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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6화)
7. 트러블(2)
사실 호스트라는 직업이 겉보기에는 연예인처럼 화려하고 돈을 많이 벌 것 같아 보이지만 그렇지가 않았다.
남들이 쉽게 구매해 입을 수 없는 수백만 원짜리 고급 옷을 입고 여성들을 상대로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돈을 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러지 않았던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빚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지후가 받았던 계약금은 그대로 매상을 얼마 올려 주겠다는 약속이었다.
지후는 그런 계약을 잘생긴 외모로 초기에는 반짝 올려 주었지만 이 일에 잘 적응을 하지 못하여 그 뒤로는 그러지 못하였다.
지명은 없고 그저 하루에 몇 번 다른 호스트들이 부르는 헬프(단체 손님이 왔을 때 부르는 도우미)로 몇 번씩 나가 수당과 팁을 받는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는 결코 자신의 몫을 해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지후는 하루 200씩 찍어 주어야 할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여 그동안 빚이 쌓이고 싸여 5천만 원에 이르렀다.
이는 지후가 처음 가게 사장과 계약을 했을 당시 받았던 계약금과 같은 금액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빚이 늘지 않고 있었다.
지명손님이 생겨 하루 매상을 찍을 수가 있게 된 때문이었다.
그러면서 지후는 이 모든 것이 본인의 자신감 부족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자신감이 부족하니 손님에게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가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제대로 스트레스를 풀지 못한 손님들이 그동안 지후를 외면하게 된 것이다.
그러던 것이 풍류도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지후가 풍류도를 배우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은 덕분이기도 하지만 듣기 좋으라고 하는 것인지 풍류도장의 관장인 재욱의 계속된 칭찬으로 인해 자신감까지 회복하게 되었다.
무언가 자신도 잘하는 것이 있다는 것 때문에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처음 지후가 거리를 거닐다 풍류도 도관을 찾았던 건 남들과 차별화된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목적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완성이 된 것이다.
물론 지후가 풍류도를 다 배웠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듣기에도 생소한 풍류도라는 것을 가끔 손님들 앞에서 선보일 때가 있었다.
어떤 곳에서도 구경하지 못했던 것을 구경한 손님들은 하나같이 다들 즐거워하였다.
그런 손님들의 반응에 지후는 더욱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잘생긴 외모에 자신감이 회복된 지후는 그 뒤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지명손님이 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고 하였던가?
지명손님이 늘어날수록 지후를 시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바로 프린스에서 함께 일하는 호스트들이었다.
지후를 지명하는 손님들 대부분이 기존에 프린스를 찾던 손님들이었다.
그 말은 즉 이전에 지명하던 호스트들을 찾지 않고 지후를 지명했다는 소리다.
지명을 받지 못한 사람은 그만큼 매상을 올리지 못한다는 말이기에 손님을 빼앗긴 호스트들의 눈길이 곱지 못한 것이다.
물론 그것이 지후의 잘못은 아니다.
현대 사회는 무한 경쟁의 사회이다.
호스트 일도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새로운 것을 개발해야만 살아남는 경쟁 구도이다.
그런 경쟁 구도 속에서 지후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인정하지 못한 다른 호스트들이 지후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것이다.
***
오후 5시 30분, 지후가 프린스에 출근을 하는 시간이다.
언제나 시계와 같이 정확하게 이 시간에 도착을 해 6시 가게가 오픈하는 시간에 입구에 나가 손님을 맞는다.
호스트 일을 시작한 지 벌써 5개월을 꽉 채워 가나 아직도 초보라는 생각에 그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호스트들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12월의 차가운 겨울바람이 피부에 좋지 않다는 핑계로 대기실에서 자신을 지명할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다.
물론 몇몇 인기가 적은 호스트들은 지후처럼 나와서 자신을 지명해 줄 손님을 기다리기는 하였다.
그리고 일부 지명선수가 없는 처음 오는 손님들 중에선 입구에 나와 있는 선수들 중에서 자신을 시중들어 줄 호스트를 지명하기도 하였기에 단골손님이 없는 이들은 이렇게 추운 날에도 나와 있는 것이다.
준비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데 이런 지후를 보며 안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었다.
“어린 새끼가 다른 사람의 손님 가로챌 생각이나 하고…….”
“그러게 말이야, 지 손님을 개척할 생각은 하지 않고 벌써부터 다른 사람의 손님을 가로채다니 그렇게 자신 없음 나가던가!”
“맞아!”
지후는 나가던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좁은 대기실 복도를 지나 화장실 입구에서 3명의 남자들이 지후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곳 프린스의 이명박이 거느린 선수들이었다. 이곳 가게에는 3부류의 선수들이 있었다.
첫 번째 가장 많은 선수를 보유한 것이 가게 지배인인 김 부장파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지후를 데려온 노태섭파, 마지막으로 이명박파가 있다.
지금 화장실 앞에서 지후를 욕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명박파에 속한 이들이었다.
프린스 안에서 김 부장파나 노태섭파의 선수들보다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명박파에 속한 이들이라 그런지 초보인 지후가 인지도를 쌓아 가는 것에 질투가 난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의 손님을 빼 가면서 인지도를 쌓는다는 것이 더욱 기분이 나빠 이렇게 지후가 나가는 시간에 들으라고 뒤에서 욕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우습다는 듯이 지후는 살짝 미소를 짓고 가던 길을 마저 걸었다.
솔직히 지후가 가게 입구에 나가 손님을 마중하는 것은 일종의 의식과 같은 일이다.
사실 지후도 이 일이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배운 것 없고 어린 나이에 사회에 나와 홀로 선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게 느낀 뒤이기에 마음을 다잡기 위해 자기 최면을 걸듯 이렇게 대기실에서 좁은 복도를 지나 입구로 나가며 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을 싫어하고 질투를 하는 이들에겐 그 모든 행동이 나쁘게만 보이는 법이었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받기 위해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가게에 계약금을 받고 계약을 했으면 그만큼 벌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님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로 돈을 지불하고 지명한 손님을 위해 호스트는 최선을 다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지후는 그런 서비스의 시작을 입구에서 자신을 찾는 손님을 먼저 나가 맞이하는 것으로 시작을 하는 것이다.
‘병신들, 남 욕할 시간이 있으면 너희도 나처럼 나가던가!’
살짝 비웃음을 날려 주고 지나가는 지후를 뒤에서 지켜보던 3인방은 그런 지후의 태도에 더욱 화를 냈다.
“어린놈의 새끼가!”
“저, 저…….”
한 명은 지후가 나이가 어린 것에 대하여, 또 한 명은 어린 지후가 자신들을 비웃었다는 것에 말도 못하고 저, 저만 외쳤다.
하지만 남은 한 명은 비웃고 지나간 지후의 뒤통수를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 눈빛은 앞으로 있을 사고를 암시하는 듯하였다.
***
“야, 지후 너 언제까지 여기 나올 거냐?”
“그거야, 내가 이 일을 그만두던가 아니면 여길 그만둘 때겠죠?”
프린스의 삐끼인 종훈이 매일 입구에 나오는 지후와 잡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지후가 선수이면서 이렇게 가게 앞에 나와 자신과 같이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 신기해 물은 것이었다.
그런 종훈에게 다짐을 하듯 지후는 길가를 보며 대답을 하였다.
“징한 놈!”
“하하하!”
종훈은 그런 지후를 보며 전라도 사투리로 징한 놈이란 말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종훈이 보기에 이젠 입구에서 지후를 찾는 손님이 꽤 되었다.
잘생긴 외모에 말주변도 좋고, 특히나 자신과 같이 선수들을 수발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지후여서 손님들은 물론이고 자신과 같은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
호스트바라는 곳이 선수들만 있다고 해서 돌아가지는 않는다.
자신과 같은 호객 행위를 하는 삐끼도 필요하고, 일반 술집처럼 술을 나르는 웨이터들도 필요하다.
하지만 간혹 이렇게 호스트의 시다를 들어 주는 사람들에 대해선 생각지 않는 이들이 허다하다.
특히나 인기가 많아져 단골이 많은 호스트일수록 자신이 잘나서 그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딱 그런 놈들이 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지후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았다.
매일 한결같이 시계톱니처럼 가게가 문을 열면 준비를 마치고 자신들과 함께 입구에 나와 자신의 손님이 아니어도 이렇게 마중을 하는 것이다.
물론 자신도 처음에는 이런 지후를 오해하였다.
다른 선수들이 그렇듯 인기 없을 때 잠깐 하다가 지명을 하는 손님이 늘어나면 그만둘 것이라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자신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가 있었다.
지명손님이 없어 헬프를 들어가지 않는 이상 지후는 매일 대기실이 아닌 입구에서 자신들과 함께했던 것이다.
“그래, 지후 저놈이 얼마나 독한 놈인지 이제 알았냐?”
지후의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가 말을 하였다.
“아니, 형! 그렇게 말함 안 되지. 내게 이렇게 하라고 조언한 것은 형이잖아!”
지후는 자신의 옆에서 종훈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영호에게 말하였다.
영호는 지후와 마찬가지로 태섭의 휘하에 있는 선수로 지후보다 1년 먼저 이 일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태섭의 부탁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지후에게 호스트에 관한 것을 전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후가 초기 외모 때문에 반짝한 뒤로 손님이 없을 때 자신과 함께 입구에서 손님을 마중하자고 제의를 했던 사람이었다.
그 때문인지 지후가 프린스에서 몇 되지 않는 고민 상담을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첫 번째는 바로 자신을 이 세계로 끌어들인 태섭이고 남은 한 명이 바로 자신에게 이 일에 대하여 조언을 해 주는 영호인 것이다.
아직 손님들 들기에는 이른 시각이라 이들은 이렇게 잡담을 하며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호객을 하면서 심심하면 잡담도 하며 입구를 지키길 얼마나 했을까?
시간이 지나며 한 명 두 명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을 하였다.
“누님들! 어서 오십시오.”
종훈은 신나게 큰 소리로, 하지만 불쾌감이 느껴지지 않게 손님들께 인사를 하며 가게 안으로 안내를 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서 지후와 영호도 함께 밝은 미소를 지어 인사를 하며 손님을 맞았다.
“어머! 우리 지후 나와 있었네!”
“오늘은 누굴 부를까요?”
지후는 얼른 손님에게 누굴 부를지 물었다.
지금 온 손님은 안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후의 단골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물은 것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손님은 지후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망설이다 지후를 지명하였다.
“오늘은 지후 네가 내 파트너 좀 해 줘!”
“알겠습니다. 누님! 그럼 절 따라오세요.”
지후는 자신을 지명한 손님을 맞아 룸으로 안내를 하였다.
지후는 복도를 걸으며 손님의 팔에 팔짱을 끼었다.
그런데 이때 안으로 들어가다 복도에서 다른 선수를 만나게 되었다.
그 사람은 바로 아까 지후를 욕하던 3인 중 한 명이었다.
“어, 누님, 어서 오세요. 제가 마중을 했어야 하는데.”
“응, 정수 안녕! 오늘은 지후랑 파트너 하기로 했어, 다음에 함께해!”
그렇다, 지금 지후와 함께 있는 파트너는 바로 지후를 욕하던 남자의 단골이었다.
요즘 들어 이렇게 지신의 단골들이 지후를 지명하는 횟수가 늘어나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지후를 씹었다.
그런데 오늘 눈앞에서 자신의 손님을 지후에게 빼앗기자, 조금 전 지후가 자신들을 비웃고 간 것이 생각이 나 더욱 남자를 화나게 하였다.
그렇다고 그것을 손님 앞에서 표현을 할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았다.
손님은 이곳 가게의 어떤 선수도 지명할 수 있는 것이 룰이다.
가게의 사장이 원하는 것은 그저 손님이 이곳 프린스에서 쓰고 갈 돈이지, 그 손님이 누구 파트너인지는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자신의 단골을 눈앞에서 빼앗기면서도 지후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차피 선수들 간에 경쟁을 하는 것이니 누가 누구의 손님을 채 가도 빼앗긴 사람이 병신인 것이다.
그만큼 고객에 대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막말로 어제 헬프로 부른 사람에게 다음 날 자신의 손님을 빼앗길 수도 있는 것이 이 세계의 생리다.
끊임없이 고객을 만족시켜 줘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 이 바닥이다.
정수는 자신을 뒤로하고 룸으로 들어가는 지후와 여자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아니 지후를 노려보았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개새끼, 감히 내 단골을 빼 가? 어디 걸리기만 해 봐!’
정수는 지후의 뒤통수를 보며 이를 깨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