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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5화)
2. 주인집 누나의 위기(3)


“여보세요! 여기는 보라매동 XX슈퍼 골목인데요. 여성을 위협하던 사람을 잡아서 연락드렸습니다.”
지후는 112로 신고를 하여 자신이 있는 위치와 조금 전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설명을 하였다.
“네, 알겠습니다.”
지후는 전화를 끊고 은정을 쳐다보며 말을 하였다.
“방금 경찰에 신고를 하였는데, 한 10분쯤 기다려 달라는데…….”
“왜? 바로 올 수 없대?”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경찰이 출동하는 데 그만큼 걸리나 봐요. 그러니 누나도 잠시 기다려 주세요. 무슨 피해자 진술인가 받아야 한대요.”
은정은 지후가 피해자 진술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하자 더럭 겁이 났다.
“그거 안 하면 안 돼?”
그런 은정의 말에 지후는 조금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게, 누나가 진술을 하지 않으면 제가 폭행죄로 고소를 당할 수가 있대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누나도 뉴스에서 들어 보셨을 거예요. 성폭행 당하려는 여자를 구해 줬더니 여자가 도망가 버려서 도움을 주었던 청년이 폭행범으로 범인에게 도리어 고소당한 사건이요.”
지후의 말을 듣고서야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된 은정은 지후에게 미안해졌다.
“미안! 순간 이번 일이 알려지면 안 좋은 소문날까 봐 그랬어! 정말로 미안해, 지후야!”
“아니에요. 여자인 누나가 그런 생각 하는 것은 당연해요. 다 이해해요.”
지후는 정말로 은정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은정이 분명 피해자이기는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행실이 어떻기에 그런 범죄자가 엉겨 붙은 것이냐는 시선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 것을 짐작한 지후는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은정을 다독였다.
그럴수록 은정은 자신보다 동생인 지후에게 오빠 같은 느낌을 받으며 그의 보호를 받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누나, 그런데 계속 그러고 있을 거야?”
“뭘?”
지후의 질문에 은정은 지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되물었다.
그러자 지후는 말없이 손으로 얼굴을 가리키며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제야 은정은 지후가 하려는 말을 깨닫고 얼른 손에 든 손거울과 물티슈를 이용하여 번진 화장을 지웠다.
눈물과 마스카라가 만나 펜더를 연상시켰던 은정의 얼굴은 감쪽같이 변신을 하였다.
물론 은정은 화장을 완벽하게 지운 것은 아니었는데, 혹시나 조금 전 자신이 당했던 흔적이 모두 지워지면 범인이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기에 남에게 보이지 못할 우스운 모습이 가실 정도로만 정리하였던 것이다.
경찰이 왔을 때를 위해 증거를 남기는 철두철미한 모습을 지후는 깨닫지 못하고 은정의 그런 모습에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그런 것이라고만 짐작하였다.
지후가 이렇게 은정이 자신의 모습을 정리하는 것을 보고 있을 때 저 멀리서 여러 사람이 골목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상체에 어두운 곳에서도 자신이 경찰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야광 띠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소리에 긴장을 했던 지후는 그들이 경찰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을 하였다.
“여깁니다. 이쪽이에요.”
지후는 다가오는 사람들이 경찰이란 것을 확인하고 얼른 소리를 쳤다.
지후의 소리를 들었는지 경찰들은 걸어오던 걸음을 고쳐 뛰기 시작하였다.
금방 지후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경찰은 지후와 은정을 보며 경례를 하였다.
“실례합니다. 조금 전 전화를 주신 분이 어느 분이십니까?”
경찰의 질문에 지후는 나서서 말을 하였다.
“예! 제가 신고를 했습니다. 제가 집으로 가려는데, 여기서 여자의 다급한 목소리와 남자의 위협하는 듯한 소리를 들어……. 그래서 저기 있는 막대기로……. 붙잡고 경찰에 신고를 한 것입니다.”
“학생이 아주 기발한 생각으로 인질을 구출한 것은 칭찬할 일이야!”
지후의 설명을 듣고 경찰은 어린 지후가 참으로 용감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턱대고 이렇게 범죄자에게 달려드는 것은 본인이나 인질에게 좋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기에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다음에는 직접 나서기보다는 경찰에 신고를 해! 잘못하면 인질은 물론이고 본인도 사고를 당할 수 있으니, 알겠지! 그리고 조만간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거야!”
“네, 네?”
경찰서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는 말에 지후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것은 피해자인 은정도 옆에서 진술을 다 했는데, 또 경찰이 자신과 연락을 할 것이라니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지후의 표정에서 무얼 묻는 것인지 안 경찰은 웃으며 말해 주었다.
“용감한 행동을 했으니 표창장과 포상을 받아야지! 알고 보니 이놈 이 일대에서 부녀자만 노리는 강간범이었어.”
경찰의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은정은 정말로 아침에 엄마가 얘기했던 범인이 오늘 자신을 노렸다는 것에 몸서리를 쳤다.
은정은 다시 아까 전의 상황이 생각이 났는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지후의 손을 꼭 잡았다.
지후만 있으면 안심이 되는지 지후의 옆에 바짝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지후는 그런 것도 모르고 붙잡은 사람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를 불안에 떨게 했던 흉악범이란 것에 진저리를 쳤다.
또 한편으로는 흉악범의 손에서 인명을 구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

“그럼 수고하세요.”
지후와 은정은 경찰서에서 조서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였다.
집에 다다르자 은정은 엄마가 집 앞에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딸이 밤늦도록 오지 않자 전화를 하였는데, 경찰서에 있다는 말에 깜짝 놀라 오겠다는 것을 지후와 함께 있다는 말로 안심을 시키고 함께 갈 것이니 오시지 말라 하였더니 집 앞에서 기다린 것이다.
“엄마!”
“이것아, 늦으면 늦는다고 연락을 했어야지!”
“아, 몰라! 아무튼 엄만 지후에게 감사나 하라고!”
“무슨 감사?”
“지후 아니었으면 아마 엄마는 나 보기 힘들었을 거야!”
딸의 말에 현숙은 깜짝 놀랐다.
지후가 아니었으면 딸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했을 것이란 말에 너무도 놀란 현숙은 급하게 은정에게 물었다. 이때 지후는 아까 전 벌어진 일을 말하려는 은정을 피해 집으로 들어갔다.
“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지후야! 오늘 고마웠어!”
환하게 미소를 보이며 지후에게 인사를 하는 딸의 모습에 현숙은 둘이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딸을 윽박지르며 따져 물었다.
“이것아, 어서 말 못 해?”
그런 엄마의 모습에 은정은 피곤하다는 말을 하며 내일 아침에 하자며 집으로 들어갔다.
“아, 피곤해. 엄마 나 피곤해, 내일 아침에 얘기해! 알았지?”
그런 은정의 모습에 현숙은 지후가 들어간 곳을 잠시 노려보다 집으로 들어갔다.
자신이야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늦은 시각 가족도 아닌 세 들어 사는 학생을 붙들고 있기에는 좀 그렇다는 생각 때문에 한숨을 쉬며 집으로 들어갔다.
“에휴! 저것은 점점 누굴 닮아 가는지…….”


3. 첫 경험(1)


지후는 요즘 참으로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말았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꿈 때문이었다.
지후가 은정을 구하고 난 뒤부터 꿈에 나타나는 미녀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바로 은정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밤마다 꿈속에서 옥룡지존이 알려 준 그것을 익히기 위해 은정과 침상에서 여러 가지 자세로 관계를 가졌던 것이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행한 것이 아니지만 은정을 볼 때마다 꿈속의 일이 생각나 미칠 것만 같았다.
더군다나 꿈 때문에 은정을 피하려고 하는 자신인데, 은정은 그날 이후 지후를 보면 곁에 다가와 팔짱을 끼며 살갑게 굴었던 것이다.
남들이 보면 마치 애인이 남자 친구에게 아양을 떠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아주 살갑게 다가오는 것 때문에 지후는 더욱 곤욕이었다.
혈기왕성한 지후에게 1살 차이의 누나가 다가와 팔짱을 끼고 귀여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데, 어찌 그냥 참을 수 있겠는가?
다행히도 지금이 겨울이라 옷을 두껍게 입어서 그나마 지후가 참았지, 여름처럼 노출이 심했더라면 아마 지후도 그냥 참고 넘기지는 못했을 유혹이었다.
‘아, 은정 누나는 내게 왜 그러는 것이지? 정말 날 좋아하나?’
지후는 사실 은정에게 아무런 마음이 없었다.
그저 아는 누나이기에 말을 걸면 대화를 하고, 다가와 팔짱을 껴도 싫지 않은 정도이기에 빼지 않은 것뿐이다.
솔직히 은정이 꽤 미인이라는 것엔 지후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에 은정 같은 미녀와 어울린다는 것은 그녀에게나 자신에게나 둘 다 마이너스란 생각이 더 들었기에 피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볼 때마다 팔짱을 껴 대는 것을 남들이 보면 뭐라 그러겠는가?
지후는 이제 고아인 자신에게 지금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을 할 때이지 여자와 연애를 할 때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누나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이건 아냐! 다음에 누나를 보면 얘기를 해야지.’
그런데 지후가 이런 마음을 먹자 신기하게 그날 이후 은정과 만날 기회가 없어져 버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은정은 자신의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정신이 없었다.
연극영화학과인 은정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학과와도 연관이 있는 연기자 아르바이트를 친구들과 방학 동안 하기로 한 것이다.
사고가 있던 날, 친구들과 연기 연습을 마치고 술을 먹게 된 것도 다 그런 이유로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
지후는 그런 것도 모르고 한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은정이 보이지 않자 시원한 마음 반, 섭섭한 마음 반으로 정말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관심도 없었으면서 안 보이니 그제야 관심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일단 자신도 겨울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더 늘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겨울은 없는 사람들에게 더욱 가혹한 계절이다.
난방비도 그렇고, 또 물가도 다른 계절에 비해 비싼 것이 사실이기에 지후는 아르바이트를 좀 더 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만나 얘기를 나누지 못한 채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을 보내는 사이 지후는 어느덧 졸업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