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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2화)
5. 호스트(3)
돈을 모두 받았다고 자신에게 욕을 한 사장을 그냥 둘 생각이 없던 지후는 자신을 처음 고용했던 여사장에게 전화를 하였다.
“여보세요! 사장님, 저 지후입니다. 윤지후! 네, 다름이 아니고 저 오늘 편의점 잘렸습니다. 지금 사장님께서 공금으로 도박하시려는 것을 막았더니 그만두라고 하네요.”
지후는 진실 속에 약간의 거짓을 섞어 여사장에게 전화로 사장의 비리를 알려 주었다.
한참 전화를 하고 끝낸 지후는 잠시 길 건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편의점을 지켜보았다.
그러길 잠시, 편의점에서 놀란 사장이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이 얼마나 웃긴지 지후는 소리 내어 웃었다.
“하하하하!”
그런 지후의 모습에 카페에 있던 사람들은 인상을 썼다.
“손님! 여기서 그렇게 떠들면 안 됩니다.”
카페 직원이 다가와 주의를 주자 지후는 얼른 사과를 하였다.
“아, 죄송합니다. 방금 밖에서 아주 웃긴 모습을 목격해서는 그만…….”
지후의 말에 직원은 무의식적으로 창밖을 쳐다보았지만 편의점 사장이 당황해 뛰쳐나오는 모습은 이미 사라진 지 한참이었다.
한바탕 웃고 나니 지후는 앞날이 걱정이었다.
신문과 우유 배달도 그만두고 편의점까지 잘렸으니 이젠 정말로 먹고살 것이 걱정이었다.
물론 당분간은 살기야 하겠지만 앞으로가 문제였다.
막막한 지후는 이리된 것 남들이 손가락질하는 호스트면 어떠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몇 달 전 은정과 헤어지며 다짐을 하지 않았던가?
돈을 많이 벌어 누구에게도 무시를 받지 않겠다고 말이다.
생각이 이리되자 지후는 망설임 없이 지갑에 있는 전에 태섭이 준 명함을 꺼냈다.
“음, 프……. 프리인스, 아, Prince. 왕자라, 이름 좋네!”
지후는 명함에서 태섭이 일한다는 가게 이름을 읽고는 전화를 걸었다.
***
8월의 늦은 오후, 하지만 아직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피서철이라 한산해야 할 백화점 앞은 한 남자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올 때가 됐는데!”
남자는 시계를 들여다보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키 180㎝가 넘는 장신에 잘 빗어 넘긴 검은 머리, 깊은 눈과 오뚝한 콧날, 붉은 입술, 그리고 분이 묻어날 것 같은 흰 피부. 딱 봐도 귀공자 스타일의 미남이었다.
그렇기에 지나는 사람마다 남녀를 불문하고 가던 길을 멈추고 한 번은 쳐다보았다.
“어머, 저 사람 정말 잘생겼다.”
“응, 혹시 신인 탤런트 아냐?”
“멋있긴 한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그럼 모델인가?”
“그래, 모델일 거야! 저 기럭지 봐!”
“맞아! 옷은 그리 비싸 보이지 않는데, 왠지 고급스러워 보인다.”
사실 지금 그들이 보고 있는 사람은 태섭과 어제 약속을 하고 만나기로 한 지후였다.
모든 아르바이트를 정리한 지금 하루라도 빨리 직장을 구해야 하는 지후는 언젠가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던 태섭이 주고 간 명함의 전화번호로 어제 약속을 잡은 것이다.
태섭이 말한 호스트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남들에게 떳떳하게 내세우지 못하는 직업이기는 하지만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겠는가?
자기 사업 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디나 누군가의 비위를 맞추며 돈을 버는 것은 매한가지 아닌가?
일반 회사에 들어가더라도 자신보다 먼저 입사한 선배든 직장 상사가 되었든 그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어야 오래도록 직장 생활을 할 수가 있는 것이란 생각에 지후는 꺼리던 마음을 털어 낼 수 있었다.
어차피 자신의 처지가 돈 버는 일을 고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지 않은가?
백화점 앞 벤치에 약간 방만하게 기대에 앉아 있는 모습 때문인지 지후는 태섭을 기다리면서 몇몇 연예기획사에서 나온 스카우터에게 스카우트 제의도 받아 기분이 한껏 UP이 되어 있었다.
이때 지후의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와 여름이다∼ 해변의 여인∼
지후는 얼른 양복 속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얼추 약속 시간이 되었기에 누가 전화를 했는지는 액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가 있었다.
자신이 통화를 할 사람이라고는 쫛쫛머니의 이진숙 대리나, **론의 김미경 차장이 있겠지만 오늘은 어제 만나기로 한 태섭뿐이었다.
“여보세요.”
―윤지후 핸드폰 맞습니까?
“네, 형. 저 지후예요.”
―그래, 너 어디냐?
지후는 태섭의 전화를 받고 자신이 있는 위치를 알려 주었다.
“저 지금 만나기로 한 백화점 정문 앞 벤치요.”
―그럼 백화점 7층으로 와라!
태섭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후를 약속 장소인 백화점 입구가 아닌 명품관이 있는 7층으로 불렀다.
“알겠습니다.”
지후는 가 보면 알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자세한 내용을 묻지 않았다.
지후가 백화점 내부로 들어서자 그 안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았는데, 잘 입고 잘 꾸미고 다니는 이곳 사람들 중에서도 잘생긴 지후는 눈에 확 띄었다.
***
7층 명품관에 올라온 지후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주변을 살폈다.
“여기다.”
한쪽에서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 지후는 태섭이 누군가와 함께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지후가 태섭에게 다가가니 옆에 선 남자는 태섭보다 5∼6살은 더 나이 들어 보였다.
“인사드려라! 사장님이시다.”
“처음 뵙겠습니다. 윤지후입니다.”
이제 겨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데, 강남에 있는 술집 사장이라는 말에 지후는 깜짝 놀랐다.
“오! 노 실장 말대로 엄청 잘생겼는데! 난 곽명우라고 한다. 그냥 곽 사장이라고 부름 된다.”
태섭이 사장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그가 다니고 있는 ‘프린스’라는 호스트바의 사장일 것이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곽 사장은 지후를 내려다보듯 반말을 하며 입가엔 의미 모호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떻습니까?”
태섭은 지후를 마음에 들어 하는 곽명우를 보며 물었다.
“좋아! 아주 좋아! 이 정도면 5천까지 가능하겠어!”
지후는 옆에서 둘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무슨 말을 주고받는지 알 수가 없었다.
“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팍팍 쓰시죠! 이 정도면 최상 아닙니까? 더군다나 이제 갓 고등학교 졸업한 A급입니다. 아니지, 잘만 꾸미면 S급으로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S는 아니지.”
태섭과 명우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미 모를 이야기를 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데, 태섭이 지후에게 지시를 하였다.
“지후야! 저기까지 걸어갔다가 와 봐라!”
지후는 일단 시키는 것이니 태섭의 말을 따르기로 하였다.
조금 전 숫자는 아마도 돈에 관한 이야기 같았다.
어제 태섭과 통화 후 지후도 이것저것 인터넷을 뒤져 호스트에 관해 알아보았다.
자신이 찾는 정보가 그리 자세히 나와 있지는 않았지만 처음 호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계약금 협상이라는 것을 한다고 적혀 있었다.
말이 좋아 계약금이지 한마디로 빚이었다.
지후도 몰랐었다.
호스트라는 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고 여기저기 뒤지다 알게 된 것을 정리해 보았는데, 지후는 이 일이 스포츠 선수들과 참으로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처음 일을 하기 위해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받는다거나, 1년에 얼마의 연봉을 받는다던지, 하는 것 말이다.
더욱이 호스트 일을 하면서 이들이 자신들을 부르는 단어나 자신들을 관리하는 사람을 부르는 이름 등이 참으로 웃겼다.
자신들을 부를 때는 선수(호스트)라 부르고 매니저(관리인)라 부르는 것이었다.
이는 아마도 외부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인 호스트라는 이름 대신 순화시켜 부르는 듯하였다.
태섭의 지시대로 엘리베이터 입구까지 걸어갔다가 돌아오자 태섭과 곽 사장이 다시 무언가 의논을 하기 시작하더니 결론을 내고 악수를 하였다.
“지후야, 일로 와 봐라!”
태섭은 지후를 부르며 다시 곽 사장과 떨어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네가 이 일에 대해서 잘 모를 것 같아 내가 사장과 협상을 했다.”
“네, 감사합니다.”
“일단 들어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말해!”
태섭은 일단 자신이 곽명우 사장과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했는지 지후에게 알려 주었다.
“일단 네 계약금은 5천으로 하고 연봉은 3달간 네 실적을 보고 변동하기로 하였다. 맘에 드냐?”
지후는 태섭의 이야기를 듣고 아무것도 모르기에 되물었다.
“그게 좋은 조건입니까?”
“그래, 넌 외모나 나이 이런 것들이 아주 좋아서 후하게 책정이 된 것이다.”
태섭의 좋은 조건이라는 말에 지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좋습니다. 형이 이렇게 신경을 써 주셨으니 저도 감사합니다.”
“뭐 감사할 것은 없어, 네가 많이 받으면 매니저인 내 소개비도 많이 떨어지는 것이니.”
태섭의 말에 지후는 어제 인터넷으로 알아본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제가 어제 인터넷을 보니 선수니, 매니저니 하던데 그건 뭔가요?”
그들만의 용어는 알겠는데, 왜 그리 부르는 것인지 호기심에 물은 것이다.
“뭐 별거 없어. 남들 앞에서 호스트라고 불리기보다 듣기 좋잖아? 그리고 선수를 관리하는 사람이니 매니저. 너도 듣기 좋고 나도 듣기 좋고. 안 그래?”
태섭의 너무도 어이없는 말에 지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런 지후의 얼굴을 보던 태섭은 안면을 바꾸고 냉정하게 말을 하였다.
“너도 들은 것이 있겠지만 저기 인상 좋게 보이는 곽 사장 너무 믿지 마라! 저래 보여도 이 일대를 잡고 있는 조직의 중간 보스니…….”
차가운 얼굴로 경고를 하는 태섭의 말에 지후는 조금 전과는 다르게 긴장을 하였다.
태섭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저 젊은 나이에 강남에 가게를 차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걸 알면서도 자신을 그곳에 소개를 한 태섭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자신이 불쌍해 보여 일자리를 소개해 준 아는 형에서, 언제든 자신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어른으로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되자 지후는 다시 한 번 사회의 비정함을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뒤로 뺄 생각은 없었다.
조폭의 가게에서 일을 하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자신은 돈만 많이 벌면 되지 않겠는가?
“형이 제 매니저라고 했으니 그럼 그건 어떤 관계입니까?”
조금 전과 분위기가 바뀐 지후의 물음에 태섭은 눈을 크게 뜨고 지후를 잠시 일별하다 말을 했다.
“일단 선수(호스트)와 매니저(관리인)의 관계도 계약 관계다. 매니저는…….”
태섭의 말에 따르면 매니저는 호스트의 일정을 봐주거나 손님을 접대할 때 도움을 주는 것 등을 하면서 선수의 수익금중 일부를 수당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매니저는 휘하에 선수 한 명만 두고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명을 두고 있으며 일류 매니저일수록 더 많은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