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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나는 오늘 살인 면허를 가졌다(4)







(4)





담천우가 고민에 빠진 이유는 단순히 죽이느냐 죽이지 않느냐, 이 때문이 아니었다.

죽이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기정사실이기는 한데…….

[이런 고얀 놈! 감히 공주님을 시해하려고 하다니.]

‘하아…….’

문제는 어떤 식으로 처리하느냐였다.

심상공간에서 충현은 죽이겠다며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그걸 보자니 담천우는 기가 빨리는 기분이었다.

‘이러니까 내가 착한 놈이라는 거야.’

“으으윽, 커헙!”

때마침 혼절에서 깨어나려는 듯 혼원이 신음성을 흘렸다

담천우는 반가운 마음에 그를 가볍게 흔들어 주었다.

“어이, 깼어?”

배시시 웃는 담천우.

그런데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기묘했다.

담천우는 손끝으로 입술을 매만졌다. 미소가 어색했나 싶어서.

나름 착하게 웃었는데.

“저기… 천우 공자님.”

“왜요, 마전 조장?”

“저… 그렇게 꽉 쥐시면 다시 기절할 것 같습니다만.”

“아! 그렇죠.”

담천우는 아차 싶었다.

어쩐지 숨 막혀하는 것 같더라니.

손에서 힘을 조금 풀자, 그제야 막힌 숨이 돌아오는지 혼원은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마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이지 현실이라고는 믿겨지지가 않는 상황이었다.

‘천하삼십대악인이 공깃돌처럼 저렇게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니.’

정신을 차린 혼원은 나름 침착해 지려고 애쓰는 표정이었다.

“과, 과연 사천당가로군. 그대같이 젊은 자가 이리도 무서운 실력을 지녔다니. 혹시 그대가 암룡인가?”

“아…….”

“그럴 줄 알았네. 역시 사천당가는 무섭군.”

자기 짐작대로 판단을 내리는 혼원이었다.

살짝 화가 난 담천우는 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가격했다.

“저기, 지금부터 말을 똑바로 하는 게 좋아요. 그리고 난 사천당가도 아니고.”

“그, 그럴 리가…….”

혼원은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 쓰는 쟁자수 청년을, 우는 것도 아니고 웃는 것도 아닌 기묘한 표정으로 올려다보았다.

“그럼… 그대는 누구인가?”

“나는 나지. 누구도 아니고.”

“별 배경도 없다는 말인가?”

잔뜩 긴장했던 등이 곧게 펴지는 혼원.

그만큼이나 얼굴의 혈색도 조금 돌아와 있었다.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자네, 내가 누군지 몰라서 이러는 모양인데, 내가 속한 곳이 어디인지 안다면…….”

“왜 꼭 사람들은 구석에 몰리면 내가 누구인지 아냐, 이렇게 물어보는 거지? 참 이해할 수가 없네요. 거기다 그쪽 정체는 이미 다 알고 있다구요.”

“무, 무슨 소리를…….”

“패천문. 패천문이잖아.”

“어, 어떻게 알았지?”

“쯧. 두건을 벗겼으니까 알죠.”

거침없이 내뱉는 담천우의 말에 혼원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담천우는 고개만 슬쩍 돌려서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하고 있던 마전을 바라보았다.



“마 조장, 패천문 알아요?”

“아, 압니다.”

“흐음, 거기 강해요?”

“……사흑련의 십대세력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요?”

대화가 이어질수록 혼원의 얼굴은 환하게 펴졌다.

마전의 얼굴은 반대로 못 먹을 것을 먹은 것처럼 꺼멓게 변했다.

‘좀 짜증나네.’

그런데 이 상황 자체가 담천우에게는 웃기기도 하고, 짜증스럽게도 느껴졌다

감히, 패천문 따위가.

천마교주로 있을 때는 패천문 따위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저기, 기분 나쁘니까 그렇게 웃지 좀 말지?”

“후후. 애송이, 세상사가 다 그런 거다. 개인의 무력? 흥! 제아무리 강하다 해도 그건 한계가 있어. 당해낼 수가 없지. 나 또한 괜히 패천문에 몸을 의탁한 게 아니다. 무림맹도 봐라. 제 아무리 나를 삼십대 악인으로 등재해 봐야 지금은 손을 놓고 있는 것을. 크크크.”

담천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주제에 자신만만해 하는 것도 웃기고, 덩달아 침울한 표정을 보이는 상단 식구들은 더욱 우스웠다.

“패천문을 건드릴 수는 없습니다.”

“패천문을 왜 건드려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담천우는 마전에게 되물었다.

“얘만 죽이면 되는데.”

“……네에?”

왜 이렇게 놀라지?

송린의 놀란 표정이, 꼭 맹수를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초식동물의 그 표정이었다.

“살인멸구. 아까 친절하게도 이분이 방책을 알려주셨잖아요. 감히 황군의 군량도 살인멸구를 하고는 꿀꺽 하려고 했는데… 에이, 이정도 일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습격한 게 자랑거리도 아니고.”

“그, 그래도 패천문인데…….”

“괜찮아요. 죽여서 갈아버리면 돼요.”

갈아버린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담천우의 태도에 사람들은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그래도 그러면 안 되지 않을까요?”

“에이, 처음이 어렵지, 살인멸구 그거 어렵지 않아요. 요즘에는 화골산도 얼마나 잘 나오는데.”

살짝 일그러지는 송린의 얼굴을 보니, 더 나가면 살인광이라는 의심을 받을 것 같았다.

“물론 이게 다 상단을 위해서죠.”

“……그렇죠. 상단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죠.”

송린은 꽤나 큰 결심이나 하는 듯 두 주먹을 부르르 쥐어 보였다. 그게 무척 우습게 보이기는 했지만, 담천우는 그 모습도 꽤나 괜찮아 보였다.

협객을 자청하는 얼빠진 정파 놈들은 관아에 데려가느니, 갱생시키느니, 그런 말을 늘어놓기가 일쑤거든.

최소한 그런 얘기를 안 하는 걸 보면, 그래도 현실감각은 있는 여자였다.

“사, 살려주시오.”

이제 다급해진 건 혼원 쪽이었다.

담천우는 그런 그를 향해 은근한 표정으로 눈짓을 보냈다.

“흐음, 나 마음 약한데……. 혹시 알아요? 아는 걸 불면 살려줄지.”

“정말입니까?

“아, 제가 또 워낙에 착해서요. 뭐 아는 대로 말해주신다면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영혼이 혼탁해져서 착해지다 말았다.

담천우는 혼원의 어깨에 친구라도 되는 양 팔을 두르면서, 그만 들을 수 있게 속삭였다.

“자, 말해 봐요. 어떻게 사도의 종자인 당신이 마공을 익히고 있는 건지.”



* * *



담천우가 뭔가를 알아내겠다면서 혼원을 끌고 자리를 벗어난 뒤.

송린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우리… 죽을 뻔한 거죠?”

“제 실력이 부족해 상단주님께 큰 해악을 끼칠 뻔했습니다. 정말이지 어찌 사죄드려야 할지…….”

마전은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였다.

아무리 강단 있다 할지라도, 그녀는 이제 고작 방년의 어린 소녀일 뿐이었다.

그 말에 송린은 손사래를 치며 일어났다.

“아니에요. 그건 제 잘못이에요. 만약에 제대로 된 표국만 같이 동행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겠죠.”

“상단주님, 그건…….”

“알아요. 어떠한 표국도 저희의 의뢰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상단주라면 어떻게든 방책을 마련했어야 했어요. 그게 상단주의 할 일이고요.”

자책이 너무 심하다 싶었는지 마전이 애써 위로를 건넸다.

“아무리 표국과 동행했다 해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적이 흑산비상검이었다면 말이죠.”

말하는 중에 혼원의 무서운 살기를 떠올렸던 것일까. 몸을 한 차례 떠는 마전이었다.

‘그런 혼원을 아기 다루듯 하다니.’

새삼 마전은 담천우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그나저나 같이 있던 흑의복면인들이 흑사방도였다니.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에요. 그 사람들 진짜 다 죽은 거예요? 한 명도 산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뭔가 마음에 걸리는지 살짝 망설였던 마전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죄송합니다, 상단주.’

그는 끝내 말을 하지 못했다.

조금 전만해도 꽤나 상세가 중하기는 했지만 살아있던 흑사방도가 몇몇 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전장이 정리되었을 때는 모두가 하나같이 죽어있었다.

담천우가 단번에 다 죽여 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전은 그 장면을 유일하게 본 사람이었는데, 그걸 생각하니 사그라졌던 소름이 또다시 돋아 올라왔다.

마치 벌레를 죽이듯 무심하게 밟아 죽이던 그 모습이 한동안은 뇌리에서 잊힐 것 같지가 않았다.

“정말 천 공자님이 없었다면 우리는 큰일 날 뻔했네요.”

“네, 그렇습니다.”

마전은 그 사실을 가슴에 묻고 가기로 결심했다. 현재 송가상단에게 있어 담천우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헌데, 천우 공자님은 정체가 뭘까요?”

“글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저 분의 손에 우리들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마전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자상을 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자신에게는 그렇게나 어려웠던 상단의 안위인데, 그에게는 너무도 쉬웠다.



* * *



“이정도 왔으면 소리는 안 들릴 것 같은데.”

담천우는 혼원을 땅바닥에 짐짝인양 아무렇게나 내려놓았다.

아혈이 풀리자마자 혼원은 사색이 되어 애원했다.

“살려줘. 부탁이다.”

“에이, 살려줄지 말지는 그쪽이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죠. 자, 아까 말했던 것부터 이어나가볼까요? 어떻게 마공을 익히게 된 거죠?”

“그, 그건 우연히 익히게 된 거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요. 마공이 그렇게 쉽게 익힐 수 있는 거라고요?”

담천우는 살짝 빈정이 상했다.

어디서 약을 팔려고. 자신이 천마신교의 교주였다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거짓말은 못 했을 것이다.

탁. 탁. 탁.

담천우는 혼원의 아혈을 막아서 시끄러움을 방지했다.

“읍읍.”

“뭔가 큰 착각을 하나본데, 혹시 나를 정파의 협객놀이나 하는 애로 생각하는 거예요? 그럼 진짜 큰 실수한 거예요. 저는 말이죠, 제일 좋아하는 게 분근착골.”

우드드득.

뼈마디가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혼원의 흰자위가 돌아갔다.

“두 번째가 살인멸구에요. 부디 첫 번째에서 끝나도록 도와줘요.”



“헉헉헉. 마, 말하겠다. 아니 말하겠습니다.”

고작 반각동안 행했을 뿐인데, 혼원은 진땀에 절여져 있었다.

물기가 쫙 빠진 빨래처럼 된 혼원을 보며 담천우는 사뭇 안타까운 듯이 권면을 했다

“다시 한번 묻죠. 마공, 어디서 배웠죠?”

“……비급으로 익혔습니다.”

“이제 좀 대답할 마음이 생겼나 보네요. 좋아요. 그 비급은 누구에게서 얻은 건가요?”

“그, 그것이…….”

“왜 말을 못하죠? 다시 첫 번째로 가야하나? 분근착골이 좀 짧았죠?”

“그, 금제가 걸려 있습니다. 말하면 죽습니다.”

“금제라고?”

담천우의 미간에 내 천(川) 자가 그려졌다.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송가상단을 치라는 것은 누구의 지시인가요? 패천문의 윗선인가요?”

“…….”

“뭐예요? 이것도 금제인가요?”

담천우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금제’가 무슨 약방의 감초도 아니고.

“제가 보기보다는 끈기가 없어요.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으면 그냥 죽여 버린다는 말이에요.”

“정말입니다. 금제가 걸려서 말을 못하는 겁니다.”

“뭐 오늘 처음 보는 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간절한 눈으로 말하는데, 맞겠죠. 그런데, 영 상황이 그러면 저도 생각이 있단 말이죠.”

담천우는 혼원의 귀를 바싹 잡아 당겼다.

“혹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제혼백령술을 좀 할 줄 알아요.”

“제혼백령술이라면……!”

“네, 아시는군요. 이것까지는 쓰기 싫었는데 할 수 없죠. 죄송해요. 두 번째로 가야겠네요. 제혼백령술을 쓰면 대상자는 무조건 죽거든요.”

“으, 읍읍.”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혼원은 발버둥을 쳤다.

하지만 담천우 쪽이 더 빨랐다. 곧이어 혼원의 눈동자는 혼탁하게 바뀌었다.



그로부터 일 각여 후.

‘은밀히 전해 받은 마공서를 통해서 마공을 익혔는데, 거기에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후에 나타난 어떤 자가 부작용을 해결해 줄 방도를 제시하면서 송가상단을 습격할 것을 지시했다라…….’

“젠장!”

정보를 얻기는 했는데, 핵심적인 걸 말하기도 전에 죽어 버렸다.

제혼백령술의 나쁜 점이 이것이었다.

금제가 어떤 것이든 깨버리고 정보를 캘 수는 있지만, 시전자의 내공에 따라 뽑아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좌우되었다.

죽기 직전까지 혼원이 내뱉은 정보의 양은 이게 전부.

“이놈들, 도대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지?”

담천우는 천마신교가 있는 신강 쪽을 노려보았다.



* * *



“그러고 보니 천 공자가 마차 안으로 들어간 지 벌써 삼 일째군요.”

송린의 다분히 걱정스럽다는 눈빛은 차양이 길게 드리워진 짐마차에 꽂혀 있었다.

삼 일 전.

혼원을 데리고 사라졌다가 나타난 그는 혼자였다.

당연히 상단 사람들은 혼원의 거취를 묻지 않았다.

궁금했지만 감히 물어보지 못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결과를 알 수 있었으니까.

게다가 담천우의 낯빛은 너무도 좋지를 못했다.

오자마자 별말 없이 짐마차에 올라타더니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마전이 대결에서 소모한 내공을 보충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말해주며 사람들을 안심시켰지만, 그것도 벌써 삼 일째.

물론 담천우는 소모된 내공이 아니라 적공을 하기 위함이었지만, 자세한 사정을 모르던 상단 식구들로서는 이래저래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안 먹고 저렇게 무공만 수련하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삼 일 동안 마차 앞에다가 음식을 가져다 놓았건만 한 번도 없어지지 않았기에, 송린의 근심 섞인 말은 사서 하는 걱정만은 아니었다.

“일반인은 상상치 못할 일이기는 하나, 무공이 높은 무림인은 가능합니다.”

“대단하군요.”

“그렇지 않고서야 저 나이에 고수가 될 수는 없죠.”

마전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송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대단한 고수를 자신들이 만났다는 생각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약 하늘의 도움으로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손이 벌벌 떨렸다.

잠시 후 마음을 추스른 송린이 송찬을 보며 말했다.

“흑사방도들이 습격을 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끄응. 저도 그놈들이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뒤늦게 습격자들의 두건을 벗기고서야, 그들의 정체가 흑사방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당황과 분노를 느꼈던가.

송린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흑사방을 가만 둘 수는 없어요.”

“당연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패천문 역시도 모종의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아, 패천문…….”

송린은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패천문의 성세가 어떠한지는, 상단에서 제일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마전이 보여준 표정만으로도 충분했다.

그것은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간극이며 두려움이었다.

송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패천문의 혼원을 천 공자가 어떻게 했을까요?”

“……죽였겠죠.”

송찬은 힘없이 대답했다. 낯빛은 까맣게 죽어 있었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패천문의 혼원이 죽었다는 사실은 어떻게든 숨겨야 합니다.”

“상단 사람들의 입단속에 특히 유의해 주세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환이 최근에 상단을 이탈한 게 입단속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황이 되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만약에 기환이 상단에 불만이 많았던 무사들을 이끌고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일을 대번에 패천문에 일러바쳤을 수도 있었다.



펄럭.

“아…….”

순간, 송린과 송찬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드디어, 삼 일간 두문불출했던 담천우가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마차의 차양을 열고 나타난 그의 모습은 송린의 생각과는 달리 너무도 멀쩡했다.

아니, 오히려 피부가 도자기처럼 뽀얘진 것이 더욱 좋아져 있었다.

“천 공자님.”

“천 공자님.”

분분히 고개를 숙이는 상단사람들.

그들의 태도에 담천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삼 일 전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는데…….’

그때는 딱 봐도 무서워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시간이 약이라고, 잔혹했던 손속에 대한 기억이 많이 희석된 것 같았다.

“공자님, 식사 하셔야죠.”

“아니요.”

담천우는 송린의 권유를 손으로 가로 막았다.

생각보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삼 일 내내 매달린 천일령원기공으로 축기된 강대한 내공이 전에 없던 활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것보다는 싸울 준비를 하는 게 좋겠네요.”

“예?”

“피 냄새가 나요. 그것도 아주 진한 피 냄새가요.”

그러면서 담천우는 기꺼운 표정으로 전방을 주시했다.

그 모습을 보던 상단 사람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표정이 너무도 환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