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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1(18화)
제3장 퀘른 대결전(8)
츠과아아아앙.
플라즈마가 엄청난 기세로 타오른다! 이누타브는 블레이드를 거머쥐더니 그대로 청광(靑光)의 검을 던져 버렸다. 그 속도도 인간의 눈으로는 간파할 수 없을 정도다.
꽈과광!!
맞은 자리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청색 빛이 괴물의 전신을 보호하던 룬의 장막을 일격에 박살 내고 세포 단위부터 붕괴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이누타브 블레이드의 권능이다.
[기요오오오오오…….]
높이만 30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괴물은 그 검에 한 번 맞더니 대번에 크기가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곧 크기가 5미터까지 줄어들었을 때 계속해서 몸이 불에 타올랐다. 마치 달팽이가 소금에 쪼그라드는 모습 같았다. 이누타브가 끝장을 내려고 검을 회수했을 때였다.
파밧.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소유권 이동. 1분이 완료되었습니다.]
“어?”
나는 어느새 전신의 감각이 돌아와 있었다.
“…….”
나는 설마 하는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전신이 쪼그라들고 있지만, 아마 어지간한 물리 공격과 마법 공격도 안 통하는 괴물이 있었다. 괴물은 여전히 살의에 넘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점차 몸이 재생하고 있다.
슈르르륵.
거기에다가 내궁은 저 괴물 때문에 무너지고 있다.
사방에서는 물로 만들어진 괴물들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물리 공격도 안 통하는 것들.
꿀꺽.
나는 처음으로 회의 어린 소리를 내었다.
“살 수…… 있을까나?”
제4장 신의 존재 증명(1)
나는 재빨리 사방에서 다가오는 물 괴물들을 바라보았다.
Monster : 사이킥 워터 엘프
Lv. 16 합성괴물
Lv. 5고대 종족
Lv. 2탈마히라의 피조물
‘엘프?’
나는 엘프가 뭔지 모른다. 엘프라고 해도 오백 년 전에 모종의 일로 멸종된 비운의 동물이라는 말밖에 못 들었다. 나 외에도 엘프에 대해 그 이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단지 지금은 고대의 몬스터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아마 탈마히라라는 놈은 이누타브와 같은 사방신(四方神) 중 하나일 것이다. 엘프 로드라는 녀석은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서 그 신의 수하로 들어갔다.
지금은 신의 지식이 잠시나마 남아 있어서 저 괴물의 실체를 간파할 수 있다. 저들은 몸과 영혼을 워터 엘리멘탈(Water Elemental)로 바꾼 후, 숙주를 찾아서 기생한다. 그리고 숙주가 죽으면 다시 물의 형태로 변해서 다른 숙주가 흡입할 때까지 기다린다. 저것이 엘프 종족이 오랜 시간을 지나면서 살아남은 방법이다.
‘……퀘른의 초능력자란 녀석들은, 다 엘프의 숙주였구만.’
물론 초능력이란 건 진짜 있는 힘이다. 안 그러면 레벨이 보일 리가 없다. 자연적인 초능력자가 발생할 확률은 매우 적지만, 엘프가 기생하면서 초능력을 빠르게 각성시켜 준다. 이 도시에서 물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초능력을 깨닫는다.
나는 물 괴물 사이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고 인상을 찡그렸다. 백색 머리칼에 귀여운 얼굴. 조금 작은 키.
“그랑시엘…….”
그랑시엘은 아까와 다름없는 얼굴이다. 단지 눈이 새파랗게 변해서 손을 내게로 뻗고 있다. 바로 공격하지 못하는 것은 내 손에 이누타브 블레이드가 시퍼렇게 불타고 있기 때문이다. 몸속에 기생한 엘프가 영향을 받는 것이다.
조종당하고 있는 그랑시엘을 구해 낼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가까이에 블레이드를 갖다 대서 몸속의 엘프를 태워 버려야 한다. 부작용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기요옷!]
“어익쿠!!”
퍼엉.
쏴앗 하고 지렁이 괴물의 촉수 하나가 하단을 베어 온다. 나는 뒹굴어서 피했다. 범위에 걸리자마자 물 괴물 하나가 터져 나간다. 제대로 맞으면 상반신이 날아갈지도 모르겠다. 나는 아직까지 그랑시엘과 다른 괴물들이 이쪽을 경계만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확신했다.
그건 이누타브 블레이드 때문이다!
‘마법은 안 통할지 몰라. 하지만 이누타브 블레이드에 정확히 맞는다면!’
괴물은 현재 5m 크기.
촉수를 가득 뻗고 있어서 면적은 두 배는 넓어 보이지만 아까처럼 부담스럽지는 않다. 나는 잡졸들보다는 대장을 먼저 처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에 옮겼다.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스킬을 생각해 본다.
“소울 크러쉬(Soul Crush)!!”
우우웅.
퍼엉!
마주치는 것을 모조리 찢어 버리는 진공의 충격파가 검에서 튀어 나갔다. 지하의 괴물도 이 방법으로 빈사 상태로 만들었다. 안 통할 리가 없…….
카앙.
“……?!”
육각형의 진동이 울려 퍼지고 충격파가 부딪혀 깨져 버린다. 전혀 흔들리지도 않은 모습이다.
[대상의 패시브 실드에 막혔습니다. 디스필드 해 주십시오.]
무미건조한 글자가 눈앞에 스쳐 지나간다. 나는 주변에 몰려든 물 괴물들에게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들이대며 재빨리 촉수를 피했다. 성가시게도 저놈은 마력 결계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아까 보았던 그랜드 포스필드만큼은 아니지만 소울 크러쉬 정도로는 파괴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써 본 마법이 있다.
나는 측면으로 돌아가며 검을 휘둘러 외쳤다.
“블루 크림슨(Blue Crimson)!!”
파앗.
그러자 이누타브 블레이드가 청색의 화염에 불타더니 검날이 부풀어 올랐다. 부풀어 오른 검날은 용의 형상을 하며 꿈틀거렸다. 아까의 플라즈마 블레이드 정도는 아니지만 맞으면 상당한 위력일 것이다. 어쨌든 완전계 6클래스 주문이니까.
나는 검사의 스킬인 2연속 베기로 괴물을 후려쳤다.
콰아앙!!
허공에서 마력 결계가 파장이 되어서 공격을 잠깐 막아 내었지만, 곧 퍼석 하고 부서졌다. 다리 쪽에 일검을 맞자 괴물이 균형을 잃고 쓰러져 내린다. 고통스러운 외침이 울려 퍼졌다.
[쿠오오오.]
[실드 크랙Shield Crack 성공. 대상 실드 회복 중……. 완료까지 26초.]
“그 정도면 충분해!”
나는 거세게 외치며 마무리를 짓기 위해 뛰어들었다. 척 봐도 고통 때문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모습이다. 두세 방만 더 때리면 알아서 죽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달려드려는 순간, 뒤쪽에서 엄청난 기세로 화염구가 날아들었다.
“헉! 디스펠 블레이드!”
꾸웅.
급히 디스펠 블레이드로 화염구를 쳐 냈지만 손이 얼얼하다. 그것은 이누타브 블레이드가 계속해서 권능을 쓰는 동안에 힘이 조금씩 약해져서, 디스펠 블레이드도 위력이 약해진 것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그랑시엘이 이쪽을 바라보는 걸 보았다.
그랑시엘이 손가락 두 개를 모아서 슥 하고 나를 가리켰다. 손끝에서 두 개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피잇.
“……!!”
나는 급히 머리를 옮겼지만 손가락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 광선에 뺨이 그을렸다. 제대로 맞았으면 단박에 죽었다. 만약에 검사 레벨이 조금만 낮았다면 반응도 못 했을 것이다. 등에서 식은땀이 주륵 흘러내렸다.
이 자식 이렇게 강했나? 이 정도면 나보다 확실히 강하다! 나는 다시 한 번 그랑시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랑시엘
Lv. 26 사이오니스트
“왜?! 아까는 레벨이 더 낮았는데!!”
내가 경악하고 있자 다시 눈앞에 글자가 떴다.
[엘리멘탈 흡수에 성공해서 경험치 획득. 이종족 합신(合身)에 따른 보너스.]
엥?
그렇다면…….
내가 설마 하는 눈으로 그랑시엘을 바라보자 그의 입가에 미소가 맺힌다. 백색 머리칼이 휘날렸다.
“맞아. 난 지금 제정신이라고.”
그랑시엘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어느새 아까처럼 편안하게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좀 더 사악하고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건 오백 년 동안이나 육체를 떠돌며 사기(邪氣)를 축적시킨 엘프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강해졌어. 이제부터 좀 더 강해질 예정이야. 그러니까 당신은 나를 막지 마. 그러면 살려 주지.”
“막지 말라고?”
그랑시엘은 팔을 활짝 벌렸다.
“하나를 먹었는데도 전신이 뇌가 된 것 같아. 초능력에 필요한 연산회로가 미친 듯이 꿈틀댄다고. 내 특기인 화염(Flame) 최고 기술도 지금이라면 장난처럼 펼칠 수 있어. 이 도시 내의 어떤 초능력자와 싸워도 지지 않아. 하나만 먹어도 이 정도라면…….”
그랑시엘의 눈이 광기로 물들었다.
“이것들을 다 먹어 치우면……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이 강해지겠지?”
나는 마음속으로 그 말을 들은 순간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흥.”
‘웃기고 있네.’
상식적으로 워터 엘리멘탈을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치자. 그래서 네 말대로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치자. 하지만 넌 이미 틀렸어…….
그랑시엘
Lv. 26 사이오니스트
내 눈에는 한 줄이 더 보이거든. 방금 전부터 확실히.
Lv. 2 고대 종족
‘이미 저 자식은 인간이 아냐!’
그 이유는 명확하다.
고대 종족 엘프의 힘을 초능력으로 제압했다고 하더라도, 오백 년 동안 인간의 육체를 넘나들며 쌓아 온 사기(邪氣)는 장난이 아니다. 아이들을 위해 염동력으로 쓰레기를 주울 정도로 착했던 그랑시엘이 단번에 눈에 보일 정도의 악한 기운을 방출한다. 저 상태에서 더 흡수해 봤자 좋은 꼴은 못 볼 것이다.
그리고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자신의 귀가 점차 길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인간으로 볼 외모는 아니다. 아마 저 모습이야말로 전설의 엘프(Elf)라는 게 아닐까.
“더 말할 필요도 없겠군!”
나는 흥, 하고 콧방귀를 뀌고는 힐끔 뒤쪽을 바라보았다. 벌써 26초가 다 되어서 괴물의 마력 결계가 복구되었다. 점차 거대한 촉수를 들어 올려서 나를 공격할 틈을 엿보고 있는 중이다. 이성은 없지만 전투 논리는 건재하다.
앞에는 강대한 초능력자.
뒤에는 촉수 괴물.
아 제기랄! 망할 이누타브 같으니. 제멋대로 일만 벌이고 튀어 버리면 난 어떻게 하란 말이냐?! 난 원래 신이란 걸 믿지도 않았지만 정나미가 떨어진다! 이런 미친놈을 좋다고 믿는 사제라는 것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
……그럼 시작해 볼까?
“그랑시엘. 넌 한 가지 잊고 있어.”
불쑥 튀어나온 말에 그랑시엘이 흠칫한다. 의외인 듯하다.
“어떻게 내 이름을…….”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나한테 이름 말한 적 없었지? 나는 씩 하고 더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러자 그랑시엘의 얼굴이 썩어 들어간다.
아, 나는 저 표정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 나는 그랑시엘의 마음속에 혼란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말했다.
“넌, 이놈들을 아무리 흡수해 봤자 이 검 앞에서는 한 방이라고!!”
파지직.
블루 크림슨의 힘이 맥동하면서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타고 흘렀다. 그 청색 빛을 쬐자마자 모든 괴물들이 흠칫하면서 물러난다. 심지어는 그랑시엘조차도 자신도 모르게 두 걸음이나 물러났다. 본능적인 두려움이다.
나는 오만하게 외쳤다.
“지금 당장 죽일 수 있는데도 참고 있는 거라고, 알아?!”
“큭……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랑시엘이 이를 악물면서 손을 자기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백색의 폭염이 엄청난 기세로 일어난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척 보기에도 예전에 센마가 썼던 룬 오브 사이로니드에 뒤지지 않는다. 저런 강대한 힘을 주문도 없이 사용하다니 역시 괴물이다.
하지만 나는 도리어 강하게 나갔다. 척하고 다른 손을 수평으로 내뻗으며 말했다. 나름대로 생각해 낸 멋진 포즈다.
“트위스티드의 센마가 내 손에 쓰러졌다! 그리고 퀘른 성주란 놈도 트위스티드의 서열 2위였는데 이 몸 앞에서 찌그러졌다! 너 따위 녀석이 나한테 덤벼 봤자 태양에 달려드는 반딧불에 불과한 것!”
훗.
나는 자뻑하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45도 각도는 유지한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이 몸을 따른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뭐…… 뭐야? 대체 넌 뭐야?!”
응?
나는 단순히 도발해서 전의를 잃게 할 생각이었는데 뜻밖에도 그랑시엘이 이빨을 덜덜 떨며 외쳤다. 그랑시엘의 몸이 점차 굽혀지더니 이윽고 턱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내려간다.
그 모습은 신에게 경배하는 사제와 같다고 느껴진다.
그랑시엘의 마음속에는 혼란이 가득하다. 전투력은 분명히 자신이 월등하다는 걸 아는데도 내게 자꾸만 복종심이 생기는 것이다. 나는 뭔 일인지는 모르지만 이게 바로 기회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냐?”
“…….”
멍하니 땅을 쳐다보던 그랑시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더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른 놈들 다 쓰러뜨리면 가르쳐 주지.”
싸우려면 니들끼리 싸우라고!
“큭……!! 아냐, 왜?! 말도 안 돼!!”
위잉.
그랑시엘의 몸이 움직였다. 그러더니 화염탄을 떠올렸다. 스스로도 이해 불가능한지 그랑시엘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예쁘장한 얼굴이 멍해지는 걸 보고 있자니 신기하다. 그랑시엘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사방으로 화염탄을 발출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