하, 형, 전 이만 가 볼게요. 저녁에 봬요.”
“응, 출근해서 보자!”
지후는 종훈과 헤어져 자신의 집으로 향하였다.
가게에서 집으로 가기 위해서는 3블록이나 가야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일러 버스는 아직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지후는 전에 우유와 신문을 배달하던 때를 생각하며 걸어서 집으로 향하였다.
사실 희한한 일이지만 지후가 풍류도를 배우면서 몸속의 내기를 운용하게 되어 아무리 가게에서 무리를 하여도 피곤한 줄을 모르게 되었다.
이전 처음 내기라는 것을 느꼈을 때도 몸이 좋아지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더 좋아진 것을 스스로도 느낄 수가 있었다.
지후가 자신의 원룸에 가기 위해서는 꼭 지나쳐야 할 곳이 있었다.
그곳은 강남 시민들을 위해 꾸며 놓은 인공공원이었다.
하지만 관할 당국이 전시행정으로 만들어 놓은 곳이라 이곳을 찾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더욱이 지금은 새벽 4시가 조금 지나는 시간이라 인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후가 그곳을 지나려고 할 때 그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어이! 잠시 우리 좀 보고 가야겠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후는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곳에는 나무의 그림자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3명이 튀어나왔다.
지후는 커다란 그림자 3개가 튀어나오자 깜짝 놀라 잠시 움찔하였지만 곧 밝은 곳으로 나온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무슨 일이지요?”
지후를 부른 이들은 같은 가게에서 일을 하는 호스트들이었다.
비록 같은 매니저의 소속은 아니지만 같은 가게에서 일을 하기에 안면이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은 어제저녁에 손님 때문에 잠시 마주한 경우가 있어 이 시각에 자신을 부른 이유도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무엇 때문에 쉬러 가는 날 부른 것이죠?”
다시 한 번 자신을 부른 이유를 물었지만 그들은 대답을 하지 않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지후를 쳐다보았다.
“무엇 때문이냐고 물었냐?”
“네, 무슨 일이죠?”
별로 친분도 없는 이들이 이 이른 시간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다 부른 것이 좋은 의도는 아닐 것이란 생각에 그들을 경계하였다.
“어린 새끼가 너무 나대는 것 같아서 버릇 좀 고쳐 주려고 그런다.”
정수는 자신보다 나이도 어린 놈이 너무 나대는 것 같아 손 좀 봐 주기 위해 자신과 생각이 같은 친구들을 끌어들여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더욱이 정수와 같이 있는 이들은 한 번 이상 지후에게 손님을 빼앗긴 경험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손님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해 그런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지후가 자신의 단골을 빼앗아 갔다 생각하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이다.
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들이 오는지 살피다 지후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이들의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경계를 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휘두르는 주먹을 쉽게 피할 수 있었다.
“어쭈구리! 피해? 어디 언제까지 피할 수 있는지 보자!”
정수는 자신이 휘두른 주먹을 너무도 쉽게 피하는 지후를 보며 그렇게 외치고 더욱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지후는 슬쩍 뒷걸음을 치다 가까이 다가온 그의 품에 뛰어들어 몸통박치기를 하였다.
“억!”
아주 간단한 동작이지만 너무도 시기적절하게 들어가는 바람에 공격을 하던 정수는 오던 것보다 빠르게 뒤로 튕겨 나갔다.
2m쯤 날아간 정수는 바닥에 쓰러져 충격으로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그런 자신의 동료를 보다 한 명이 으르렁거리며 지후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하지만 말만 앞섰지 그도 먼저 달려들다 쓰러진 정수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달려드는 그를 보다 지후는 자세를 낮추고 오른발로 바닥을 쓸 듯 크게 휘둘렀다.
그러자 달려들던 그의 디딤발이 지후의 오른발에 걸리며 몸이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그런데 이자는 처음의 정수보다 더 심하게 넘어졌다.
쿵!
달려들다 두 발이 채여 공중에 떴다가 바닥에 떨어져 그런지 뒤로 튕겨 나갔던 정수보다 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진 것이다.
자신의 친구 2명이 쓰러지자 남은 한 명은 긴장을 하며 노려보다 아직 지후가 불안정한 자세로 있는 것을 보고 기습적으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지후가 연출을 한 것으로 남은 한 명도 분명 자신의 빈틈을 노려 공격할 것이란 것을 짐작하고 일부러 방심한 것처럼 꾸몄다.
역시나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친구는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던가?
남은 한 명도 지후가 아직 뒤돌아 있는 틈에 공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성공하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