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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1(7화)
제1장 레벨 1(7)


쉬익.
시험 삼아서 센마에게 검을 휘둘러 보았지만 그냥 스쳐 지나갔다. 나도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센마의 샴시르가 나를 베려는 것을 피해서 센마의 뒤로 돌아가 보았다. 그리고 매직 미사일을 다시 외우기 시작했다.
그때까지가 약 5초, 그 시간이 지나자 티마이오스의 공간이 사라졌다. 센마는 샴시르로 내 목을 베어 가다가 목표가 사라지자 흠칫한 것 같았다. 나는 이때다 싶어서 매직 미사일을 발사했다.
퍼억!
“큭!”
센마는 짧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급히 물러났다. 매직 미사일은 거센 장정이 전력 펀치를 내지르는 것의 2배 정도의 힘이다. 아무리 단련되어 있어도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센마가 뒤로 물러나자 나는 곧장 외쳤다.
“소울 크러쉬(Soul Crush)!!”
이것도 뭔가 있겠지?
기대감에 부풀어서 기다리고 있자 눈가에 글자가 떠올랐다.
[사용자의 레벨이 낮아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최소 사용 레벨 30.]
“…….”
“…….”
허점을 보여서 흠칫하고 있던 센마, 나를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 있던 기사들, 그리고 뻘쭘하게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치켜들고 있는 나. 사람 없는 쓸쓸한 관도에 한줄기 차가운 바람이 쓸고 지나갔다.
휘잉.
침묵이 계속되었지만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센마는 어떤 공격이 다가올지 몰라서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사들은 내게 생각이 있을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뻘쭘했다.
아, 쪽팔려…….
나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걸 감추고 외쳤다.
“센마! 네가 강한 것도 알고 있고 트위스티드의 멤버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우리한테 덤비면 결코 무사하지 못할 거다!”
나는 자신감 넘치게 주먹을 불끈 쥐며 외쳤다. 사실 마음이 떨려서 손도 떨리기 때문에 그걸 감추려는 거다.
“더 이상 덤빈다면 아까보다 더 대단한 마법으로 쓰러뜨려 주마!!”
“뭣……!!”
센마가 경악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센마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레벨이 높은 사람의 마음은 잘 듣기 힘들지만 정신이 흔들리면 쉽게 읽을 수 있다.
센마의 눈이 떨리고 심장이 크게 맥동했다.
빠르게 가라앉혔지만 동요를 숨길 수 없어 보인다. 내 말이 정곡을 찌른 것이다.
‘저자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고 있지? 게다가 트위스티드의 정체까지……!! 그분께서 말씀하시길 우리 세력을 알고 있는 것은 하라빈타의 드래곤들과 제국 수장뿐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있을 수 없는 일……!!’
좋아! 잘 먹혀들어 가고 있다. 나는 쐐기를 박기 위해서 말했다.
“하라빈타까지 굳이 찾아가야겠나? 박수 칠 때 떠나라고!”
“……!!”
센마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고는 터번을 갑자기 확 풀었다.
후왁―
풍성한 머리칼이 마치 터져 나오듯이 허공에 물결쳤다. 이윽고 터번이 벗겨지고 드러난 모습은, 묘사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움의 극치에 이르러 있는 모습이었다. 약간 구릿빛의 피부에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오뚝하게 세워진 코와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일 듯한 검은 눈동자. 볼륨 있지만 흉하지 않은 완벽한 몸매.
태어나서 보지 못했던 이질적이고 완벽한 미모에 잠시 넋이 나가 있는 동안 센마가 말했다. 그 모습조차 조각상 같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겠다. 다음에 만날 때는 달과 참형의 신이 그대와 함께할 것이다.”
쉬익!
그러고는 센마는 곧장 프리 텔레포트로 사라져 버렸다. 왠지 저건 준비해 둔 주문을 준비 없이 실행시키는 거 같네. 역시 나랑은 격이 달라…….
난 센마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후 기대듯이 이누타브 블레이드를 지팡이 삼았다. 팔이 후들후들 떨린다.
“헤유.”
그 텔레포트가 너무 빠르고 역장이 강력해서 차마 막을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마에서 땀이 줄줄 새고 근육에 힘이 풀렸다. 아마 센마가 계속 공격해 왔으면 죽는 건 우리 쪽이었을 것이다. 이누타브 블레이드에 저장되어 있는 마법은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머리가 어질거릴 때 글자가 떠올랐다.
[허세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경험치 획득!]
[종교 스킬이 부족해서 ‘달과 참형의 신’ 키워드 분기를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레벨업!
레벨업 초과 경험치입니다.
저레벨 패널티 적용.
총 159,283의 경험치를 투자해 주십시오.

“……에라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긴장이 풀려서 쓰러져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제2장 왕도 필리아딘(1)


“……음?”
덜커덕덜커덕.
깨어났을 때는 마차 안이었다. 게다가 암흑이다. 창가로 한기가 스며드는 것을 보면 아마 밤중에 산을 달리고 있는 거겠지. 월광이 없는 날이라서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기(sight)’ 스킬을 올리시겠습니까?]
집어치워. 또 이상한 거나…….
나는 신경질적으로 이누타브 블레이드의 검집을 손가락으로 튕겼다. 역시나 내 맞은편에는 켈두스 백작이 누워 있다. 잘 보니까 얼굴에 맞은 흔적이 역력하다. 내가 디스필드를 못 쓰니까 정기적으로 때려눕혀서 기절시킨 모양이었다. 나는 어이없음과 불쌍함에 고개를 저었다.
‘기사들 맞아? 생각했다는 게 때려눕히는 거냐.’
크렌도스 성의 병사들만큼 무식하다. 늘 에서론 자작님께 이런 오크 같은 녀석들이란 말을 듣고 있으니 할 말 다 했다.
나는 남은 경험치를 확인하기로 했다. 어쨌든 강해지려면 레벨은 올려야지. 지금부터는 목숨을 걸고 모험한다고 생각해야겠다.

올릴 수 있는 직업과 레벨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사 8
마법사 5
검사 4
다음 중 하나를 선택해 주십시오.

“…….”
나는 왠지 앞으로는 병사로서 익힌 무술만으로는 헤쳐 나가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다. 하지만 이미 병사로서 레벨이 올라 있으니 세 개씩이나 되는 직업을 키우기도 힘들 것 같다. 그래서 고민하고 있을 때 도움말이 떴다.

도움말 :
직업이 많아서 고민이세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클래스 도미네이션(Class Domination) 시스템!
현재까지 달성한 해당 클래스의 경험치를 변환시켜서 기존의 다른 클래스 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경험치 손실 비율은 75%입니다.
예를 들어서 마법사 6레벨을 달성하는 데 드는 경험치가 152,832였고, 클래스 도미네이션 시스템을 사용해서 검사 6레벨에 붙이고자 한다면! 152,832의 75%의 경험치를 검사 6레벨에 옮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마법사 6레벨을 없애는 대신에 검사 10레벨로 상승! 클래스 도미네이션 시스템! 필요 없는 클래스를 옮겼을 때 바로 시작하세요!

“클래스 도미네이션?”
그러니까 말하자면 기존에 쌓은 클래스를 없애는 대신에 경험치의 75%를 다른 클래스에 덧붙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걸 무제한으로 할 수 있는지부터가 궁금했다.
[클래스 도미네이션에 드는 경험치는 1,000입니다. 무제한으로 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은 또 경험치 타령이냐!
나는 반쯤 포기한 채로 생각을 거듭했다. 그리고 결국, 병사로서 쌓아 왔던 모든 것을 버리고 검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병사 훈련이야 다시 받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글자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병사’는 ‘검사’와 동일 레벨 클래스이므로 패널티 및 보너스 적용 없음. 검사 2레벨로 클래스 체인지합니다.

“어? 잠깐!”
파앗.
그러자 빛이 나더니, 별로 바뀐 것도 없었다. 기억이 사라진다거나 별로 새로 알게 된 것도 없었다. 단지 강베기를 좀 더 잘 하게 되었다는 정도.
허무감 때문에 몸을 떨었지만, 잘되었다 치고 레벨을 올리기로 했다. 경험치 1,000 손해 봤다고 생각하자.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완료.
J. S.
마법사 5
검사 4

스아앗.
다른 건 몰라도 마법사 레벨이 오르면서 얻게 된 건 확실했다. 5레벨이 되자 이제 2클래스 마법도 한 개 정도는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도 이제 마법사……?”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2클래스의 주문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는 모든 마법사를 통틀어서 절반 정도이다. 저레벨이긴 하지만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실생활에서 마법의 힘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제대로 살상력이 있는 주문은 3클래스부터지만.
차라리 마법사 레벨만 올려서 레벨 8이 될까 생각했지만, 왠지 그랬다가는 몸치가 되어서 눈 없는 검에 사망할 것 같다.
“오, 깨어났나?”
“여기는?”
잠시 말이 멈추고 기사가 들어와서 털털하게 웃었다. 그는 검을 손질하고 있었는지 손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역시 기사라서 자기 무기는 열심히 관리하는 것이다.
“알프 성(城)에 들어왔소. 이제 사흘 정도만 더 가면 수도에 도착할 거요.”
알프 성은 수도 근교에 있는 조그만 성이다. 여기서 식량을 보급하고 곧장 떠날 생각이다. 어두운 곳에 틀어박혀 잠만 자다 보니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 감을 못 잡겠다. 나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내가 그렇게 오래 잤나…….”
“일주일 동안 잠만 자길래 걱정했소.”
나는 사람이 그렇게 오래 잘 수 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많이 자 봐야 열 시간 정도였는데…… 압축된 긴장이 풀리니까 가사 상태에라도 빠진 건가.
나는 기절한 켈두스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에, 이젠 안 패도 될 것 같은데요. 이젠 제가 디스필드하고 있을게요. 가서 쉬세요.”
“응? 알겠소.”
……더 패면 죽을 것 같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기사에 환상이 있었는데 왕궁기사들 너무 무식해. 주먹이 흉기잖아. 대체 훈련 때 뭔 짓을 하는 거야? 기사가 밖으로 나가자 나는 그만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나는 그때부터 계속해서 심심할 때마다 스킬 수련치를 올리기로 했다. 뭐든지 연습하면 나아진다. 할 일도 없으니 좋은 소일거리였다.
[디스필드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디스필드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디스필드 스킬이 상승했습니다.]
[디스필드 스킬이…….]
[…….]
…….
한참 동안 스킬치를 올리다 보니 눈앞에 웬 다른 글자가 떴다.

수련치 획득. 디스필드 스킬이 ‘초보’에서 ‘견습’으로 올랐습니다. 디스필드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초보, 견습?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내가 궁금해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니나 다를까 설명이 튀어나왔다. 불편한 듯 은근히 편리한 체계다. 푸른 글자가 쫘르륵 흘러나온다.

초보 상태에서는 모든 스킬의 성공 확률이 사용자의 스탯을 반영하지 않고 10%로 고정됩니다. 하지만 견습부터는 사용자 스탯을 반영하며 점차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대부분 스킬의 사용에 적용되오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즉 연습을 하면 수련치가 쌓이고, 경험치가 쌓일 전투를 하지 않아도 스킬 레벨은 알아서 올라간다는 것이다. 수련치를 쌓기 싫으면 경험치를 투자해서 스킬 레벨을 올리면 된다.
그럼 내 듣기 스킬은 어떻게 된 거야?
[최대치를 달성해서 더 이상 경험치를 투자하실 수 없습니다. 더 이상의 스킬 향상은 7차 승급직의 획득 시 ‘신의 존재 증명’ 스킬을 얻어서 이루어집니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인 것 같다. 승급직이고 뭐고 이해가 가지 않지만 아무튼 그 사실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 나는 싸우지 않아도 스킬 레벨이 오른다는 사실만으로 기뻤다. 솔직히 사람 죽이는 건 그리 마음 내키는 일이 아니다.
그때 켈두스가 희미하게 눈을 뜨더니 내게 말했다. 숨 막혀 해서 솜은 아까 빼 주었다. 요샌 발광도 하지 않아서 웬만하면 솜을 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