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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3화)
5. 호스트(4)
그런 일류 매니저 중에는 직접 가게(호스트바)를 운영하기도 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리고 태섭도 나중에 돈을 더 벌면 그런 일류 매니저처럼 자신의 가게를 차리는 것이 꿈이라 하였다.
“일단 계약을 하기로 했으니 옷부터 보러 가자!”
“옷이요?”
“그래, 너 그렇게 입고 가게에서 일할 생각은 아니겠지?”
“…….”
“뭐 아무것도 모르니……. 일단 잘 들어! 이 업종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보다 꿀리면 안 된다.”
태섭은 지후에게 호스트의 세계에 대하여 설명을 하며 이것저것 알려 주었다.
“사장님! 전 지후에게 유니폼 좀 맞춰 주고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오늘 계약서에 사인을 할 거지?”
“물론이죠. 끝나면 지후 데리고 가게로 가겠습니다.”
“그럼 난 먼저 압구정에 들렀다가 가게로 가지.”
사장이 먼저 자리를 떠나고 태섭과 지후는 명품관 안으로 들어갔다.
명품관 안에는 그동안 지후가 말로만 듣던 여러 가지 상표들이 있었는데, 아르X니, 루이B통은 기본이고 들어 보지 못한 브랜드도 많았다.
덕분에 여러 매장을 둘러보며 눈요기를 실컷 하였다.
하지만 지후는 아무리 고급 브랜드의 옷을 입어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불편하였다.
그러다 눈을 끄는 매장이 있어 지후는 그곳으로 들어갔다.
무언가 자신을 잡아끄는 느낌에 지후는 망설임 없이 옷을 골랐다.
지후가 고른 옷은 올 블랙의 슈트였는데, 약간의 메탈 광택이 나는 그런 옷이었다.
서양인 체구에 맞게 제작이 된 옷이었지만 키가 큰 지후가 입고 나오니 매장 앞에 전시해 놓은 1:1 크기의 메인모델보다 더 빛이 나 보였다.
“어머! 고객님,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제가 10년 넘게 매장을 찾으시는 고객을 봐 왔지만 고객님처럼 옷이 제 주인을 만난 것은 첨이네요.”
매장 매니저의 말이 그저 립서비스 일지도 모르지만 아닌 말로 정말로 맞춤복마냥 지후에게 딱 맞았다.
지후도 다른 매장에서 입어 본 옷보다 자신과 잘 어울리는 듯하였고, 입는 느낌 자체가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듯 꼭 맞았다.
“와! 너 대단한데! 내가 널 조금 과소평가한 듯하다.”
태섭도 옷을 갈아입고 나온 지후의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편의점 알바를 할 때 잠깐 봤을 때도 옷발만 받쳐 주면 꽤 그럴싸해 보일 것이란 판단을 했었는데, 자신이 너무 과소평가를 했던 것 같았다.
지후는 그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슈트를 무려 5벌이나 구입을 하였는데, 이는 태섭의 말 때문이었다.
“네가 하는 일이 서비스를 하는 일인데, 매일 같은 옷을 입고 고객을 맞을래?”
그 말 때문에 지후는 300만 원이나 하는 슈트를 5벌이나 구매하게 되었다.
4벌은 평상시 돌려 입고, 1벌은 예비로 준비한 것이다.
그리고 슈트만 구입한 게 아니라 지후는 매장에서 벨트와 지갑까지 풀 세트로 구입을 하여 무려 2천만 원을 소비하고 말았다.
이전이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소비였지만 이 모든 것이 일을 하는 데 필요한 유니폼이라는 태섭의 말에 눈 딱 감고 구입을 한 것이다.
물론 이것은 오늘 하는 계약의 계약금에서 나가는 것이라 별 부담은 없었다.
받을 돈이기는 하지만 일단 자신의 지갑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태섭의 카드로 지급을 하였기에 그렇게 과소비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었다.
매장에서 슈트, 벨트, 지갑, 구두 할 것 없이 모두 구매를 한 지후는 태섭을 따라 자신이 일할 ‘프린스’라는 호스트바로 갔다.
***
“사장님 오셨냐?”
태섭은 입구에 있는 젊은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네, 오시면 사장실로 오시랍니다.”
“알았다. 오늘은 어때?”
“아직 시간이 일러 그런지 별롭니다.”
남자의 말에 태섭은 인상을 구기다 지후를 돌아봤다.
“들어가자! 우리가 좀 늦은 듯하다.”
“예.”
태섭의 말에 지후는 대답을 하고 그의 뒤로 따라붙었다.
가게 안은 지후의 생각보다 어둡지 않았다.
아니, 술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분위기가 고급스럽고 밝았다.
마치 영화에 나오는 고급 저택의 실내를 보는 듯하였다.
자신의 상상과 다른 실내의 모습에 지후는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지후의 모습에 태섭은 잠시 말없이 지켜보다 지후를 불렀다.
“네 상상과 다르니 이상하냐? 일단 사장님 먼저 만나 계약을 마무리하고 둘러봐라!”
“아! 예.”
태섭을 따라 사장실로 들어간 지후의 눈에 아까 백화점에서 본 사장과 또 다른 남자가 들어왔다.
그 남자는 조폭이라 들었던 사장보다 진짜 조폭같이 생긴 조금은 인상이 날카로운 남자였다.
“어! 왔어? 이리 앉아!”
명우의 말에 태섭과 지후는 그가 가리킨 의자에 앉았다.
지후와 태섭이 의자에 앉기 무섭게 명우는 책상에서 계약 서류로 보이는 것을 꺼내 지후의 앞에 내려놓았다.
“여기 계약서, 읽어 보고 사인해!”
먼저 태섭이 계약서를 확인하고 사인을 한 다음 지후가 읽고 사인을 하였다.
“그래, 언제부터 일을 하는 것으로 할까?”
사장의 말에 태섭이 돌아보자 지후는 바로 대답을 하였다.
“이왕 왔으니 오늘부터 하는 것으로 하죠?”
“그래, 나야 오늘부터 일을 한다면 좋지. 김 부장! 오늘 VIP 오면 여기 이 친구 소개 좀 해 줘!”
사장에게 김 부장이라 불린 남자는 지후를 잠시 쳐다보다 아무런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후의 눈에는 자신을 VIP 손님에게 소개를 해도 좋을지 가늠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그런 판단이 맞았는지 사장도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였다.
“호, 이거 의외네? 내가 말했다고 바로 승낙을 하다니……. 김 부장의 기준에도 저 친구가 마음에 들었나 봐!”
사장이 너스레를 부렸지만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김 부장은 여전히 표정이 없었다.
“그럼 저흰 나가 보겠습니다.”
“그래. 참, 지후라고 했지! 열심히 해!”
“네.”
지후는 간단하게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대기실로 가자. 너도 이젠 내 소속이 되었으니 내가 관리하는 선수들과 안면 정도는 익혀 둬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야!”
일단 자신이 모르는 것은 태섭이 가르쳐 줄 것이란 생각에 지후는 모든 것을 맡겼다.
모르는 것은 창피한 것이 아니기에 지후는 일단 누군가에게 물어서라도 필요한 정보를 다 알기 전까진 그저 묵묵히 그들이 시키는 대로 할 생각이었다.
6. 풍류도(風流道)(1)
무더위도 한풀 꺾이는 9월 말의 어느 날, 지후는 홀로 거리를 방황하고 있었다.
지후는 그동안 호스트 일을 하면서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자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제길, 뭐가 문제지? 다른 놈들과 내가 다른 것이 뭐야?’
현재 지후가 프린스에서 처한 입장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빛 좋은 개살구’였다.
다른 말로 격하게 표현하자면 ‘먹튀’라고 할 수 있었다.
잘생긴 외모 때문에 높은 계약금을 받고 가게에 들어왔는데, 막상 상품을 꺼내 보니 이게 겉만 그럴싸한 것이다.
이제 겨우 고졸이고 학업 성적은 좋았을지 모르지만 아르바이트로 바빴기에 학우들과의 부대낌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단답형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지후의 얼굴에 혹해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초반에 반짝하고 지금은 찾는 이가 없었다.
술집을 찾는 여성들이 남자의 잘생긴 얼굴만 보기 위해 오는 것은 아니다.
삶에 지친 여성들은 자신의 고민이나 스트레스를 풀 이야기 상대를 찾아와 돈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지후는 그런 여성들과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초기 인기는 거품처럼 빠져나갔다.
이 때문에 매니저인 태섭과 의논도 해 보고 하였지만 역시나 자신이 아직 이 일에 적응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란 결론만 얻었을 뿐이다.
처음 자신이 태섭에게 이 일에 대하여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하여도 자신만만하였다.
지후가 그런 자신감을 가진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꿈에 익힌 그것이면 여자들을 상대로 인기를 끌 것이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별을 봐야 딸 것이 아닌가?
지후가 일을 하는 프린스는 흔히 알고 있는 호스트바가 아니었다.
술값이 비싼 만큼 회원들도 꽤나 고급이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뉴스에 나오는 그런 퇴폐업소와는 거리가 멀어 지후가 2차를 나가는 경우는 없었다.
물론 프린스의 선수들이 전혀 2차를 나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손님과 선수 간의 교감이 있은 다음에나 가능한 것이지 뉴스에서 나오듯 술 마시고 술김에 2차를 가는 경우는 없었다.
그동안 지후는 호스트와 제비를 혼동했던 것이다.
또 지후가 프린스에서 일을 하며 이전엔 모르던 것을 알게 됐는데, 그것은 바로 여성을 상대로 접대를 하는 호스트이지만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면서 무슨 공부냐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일류 선수들은 하나같이 일류 대학을 다니고 있는 재학생이거나 졸업생이었다.
즉 이 업종도 학력이 우수해야 한다는 말인데, 그것은 좋은 간판이 필요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만큼 손님과 나누는 대화의 질이 달라 인기를 끄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태섭에게 듣게 된 지후는 현재 자신의 여건상 대학을 다닐 형편이 되지 않기에 차선으로 많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때문에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은 지식을 얻을 수가 있어 대화의 주제를 많이 확보하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업계에서 살아남기에는 무언가 부족함을 느낀 지후는 자신의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이렇게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이다.
***
대한 풍류도관.
지후는 거리를 한참을 걷다 희한한 간판을 발견하였다.
태권도나 검도 도장은 많이 봤지만 풍류도관이라는 생소한 이름에 지후는 호기심이 생겼다.
지후의 호기심이 끌린 이유가 또 하나 있는데, 걸린 현판이 요즘 보기 드문 나무로 만들어진 때문이기도 했다.
“실례합니다.”
안으로 들어선 지후는 텅 빈 도관을 둘러보며 내부를 자세히 살폈다.
실내에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뜨인 것은 바로 부채와 퉁소였다.
그 부채와 퉁소는 빛도 빨아들일 것 같은 검은빛으로 빨아들이듯 지후의 시선을 끌었다.
한자로 통소(洞簫)라고 쓰고 퉁소라고 발음을 하는데, 이것은 사극에서 흔히 주인공이 풍류를 즐길 때 부는 피리였다.
지후는 이것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이곳 풍류도라고 하는 이름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소품이라고 생각했다.
지후가 한참 도관에 있는 소품들을 둘러보고 있을 때 그의 뒤에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왜? 가지고 싶으냐?”
느닷없이 뒤에서 들리는 중후한 목소리에 깜짝 놀란 지후는 들고 있던 퉁소를 놓쳤다.
퉁소가 바닥에 떨어질 것을 예상했던 지후의 생각은 바로 빗나가고 말았다.
휙∼ 무언가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떨어뜨린 퉁소는 방금 전 지후를 놀라게 한 반백 노인의 손에 들렸다.
“허허, 이게 얼마나 귀한 물건인데, 바닥에 떨어뜨리면 안 되지…….”
“죄송합니다.”
노인의 말에 지후는 얼른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였다.
그런 지후를 잠시 지켜보던 노인은 얼른 이곳을 찾은 용건을 물었다.
“뭐 실수할 수도 있는 것이지. 그런데 무슨 연유로 내 도관을 찾은 것이지?”
조금 전 재욱은 관원을 모집하기 위해 전단지를 돌리고 자신의 유일한 밥줄인 도관에 돌아왔다 젊은 청년이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그의 뒤에 다가가 살폈다.
자신이 젊은 시절 동남아와 중국 등지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물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잘하면 관원을 모집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에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적당한 때, 말을 건 것이다.
그것도 상대가 방심하고 있을 때 기습적으로 말을 걸어 실수를 유발시키는 수법을 쓴 것인데, 기가 막히게도 잘 먹혀들었다.
“아, 지나다가 특이한 간판을 보고 호기심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래, 무엇이 젊은이의 호기심을 자극했는가?”
재욱은 지후의 말에 짐짓 옛 어르신들의 말투를 흉내 내며 말을 하였는데, 그것이 무척이나 그럴싸해 보였다.
현재 재욱은 푸른색의 개량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복장이 반백의 머리에 튼 상투와 곱게 기른 턱수염과 너무도 어우러져 남들이 보기에 홀딱 넘어갈 만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르바이트를 하였다고는 하지만 지후는 재욱의 그 모습과 말투에 그만 넘어가고 말았다.
사실 재욱의 정체는 사기 전과 2범의 사기꾼이었다.
어려서 가난한 집에 태어나 8살 때 장터에 물건을 팔러 나가는 어머니를 따라 나갔다가 마침 그곳에 약을 팔러 온 엉터리 약장수에게 속아 그 길로 가출을 했다.
그리고 10여 년을 그 약장수를 따라 전국을 다니며 그에게서 엉터리 만병통치약을 제조하여 파는 기법과 손님을 끌어들이는 차력 몇 가지를 배워 독립을 하였다.
하지만 그런 수법들은 재욱이 나이를 먹으며 대한민국이 발전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