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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4화)
2. 주인집 누나의 위기(2)
엄마의 말을 흘려듣고 나오기는 하였지만 내심 찝찝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늦은 시각 어두운 골목을 지나려니 문득 엄마의 걱정스런 말이 떠오른 은정은 점점 무서워지기 시작하였다.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어두운 골목으로 들어섰다.
주변을 자세히 살피며 걸어가길 얼마, 50m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것이란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던 그 순간 어두운 대문 구석에서 검은 손이 튀어나왔다.
“읍!”
누군가 뒤에서 자신의 입을 막으며 붙잡은 것 때문에 은정은 너무 놀라 반항을 할 겨를도 없이 그 사람에게 끌려가고 말았다.
집을 겨우 50m 남겨 두고 납치가 된 은정은 어두워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남자에 의해 보안등이 고장이 난 골목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은정은 겁이 났지만 정신을 차리기로 하였다.
‘그래,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했어!’
“왜 이래요. 소리 지를 거예요.”
“후후, 어디 소리 질러 봐! 여긴 아무도 올 사람 없어!”
솔직히 은정도 이 남자의 말에 동감이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남자를 설득하기로 하였다.
“제발, 절 보내 주세요. 달라는 것은 다 드릴 테니!”
하지만 이 남자는 전혀 은정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내가 바라는 것은. 후후!”
그 남자는 자신의 목적이 겨우 은정이 가지고 있을 적은 돈 같은 게 아니란 것을 몸짓으로 여실히 보여 주었다.
‘간만에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인걸?’
남자의 눈빛을 통해 결코 자신을 순순히 보내 줄 생각이 없으며 그가 결코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때, 저 멀리서 누군가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그 남자는 얼른 은정의 곁으로 다가와 자신의 손으로 은정이 반항하지 못하게 포박을 하고 입을 막아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였다.
“소리 지르지 마! 도망치려고 하면…… 알지?!”
은정의 귓가에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위협을 가하였고, 은정은 조금 전 자신을 강제로 이 골목으로 끌고 올 때보다 더 두려워졌다.
끌려올 때만 해도 목숨의 위협까지는 못 느꼈는데, 방금 전의 낮은 목소리에서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살의가 느껴진 것이다.
때르르릉.
찌지찍.
무언가 긴 쇳덩이가 시멘트 바닥에 끌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지금 다가오는 사람도 정상적인 사람은 아닌 듯하였다.
어두운 골목 입구에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어스름히 보이고 나타난 사람의 한 손에는 유난히 반짝이는 길쭉한 무언가가 들려 있었다.
“어이! 꼰대, 다치기 싫으면 그 여자 넘겨!”
‘어떻게 해! 괜히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는…… 이번엔 깡패야!’
은정은 골목에 나타난 사람이 혹시나 위기에 처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었지만 그 기대는 방금 나타난 남자가 한 말 때문에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런데 떨고 있는 것은 은정만이 아니었다.
의외로 젊은 사람이 나타난 데다 위협마저 거칠어 은정을 위협하여 붙들고 있던 남자도 겁을 먹었는지 팔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누군지 모르지만 남 일 상관하지 말고 가라!”
은정을 붙잡은 남자는 새로 나타난 존재에 위협을 느끼면서도 포기한 것은 아닌지 거칠게 말을 하였다.
하지만 골목 입구에 나타난 사람이 정말로 깡패인지 소리를 치는 것이 한두 번 해 본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아, C8! 꼰대 정말 사람 말 못 알아듣네! 죽고 싶어?”
깡패로 짐작되는, 아니 깡패가 맞을 것이다.
저렇게 입에 욕을 달고 있는 남자는 말이다.
그의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은정도 깜짝 놀랐다.
은정이 놀라고 있을 때, 은정을 붙잡은 남자는 깡패와 협상을 하고 있었다.
“아, 알았다. 여자를 네게 넘길 테니 조금 비켜나라!”
남자의 떨리는 목소리에 은정은 더욱 자신의 앞날이 걱정이 되었다.
깡패에게 넘겨지면 정말 다시는 부모님 얼굴을 못 볼 것만 같은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신을 붙잡은 남자가 자신을 강제로 끌고 골목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은정은 가고 싶지 않지만 남자의 힘을 당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끌려갔다. 자신이 옆으로 강하게 밀리는 것을 느끼며 은정은 눈을 감고 말았다.
더 이상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밀치는 대로 그저 힘없이 밀릴 뿐이었다.
“어떻게 내 예상을 벗어나질 못하냐?”
멍해 있는 은정의 뒤로 입구를 막아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요란하게 넘어지는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은정은 바닥에 주저앉아 떨고만 있었다.
조금 뒤 자신의 어깨를 흔드는 손길이 느껴졌고, 조금 전 들었던 깡패의 목소리가 들렸다.
“괜찮아요?”
조금 부드러워진 목소리긴 하지만 은정은 아직까지 정신이 없어 그저 살려 달라는 말만 하였다.
“흐흑, 살려 주세요.”
그런 은정의 귀에 놀란 듯한 깡패의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어? 누나?”
자신을 누나라 부르는 소리에 은정은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깡패라 생각한 남자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
함께 일하던 편의점 알바가 말도 없이 그만둔 바람에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낮잠을 자고 나와 그런지 평소보다 일이 많아도 그리 피곤하지는 않았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 지후는 세 들어 살고 있는 집으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서는데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왜 이러세요. 다가오면 소리 지를 거예요.”
“후후, 어디 소리 질러 봐! 여긴 아무도 올 사람 없어!”
어딘가 불안감이 가득한 젊은 여성의 목소리와 어딘지 차가운 듯한 40대 중후반 남자의 목소리였다.
“제발, 절 보내 주세요. 달라는 것은 다 드릴 테니!”
지후는 괜히 남의 일에 잘못 끼어들었다가 오히려 덤터기를 쓴다는 뉴스를 들었기에 그냥 못 들은 것으로 하고 자리를 지나치려 하였다.
하지만 다시 들리는 울 것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지후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 지후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이 세상 고난 받고 있는 여자들을 구원해라!”
꿈속에서 자신의 사부를 자처하는 남천상이 한 그 소리가 메아리처럼 지후의 머릿속을 헤집었다.
“에이 씨!”
지후는 허공에 대고 투덜거리더니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어갔다.
혹시나 자신이 그곳으로 가기 전 여자가 해코지를 당할 것을 저어하여 지후는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내며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지후의 접근하는 소리에 남자가 당황했는지 위협하던 여자의 입을 틀어막고 협박을 하였다.
“소리 지르지 마! 도망치려고 하면…… 알지?!”
남자의 위협이 통했는지 여자는 무서운 나머지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골목길에 나타난 사람이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가기를 바란 것이지만 이미 지후는 이들의 존재를 알고 여성을 구하기 위해 오는 것이라 그의 바람은 성공할 수가 없었다.
지후가 도착한 곳은 주변에 보안등이 있기는 하지만 전구가 불량인지 꺼져 있었다.
‘이러니 범죄가 발생을 하지!’
지후는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였는데, 혹시라도 여자를 위협하는 남자가 흉기라도 들고 있으면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는 것이었다. 마침 무기로 쓸 만한 물건이 눈에 띄었다.
그것은 고장이 나 버린 스팀청소기 자루였다.
스테인리스로 만들어진 것이라 적당한 길이에 손잡이까지 있어 무기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지후는 스팀청소기의 자루를 몸체에서 분리한 다음 일부러 바닥에 끌며 지지직 소리가 나게 만들고는 범죄의 장소로 접근하였다.
이런 일단의 소음이 일며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접근을 하자 인질로 잡혀 있는 여자는 또 다른 흉악범이 접근하는 줄 알고 더욱 겁에 질렸다.
어두운 골목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그리고 저 멀리 희미한 불빛을 받아 유난히 반짝이는 금속성의 몽둥이를 든 인형이 나타나자 남자는 무척이나 당황하였다.
몇 달 전부터 이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성들을 성폭행해 오던 남자는 한 번도 이런 경험이 없었다.
그렇기에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에 거리낌이 없었는데, 오늘 처음 누군가에게 방해를 받게 되자 당황한 것이다.
남자가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을 때, 지후는 남자가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게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어이! 꼰대, 다치기 싫으면 그 여자 넘겨!”
여자를 끌어안고 있는 남자를 위협하며 조금 전에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그에게 접근을 하면서도 손에 든 스테인리스 몽둥이를 바닥에 끌어 위협을 하였다.
커다란 덩치가 금속 몽둥이를 들고 위협을 하며 접근하는 모습에 남자는 어떻게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목소리로 판단하기에 그리 나이 들었을 것 같지 않았지만 요즘은 나이 든 사람보다 10대 청소년들이 더 무섭다고 하지 않던가?
남자는 일단 골목에 나타난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해 떠보았다.
“누군지 모르지만 남 일 상관하지 말고 가라!”
하지만 지후는 심장이 두근거려 남자의 장단에 놀아 줄 여유가 없었다.
“아, C8! 꼰대 정말 사람 말 못 알아듣네! 죽고 싶어?”
떨리는 마음을 털어 버리려는 듯 지후는 큰소리를 쳤다.
자신의 소리에 주위에서 사람이 내다보기라도 하길 바라는 마음에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무정하게도 지후의 큰 소리에 주변 집에서는 나던 소음도 줄어들었다.
‘제길, 사람들 인심하고는…….’
지후는 오히려 자신의 큰 소리에 주변이 조용해지자 사람들의 인심에 혀를 찼다.
하지만 지후의 의도가 전혀 쓸모없지는 않았다.
지후가 위협적으로 큰 소리를 치자 남자가 움찔한 것이었다.
“아, 알았다. 여자를 네게 넘길 테니 조금 비켜나라!”
남자는 막다른 골목인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를 넘길 터이니 지후보고 자신이 빠져나가게 해 달라는 말이었다.
지후는 남자가 자신의 말에 겁을 먹었단 것을 느끼고 아무런 말없이 골목 한쪽으로 비켜섰다.
그런 지후의 모습에 남자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에 있는 여자를 끌고 다가오다 지후가 서 있는 곳으로 힘껏 밀고는 달아났다.
하지만 그런 남자의 의도는 보다 빠르게 반응한 지후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어떻게 내 예상을 벗어나질 못하냐?”
자신 쪽으로 여자를 밀고 달아나려는 남자의 다리 사이에 자신이 들고 있는 스팀청소기 자루를 쓱 밀어 넣으니 남자는 다리가 걸려 골목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얼마나 세게 부딪쳤는지 무척이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넘어져 일어나질 못했다.
지후는 그런 남자를 보고는 얼른 남자에게 접근하여 바지를 반쯤 벗기고, 양손을 뒤로 꺾어 스팀청소기의 줄로 묶었다.
지후가 남자를 다 묶고 나서 골목에 쓰러진 여자를 보려고 다가갔다.
“괜찮아요?”
“흐흑, 살려 주세요.”
“정신 차려요. 저 사람은 제가 묶었으니 안심하세요.”
지후는 두려움에 정신이 나가 울면서 살려 달라고 빌고 있는 여자에게 더욱 가까이 가 얼굴을 확인하였다.
“어? 누나?”
지후는 자신이 구한 여자가 바로 자신이 살고 있는 집 주인 딸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리고 누나라고 부르는 소리에 여자도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 자신의 곁에 있는 사내의 얼굴을 확인하였다.
저 멀리서 어스름히 비치는 보안등 빛으로 확인한 얼굴이 자신이 생각한 불량배가 아니라 자신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고등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 지후구나! 지후야, 고마워!”
자신이 아는 사람의 얼굴이 보여서 그런지 조금 전까지 눈물, 콧물 다 빼던 여자는 미소를 지으며 지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아무리 미인이라도 조금 전 그런 상황을 겪고 눈물에 화장이 범벅이 되었는데 예쁠 수 없듯이 여자도 마찬가지로 그 모습이 무척이나 우스웠다.
“풋!”
“……?”
지후는 주인집 누나의 얼굴을 보고 그만 폭소를 하고 말았다.
“왜? 무엇 때문에 그래?”
지후는 질문에 웃으며 답을 하였다.
“큭큭, 누나! 누나 지금 얼마나 웃긴지 아세요?”
지후의 말에 은정은 얼른 자신의 백에서 거울을 꺼내 보았다.
‘헉!’
정말이지 자신의 얼굴은 가관이 아니었다. 아까 괴한에게 너무 놀라 눈물, 콧물 다 뺐기에 화장이 번져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었던 것이다. 그런 얼굴로 지후에게 고맙다고 했으니 어땠을지 보지 않아도 비디오였다.
‘이걸 어째! 아이, 창피해!’
은정은 정말이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부끄러운 와중 은정은 몰래 곁눈질로 지후의 얼굴을 확인했는데, 저 멀리 보안등 불빛에 비추인 지후의 옆모습은 정말로 환상이었다.
그런데 그런 지후에게 자신의 우스운 얼굴을 보였으니 정말이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야! 남자가 돼 가지고, 이런 건 모른 척해 줘야지!”
“알았어요. 못 봤다 할게요. 큭큭.”
지후는 자신의 말에 토라진 듯한 말을 하는 은정이 무척이나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귀여운 누나네!’
“누나, 이제 그만 일어나요. 참! 잠시만…….”
지후는 은정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을 하고는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