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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들도 깐깐해서 파는 음식은 잘 못 먹는데다가 인스턴트도 안 맞아 하는 놈들이 이 앞에 새로 생긴 도시락 집은 괜찮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더니 또 입에 맞지 않았는지 며칠 제대로 먹지 못한 모양이다. 밥솥과 냄비를 움켜쥐고 먹고 있던 놈들이 내 분노에 잠시 주춤하다 다시 음식을 지들 입속으로 처넣기 바빠 내 말을 쌩 하니 까 버린다.
이런!
“그러면 쉬어서 저녁에 못 먹어.”
두다다다다다다.
이런…… 망할!
쉬어서 저녁에 못 먹는다니 후다닥 식탁에 앉아 어서 밥을 달라며 무언의 빔을 쏘아 대는 놈들.
“이 새끼들이…… 지들은 손이 없나…….”
할 수 없다 싶어 녀석들에게 밥을 퍼주고 탕과 찜을 적당히 덜어 담아 주니 또 굶주린 냥이처럼 허겁지겁 먹어 댄다. 이 녀석들 동거 기념일이라서 축하해 주러 왔더니 기아에서 구해 주게 될 줄이야…….
“야.”
“웅?”
기분 좋다는 듯 눈웃음을 함박 지어 보이는 띨띨한 마눌.
“너 음식 배워라.”
“에…….”
싫다는 듯 입이 툭! 튀어 나온 녀석을 확!! 패 버릴까 생각하다 규호가 우리를 보고 있어 손을 고이 접어 넣는다. 녀석, 생긴 건 멀끔한데 진심으로 화나면 무서우니 눈도 슬쩍 피했다.
“그럼 둘이서 굶어 죽을래?”
“……헉.”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은 모양인 듯 녀석의 눈이 충격에 휩싸인다.
“네가…….”
“내가 너희 밥해 주는 인간이냐?”
지석의 이마를 콩! 하고 때려 주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어!’, ‘내가 요리를?’, ‘맙소사!’ 라며 중얼중얼 패닉상태에 빠져 드는 모습에 말없이 지석을 남겨 두고 발걸음을 옮겼다.
“뭔 놈들이 요릴 그렇게 못 하냐.”
자취 생활 10년쯤 됐음 쌀이라도 불리고 간단한 거라도 해 먹을 줄 알아야 하거늘……. 쌀에 물조차 붓는 것도 모르는 놈들! 한 번씩 이런 띨한 모습들을 볼 때마다 정나미가 훅훅 떨어진다.
“쯧, 조만간 다시 와야지. 굶어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나 간다!”
간다고 해도 밥 먹느라 대답도 없는 녀석들에게 약간 섭섭해하며 많이 늦은 잠을 청하기 위해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근데…… 저 까만 차……. 어디서 많이 본거 같은데…….
“까만 차가 한둘이냐?!”
어서 가서 잠이나 자자!
잠에 취해 서둘러 돌아온 나의 아늑한 집.
하지만 ‘그게’ 눈에 들어와 버리고 만다. 지석에게 받은 나의 컬렉션. 이미 잘 시간이 한참 지난 터라 오늘도 제대로 출근해서 일을 하려면 얼른 자야겠지만 한 번 눈길이 가니 자꾸만 시선이 향한다.
결국 종이 포장지를 뜯어내고 안에 든 물건을 확인한다. 돌기가 덕지덕지 달린 바이브, 요전거완 달리 조금 큰 사이즈를 구해 달라 했더니 그 굵기가 손안에 꽉 차고도 남는다.
“나보고 죽으라는 거 아냐?”
지석이 놈이 장난친다고 준 건 아닌지 의심이 마구마구 드는 바이브 굵기에 관둘까 하다 벌써 아랫도리가 빳빳이 고갤 쳐들어 슬그머니 바지를 스륵 내린다.
또다시 서글퍼지는 마음에 훌쩍인다.
이 나이 처먹도록 혼자서 해야 한다니!
바이브에 콘돔을 끼우고-돌기가 무섭기도 하고 기구를 오래 쓰려면 콘돔은 필수!- 그 위로 젤을 듬뿍 뿌린다. 가랑이 사이로 팔을 집어넣어 작은 구멍을 찾아 힘껏 손가락 두 개를 밀어 넣는다.
“흣.”
손가락의 출현에도 미친 듯 벌름벌름거리는 구멍. 또 입맛이 씁쓸해진다. 손가락을 빼내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커다란 바이브에 엉덩이를 맞추고 스르륵 주저앉는다.
응? 어라?
쑥!
너무나 쉽게 들어가는 바이브에 놀라 엉덩일 들어 정말 들어갔는지 확인해 보려 했지만, 보일 리가 있나. 쩝, 내가 기예단도 아니고…….
결국 힘겹게 일어서 전신 거울 앞으로 다가가 척! 하니 뒤돌아선다.
엉덩이 안에 쏙~ 들어가 있는 바이브.
“헉!”
설마…… 주한석 때문에 늘어나 버린 걸까? 굵기가 상당한 바이븐데도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윽……. 주한석 때문에 더 슬퍼졌어!”
이젠 장난감으로 위안을 삼지 못할 것 같아 우울해진다.
“주한석이랑은 정말로 그만둬야겠어. 이러다가 장난감도 특제로 주문해야 되는 거 아냐?”
윽! 우울해.
바이브의 스위치를 올리곤 그 진동에 몸을 비비려고 할 때였다.
드드드. 드드드.
“아……씨, 흐응~”
폰 진동음을 무시하고 바이브에 집중하려 눈을 감는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이런…… 씨!
꺼 버려야겠어! 꺼 버릴테닷!!
열이 받아 폰 따위 부숴 버릴 포스로 냅다 폰을 잡아 일단 누가 눈치 없이 전활 걸어 대는지 확인한다.
/「주한석」(문자)/
……언제 내 폰을 만진 거야? 나는 네 놈 전화번호 따윈 물어본 역사가 없거늘!
하아. 받아? 말아? 받아? 말아?
고민하고 있는 새에 전화가 끊기고 짧은 한 번의 진동음과 함께 문자가 도착했다.
/「안 받으면 집으로 올라간다」(문자)/
설마!!!
놀라 바이브를 꽂은 채 벌떡 일어나 후다닥 창이란 창은 다 열어 봤다. 매끈한 검은 차에 기대어 정확히 내 집을 노려보고 있는 주한석의 매서운 눈.
윽! 진짜 주한석이잖아?
드드드드드드.
다시 들리는 폰 진동소리에 화들짝 놀라 통화버튼을 누른다.
“어떻게 제 집을 알았습니까?”
[아아, 아는 수가 있지. 그나저나 만족을 못 한 모양이군? 쓰.리.피.까지 했는데 말이야.]
쓰.리.피? 쓰리피? 그게 뭐지? 그리고 만족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노출증이 있는 건 몰랐군.]
스르륵 아래로 시선을 주니 발딱 선 내 물건이 불투명한 유리에 닿아 쿠퍼액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헉!!
놀라 황급히 뒤로 물러나니 주한석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헉! 미쳤나 봐!”
일단은 바이브를 치워야 해!!
걸리면……! 윽!
거칠게 바이브를 뽑아내고 종이 포장지와 설명서 등등을 싹 주워 컬렉션 서랍 안에 처박곤 방바닥에 떨어진 바지를 후다닥 주워 입는다.
쾅! 쾅! 쾅!
문이 부서져라 쳐 대는 무식한 손길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철컥 문을 열어 주니 주한석이 기다렸다는 듯 내 어깨를 잡고 몸을 돌려 현관 벽으로 밀어붙인다.
“무슨!”
“쉿, 조용히 하는 게 좋을걸? 현관이잖아.”
철컥.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주한석이 거칠게 내 바지를 벗기더니 애널 입구를 천천히 손가락으로 더듬는다.
“아직도 질척질척하네? 얼마나 박혔길래 이 정도지? 응? 셋이서 뭘 했길래?”
윽! 뭔 소릴 하나 했더니! 쓰리피가 그 쓰리피였어?
“무슨 짓입니까! 내가 뭘 하든! 읏!”
거칠게 무언가가 꽂히는 느낌에 말문이 턱 닫힌다. 뜨뜻하고 꽉 찬 느낌으론…… 아마도 주한석의 페니스이리라.
“큭! 뭐하는!”
상체를 틀어 주한석을 밀어내려 하니 그런 나를 주한석이 뒤에서 강하게 퍽! 하고 쳐올리며 현관으로 밀어붙인다.
“윽!”
“안에서 마저 할 텐가, 아니면 여기서 계속 이어서 할 텐가? 바텐?”
제길……!
비아냥거리며 바텐이라고 나를 부르는 주한석을 쫓아 버리고 싶지만 힘도 딸리는데다 아까까지만 해도 바이브와 함께 꿈틀대던 애널이라 주한석을 꽉 잡고 놔주질 않는다.
하아, 발정난 개도 아니고.
“……방으로 들어가요.”
작게 중얼거린 말에 주한석이 스르륵 떨어지며 이겼다는 듯 척척 방 안으로 들어선다.
“하아…….”
왜 저러는가 싶지만 내가 저 잘난 놈의 의중을 알 리 있나? 그저 남은 되고 자기는 안 되는 상황에 열이 받은 거겠지.
“집을 옮겨야 하나?”
나날이 근심만 늘어가는 내 꼴이라니……. 제길, 정말 욕 나온다.
하아…….
“흣…… 조금만 살살.”
퍽!
제……길! 내 말이 들리긴 하는 걸까?
무턱대고 박아 대는 주한석이 점점 미워진다.
“아웃! 좀만 살살 하! 읏, 라고요!”
“하아. 왜? 다른 놈들하고 뒹굴다 와서 힘든가 보지?”
퍽!!
“윽!”
이 작자가!!
오해하는 건 좋다. 내가 누구하고 뒹굴었니 어쩌니 하며 오해하는 건 좋다 이거야! 하지만 몸을 섞을 땐 둘이 서로 좋은 섹스를 해도 되잖아!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이따위 행위라니!
슬슬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자세도 앞에서 보듬어 주는 게 아니고 뒤에서 일방적으로 쳐 대기만 하는 자세라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파 힘을 잔뜩 주던 애널에서 힘을 스륵 풀어 버린다. 그리곤 더 이상 깊게 들어갈 수 없게 엉덩이를 최대한 끌어당긴다.
“흣!”
아파서 빼는 줄 착각한 주한석이 골반을 꽉 쥐고 엉덩이를 자신에게로 당긴다.
“김영훈, 뭐하는 짓이지?”
자신에게 맞춰 주지 않는 내게 열이 받은 모양인지 잔뜩 화가 난 목소리를 낸다.
“큭……. 떨어져요. 안 그럼 좀 다정하게 해 주든가.”
“다정?”
“그래요!! 아파 죽겠어요! 이렇게 나오면 다신 당신이랑 하고 싶지 않습니다!”
있는 힘껏 엉덩이를 들어 올리니 주룩 하고 주한석의 콘돔도 끼지 않은 생생한 그것이 뽑힌다.
“흣! 하아, 하아, 아파 죽겠네!”
이러다 화장실 가고 싶을 때 팬티에 주륵 흘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사이즈가 보통이어야지!
젠장. 그런 사이즈로 마구잡이로 박아 대고!
“젠장…… 내가 몸 파는 남창도 아니고…….”
기분만 잔뜩 상해 주한석을 노려본다.
“내가 이렇게 막 아무렇게나 해도 되는 사람입니까? 내가 주한석 씨한테 죽을죄라도 지었습니까?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당신 추종자 많지 않습니까? 내가 당신하고 속궁합이 잘 맞아요? 그럼 좀 살살 다뤄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면 책임질 겁니까!”
제길…… 왜 눈물이…….
“나가십시오. 내 집에 주한석 씨가 있는 거 싫습니다.”
열 받는다.
재수 없다.
이 훤한 아침에 왜 내가 잘난 놈에게 강간당하듯 몸을 섞어야 하냔 말인가? 내게도 로망이 있다. 아침에 퇴근을 하면 애인이 부스스한 얼굴로 나를 맞이해 주는 그런……. 아니면 양복을 입고 출근을 하며 이마에 뽀뽀 정도……?
로망이 생각나자마자 또 울컥해진다. 지석이가 규호를 배웅하며 손을 흔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제길…….
“나가십시오! 나가란 말입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잔뜩 큰 소리를 치고 정리되지 않는 머릴 식히기 위해 욕실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탁!
“뭡니까?”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아서 말이야.”
허리를 휘감아 붙잡은 손에 인상을 찌푸리며 묻자 씨익 웃는 주한석.
씨익? 씨~익? 장난하냐? 장난해?!
남은 울먹이며 지랄 떨고 있는데 너는 지금 씨익 쪼개?!
“으악!”
“다정을 원했던 거군. 그거야 간단하지.”
주한석의 보기 좋은 시원한 미소가 얼굴에 한가득 그려진다.
‘뭐지?’
뭔갈 생각하기도 전에 갑자기 바닥에 턱 하고 나를 눕힌 주한석이 스무스하게 다시 애널을 비집고 들어선다.
“흐……읏!”
“쿡, 나는 네 놈이 거칠게 해 주면 더 불타오르는 스타일인 줄 알았지.”
재밌는 것을 보는 듯 주한석의 눈이 반짝인다.
“처음에 생각 안 나나? 이렇게 살짝 살짝 건드려 주기도 했는데, 그리고 이렇게 부드럽게도 했지.”
“읏!”
허리를 천천히 돌려 가며 감질나게 내벽을 긁어 대다 포인트를 정확히 캐치해 내곤 거길 살짝살짝 건드린다.
“그런데 네가 싫다고 하지 않았었나? 앉을래, 였던가? 앉아서 사정없이 허릴 흔들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없나 보군.”
윽……. 제길, 생각난다.
“걍 박아요. 읏, 너무 느껴져서 안 되겠어.”
걍 박아라, 박아! 자상하게 해 주는 건 내 스탈이랑 안 맞나 봐! 건드려진 것만으로도 쌀 것 같잖아! 흣!
그냥 박으란 말에 주한석이 피식거린다.
쪽팔리게…….
주한석이 내 다릴 자신의 가슴까지 끌어 당긴 후 굵고 섹시한 허릴 움직이기 시작한다.
퍽! 퍽! 퍽!
“흣.”
제길, 너무 좋잖아!
“그럼 오늘 밤에 Bar에서 또 보지.”
말끔하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가는 주한석을 보며 힘이 하나도 없는 몸을 겨우 쉬게 한다. 그놈이 나가기 전까지 힘을 빳빳이 주어 곧게 서 있었지만 이젠 한계다.
“으…… 앉아 있는데도 후들거려…….”
잠이 쏟아진다.
으…… 주한석.
제길! 다음번엔 앉아서 해야겠어. 다리 아파.
+
“친하게 지내는 남자는 지석이란 그 재수 없는 놈과 그놈과 함께 살고 있는 김규호, 그리고 저번에 마스터라 불렸던 남자 셋이란 말이군. 흐음.”
원나잇도 아니고 셋이나 지속적으로 만난단 말인데…….
“칫.”
속이 좋지 않은지 꽉 막힌 듯 답답하다.
제길. 나 없이도 풀 곳이 많아 저리 콧대가 높은 거였어.
“김영훈……. 좋아, 해 보자고.”
손에 들고 있던 김영훈의 뒷조사 내용을 아무렇게나 던져 버린 후 답답한 마음에 창밖을 응시할 때였다.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나온 김영훈의 모습에 얼마나 해 대면 저런 얼굴을 할까 지켜보고 있으니 얼마 안 가 이지석과 김규호로 추정되는 인물이 나와 다정스레 손을 잡고 김영훈의 뒤를 바라본다. 자신의 속을 뒤틀리게 하는 놈들……. 다정스레 누군가의 배웅을 받고 있는 것을 한참 보고 있었더니 녀석은 배웅을 받는지도 모르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계속해서 걸어가고 있다.
“저 남자를 따라가.”
제길…… 내가 뭐하는 짓인지. 바람피우는 아내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쯧, 입이 쓰군.
한참을 걷고 있던 녀석이 내 차로 시선을 보낼 때는 흠칫 놀라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 쪽팔리는 짓까지 해 버렸다.
으……. 주한석 갈 때까지 갔군.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녀석의 미행을 중단하고 영훈이 살고 있다는 허름한 아파트 앞으로 곧장 이동했다.
재깍 집으로 안 오기만 해 봐라.
+
쓴 맛이 도는 입 안이 싫어 담배에 불을 붙이며 흘긋 밖을 봤을 때였다.
저 멀리서 피곤한 얼굴만큼이나 나른한 걸음걸이로 김영훈이 힘겹게 걸어오고 있었다.
“체력이 부족하면 택시를 탈 것이지. 쯧”
김영훈이 집으로 들어간 걸 확인하곤 김영훈을 억지로 끌고 나갔던 밤, 호텔에서 몰래 훔치듯 알아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갈 뿐 받지 않는다.
제길! 이번에도 안 받으면 당장 쳐들어갈 테다. 이를 악물고 문자를 보내니 녀석이 해괴한 차림으로 창가에 딱 달라붙어 두리번거린다.
그 따위 차림으로 대체 어딜 나오는 거야!
혹시나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건 아닌지 좌우를 살피지만 다행히도 보는 이가 없는 듯하다.
왜 이렇게 속이 부글부글거리고 열이 받는 걸까? 다른 녀석과 뒹굴든 말든 저딴 인간 널리고 널렸는데, 나 주한석이 저런 보잘 것 없는 녀석에게 신경을 쓰는 게 미치도록 싫지만 신경이 쓰이는 걸 어쩌겠는가?
나중에 흥미를 잃으면 눈길조차 주지 않으리라.
저딴 자식에게……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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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역시 호텔 카드 키를 툭! 던지며 지 할 말을 다 뱉어 낸 주한석이 아직도 엉덩이를 Bar에서 떼지 않아 슬슬 짜증이 나려던 참이었다.
왜 테이블로 안 가고 여기 있는 거야!
테이블로 가는가 싶더니 다시 자리를 턱 차지하고 앉아 빙글빙글 조소를 날리며 자신의 속을 뒤집는 주한석의 태도에 저쪽에 삼삼오오 모여 앉은 추종자들 몰래 아니꼬운 눈빛으로 꺼지라는 신호를 보낸다.
“쿡쿡.”
그런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주한석이 재미있다는 식의 웃음을 날린다.
말을 말자. 시선도 주지 말자. 아는 척 하지 말자. 말자! 말자! 말자! 말자!
으악!!! 죽겠네! 진짜로!
이 시한폭탄 같은 녀석아! 좀 떨어지란 말이다!! 네 놈이 호텔 키 주고 나서부터 지금 여길 주시하고 있는 녀석들이 안 보이냐고! 네 놈 없어지면 나한테 칼 드미는 녀석도 있을 걸? 나 죽으면 네가 묻어 줄 거야? 내 뒤밖에 관심 없는 녀석이 날 묻어 줄 리 있겠어?
하아…….
“당신 추종자들 시선 안 느껴지십니까?”
슬쩍 이야길 거니 주한석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추종자들을 본다.
이런!
쫙! 째진 일자 눈을 하던 놈들이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한석을 본다.
이씨!!
이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들! 이 녀석보다 내가 훨 착해!
쳇……! 싫다, 싫어! 저 추종자 녀석들이 날로 심해질 때마다 주한석이 너어무 싫어진다.
제길! 제길! 제길! 주한석! 당신 너~무~ 싫어!!!
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
싫어…….
드드드드드. 드드드드드.
싫다고! 저 녀석이 너무 싫어!
드드드드. 드드드드.
“전화 오는 거 같은데?”
“에?”
“전화.”
“아, 예.”
이런……. 주한석이 너무 싫어 잠시 속으로 생각을 하고 있느라 진동을 느끼지 못했나 보다.
슬쩍 Bar 밑으로 숨어 전화를 받으니 마스터다.
무슨 일이지?
“마스터? 왜요? 나 짐 일하는 중인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마스터가 미안한 듯 말을 잇는다.
[영훈아 미안한데 오늘 좀 볼까?]
“그 이야길 지금 해야 해요?”
[내가 너 일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전화를 못할까 봐 그래.]
“알았어요. 그럼 나 일 끝나면 전화해요?”
[응~ 그래 주라.]
“알았어요. 나 오늘은 네 시에 마치니깐 그때 봐요.”
[응~ 미안해.]
“으…… 미안하면 진즉에 전화하던가.”
[킥킥. 나중에 보자~]
“네~”
무슨 일이지? 보통 일하는 시간엔 전화를 안 하는데? 또 일하러 오란 소린가 싶어 기분이 꿀꿀해진다. 잠시 앉았다 일어서려니 잠을 못 잔 탓인지 몸이 천근만근 같다.
“에구구.”
결국 입에서 할아버지나 낼 법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으, 쪽팔려라. 하필 주한석 앞에서. 뭐, 좋은 꼴만 보여 주고 싶은 인간도 아닌걸.
“흐음……. 아침에 그렇게 해 댔는데도 또 호출인가?”
질린다는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짜증나는 눈빛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보는 주한석에게 쌀쌀맞게 한 마디를 해 줬다.
“상관없을 텐데요.”
“오늘은 내가 먼저 선약했을 텐데?”
아차…… 맞다. 나 이 인간이랑 호텔 가기로 했지!
“이야기만 잠시 나누면 됩니다.”
흘끗 주위를 쳐다보니 호텔 얘기는 듣지 못한 건지 나를 죽여 버릴 듯한 시선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이 남자와 한 마디 할 때마다 눈치를 보고 있자니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느낌이다.
이씨! 내가 너 때문에 왜 이런 걸 걱정하며 살아야 하냐고!
“흐음. 그럼 내 앞에서 이야기해.”
뭐라는 거야? 꼭 바람난 마누라 잡는 것처럼 눈을 부라리며 꼬나보는 꼴이라니!
이씨…… 연애 한번 못 해 보고 지 같은 인간한테 엮인 것도 짜증나 죽겠는데!
“내가 왜 사생활을 주한석 씨한테 보여 줍니까? 가기만 하면 됐지! 싫음 됐습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하십시오! 집으로 찾아오든 말든!”
열이 받아 주한석에게서 등을 돌리니 녀석이 화가 잔뜩 난 듯 잔을 팍 하고 테이블에 찍어 내린다.
놀라 쳐다보니 한껏 나를 째려보다 이내 쓱 일어나 휙 나가 버린다.
“쳇, 누가 무서워할 줄 아나?”
좀 무섭긴 하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