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11화)
5. 호스트(2)
솔직히 지후도 계산을 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과 무척 닮았다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후가 이사를 하기 전 동네에 살던 동네 형과 무척 닮은 것이다.
그 형과 개인적으로 친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형의 할머니와 지후는 무척이나 인연이 깊었다.
지후가 13살, 그러니까 지후의 아버지 형원이 재혼을 하기 전 지후는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그 큰 집에서 혼자 지냈다.
가정부가 있기는 하였지만 그녀는 형원이 없는 틈을 타 늦게 출근하여 일찍 퇴근을 하였기에 지후는 혼자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지후를 불쌍히 여긴 동네 할머니 한 분이 혼자 집에 있는 지후를 불러 씻기고 먹이고 했던 것이다.
물론 형원이 아예 집에 안 들어온 것이 아니라 지후의 엄마가 죽고도 정신을 차리지 않고 차를 끌고 교외(郊外)다 지방이다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미인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바람에 어린 지후가 그렇게 방치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아버지에게 방치된 지후를 거둔 할머니의 집에서 본 장손자와 지금 자신에게 물어 온 손님이 닮았다 생각을 한 것이다.
“혹시! 태섭이 형이세요?”
지후는 혹시나 싶어 조심스럽게 그 집 큰아들의 이름을 말하였다.
그런 지후의 말에 손님은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이야! 날 기억하고 있었구나!”
“예, 할머니는 잘 계시죠?”
지후는 자신을 돌봐 주신 할머니가 생각나 안부를 물었다.
“세월이 얼마나 흘렀는데, 재작년에 돌아가셨다.”
지후는 자신의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듯 슬펐다.
“야야! 우리 할머니 잘 지내시다 가셨어! 그렇게 슬픈 표정 하지 마라!”
태섭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것 같아 주의를 돌리기 위해 다른 말을 하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지냈냐?”
“뭐 별거 없어요.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올해 졸업해서 아르바이트로 먹고살고 있어요.”
태섭은 지후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사실 태섭은 인근 호스트바에 있는 매니저였다.
매니저란 호스트바에서 일하는 호스트들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룸살롱에 호스티스를 공급하는 보도방 사장과 비슷한 것이었다.
그저 자신들 말하기 좋게 듣기 좋게 매니저라고 부를 뿐이었다.
태섭은 지후의 외모를 관찰하듯 카운터에서 조금 물러서 위아래를 흩어봤다.
180이 넘는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지만 언뜻 보기에 말랐다고 생각되기보다는 늘씬하다는 느낌이 드는 지후의 외모를 보며 태섭은 감이 왔다.
“그런데 이 시간에 알바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돈이 필요한가 본데, 네 나이가 어떻게 되냐?”
태섭의 질문에 지후 또한 무언가 느낌이 왔다.
“20살이요. 고등학교 졸업했다고 했잖아요.”
태섭은 지후의 말을 듣고 더욱 눈을 반짝였다.
미성년자도 아니니 걸릴 것도 없고, 겉으로 봐서는 어디 흠잡을 곳이 없는 A급이었다.
“너, 형이 소개해 주는 일 한번 해 볼래?”
“무슨 일인데요?”
지후는 눈을 반짝였다.
“너 호스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호스트요?”
“그래, 남들 얘기 말고 네가 생각하는 것 말이야.”
태섭은 그러나 지후가 뭐라 대답을 하기 전에 다시 말을 거뒀다.
“아니다, 오늘 갑자기 물으니 대답하기 그렇지?”
“네.”
지후는 태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호스트를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 오면 곧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것인가?
지후의 대답에 태섭은 자신의 명함을 한 장 주고는 생각 있으면 연락하라고 하였다.
“혹시나 궁금한 것이 있거나 관심이 생기면 연락해라!”
태섭이 보기에 훌륭한 자질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설프게 접근했다가는 일을 망칠 것 같아 일단 물러나기로 한 것이다.
호스트 생활과 매니저 생활을 10년 가까이 한 태섭이기에 귀신같은 눈치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이 보기에 지후가 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아까 말할 때 보니 새어머니와는 진즉 헤어진 것 같아 보였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하여 막을 보호자도 없어 보여 금상첨화였다.
그래서 슬쩍 물러서는 척 명함만 주고 생각 있으면 전화를 하라고 말을 한 것이다.
“그럼 수고해라!”
태섭은 지후가 자신이 준 명함을 신기한 듯 들여다보는 것을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나갔다.
지후는 태섭이 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가 주고 간,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가게 이름과 전화번호, 그리고 명함 주인의 이름만 들어가 있는 심플한 명함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명함이 금박이라는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올 때 입고 있던 옷이나 언뜻 손목에 차고 있던 시계 하며 고급이 아닌 것이 없었다.
그런데 명함까지 이렇게 고급스러운 것을 보니 호스트라는 직업이 돈을 무척이나 많이 버는 것 같았다.
현재 지후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돈이었다.
돈이 없어 은정의 어머니에게 그런 소리를 들었다는 생각에 더욱 돈이 간절하였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조금 망설여지기도 하였다.
호스트라는 직업이 사람들에게 그렇게 썩 좋은 이미지는 아니었다.
여자에게 기생하는 기생충 정도로 사회에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
다음 날 지후는 보급소에 나가 소장님에게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였다.
“소장님! 제가 졸업한 지도 이제는 꽤 되었으니 정상적인 직장을 구해 보려고 합니다.”
배달을 다녀와 지후가 꺼낸 그 말에 소장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다가 대답을 하였다.
“그래, 그럼 언제까지 나와 줄 수 있냐? 사람을 구할 때까지라도 좀 나와라!”
“당연히 그래야죠. 그동안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지후 너같이 착실한 사람이라면 꼭 성공할 것이다.”
불우한 환경에서도 착실하게 살아간다며 자신을 챙겨 주시던 소장님께 일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지후는 무척이나 미안하였다.
아버지 병원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겠다며 어린 나이에 찾아와 일거리를 부탁했던 자신을 선뜻 써 주셨던 소장이기에 지후는 이렇게 일을 관두게 된 것이 무척이나 미안했다.
그래도 일단 자신의 후임을 구할 때까지는 나오기로 했으니 얼굴 붉히지 않고 그만둘 수 있게 되었다.
가끔 일을 그만두면서 고용주와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여기 보급소에서도 지후는 일하면서 종종 보았다.
보통 뜨내기로 이 일을 쉽게 생각하고 들어왔다 힘이 들어 중도에 포기를 하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무책임하게 연락을 끊어 버리거나 월급을 받고 그 다음 날 보급소에 나오지 않는 일이 빈번하였다.
그런 것을 보면서 지후는 그러지 말아야지 생각을 했었다.
보급소 후임은 생각보다 금방 구해졌다.
그래서 새벽엔 더 이상 일찍 일어날 필요가 없었다.
지후가 보급소 일을 그만둔 것은 호스트 일을 본격적으로 하려는 것보다는 정상적인 직장을 구하고 싶은 욕심 때문이었다.
물론 태섭이 그런 제안을 했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다니는 편의점 사장이 약속만 제대로 지킨다면 지후는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호스트를 할 생각은 없었다.
비록 그 일이 돈은 더 많이 벌겠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속 깊이 꺼려지는 느낌이 있어 편의점 사장이 약속한 것을 이번에 확답을 받고 결정하기로 하였다.
벌써 이곳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기에 처음 약속대로 사장이 점장으로 취직을 시켜 준다면 호스트를 할 필요가 없었다.
점장이 되면 지금처럼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정직원에 지금의 몇 배나 되는 월급을 받게 되기에 그랬다.
편의점 월급날이 되자 지후는 일을 마치고 사장에게 다가갔다.
“사장님! 교대했습니다.”
“정산까지 다 끝낸 거야!”
“예.”
“그래, 수고했어!”
월급날인데 사장은 그저 수고했다는 말로 끝내려 하고 있었다.
“오늘 월급날인데요.”
“아, 그랬나? 미안한데 오늘은 돈이 없어 그러니 내일 줄게.”
하지만 지후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사장이 또 도박에 손을 댔구나!’
사장이 이번에 또 노름에 손을 대었다는 생각에 지후는 정색을 하며 말을 하였다.
“사장님! 제가 방금 정산을 하고 나왔습니다.”
다른 말 하지 않고 지후는 자신이 정산을 방금 끝냈다는 말로써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그러자 사장은 돈이 없다는데도 월급을 달라고 하는 지후의 행동이 무척이나 괘씸해 보였다.
“그건 그거고, 오늘 돈 없다잖아! 내가 네 돈을 떼먹을까 봐 그래?”
월급을 미루는 사장이 도리어 큰소리를 치자 지후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르바이트 시급도 미루는 사람이 정작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것인지 의심이 든 것이다.
“제 시급이 얼마나 한다고 미루십니까? 월급 주십시오.”
“알았어! 새끼야! 거 몇 푼이나 된다고…….”
사장의 ‘새끼야’라는 말에 지후도 더 이상 참지 않고 거칠게 욕을 하였다.
“아, C8! 그럼 그 몇 푼도 안 되는 돈을 미루는 새끼는!”
“뭐! 새끼! 이런 개새끼가! 어린놈의 새끼가 불쌍해서 받아 줬더니 뭐!”
“C8! 누군 욕을 할 줄 몰라 안 하는 줄 아나. 그럼 말을 똑바로 하던가? 내가 어린놈이면 당신은 늙은 놈이 어린놈에게 욕먹을 짓을 하고 그래! 잔말 말고 내 월급이나 내놔!”
지후는 자신에게 욕을 하는 사장에게 똑같이 되받아치며 욕을 하고 월급을 내놓으라 말을 하였다. 180이 넘는 지후가 내려다보며 큰 소리로 욕을 하자 사장은 움찔하였다.
욕심만 많았지 160의 작은 키에 살만 뒤룩뒤룩 쪄 별로 호감 가는 인상도 아닌 사장은 지후의 박력에 겁을 집어먹었다.
하지만 자신의 반도 살지 않은 지후에게 지기 싫은 나머지 책상 서랍에서 돈다발을 꺼내 월급을 세더니 지후를 향해 던졌다.
“여기 있다. 먹고 떨어져라! 다신 여기 나타나지 마! 넌 해고야!”
사장이 던진 돈이 바닥에 떨어지자 지후는 속으로 열불이 터졌지만 자신의 월급이기에 떨어진 돈을 주워 숫자를 세었다.
하지만 액수가 맞지 않았다.
“왜? 월급이 이것뿐입니까? 약속대로 더 주세요.”
사실 지후의 시급은 저번 달부터 올려 4천2백 원을 받기로 하였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비용으론 꽤 큰 금액이지만 지후가 이곳 편의점에서 일을 한 것이 3년이 넘어간 것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난달에 올려 주기로 했던 것을 물건 값을 본사로 보내는 바람에 돈이 부족하니 이번 달에 함께 정산해 주기로 약속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빠진 것이다.
“뭘 더 달라는 거야!”
“저번 달 덜 주신 월급 말입니다.”
사장은 지후의 말에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 저번 달 월급을 지금 말해!”
“제 시급 저번 달부터 오른 것이잖아요. 저번 달 물건 대금을 본사에 보냈다고 덜 주신 것 달란 말입니다.”
그제야 자신이 덜 준 급여가 생각이 난 사장은 정색을 하며 못 주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만두는 놈에게 더 줄 돈 없어!”
“그럼 노동청에 고소합니다.”
“뭐! 뭐! 고소? 그게 네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아?”
지후는 사장이 이리 나오자 조금 전부터 낌새가 이상해 녹음을 하고 있던 휴대폰을 들어 보이며 말을 하였다.
“후후, 제가 고등학교만 졸업했다고 멍청한 줄 아십니까? 이미 증거는 넘칩니다. 참, 사장님 도박하시지요?”
큰 소리를 치던 조금 전과는 다르게 지후는 실실 웃으며 사장을 약 올리기 시작하였다.
이미 사장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지후이기에 그의 약점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 눈앞에 있는 사장은 본래 사장의 남편이다.
그것도 재혼한 남편인데, 부인이 병원에 입원을 하는 동안 나와서 아르바이트생들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동안 부인 몰래 공금을 빼돌려 도박을 했다.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지후는 그의 부인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일을 그만둔 마당에 엿 먹어 보라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그의 부인에게 알려 줄 생각이었다.
“어린놈의 새끼가 못된 것만 알아 가지고는…….”
지후가 자신의 약점을 알고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사장은 부족한 금액만큼 카운터에서 돈을 꺼내 주었다.
“꺼져!”
“그렇게 살지 마십시오.”
지후는 월급 액수에 맞는지 돈을 모두 확인하자 사장에게 마지막으로 염장을 지르며 편의점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