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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Chapter 4 준동하는 악의 기운(2)
챙!
그들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라이컨슬로프들의 최대 무기 중 하나인 본 네일(Bone Nail)과 비슷했다.
“뭐야, 혈족인가.”
뱀파이어의 혈족이란 함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가 마음먹은 대로 혈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됐을 것이다.
하급 뱀파이어는 구울과 언데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혈족을 만들지는 못한다.
같은 혈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상급 이상의 뱀파이어들뿐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도 따랐다.
우선 피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없어야 한다.
거부반응을 일으킨 자는 강력한 피의 저주에 걸려 눈 녹 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둘째로 처녀와 동정이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이성 간의 교접이 있었다면 재수가 좋아도 구울밖에 되지 못한다.
셋째로 피의 저주를 이겨 낼 만큼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어떤 고통이라도 이겨 낼 수 있는 무사나 승려라면 모르지만, 정신력이 피폐해진 현대사회에서는 피의 저주를 이겨 낼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 세 가지 제약과 합치하는 존재는 10만 명의 1명 꼴이다.
뱀파이어 입장에서 일일이 10만 명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어느 시대든 뱀파이어의 숫자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현우와 명호가 헬튼 로즈의 혈족이 되었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어둠의 귀족이 될 것이고, 뱀파이어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혈족이라……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 힘을 조금 나눠 줬을 뿐. 학교 내에서 저의 블러드를 이겨 낼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결국 잔챙이란 소리잖아.”
“잔챙인지 아닌지는 직접 몸으로 확인하시길.”
월은 입술 끝을 올리며 현우와 명호에게 다가갔다.
혈족이라 해도 상관은 없었다.
단지 힘 조절을 못해 소중한 고객의 애완동물들이 죽을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혈족도 아니란다.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잔챙이라면 죽어도 상관없겠지.
“우리를 얕보지 마라.”
월의 말투에 꽤나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현우와 명호는 본 네일을 사납게 휘두르며 월에게 덤벼들었다.
“아무리 봐도 잔챙이로밖에 보이지 않는군.”
강철도 썰어 버릴 만큼 날카로운 무기를 얻었지만 뱀파이어 특유의 능력은 얻지 못한 두 사람.
인간보다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빠를 뿐이었다.
파파팡―
월의 팔이 다시 한 번 휘둘러졌다.
이번의 공격은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팔을 휘둘렀을 뿐인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닉 붐.
음속을 돌파했을 때 생기는 가공할 음파.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였다.
그러나 월은 그것을 단순히 팔을 한 번 휘두름으로써 자신의 강함을 내보인 것이다.
소닉 붐이 터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버렸다.
압력으로 인해 헬튼 로즈와 슈나비츠도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가공할, 진정 가공할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런 속도를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돼. 육체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 거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헬튼 로즈도 지금만큼은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는 방금 터진 월의 소닉 붐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바로 월이란 자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가공할 능력. 월이 당신을 지키겠다고 했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건들지 못해.”
놀란 헬튼 로즈를 보며 슈나비츠는 이죽거렸다.
“흥, 인정하겠어요. 당신들은 강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슈나비츠는 현우와 명호를 바라봤다.
인간이었다면 조금 전의 일격으로 온몸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헬튼 로즈의 피를 받은 자들답게 죽음은 면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들의 양팔을 이미 잘려 나가 보이지가 않았다.
“저 꼴로 뭘 하려고?”
“흥.”
슈나비츠의 말에 헬튼 로즈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흑,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현우와 명호의 팔이 도마뱀의 잘린 꼬리처럼 재생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완전하게 재생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 안팎이었다.
오랜 시간을 불사자로서 살아온 월과 슈나비츠도 이런 광경은 보지 못했다.
사지가 잘려 나가도 10초 안팎으로 재생이 된다면 무슨 수를 써도 쓰러트릴 수가 없다.
물론 머리가 잘리거나 심장을 파괴시킬 수 있다면 의외로 손쉽게 쓰러트릴 수가 있겠지만.
챙―
어느새 도마뱀 꼬리처럼 자라난 명호와 현우의 팔에서 다시금 날카로운 본 네일이 튀어나왔다.
뱀파이어는 몸을 재생시킬 수가 있다.
라이컨슬로프도 마찬가지다.
다른 어둠의 괴물들도 상당수가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라는 것이 있어야 가능했다.
가장 강력한 재생력을 가진 라이컨슬로프라 하더라도 잘린 팔을 재생시키는 데는 보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그만큼의 인간의 피를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잘린 양팔을 모두 재생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 겨우 10초라니.
이제껏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콰콰콰콰!
두 명의 호위병이 내뿜는 날카로운 손톱은 마치 속사포와 같았다.
조금이라도 손톱에 잘리면 그 순간 게임 아웃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월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모두 피해 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쳐 낸다고 하는 말이 옳을 것이다.
“패, 패닝. 아무리 마스터라지만 내공을 쓰지 않고도 저 속도를 모두 쳐 내다니.”
슈나비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패닝이란 권투에서 사용하는 용어.
놀라운 속도로 날아오는 펀치를 손으로 쳐 내는 기술을 일컬었다.
예상을 하겠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극한의 훈련을 이겨 낸 자들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헬튼 로즈의 피를 이어 받은 호위병들의 속도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엄청난 속도를 단지 손바닥으로 쳐 낼 뿐이었다.
어떤 공격도 월의 눈에 비친다는 소리였다.
“흡.”
월이 다시 심호흡을 하며 소닉 붐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광포하게 밀어붙이던 현우와 명호의 팔이 다시 잘려 나갔다.
피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에 떨어진 팔은 팔딱거리는 잉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으아아악!”
순간, 그들의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뼈와 근육, 세포가 생겨나는 것은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들이 아무리 약자라고 하더라도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다.
놀란 월과 슈나비츠가 헬튼 로즈를 바라봤다.
“이제야 조금은 놀란 모양이군요.”
“당신의 정체가 뭐지? 예상은 했지만 단순한 상급 뱀파이어가 아니군.”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요.”
헬튼 로즈의 앞을 명호가 가로막았다.
키가 너무 커서인지 그가 나서자 헬튼 로즈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것이라는 기개가 와 닿았다.
그다지 강하지 않음에도.
수많은 잠식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헬튼 로즈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현우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모든 잠식자들이 마스터를 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방금 보았던 것. 그녀의 피와 근육, 뼈를 먹으면 불사가 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있다는 것도 한몫하지만 진실은 바로 재생력입니다.”
“재생력…….”
“그렇습니다. 재생력. 불사자라 하더라도 목이 잘리면 죽습니다. 과거 아일랜드의 전사인 하이랜더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함께 있다면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팔이 잘려도, 다리가 잘려도, 목이 잘려도 되살아나는 데는 겨우 10여 초. 세상에 어떤 위정자가 그녀의 힘을 탐하지 않을까요. 불사보다 더욱 유니크한 능력이 바로 그녀의 재생력입니다. 월이라고 했던가요? 지금 우리 마스터의 능력을 알아차리고서 당신은 욕심을 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불사자라고 하더라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
하지만 불사의 능력과 헬튼 로즈의 재생력까지 함께 갖춘 인물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세상은 새롭게 태어난 절대적인 강자의 의해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그만큼 헬튼 로즈의 능력은 누구나 탐하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월은 그녀와 현우, 명호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그리고 재생 따위는 꿈도 꾸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 그냥 내 꿈이 그럴 뿐이야.”
“그게 무슨…….”
“그런 것이 있어. 그러니 보름 동안만큼은 나를 믿어도 좋을 거야.”
월이 어떤 의미로 말을 한 것인지 헬튼 로즈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욕심이 없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튼 로즈의 능력을 알게 되면 마치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처럼 눈이 빛난다.
그녀도 분명 살아 있는 생명임이 분명한데 능력을 안 순간부터 하나의 소중한 물건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이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자는.
***
“젠장, 내가 왜 마스터 때문에 이런 일을.”
“조용히 해.”
“지금 제가 조용하게 생겼습니까? 아오, 아무리 고등학생으로 잠입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게 뭐냐고요. 아욱, 어떤 새끼가 똥 누고 물을 안 내렸어. 정말 미치겠네.”
슈나비츠는 허리를 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바닥에 내던졌다.
월과 슈나비츠.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헬튼 로즈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담임선생이 있는 교무실로 갔다.
그런데 김상중 담임선생은 굳은 얼굴로 월과 슈나비츠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첫날부터 사고 쳤다면서?”
사고?
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고라고 부를 만한 일이 하나도 없던 것이다.
조이의 승합차를 타고 학교에 전학을 와서 교장 선생님을 만나 반을 배정받고, 수업이 끝나자 헬튼 로즈를 만났다.
중간에 조금 귀찮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소한 일이 설마 발목을 잡을 줄이야.
민수라는 놈은 양호실에 실려 가느라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와 같이 있던 놈들이 문제였다.
소위 1진이라는 놈들이 쪼르르 달려가서 담임선생에게 고자질을 하다니.
게다가 그놈들은 이쪽에서 먼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 민수에게 큰 상해를 입혔다고 몇 배나 부풀려서 이야기를 했다.
담임선생의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가 모조리 작살났다.
민수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 학교로 쳐들어온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렇다고 월과 슈나비츠를 크게 처벌할 수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월과 슈나비츠의 보호자 명단에는 한국 굴지의 AT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교장과 교감은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벼운 벌 중 하나인 화장실 청소를 월과 슈나비츠에게 시켰다.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Chapter 4 준동하는 악의 기운(2)
챙!
그들의 손등에서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라이컨슬로프들의 최대 무기 중 하나인 본 네일(Bone Nail)과 비슷했다.
“뭐야, 혈족인가.”
뱀파이어의 혈족이란 함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뱀파이어가 마음먹은 대로 혈족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면 지구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가 됐을 것이다.
하급 뱀파이어는 구울과 언데드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몰라도 혈족을 만들지는 못한다.
같은 혈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오직 상급 이상의 뱀파이어들뿐이었다.
물론 여러 가지 제약도 따랐다.
우선 피에 대해서 거부반응이 없어야 한다.
거부반응을 일으킨 자는 강력한 피의 저주에 걸려 눈 녹 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둘째로 처녀와 동정이어야 한다.
한 번이라도 이성 간의 교접이 있었다면 재수가 좋아도 구울밖에 되지 못한다.
셋째로 피의 저주를 이겨 낼 만큼 강인한 정신력이 있어야 한다.
과거처럼 어떤 고통이라도 이겨 낼 수 있는 무사나 승려라면 모르지만, 정신력이 피폐해진 현대사회에서는 피의 저주를 이겨 낼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 세 가지 제약과 합치하는 존재는 10만 명의 1명 꼴이다.
뱀파이어 입장에서 일일이 10만 명을 찾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
그러다 보니 어느 시대든 뱀파이어의 숫자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현우와 명호가 헬튼 로즈의 혈족이 되었다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들은 어둠의 귀족이 될 것이고, 뱀파이어의 능력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될 테니 말이다.
“혈족이라……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 힘을 조금 나눠 줬을 뿐. 학교 내에서 저의 블러드를 이겨 낼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결국 잔챙이란 소리잖아.”
“잔챙인지 아닌지는 직접 몸으로 확인하시길.”
월은 입술 끝을 올리며 현우와 명호에게 다가갔다.
혈족이라 해도 상관은 없었다.
단지 힘 조절을 못해 소중한 고객의 애완동물들이 죽을까 봐 걱정했던 것이다.
그런데 혈족도 아니란다.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잔챙이라면 죽어도 상관없겠지.
“우리를 얕보지 마라.”
월의 말투에 꽤나 스트레스가 쌓였나 보다.
현우와 명호는 본 네일을 사납게 휘두르며 월에게 덤벼들었다.
“아무리 봐도 잔챙이로밖에 보이지 않는군.”
강철도 썰어 버릴 만큼 날카로운 무기를 얻었지만 뱀파이어 특유의 능력은 얻지 못한 두 사람.
인간보다 조금 더 강하고, 조금 더 빠를 뿐이었다.
파파팡―
월의 팔이 다시 한 번 휘둘러졌다.
이번의 공격은 아까와는 차원이 달랐다.
단순히 팔을 휘둘렀을 뿐인데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소닉 붐.
음속을 돌파했을 때 생기는 가공할 음파.
인간의 힘으로는 도달하기 힘든 경지였다.
그러나 월은 그것을 단순히 팔을 한 번 휘두름으로써 자신의 강함을 내보인 것이다.
소닉 붐이 터지는 순간 주변에 있던 유리창도 모조리 깨져 버렸다.
압력으로 인해 헬튼 로즈와 슈나비츠도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났다.
가공할, 진정 가공할 위력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런 속도를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돼. 육체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 거야.”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던 헬튼 로즈도 지금만큼은 놀란 모양이었다.
그녀는 방금 터진 월의 소닉 붐을 보며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게 바로 월이란 자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가공할 능력. 월이 당신을 지키겠다고 했다면 그 누구도 당신을 건들지 못해.”
놀란 헬튼 로즈를 보며 슈나비츠는 이죽거렸다.
“흥, 인정하겠어요. 당신들은 강해요. 하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고요.”
“끝난 것이 아니라고?”
슈나비츠는 현우와 명호를 바라봤다.
인간이었다면 조금 전의 일격으로 온몸이 산산조각 나서 흩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헬튼 로즈의 피를 받은 자들답게 죽음은 면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그들의 양팔을 이미 잘려 나가 보이지가 않았다.
“저 꼴로 뭘 하려고?”
“흥.”
슈나비츠의 말에 헬튼 로즈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곧이어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크흑, 이대로 끝나지는 않는다.”
현우와 명호의 팔이 도마뱀의 잘린 꼬리처럼 재생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완전하게 재생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 안팎이었다.
오랜 시간을 불사자로서 살아온 월과 슈나비츠도 이런 광경은 보지 못했다.
사지가 잘려 나가도 10초 안팎으로 재생이 된다면 무슨 수를 써도 쓰러트릴 수가 없다.
물론 머리가 잘리거나 심장을 파괴시킬 수 있다면 의외로 손쉽게 쓰러트릴 수가 있겠지만.
챙―
어느새 도마뱀 꼬리처럼 자라난 명호와 현우의 팔에서 다시금 날카로운 본 네일이 튀어나왔다.
뱀파이어는 몸을 재생시킬 수가 있다.
라이컨슬로프도 마찬가지다.
다른 어둠의 괴물들도 상당수가 재생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라는 것이 있어야 가능했다.
가장 강력한 재생력을 가진 라이컨슬로프라 하더라도 잘린 팔을 재생시키는 데는 보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그만큼의 인간의 피를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잘린 양팔을 모두 재생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 겨우 10초라니.
이제껏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콰콰콰콰!
두 명의 호위병이 내뿜는 날카로운 손톱은 마치 속사포와 같았다.
조금이라도 손톱에 잘리면 그 순간 게임 아웃이 될 것이다.
그런데도 월은 자연스럽게 그것을 모두 피해 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쳐 낸다고 하는 말이 옳을 것이다.
“패, 패닝. 아무리 마스터라지만 내공을 쓰지 않고도 저 속도를 모두 쳐 내다니.”
슈나비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패닝이란 권투에서 사용하는 용어.
놀라운 속도로 날아오는 펀치를 손으로 쳐 내는 기술을 일컬었다.
예상을 하겠지만 그런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극한의 훈련을 이겨 낸 자들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 헬튼 로즈의 피를 이어 받은 호위병들의 속도는 그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그 엄청난 속도를 단지 손바닥으로 쳐 낼 뿐이었다.
어떤 공격도 월의 눈에 비친다는 소리였다.
“흡.”
월이 다시 심호흡을 하며 소닉 붐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광포하게 밀어붙이던 현우와 명호의 팔이 다시 잘려 나갔다.
피가 뚝뚝 떨어지며 바닥에 떨어진 팔은 팔딱거리는 잉어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으아아악!”
순간, 그들의 팔이 다시 재생되었다.
뼈와 근육, 세포가 생겨나는 것은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저들이 아무리 약자라고 하더라도 싸움은 끝이 나지 않는다.
놀란 월과 슈나비츠가 헬튼 로즈를 바라봤다.
“이제야 조금은 놀란 모양이군요.”
“당신의 정체가 뭐지? 예상은 했지만 단순한 상급 뱀파이어가 아니군.”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요.”
헬튼 로즈의 앞을 명호가 가로막았다.
키가 너무 커서인지 그가 나서자 헬튼 로즈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목숨을 버릴 것이라는 기개가 와 닿았다.
그다지 강하지 않음에도.
수많은 잠식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헬튼 로즈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현우는 절대로 물러서지 않을 것 같았다.
“대한민국 내에 존재하는 모든 잠식자들이 마스터를 노리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방금 보았던 것. 그녀의 피와 근육, 뼈를 먹으면 불사가 된다는 허무맹랑한 소문이 있다는 것도 한몫하지만 진실은 바로 재생력입니다.”
“재생력…….”
“그렇습니다. 재생력. 불사자라 하더라도 목이 잘리면 죽습니다. 과거 아일랜드의 전사인 하이랜더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함께 있다면 절대로 죽지 않습니다. 팔이 잘려도, 다리가 잘려도, 목이 잘려도 되살아나는 데는 겨우 10여 초. 세상에 어떤 위정자가 그녀의 힘을 탐하지 않을까요. 불사보다 더욱 유니크한 능력이 바로 그녀의 재생력입니다. 월이라고 했던가요? 지금 우리 마스터의 능력을 알아차리고서 당신은 욕심을 부리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까?”
폐부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불사자라고 하더라도 목이 잘리면 죽는다.
하지만 불사의 능력과 헬튼 로즈의 재생력까지 함께 갖춘 인물이 세상에 나타난다면?
세상은 새롭게 태어난 절대적인 강자의 의해 질서가 재편될 것이다.
그만큼 헬튼 로즈의 능력은 누구나 탐하는 독보적인 것이었다.
월은 그녀와 현우, 명호의 두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말했잖아. 나는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온 것이라고. 그리고 재생 따위는 꿈도 꾸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과 다르다고 말을 하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 그냥 내 꿈이 그럴 뿐이야.”
“그게 무슨…….”
“그런 것이 있어. 그러니 보름 동안만큼은 나를 믿어도 좋을 거야.”
월이 어떤 의미로 말을 한 것인지 헬튼 로즈는 알지 못했다.
그러나 하나만큼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대해서 욕심이 없다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튼 로즈의 능력을 알게 되면 마치 금은보화를 발견한 것처럼 눈이 빛난다.
그녀도 분명 살아 있는 생명임이 분명한데 능력을 안 순간부터 하나의 소중한 물건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이었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자는.
***
“젠장, 내가 왜 마스터 때문에 이런 일을.”
“조용히 해.”
“지금 제가 조용하게 생겼습니까? 아오, 아무리 고등학생으로 잠입했다고 해도 그렇지, 이게 뭐냐고요. 아욱, 어떤 새끼가 똥 누고 물을 안 내렸어. 정말 미치겠네.”
슈나비츠는 허리를 펴고는 손에 들고 있던 빗자루를 바닥에 내던졌다.
월과 슈나비츠.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화장실이었다.
화장실을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헬튼 로즈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담임선생이 있는 교무실로 갔다.
그런데 김상중 담임선생은 굳은 얼굴로 월과 슈나비츠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첫날부터 사고 쳤다면서?”
사고?
월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고라고 부를 만한 일이 하나도 없던 것이다.
조이의 승합차를 타고 학교에 전학을 와서 교장 선생님을 만나 반을 배정받고, 수업이 끝나자 헬튼 로즈를 만났다.
중간에 조금 귀찮은 일이 있었지만 다시 생각나지도 않을 만큼 사소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 사소한 일이 설마 발목을 잡을 줄이야.
민수라는 놈은 양호실에 실려 가느라 아무런 말이 없었지만 그와 같이 있던 놈들이 문제였다.
소위 1진이라는 놈들이 쪼르르 달려가서 담임선생에게 고자질을 하다니.
게다가 그놈들은 이쪽에서 먼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 민수에게 큰 상해를 입혔다고 몇 배나 부풀려서 이야기를 했다.
담임선생의 입장에서는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코뼈가 부러지고 앞니가 모조리 작살났다.
민수의 부모가 이 사실을 알고 학교로 쳐들어온다면 난리가 날 것이다.
그렇다고 월과 슈나비츠를 크게 처벌할 수도 없었다.
어찌 된 일인지 월과 슈나비츠의 보호자 명단에는 한국 굴지의 AT 기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상중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 상부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교장과 교감은 퇴근을 했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가벼운 벌 중 하나인 화장실 청소를 월과 슈나비츠에게 시켰다.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