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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5화)
6. 풍류도(風流道)(3)


1시간여를 그렇게 천천히 손바닥에 힘을 모아 기본형을 하다 보니 지후의 몸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네, 수고하셨습니다.”
지후는 재욱이 그만 하라는 말을 하자 바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지금 지후는 첫날 너무 무리를 한 탓에 온몸이 쑤시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윽! 너무 무리했나 보네. 어쩌지, 이렇게는 오늘 일하기 힘들 것 같은데!’
지후는 안 아픈 데 없이 몸 곳곳이 너무 쑤셔 걱정이 되었다.
그런 지후의 모습을 보며 재욱은 살며시 말을 걸었다.
“너 이제 일하러 가야 할 시간이 아니냐?”
“예, 그런데 몸이 안 아픈 곳이 없어 움직일 수가 없네요.”
지후의 말을 듣고 재욱은 은근슬쩍 제안을 하였다.
“흠흠, 내가 지압술을 할 줄 알고 있는데, 해 주랴?”
지후는 온몸이 쑤셔 누워 있다 관장의 말에 눈을 번쩍 떴다.
“정말이십니까?”
“그럼, 그것도 중국 전통 무관에서 배운 정통파 지압술이다.”
뭔가 과장 광고를 하는 홈쇼핑 쇼호스트의 말과 비슷한 멘트를 날리며 재욱은 누워 있는 지후를 유혹하였다.
“예, 해 주십시오.”
“그렇다면야 해 주기는 해 주겠는데, 나도…….”
재욱은 지후가 해 달라고 말을 하자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말을 흐렸다.
이미 계약을 할 때 이 풍류도 관장이 돈을 밝힌다는 것을 알게 된 후라 지후는 그 뒷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얼만가요?”
“뭐, 내 제자이니 비싸게 받지는 않겠다. 어차피 나중에 네가 배우게 될 것인데 먼저 맛을 본다고 생각을 해라!”
지후가 직접적으로 얼마냐는 질문을 하자 재욱도 양심에 찔렸는지 나중에 배울 것이란 말을 하며 일단 지후를 돌아눕게 하였다.
“일단 엎드려 봐라!”
재욱의 말에 지후는 바로 바닥에 엎드렸다.
비록 안마시술소의 편안한 안마시술 매트는 아니었지만 이곳 도관 바닥도 수련하는 관원들의 안전을 위해 바닥에 고무 매트를 깔아 지압을 받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윽, 윽, 으윽!”
지후는 관장인 재욱이 등의 혈을 누를 때마다 통증을 느끼며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하지만 그렇게 재욱이 누르고 간 혈자리에서 퍼지는 시원함에 감탄하였다.
‘와! 이게 정통 중국 마사지구나!’
확실히 재욱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찌릿함은 조금 전까지 이어진 갑작스런 수련에 놀랐던 근육들을 하나하나 풀어 주고 있어 너무도 시원하였다.
30분 정도 정성 들여 지후의 몸을 주무른 재욱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닌 게 아니라 아직 젊은 지후의 몸은 그동안 혹사를 얼마나 당했는지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뭉쳐 있었다.
비록 호스트 일을 하며 예전보다 시간이 남기는 하였지만 그렇다고 따로 몸을 풀어 준 것이 아니기에 근육이 무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 기회에 재욱에게 지압을 받으며 많이 풀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지후의 근육 피로도가 다 가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뻐근하던 몸이 시원해지자 지후는 얼른 일어나 재욱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였다.
“관장님, 감사합니다.”
“뭘 감사할 정도까지나, 나야 돈 받고 해 주는 것인데!”
감사의 인사를 하는 지후의 말에도 재욱은 얼른 시선을 피하며 돈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재욱의 모습에서 지후는 자신도 저렇게 철저하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 나도 좋은 건 좋은 것이고 돈에 관해서는 관장님처럼 철저해지자!’
자리에서 일어난 지후는 얼른 도관 옆에 마련된 샤워장에 들어가 사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아예 1달치 값을 미리 지불하였다.
아무래도 이번 한 번으로 몸의 근육이 적응을 했을 것이란 판단이 되지 않았기에 그리한 것이다.
그리고 1달치를 미리 지불을 하면서 지후도 관장과 흥정을 하며 할인을 받았다.

***

“수고하십시오. 낼 뵙겠습니다.”
“그래, 너도 수고했다.”
지후가 사무실을 나가고 재욱은 가계부를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휴, 이번 달에 저놈이 들어와 간신히 적자를 면했네! 입관비 300만 원에 1달 지압 이용비로 120만 원, 420만 원이면 몇 달은 버티겠군.”
첫날 바로 접수를 하고 배우겠다며 달려드는 지후를 처음 봤을 때만 해도 황당하였다.
그렇지만 일단 돈이 들어오니 기분이 좋은 재욱이었다.
모종의 일로 한국에 들어온 재욱은 일단 먹고는 살아야 하기에 도관을 열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에 도관을 차릴 때만 하여도 많은 사람들이 모일 줄 알았다.
비록 다른 이름이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무술을 이용하여 미용을 하고 있었다.
중국에는 고래로부터 내려오는 많은 무술들이 있다.
물론 태반이 핵심 정신이나 기술들이 사라지고 형태만 남은 무술들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수련을 하면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유지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배워 온 이 무술도 오래전부터 전래되어 온 무술이었다.
자신이 외국인이라 정수를 배우진 못했지만 그래도 형은 모두 배워 온 터라 이렇게 도관을 차릴 수 있었다.
사문으로부터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오라는 지시를 받고 몇 십 년 만에 고국에 오기는 하였지만 재욱은 조국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익숙한 중국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팽배한 한국은 돈이 없으면 무시를 받는 세상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적 기억에는 그래도 사람들 간에 정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옆집에 누가 이사를 왔는지, 가족은 몇인지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1달에 한 번 하는 반상회라는 것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삶에 지쳐 이웃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에 너무도 삭막한 한국에 들어오기 싫었지만 가주의 엄명에 어쩔 수 없이 귀국하게 되었다.
가문의 망나니 후계자가 귀중한 물건을 팔아먹어 그것을 회수하기 위해 외문제자인 자신이 나서게 되었다.
재욱이 비록 지후에게 사기를 쳐 무술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가주의 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제길, 일을 시키려면 활동비라도 많이 주던가, 짠돌이 가주!”
가계부를 적다 말고 재욱은 자신이 이렇게밖에 할 수 없게 만든 가주를 욕하며 가계부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이때 도관에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재욱이 사무실에 있음에도 알 수 있었던 것은 누가 도관에 들어오는 것을 알기 쉽게 하기 위해 차임벨을 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

“관장님, 저 왔습니다.”
지후는 도관에 들어오며 큰 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관에 관원이라고는 달랑 자신 혼자이기에 큰 소리로 인사를 한 것이다.
이것은 도관에 들어오며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기 위한 의식의 일종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없을 것이라 예상했던 도관에는 2명의 여성이 관장인 재욱의 지시를 받으며 운동을 하고 있었다.
큰 소리가 들리자 운동을 하고 있던 재욱과 여성들은 소리가 들린 입구로 고개를 돌렸다.
“어, 지후 왔구나!”
“아, 예!”
재욱이 반갑게 자신을 맞자 지후는 얼른 대답을 하였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기에 멍청한 대답을 한 것이다.
그런 지후의 대답이 웃겼는지 운동을 하던 여성 2명이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
“호호!”
“풋!”
조금 떨어져 있다고 해도 여자들의 행동에서 어떤 상황인지 파악이 되었기에 지후는 얼굴을 붉혔다.
“얼른 옷 갈아입고 나오너라!”
“예!”
얼른 탈의실에 들어가 옷을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지후는 도관으로 들어갔다.
“서로 인사들 해라!”
재욱은 지후를 보며 먼저 와 있던 여자들과 인사를 시켰다.
“이쪽은 내 첫 번째 제자인 윤지후고…….”
“안녕하십니까? 윤지후라고 합니다. 스무 살입니다.”
지후는 먼저 여자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딱 봐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누나들이라 생각해서 먼저 인사를 한 것이다.
키도 크고 잘생긴 남자가 자신들에게 인사를 하자 여자들은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받았다.
하지만 내심 당황하였다.
‘어머! 나보다 어리네!’
사실 이 두 여성은 어제 운동을 마치고 풍류도 도관을 빠져나가는 지후를 보게 되었다.
그래서 호기심에 도관 안으로 들어왔다가 관장인 재욱에게 넘어가 등록을 한 것이다.
잘생긴 미남이 다니는 곳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해 볼까? 하는 생각에 비싼 등록비를 내고 다니기로 하였다.
그런데 자신들보다 5살이나 어렸던 것이다.
이들은 인근 외국계 회사를 다니는 커리어우먼으로 근무 시간이 무척이나 탄력적이라 이렇게 젊고 잘생긴 남자를 봤기에 꾀어 보려고 풍류도장에 등록을 한 것이다.
물론 이 무술을 배우면 요즘 날로 부녀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데,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다는 말과 몸매가 예뻐진다는 말에 넘어가기도 하였다.
이들의 몸매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몸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이들의 몸매 비율은 정말이지 특급 모델 못지않은 황금 비율이었다.
하지만 여성의 미에 대한 욕심은 신도 막지 못하는 것이기에 이들은 과감하게 비싼 거금을 들여 등록을 하였다.
더욱이 등록을 하면서 이들은 재욱에게 자신들이 본 남자가 누군지도 은근슬쩍 물어보았고, 재욱도 이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들어왔는지 알게 되어 지후의 운동 시간을 알려 주는 상술을 부렸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눈여겨본 미남과 함께 운동을 하게 되어 좋고, 자신은 관원이 2명이나 늘어 서로 좋은 윈윈이 아닌가?
그렇게 등록을 하여 오늘 함께 배우게 되어 통성명을 하고 있는데, 자신들보다 어린 남자라는 생각에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어려도 너무 어린 것이다.
어제 보았을 때만 하여도 지후가 못해도 스물두서넛은 되어 보였는데, 스무 살이라 하니 당황한 것이다.
정장을 입고 자신이 일하는 가게로 가는 지후의 모습은 절대로 어려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들이 착각을 한 것이었다.
“응, 난 윤은혜라고 해! 너보다 5살 많은 스물다섯 살.”
“나는 여기 은혜랑 같은 회사 다니는 강은비. 나도 너보다 5살 연상이네.”
“예, 누나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은혜와 은비라 소개한 누나들에게 지후는 깍듯하게 45도로 인사를 하며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지후의 모습에 은혜와 은비는 속으로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비록 자신들보다 5살이나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자신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조각미남이 눈앞에서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자 떨렸기 때문이다.
“자자, 서로 인사들 했으니 시작들 하자!”
“예!”
재욱의 말에 지후와 은비, 은혜는 대답을 하며 재욱을 보며 정렬하였다.
“일단 지후는 지금 왔으니 시작 전에 스트레칭을 하고, 어제 배운 것을 연습하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지후는 재욱의 말에 안쪽 옆으로 물러나 스트레칭과 어제 배운 것들을 연습하기 시작하였다.
그런 지후의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은혜와 은비는 다시 들리는 재욱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를 주목하였다.
“지후는 그만 쳐다보고, 조금 전에 배운 것을 복습해 보자꾸나!”
“예!”
재욱의 말에 은혜와 은비는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대답을 하고 얼른 조금 전 배운 것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이 배운 무술을 시전하는 통에 실내는 순식간에 사람들이 내뱉는 숨소리와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가야금 소리만이 들렸다.


7. 트러블(1)


새벽 4시까지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을 잔 다음 늦은 오전에 헬스클럽을 가고,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 오후 3시에 풍류도 도관에서 풍류도를 익히고, 오후 6시에 프린스에 출근을 한다.
지후의 하루 일과는 이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변함없이 돌아갔다.
하지만 그런 변함없는 삶 속에서도 작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이제는 지후를 지명하는 손님들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지명도 없고 해서 지후가 가게에 진 빚이 상당히 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