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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3화)
1. 아버지의 유품(3)
교무실에 들어선 지후는 담임인 최병호 선생님의 자리로 향하였다.
“그래, 자리에 앉아라!”
담임은 지후에게 빈 의자를 건네며 이야기를 시작하였다.
“자, 보자! 지후는 아직 입시 상담을 하지 못했지?”
“네!”
지후는 병이 악화된 아버지를 급하게 병원에 입원시키고, 옆에서 간호하느라 학교를 결석하였기에 다른 반 친구들이 이미 담임과 입시 상담을 끝낸 것과 달리 상담을 하지 못하였다.
“선생님, 저 대학 포기하려고요.”
“아니 왜? 네 성적이면 수도권 안에 안정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왜 포기를 하려고 하냐?”
“그것이…….”
지후는 담임의 왜 포기를 하느냐는 질문에 말을 맺지 못하고 침울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런 지후의 모습에 담임은 ‘아차!’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내가 실수를 했구나!’
“지후야! 그렇더라도 잘 찾아보면 장학금을 받고 대학을 다닐 수 있는 곳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지후를 설득하려는 담임이지만 지후는 이미 마음을 정했기에 자신의 결심을 말하였다.
“물론 찾아보면 그런 대학이 있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도 제 성적을 알고 있는데, 그 성적에 장학금을 받는다면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는 곳이겠지요.”
지후는 너무도 냉정하게 자신에 대하여 내다보고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전 지방에 방을 새로 얻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혼자이니 아무런 부담 없이 갈 수도 있겠지만 정작 지방 대학을 졸업한 뒤에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러니…….”
지후는 자신이 지방 대학을 나와도 사회에서 써먹질 못할 것이란 투로 말을 줄였다.
이미 지후가 단단히 결심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담임도 포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말은 장학금을 주는 대학도 있다고 하였지만 최병호 선생도 지방 대학을 나와서 사회에서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너무도 아까운 마음에 말을 한 것이지만 이미 지후가 결심이 굳었다는 것을 알고 포기를 하였다.
“그래, 잘 알겠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아직 시간이 있으니 일자리부터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먹고는 살아야 되지 않겠냐는 지후의 말에 최병호 선생은 피식 웃고 말았다.
이제 겨우 사회생활을 시작할 어린 제자가 사회 물을 먹을 대로 먹은 늙다리마냥 말하는 것이 웃겼던 것이다.
“이놈, 이젠 내게 농담도 하고! 허허허! 알았다. 가 봐라!”
“네, 선생님!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후는 담임과 진학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업이 오전에 끝난 관계로 아르바이트까지 시간이 남게 되자 지후는 그동안 아버지 병간호와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낮잠을 자기로 하였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가져 보는 여유였다.
잠이 든 지후는 새벽에 꾸었던 꿈을 다시 꾸게 되었다.
이번에도 자신의 몸 주변에 안개와 같은 것이 깔려 있기는 하였지만 전과 달리 길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하게 보여 자신의 사부라 자칭하던 남천상의 누각으로 쉽게 찾아갈 수가 있었다.
지후는 안으로 들어서자 환하게 자신을 맞는 사부를 볼 수가 있었다.
“어서 오거라! 그런데 어딜 다녀오는 길이냐?”
자신을 사부라 강조하던 남천상은 시간의 흐름을 알지 못하는 듯 새벽에 자명종 때문에 강제로 잠을 깨어 배달을 하고 학교까지 갔다 와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찌 되었든 넌 이 세상 고난 받고 있는 여자들을 구원할 책임이 있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 것인가? 자신의 사부라 강조하는 저분은 시대를 앞서 간 페미니스트였던 것인가? 이제 겨우 열아홉 살인 자신보고 세상의 여인들을 구원하라니, 지후는 할 말을 잃었다.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 주는 것을 잘 보고 따라 하여야 한다.”
남천상은 지후가 어떤 말을 하기도 전에 자신의 말을 끝냈는데, 남천상이 말을 끝내기 무섭게 주변 환경이 다시 한 번 바뀌기 시작하였다.
운무가 바닥에서 올라오더니 멋들어진 침상에 아름다운 미녀가 누워 있는 것이었다.
대단한 미녀인 것은 알겠는데, 지후가 미녀의 얼굴을 자세히 확인하려고 하면 얼굴이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로 모호해졌다.
너무도 신기한 현상이기는 하지만 지후의 눈이 더욱 커질 만한 뜻밖의 일이 이어서 벌어졌다.
남천상이 침대로 오르더니 미녀의 옷을 하나하나 벗겨 나체로 만들었던 것이다.
경험은 없지만 이미 알 것 다 알고 있는 나이인 지후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낯 뜨거운 장면에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당황하였는데, 이상한 것은 몸이 자신의 통제를 벗어났는지 고개가 돌아가지 않고 남천상과 미녀가 벌이는 일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2. 주인집 누나의 위기(1)
지후도 나이가 있기에 지금 남천상이 미녀와 벌이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말로 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한자로 정사(情事)라고도 하고 영어로 섹스(Sex)라 하기도 하는 인간의 종족 보존의 방법이었다.
현대에는 성(性)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매체들이 너무도 많아, 아니, 흘러넘친다.
지후도 많이는 아니지만 친구들과 함께 성인 비디오를 보았었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지는 않았다.
“이 자세에서는 여인의 유근혈을 자극해 주고, 이 상태에서는 승장혈을……. 이렇게 여자의 인체에 있는 혈들을 자극하여 상승한 내기를 자신의 내기와 혼합을 하여 일주천을 시킨 다음…….”
남천상은 알몸으로 붙어 있으면서도 아무런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지후를 향해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가 하는 설명은 어떻게 들으면 음란하게 들릴 법도 하지만 지후에게는 그 어떤 명언보다도 머릿속에 쏙쏙 박혔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절대로 토정(吐情)을 해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한동안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던 남천상과 미녀는 급기야 마주 앉아 서로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마지막으로 여성의 몸에 일주천한 내기를 내 몸으로 다시 이끌어 회음, 요기, 명문……. 돌아 천돌, 한중, 기해를 거쳐 단전으로 이끌면 옥룡신공의 일주천이 끝나는 것이다.”
시범이 끝나서일까? 미녀와 남천상이 있던 침상 주변에 다시 운무가 끼더니 남천상은 지후의 옆에 와 있었다.
“이번에는 네가 한번 해 봐라!”
남천상의 해 보라는 말과 함께 지후의 옆에 미녀가 누워 있는 침대가 보였다.
“아, 아니, 이거……. 이거.”
당황하고 있는 지후에게 언제 다가왔는지 침대에 있던 미녀가 옆에서 말을 걸었다.
“상공! 이리 오시어요. 절 사랑하지 않으시나요? 어서 절 사랑해 주세요.”
너무도 유혹적인 미녀의 말에 지후는 무엇에 홀린 듯 옷을 한 꺼풀 한 꺼풀 벗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순간 태초의 모습으로 돌아간 지후는 조금 전 옥룡지존이 그랬던 것처럼 미녀의 몸을 애무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 순간 지후의 등 뒤에서 호통 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것이냐?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옥룡신공을 운기하라고 했지, 누가 네 욕망을 분출하라고 했느냐!”
옥룡지존의 호통에 지후는 번쩍 정신이 들었다.
‘헉,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정신을 차리기는 하였지만 몸은 이전과 다르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금 전 남천상이 그랬던 것을 그대로 실현하고 있었다.
뒤에서 남천상이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 지후는 그대로 실천을 하여 미녀의 몸을 자극했다.
지후가 옥룡지존의 지시를 잘 따를수록 밑에 깔린 미녀의 신음 소리는 더욱 고조되었다.
“아흑!”
그리고 미녀의 신음이 고조될수록 지후의 몸은 더욱 빠르고 부드럽게 또 때로는 거칠고 힘 있게 율동을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계속되던 남녀의 공방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미녀는 지후의 무릎 위에서 그의 목을 끌어안고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축 늘어졌다.
‘헉헉헉!’
지후는 무엇이 그리 힘이 드는지 격하게 신음을 흘렸는데, 그의 몸은 조금 전보다 더욱 단단해진 느낌을 받았다.
아니 무언가 내부에 들어찬 포만감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에잉, 수백 년 만에 맞은 제자가 이리 둔해서야!”
만족해하고 있는 지후의 뒤로 남천상이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혀를 차고 있었다.
‘무엇을 내가 잘못했나?’
자신이 실수한 것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하늘에서 천둥소리와 같은 엄청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였다.
때르르릉, 일어나! 일어나!
지후는 그제야 하늘에서 들리는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깨닫고 얼른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남천상을 향해 지후는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아마도 지금 제가 꿈에서 깨어나야 할 시간인가 봅니다.”
지후는 남천상이 인연자니 뭐니 했을 때 그냥 개꿈을 꾸고 있구나 하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 정도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는 모르겠지만 전 이만 이 꿈에서 나가 일을 해야 하루를 먹고살 수가 있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
남천상에게 인사를 하고 잠에서 깨자는 생각을 하자 지후는 눈이 번쩍 떠졌다.
낮잠을 자다 깨어난 지후는 어딘지 모르게 몸이 가볍다는 생각이 들었다.
꿈에서 느꼈던 그 기분이 조금 남아 있어 그런지 아랫배가 빵빵하게 뭔가 들어차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만에 낮잠을 자서 그런지 상쾌하네!’
자명종 시계를 들어 시간을 확인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시간까지 2시간 정도 여유가 있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였다.
세수가 끝나고 낮잠을 자느라 거른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편의점으로 갔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개운함이어서 그런지 지후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
은정은 오늘 학원 친구들과 늦게까지 연기 연습을 하였다.
그런데 그냥 헤어지기 아쉽다며 맥주 한 잔만 하고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 넘어가 술을 마시다 보니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매일 다니는 길이지만 오늘은 왠지 어두운 골목길이 무척이나 낯선 느낌에 약간 두려운 마음이 생겼다.
“아이, 오늘따라 왜 이러지? 뭐라도 나올 것 같네!”
가뜩이나 두려운데 갑자기 아침에 들은 엄마의 말이 생각이 난 것이다.
“너 일찍일찍 다녀!”
“왜? 나 오늘 친구들하고 연기 연습이 있어서 늦을 거란 말이야!”
“그럼 연습 끝나면 엄마에게 연락해! 알았지?”
“내가 애야! 알아서 할 테니 신경 꺼!”
“이것아! 요즘 이 동네가 얼마나 흉흉한지 몰라서 그래? 너 엊그제도 저기 옆 골목에서 젊은 처녀가 봉변을 당했다고 하는데, 엄마가 지 걱정하는 것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