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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1(12화)
제3장 퀘른 대결전(2)
슈웃!
펑.
나는 급히 검을 가로로 세워서 막았지만 귀 옆의 머리가 터져 나가는 걸 느꼈다. 검기의 압력이 너무 강하다. 만일 조금만 운이 없었으면 머리가 꼬챙이처럼 꿰뚫렸을 것이다. 나는 그 속도와 정확도에 경악하면서 필사적으로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챙!
챙!
“크억!!”
나는 비명 소리를 내질렀다. 겨우 열 번 무기를 마주쳤을 뿐인데 어깨 살이 베여 나갔다.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살이 한 움큼 떨어져 나갔다. 가죽 갑옷을 입지 않았다지만 제대로 당하면 뼈째 잘려 나갈 것 같다.
뭐 이런 괴물이 다 있어?!
휙.
“핫!”
도저히 근접전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품속에 있던 천둥석을 재빨리 꺼내서 던졌다. 화이트 유니콘이 쓰다 남은 걸 주웠다. 센마가 휙 하고 피했지만 천둥석은 유도 기능이 있어서 센마의 등 뒤로 돌아갔다.
센마의 다리를 노리고 기묘하게 튕기는 천둥석을 도저히 피하지 못할 것 같았지만, 센마는 한쪽 다리를 쭉 펴면서 전신을 휘리릭 돌리면서 각도를 뒤틀었다. 사람이 저런 것도 가능한가?!
‘지금이다!’
센마의 주위가 팔린 틈에 나는 한 걸음 물러서서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들고 주문을 외쳤다. 맨몸으로 붙으면 무조건 딸리잖아.
“루나 플레이트(Lunar Plate)!!”
스스스승.
익숙한 은색 쟁반이 몸 전체를 감쌌다. 나 자신을 방어하고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주문이다.
퉁.
“그 정도 주문!”
손을 흔들며 검기를 발휘해 천둥석을 쳐 낸 센마가 그 광경을 보자 자기도 떨어져서 주문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눈에 약간 당황한 기색이 어려 있었다. 내가 마법을 쓸 줄은 몰랐나 보다.
나는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 센마는 이 주문이 6클래스라는 걸 알 테고, 파괴하기 위해서 그만큼 고레벨의 주문을 준비할 것이다.
“§†ΖΠ…….”
파파팟.
손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센마는 수인을 맺으며 빠르게 주문을 외웠다. 고레벨 주문을 외우는데도 영창 속도나 정확도가 내 두 배는 되는 것 같다. 은은한 룬의 글자가 다섯 개나 떠오르는 게 심상치 않았다. 아마도 7클래스의 화염 주문인 블레이즈 스톰을 준비하는 것이다.
제길. 그런 건 전쟁에나 쓰는 대량학살 주문인데 나 한 명한테 쓰겠단 거냐?
하지만……!!
지이잉.
그 순간, 나는 크게 외쳤다. 산천이 떠나가라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으아아아아앗!!!! 각오해라 센마!! 나의 소드 오오라(Sword Aura)를 보여 주마!”
“아니, 뭐라고?!”
센마는 주문을 외우다 말고 기겁했다. 그렇다고 이미 외운 주문을 멈출 수는 없는지 계속 수인을 맺고 있는 모습이 웃겼다. 내 외침과 동시에 이누타브 블레이드 주변에 은은한 빛 무리가 감돌기 시작했다.
웅웅웅웅.
소드 오오라.
대륙에서 오직 열 명밖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검기의 결정체. 소드 오오라는 천지 아래 가장 강력한 힘으로 불리며, 설령 아다만타인이나 미스릴, 오리하르콘으로 만들어진 것조차도 소드 오오라를 견딜 수는 없다고 한다. 동방에서는 검강이라고도 부른다.
백색 휘광이 엄청난 기세로 이누타브 블레이드에 몰려드는 것을 본 센마의 정신이 흔들렸다. 저래서야 집중이 흐트러져서 제대로 주문을 사용할 수가 없다. 그 광경을 본 나는 기합을 내질렀다.
목에 힘줄이 솟았다.
“이야아압!!!!!! 산∼천∼초∼목이여!!!!!! 지구인들!!!! 내게 힘을 빌려줘어어어!!!!!”
이 일격에 영혼이라도 걸 기세였다.
‘크윽.’
센마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정말로 내가 소드 오오라를 쓴다면 이 자리에서 죽은 목숨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 돼……!!’
걱정과 근심은 결국 화를 불러왔다.
콰지직.
“아악!!”
허공에서 연성되던 7클래스의 주문, 블레이즈 스톰(Blaze Storm)의 주문이 중간에 시전 취소되고 말았다. 허공에 그려지던 붉은 빛의 선이 유리알처럼 깨져서 사라졌다. 시전자의 정신 집중이 부족해서 영창이 완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반작용은 고스란히 센마에게로 돌아갔다.
풀썩.
센마는 마치 라이트닝 주문에 맞은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그 자리에 쓰러졌다. 정신력의 폭발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마법사에게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훗.”
전설의 영웅처럼 검을 치켜들고 있던 나는 그 모습을 내려 보며 입꼬리를 치켜 올렸다.
나는 스윽 하고 이누타브 블레이드의 뒷면을 보았다.
거기에는 사흘 전 내가 직접 만든 1클래스, 라이팅(Lighting)의 스크롤이 살짝 붙여져 있었다. 루나 플레이트 때문에 내 행동이 안 보이는 몇 초 사이에 재빨리 라이팅 스크롤을 붙였다. 그리고 이누타브 블레이드의 쓰잘데기 없는 능력인 검광(劍光)을 사용해서 마치 소드 오오라를 발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뭐, 만일 주문 실패하지 않았더라도 티마이오스를 사용해서 피할 수 있었으니까. 근데 센마의 주문 영창이 너무 빨라서 쫄아 버린 건 사실이다. 나는 강적을 이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연기 스킬이 올랐습니다!]
[허세 스킬이 올랐습니다! 타이틀 ‘전설의 허세왕’을 얻었습니다! 추가 경험치 획득!]
……별로 달갑지 않은 글자가 또 눈앞에 나타난 것을 제외하면, 정말로 기분이 좋을 터였다.
나는 타이틀을 확인했다.
일단 전설의 허세왕 타이틀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지능(Intelligence)과 지혜(Wisdom)가 ‘허세’를 발동할 때에 한해서 +10이 된다. 지금 내 지능은 레벨업 보정과 합쳐서 23이고, 지혜는 21이다. 지능이나 지혜가 30을 넘으면 통칭 천재라고 불리는 자들과 같은 레벨의 두뇌회전이 가능해진다.
또한 상대가 속아 넘어갈 확률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상대의 지혜가 높다면 걸리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 허세에 속아 넘어가게 될 것이다. 게다가 추가 스킬인 ‘대선동’, ’쿠데타’ 같은 게 추가되었다.
이렇게 좋을 수 있…….
“……을 리가 없지?!”
나는 전설의 허세왕 타이틀에 달려 있는 단점을 보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유일한 단점. 그것은 일단 허세를 시작하면 도주(Runaway) 불가능!! 허세는 당당히 버티고 서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도망 따윈 있을 수 없다는 허세왕 1세의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그는 평생 동안 한 번의 허세도 실패하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이봐. 허세왕 1세는 대체 어디의 누구냐. 이거 좀 맛이 간 거 같아.
“할 일은 해야지. 바인드!!”
나는 4클래스의 바인드(Bind) 주문으로 센마를 포박했다. 영창이 끝나자마자 다섯 개나 되는 빛의 고리가 센마의 사지를 결박했다. 겉으로는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경계를 억제하고 뇌의 의사 전달을 절단해 버리는 주문이었다. 아무리 힘이 강해도 이 주문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물론 센마 정도 되는 마법사라면 수인제거 영창(Antimove Spell)으로 바인드 주문을 디스필드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허튼짓을 못 하도록 할 필요성을 느꼈다. 나는 1시간 정도 작업에 들어갔다.
이윽고 센마가 깨어났다. 그러고는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일어났…….”
내가 말을 걸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지른다.
“당장 치워어어어어어어어!!!”
나는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싫은데?”
센마의 눈앞에는 길가에서 잡은 들고양이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센마가 바인드로 묶여 있는 곳은 나뭇등걸이었다. 나는 나뭇가지 위에 들고양이를 매달아 놓고는 고양이의 하체를 센마의 눈앞까지 바싹 갖다 대었다.
냐∼옹.
홀리 파이터 레벨이 오르면서 ‘종교(religion)’ 스킬이 상승한 덕분에, 나는 센마의 종교를 대충 알 수 있었다. 블랙 드래곤을 숭배하는 컬티쉬 드래곤(Cultish Dragon)이란 것이었다. 센마는 아마 광신도에 가까울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컬티쉬 드래곤에서는 ‘고양이’를 금기의 생물로 지정했다. 고양이를 키우기는커녕 바라보거나 만지는 것조차도 금지되었다. 만일 고양이에 손을 대기라도 하는 날에는 대사제라도 파문되었다. 그 이유인즉슨 블랙 드래곤들이 고양이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뭐 때문에 그 덩치 큰 도마뱀들이 고양이를 무서워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덜렁덜렁.
냐∼옹.
검은 고양이는 앞발이 1클래스 주문인 마법의 손(Magic hand)에 고정되어서 몸을 길쭉하게 늘이고 있다. 그저 배가 고픈지 하염없이 우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왠지 귀찮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센마에게 당당하게 외쳤다.
“네 뒤를 불지 않는다면, 고양이를 더 잡아와서 울음소리를 들려 주마! 잠 같은 건 없다!! 24시간 고양이 지옥이다!!”
“그만둬어어어어어!!!”
“큭큭큭큭.”
스윽.
나는 옆에 한 마리 더 잡아 둔 갈색 고양이를 꺼내서 센마의 뺨 근처까지 갖다 대었다. 그러자 센마의 전신에서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센마는 전신을 학질 걸린 것처럼 덜덜 떨었다.
“그, 그만해라…… 고양이는 안 된다…….”
“정말?”
스윽.
“아…… 안 돼!”
“돼!”
그러고는 갈색 고양이의 얼굴을 센마의 뺨에 대고 비비적거렸다. 센마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고문이 끝난 것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를 더 잡아와서 사방에서 낼름낼름 핥게 했을 때였다. 센마는 괴로움의 절정에 달한 표정으로 기절해 버렸다. 아무래도 이건 그녀 본인이 고양이를 싫어할 뿐만이 아니라, 교단 자체에서 고양이를 무서워하도록 세뇌를 걸어 버린 모양이다. 그 때문에 정신 마법에 당하는 것과 같은 데미지를 받은 것이다.
[고문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고문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자꾸만 뭔가 이상한 스킬이 상승하고 있는 건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아, 왜 이상한 글만 뜨는 거야? 한참 후에 센마가 깨어났을 때,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놀랍게도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고…… 고양이만은 참아 다오……. 차라리 인두로 지지거나 냉기 마법으로 고문을 해라……. 구타를 하거나 주리를 틀어라……. 고양이만은 안 된다…… 제발…….”
“싫어.”
네 맘대로 해 줄 줄 알고?
“크…… 크윽…….”
센마는 잠시 후 뭔가를 결심한 듯 말했다.
“아, 알겠다. 조금 정도라면 말해 주겠다.”
나는 그녀의 말문이 트인 걸 깨달았다. 이제야 트위스티드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손쉽게 센마를 굴복시켰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야 센마는 어떠한 고문에도 견뎌 낼 수 있는 프로페셔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단지 고양이라는 약점이 너무 컸을 뿐이다.
센마가 속한 트위스티드(Twisted)는 룬 마스터들의 집합체였다.
룬 마스터란 것은 태초의 언어 중 하나인 룬(Rune)을 복구시키고 강화시켜서, 기존 마법의 증폭제로 쓰는 직업을 말하는 것이다. 센마는 그중에서도 엘더 룬 마스터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룬 술사이다.
또한 트위스티드는 블랙 드래곤을 포함해서 9개의 교단을 각각 모시고 있다. 드래곤의 종류에 따라서 골드, 실버, 블랙, 레드 등등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를 도와주면서도 견제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성왕에 의해 드래곤들이 하라빈타로 쫓겨난 후 트위스티드들은 그 세력이 크게 약해져서, 지금은 마법사 길드의 견제 때문에 변변히 대륙에 나오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룬의 비밀을 노린 다른 마법사들이 습격해서 빼앗을 우려 때문이다.
그러던 중 달과 참형의 신, 북방신(北方神) 알기로스가 말했다.
[사방신은 이제 곧 부활할 것이다. 사방신이 부활하는 날, 성왕이 만든 인간의 세계는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가 생겨나리라. 그 질서를 위해서 너희들은 각 신의 사자들과 힘을 합치도록 하라.]
“사자?”
센마가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그래. 사자(Messenger).”
불현듯 나는 내가 ‘이누타브의 사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가 소멸된 것을 떠올렸다. 그 말대로라면 나는 동방 신의 사자로서, 어찌 보면 트위스티드들의 동료였다. 약간 복잡한 기분으로 센마의 말을 듣기로 했다.
“사방신은 각자 하나씩의 사자를 두고 있다. 그 사자들은 신의 권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으며 반신(半神)이나 다름없는 육체를 지니게 되지. 성왕도 사방신의 사자였기 때문에 드래곤을 북방 하라빈타로 쫓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성왕도 사방신의 사자였다니. 뭐 중요한 사실은 아니군.
센마는 자신 있게 말했다.
“사방신의 사자들이 다 모이게 된다면 설령 대륙의 모든 강자들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이길 수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벌써 두 명의 사자를 찾아내었다!”
“두 명?”
나 같은 녀석이 둘이나 더 있다는 거냐.
“그들은 이미 대륙 곳곳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다. 이미 우리 행사를 막으려고 해도 늦었어. 더 늦기 전에 이 속박 주문을 풀어 주고 당장 이 고양이들을 치워라.”
“싫어.”
무심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나는 차가운 도시 남자니까. 그러자 센마가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치워라. 아니, 치워 줘. 잠깐만 가지 마라. 그래, 알겠으니까 미안하니까 이걸 좀 치워 줘. 제발…… 우리 모두 같은 인간이잖니? 흑…… 흑…….”
“오∼냐.”
나는 센마가 우는 걸 보고 나서야 고양이를 치웠다. 그리고 다시 4클래스로 위력을 키운 슬립(sleep) 마법을 시전해서 잠들게 만들어 버렸다. 왠지 나는 센마가 얄미워서, 기어코 눈물을 보아야 만족이 된 것이다.
[축하합니다! ‘고문의 프로’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괴상한 글자 따위는 이제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센마를 내버려 두고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퀘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