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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진짜 강하면 안 참아도 된다(1)







(1)





담천우가 그 길로 찾아간 곳은 송가상단 내에 포석당이라고 명명된 곳이었다.

그곳은 상단 내에 있던 안채 중에 하나였는데, 주로 상단의 식구들이 밥을 먹는 장소로 이용되고 있었다.

대형 상단의 경우에는 자체 운영하고 있는 객잔을 이용토록 하겠지만, 보통의 중소형 상단들은 이런 식으로 밥 먹는 장소를 운영했다.

역시나 식사 때라 그런지 끼니를 때우려는 행수나 무사들로 꽤나 붐비고 있었다.

[여기는 맛이 없을 것 같다면서 매일 밖에서 식사를 하더니, 웬 바람이 불어서 여기로 왔냐?]

“밥 때문은 물론 아니다. 뭔가 걸리는 게 있어서. 그때 그놈, 아무리 생각해봐도 눈빛이 꺼림칙하단 말이지.”

[누구? 아, 그때 그 기환이라는 무사?]

“그래. 내가 사람 하나는 잘 보는데, 그 녀석은 꼭 뒤통수를 치게 생겼어.”

[쯧. 사람을 잘 보는 것치고는 뒤가 영 좋지 않은 거 아니냐?]

배신당한 것을 돌려서 말하는 충현의 만행에 담천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저 놈……. 내가 언제고 도사를 불러서 영혼을 소멸 시키고 말 테다!

“잘생긴 형아, 뭐로 드시겠어요?”

“아무거나… 응?”

담천우는 대수롭지 않게 답을 하다 말고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뭇가지로 자신을 찌르던 녀석.

예닐곱 살쯤 되는, 보조개가 쏙 들어간 귀염상의 남자아이가 눈앞에서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무거나는 없어요. 말씀을 해주셔야 돼요.”

“그럼 화궁전구육이나 총포회아 되나?”

담천우가 열거한 건 마교주가 된 후 전생에서 그나마 많이 먹던 음식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어린 녀석은 이해를 못한 듯 한껏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무슨… 육요?”

“……내가 너무 큰 걸 바랐다. 그냥 되는대로 줘. 아니, 되는 게 뭐냐?”

“오늘 점심은 맛있는 량면과 소채입니다, 헤헤.”

“량면과 소채…….”

담천우는 이맛살을 찌푸렸다.

주머니 사정이 별로 여의치가 않았던 하급 무사 시절에 질리도록 먹었던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상단주님도 같은 걸로 드신다고요!”

“알았으니까, 그럼 나도 같은 걸로 줘.”

“조금만 기다려요, 잘생긴 형아.”

반응을 보니 꼬맹이는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물잔을 앞에 갖다놓고 마시는 척을 하며 주변을 살피다 보니, 예의 그 녀석이 담천우의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양떼 사이에서 염소가 위세를 부리듯 거들먹거리고 있는 게, 별로 느낌이 좋게 와 닿지를 않았다.

“잘생긴 형아, 많이 드세요.”

간단한 음식인 만큼 나오는 것도 빨랐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량면과 정갈하게 놓인 소채.

시장이 반찬이라고, 담천우는 별로 생각이 없었는데도 절로 젓가락이 가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의외네?’

의외라고 표현한 건 좋은 의미에서였다.

전생에 주구장창 먹어왔던 음식인데, 뭔가 깊이가 남달랐다.

전에 먹은 게 쓰레기였다면, 이건 궁중음식이랄까.

아무튼 그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허겁지겁 음식을 먹다가 담천우는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꼬맹이의 입이 조그맣게 맛있죠, 라며 묻고 있었다.

그런 남자아이가 귀여운지 연신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숙수 복장을 한 여인. 녀석과 꼭 닮아 있는 것이 아이의 어미인 듯했다.

그 모습을 보던 담천우의 입가에도 어느새 남자아이와 비슷한 미소가 떠올랐다.

[입맛이 고급이라며?]

“시끄러워. 때로는 저렴한 것도 먹고 싶은 법이야.”

본래의 목적을 잃어버릴 만큼 담천우는 먹는 데에 열중했다.

어느 정도 배가 차니 그제야 대화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큰일 났네. 임씨, 흑사방 놈들의 패악질이 너무 심해지지 않았어?”

“그러게나 말일세. 이번 원행을 제대로 끝마쳐야 더 이상 그놈들 눈치를 안 볼 텐데.”

“그런데 무사 놈들은 왜 저리 원행에 소극적인지 모르겠네. 아, 이게 피한다고 될 일인가?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상단이 고사될 게 뻔한데 말이야.”

“쉬잇, 조용히 하게. 안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심기가 불편해 보이던데, 괜히 건드렸다가 경을 칠 수도 있네.”

그것을 끝으로 잦아든 대화.

툭툭.

담천우는 소채를 젓가락으로 건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누던 놈들이 행수, 그리고 기환이 있던 쪽이 무사 집단이었다.

그런데 그냥 딱 보기에도 사이가 좋지 않아 보였다.

상단 최고 무사 수준이 이류인데, 그 와중에 서로 사이도 안 좋다라…….

“개판이네.”

담천우는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겉보기에는 평화로웠는데, 안을 들여다보니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이럴 때는 무조건 때려잡아야 하는데.

문제는, 그럴 생각이 별로 안 든다는 게 문제였다.

‘송린을 지키는 일만 하면 되는데, 괜한 오지랖인 것 같기도 하고. 쟁자수답게 모른 척할까?’

담천우는 그것도 나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상단이 개판으로 돌아가든 말든 별 상관은 없었으니까.

가장 중요한 건 송린의 안전. 그것만 지켜지면 충현 놈도 다른 소리는 안할 터였다.

‘그런데 내가 건드리고 싶을 만큼 저놈은 좀 거슬린단 말이지.’

담천우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기환 쪽을 바라보았다.

“기 조장님. 저는 말입니다, 이 원행이 절대적으로 실패한다는 데에 제 손모가지도 걸 수 있습니다. 어려서 뭘 모르는 상단주를 부추겨서 행수들이 뭔가 수작을 부리는 모양인데. 참나, 지들이 칼을 들어봤어, 도를 들어봤어. 아니면 하다못해 부지깽이라도 들어봤어. 흥! 관도만 벗어나도 아이쿠나, 아주 재신이 강림했구나, 라면서 산적 떼들이 달려들 게 뻔한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왜 상단주와 행수들이 벌여놓은 무모한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합니까? 조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한 번 불만이 쏟아지니, 무사들은 봇물 터지듯 불만을 토해냈다.

이것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이번에는 불만을 토해놓던 행수들이 쥐 죽은 듯이 입도 뻥긋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무사들의 말에 기환은 짐짓 불콰해진 얼굴빛을 드러내며 거들먹거렸다.

“후후, 내 생각 또한 자네와 같네. 원행? 흥! 말도 안 되는 얘기지. 짧은 거리도 아니고 가는 데에만 한 달 이상이 걸리는 대장정을 표국의 보호도 없이 간다는 건, 사실 죽으려고 가는 길이나 다름이 없지.”

“그럼 기 조장님은 원행에 반대하신다는 말씀이신 거죠?”

“맞네. 난 상단주가 도움을 요청해도 안 갈 생각이야.”



“이보시오, 기 조장! 그게 무슨 말씀이요? 이제 와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원행은 어쩌란 말이오? 너무 무책임하지 않소?”

행수들 중에도 사람은 있었는지, 그나마 혈기 왕성한 젊은 행수 하나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기환의 입꼬리가 광대에 걸렸다.

“후후후, 책임 문제를 운운하는 건 좀 웃기는군. 아무것도 모르는 상단주를 부추긴 건 네놈들인데 말이지.”

“이잌. 그건… 당신들이 흑사방에 그리 쉽게 굴복하지만 않았어도, 상단의 상황이 이렇게까지 어렵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오. 이건 명백히 직무유기요.”

“직무유기? 하하하하.”

광소를 터트리던 기환은 어느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있었다.

젊은 행수를 향해 빠르게 다가가 그 앞에 선 기환은 행수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기분 나쁘게 쿡쿡 찌르며 비아냥거렸다.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직무유기가 뭐 어쩌고 어째?”

“그, 그러니까…….”

젊은 혈기에 나섰던 행수는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 챘는지 낯빛이 시퍼레졌다.

그때, 나이가 지긋한 행수 하나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더 큰 사고를 예방키 위해 앞을 가로 막았다.

“기 조장, 고정하게나. 우리 송창호 행수가 아직 젊어서 말이 헛나왔나 보이. 그만 노여움을 거두게나.”

“실수를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않겠소.”

담천우는 슬슬 당겨오려고 하는 얼굴 근육을 손으로 매만졌다.

늙은 행수가 어떻게든 달래보려고 하는 모양인데,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기환이란 미친놈은 눈이 돌아가 있었다.

‘그냥 싹 다 죽이고 판을 다시 짤까?’

담천우가 그리 생각한 건, 지네들끼리 싸우는 것은 별로 상관이 없는데, 송가상단의 무인들이 흑사방 따위에게 그냥 굴복 했다는 말만큼은 썩 마음에 들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허튼짓 하지 마라. 상단 내에서의 살인은 절대 안 돼.]

담천우는 혀를 찼다. 딱 봐도 보탬이 안 되는 인간들인데, 저런 것들을 뭐에 써먹겠다고 그냥 둔단 말인가.

담천우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 상황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쫘악.

기환이 제 성질을 이기지 못해 젊은 행수의 뺨을 후려치는 광경을 시작으로, 장단을 맞추듯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것만이면 어떻게 넘어가려고 했는데, 비명을 흘렸다는 같잖은 이유로 기환이 이번에는 여자 숙수의 뺨까지 후려치려고 했다.

“뭐 저런 자식이…….”

담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웬만하면 개입을 안 하려고 했는데, 이건 좀 선을 넘은 느낌이 들었다.

행수들한테야 시비를 걸든 말든 상관이 없는데, 왜 엄한 숙수를 때리려고 하는지.

콰앙!

일단 열이 받으니 말보다 행동이 앞섰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고 쓰러지는 기환.

그의 머리통에는 어느 샌가 날아든 접시에 맞아 그 자국이 선명히 박혀있었다.

“다행이군. 죽지는 않았다.”

담천우는 충현이 들으라는 듯 일부러 소리를 내서 말했다.

사실 확신은 없었다. 다리를 간헐적으로 꿈틀거리는 걸 보면.

“자네는……?”

담천우를 바라보는 늙은 행수의 눈빛이 불신으로 흔들렸다.

그 뿐만 아니라, 어느새 시선 하나하나가 모두 담천우를 향해 쏠려 있었다.

멍한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담천우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인간적으로 밥 먹을 때는 건드리지 말자구요. 먹을 때는 쟁자수도 안 건드려요.”



* * *



“너, 너는…….”

담천우를 보며 발작적으로 삿대질부터 해대는 무사.

문제는 담천우가 그 삿대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콰앙.

담천우는 학습효과가 없는 무인에게 또다시 접시를 날려 주었다. 사실 젓가락이 좋기는 한데, 그건 타점이 좁아서 힘 조절을 잘 못하면 두부가 으스러지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나마 그 무사에게 다행인 건, 이번에는 음식을 다 먹은 접시였다는 점이었다.

“쿠르륵.”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지는 무사.

기환과 별반 다를 바가 없이 이마에는 접시 자국이 선명했다.

그러자 멍해 있던 눈빛들이 짙은 경계심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담천우는 그런 이들을 향해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조용하게 말했다.

“함부로 나서지 마요. 죽을 수도 있으니까.”

“너… 도대체 누구야!”

“쟁자수입니다. 알아보기 어렵지는 않을 텐데요. 상단에서 유일하게 나뿐이라.”

“……그러고 보니, 그 새로 들어왔다는 쟁자수?”

기가 막힌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던 무사들은 사실 확인을 하느라 의견이 분분했다.

물론 담천우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쟁자수에 나름 애착을 가지고 있었는데…….

다수의 힘을 믿어서일까, 또다시 학습효과가 없는 무인 하나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식이! 감히 이분이 누구인줄 알고!”

“누군데요? 누구신데 쟁자수가 던진 접시를 맞고 쓰러지셨을까?”

“그, 그러니까…….”

나름 대차게 나섰던 무사는 말을 얼버무렸다.

사실 자신 있게 나서기에는 상황 자체가 궁색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닌 접시를 이마에 맞고 쓰러졌으니, 모양새가 안 나기는 하지.



그 순간, 담천우의 눈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

“조장님!”

“후우… 방심했다.”

조금 어이가 없는 상황이었다.

기절했던 기환이 별일 아니라는 듯 툴툴 털며 일어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하군.”

접시 자국이 두텁게 새겨져 있는데도 그런대로 멀쩡한 걸 보면, 둘 중에 하나였다.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힘 조절이 잘못되었거나, 아니면 저놈이 철두공을 익혔거나.

‘조금 더 힘을 줬어야 했어. 대가리가 깨지든 말든.’

기환이 손을 벌벌 떨고 있는 걸 보면, 극심한 통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였다. 그런데 그 손이 담천우 쪽을 향했다. 그제야 알아차린 듯했다.

“너, 며칠 전의 그 놈이로군. 재수 없게 생겨서 송 가주 옆에 붙어 있던 놈.”

“재수 없게 생겨?”

그의 말에 담천우의 입꼬리가 미미하게 말려 올라갔다.

어차피 외모야 본래 타고난 것도 아니니 별로 상관이 없기는 한데.

“소채가 머리에 붙어 있는 건 아냐?”

“뭐어?”

그제야 머리에 붙은 음식물 찌꺼기를 발견한 기환.

신경질적으로 그것을 털어내는 그의 모습을 보고, 행수들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

물론 기환이 죽일 듯이 노려보자 합죽이가 된 듯 급히 입을 다물었지만.

“조장님,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앉아.”

기환은 달려들려는 무인들을 눈빛으로 제지했다.

“조금 전에는… 방심한거다. 실수한거지.”

곱씹어 말하는 그의 눈빛에는 반드시 죽이겠다는 필살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어느새 기환의 손은 발검을 위해 검병 위에 올라가 있었다.

그걸 본 담천우는 문득 오래된 기억을 떠올렸다.

‘……점창?’

점창이 정파기는 하지만, 담천우의 기억 속에서의 그들은 흑도나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은 명색이 도가라는 놈들이 무조건 빠르고 강한 것만을 추구했다.

그들의 대표적인 검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발검술로 시작해서 발검술로 끝났다.

빠르기는 또 더럽게 빠른데다가, 일단 발검이 되면 한 합으로 승부가 났다. 뒤끝이 없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대책이 없다고 해야 할지.

그런데 이놈의 파지법을 보니 사일검법은 아닌 것 같고, 그 아류쯤 되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어떡하긴, 그냥 팰 생각이다. 점창 놈들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말이야.’

아까와는 달리 행수들의 얼굴에는 기대심리가 번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담천우는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자기네들끼리는 감싸주더니, 하나밖에 없는 쟁자수를 아낄 줄은 모르고 말이지.

“도대체 뭘 믿고 까부는 거지?”

공격을 위해 천천히 주변을 맴돌고 있던 기환이 탐문이라도 하듯 물었다.

“고수라고 하기에는 태양혈도 밋밋하고…….”

“태양혈은 너도 밋밋한데?”

어디서 주워들은 걸 가지고 아는 체 하기는.

무시라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기환의 얼굴이 금세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살생은 안 돼.]

눈치 빠른 자식. 안 그래도 이 녀석을 어떻게 하면 실수로 죽일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왜 안 되는데? 저번에 선착장에서 사람들을 죽일 때는 가만히 있더니, 여기는 시선이 있어서 안 된다는 거냐? 송린의 귀에 들어갈까 봐서 그래? 살인한 것이 귀에 들어가면 쫓겨날까봐?’

[…….]

정곡을 찔렸는지 충현은 답이 없었다.

담천우는 기가 막혔다.

역시 여기는 오래 있어서는 안 될 곳이다. 차라리 살인을 해서 쫓겨나는 편이…….



“그만두시게, 기 조장.”

하지만 생각은 생각으로 그칠 수밖에 없었다.

새로이 음성이 들려온 쪽을 바라보니 의외로 그자도 무인이었다. 삼십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중키의 무인.

태양에 그을린 탓일까,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날렵한 인상을 주는 사내였다.

의외인 점은 기환과는 달리 그래도 꽤나 신망을 얻고 있는 모양이었다.

환하게 펴지는 행수들의 표정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마전, 또 네놈인가?”

“기 조장이야말로 또 검을 드는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검을 뽑아드는 자네의 행동에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네. 어서 검을 넣어두게.”

불쾌한 표정을 짓는 기환과는 달리 마전은 부드럽게 받아쳤다. 담천우는 슬며시 손을 내렸다. 꼴을 보아하니 둘 사이의 언쟁으로 비화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담천우는 남아있던 음식에다가 젓가락을 대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러자 행수 하나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담천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기에는 밥이 제법 먹을 만했고, 싸움구경은 언제 봐도 재밌는 구경이니까.

‘그런데 이건 또 뭐야?’

보다 보니 느낀 점은, 이게 둘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기환의 뒤로 그를 따르는 십여 명이 있었다면, 새로이 나타난 마전이라는 자의 뒤에도 그를 따르는 십여 명의 무사가 있었다. 딱 절반씩 양분되어 있는 양상.

“네놈이 언제부터 나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 아, 그동안 무공이 강해지기라도 한 모양이군.”

기환의 비아냥거림에도 마전은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닌 듯 별반 표정에 변화가 없는 모습이었다.

“수일 후면 우리 상단에 중요한 대사가 있지 않은가. 이런 소소한 일쯤은 넘어가는 게 어떻겠나?”

“소소한 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잘 들어. 여기서 나보다 강한 놈이 있다면 막아도 된다. 그런데 없으면 말리지 마. 특히 마전 너. 방해하면 가만 두지 않을 테다. 그리고 쟁자수 너.”

“……응?”

“넌, 지금 죽여주지.”

그의 말에 담천우는 속에서 우러나오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살생을 해서 상단에서 쫓겨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