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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정체기라는 게 뭐지?(1)







(1)





“천일령원기공이 먼저다.”

[천무심결이 먼저다. 극성으로만 익힌다면 그 누구도 너를 꺾을 수 없을 것이다.]

몸을 회복한 지 한 달째.

담천우와 충현은 하나의 주제를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천일령원기공과 천무심결 중에 과연 어떤 것을 먼저 선행해야 하는가?

초창기에는 물론 천일령원기공이었다.

그것은 충현도 어느 정도 양보를 했다.

불과 일주일 만에 육십년의 내공을 적공했으니까.

하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은 약 칠십년 정도로 정체기에 빠져 있었다.

물론 정체기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었다. 지금도 하급 내공심법에 비한다면 약 열배 정도의 효율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여기서 말하는 정체기는 단전으로 끌어올 만한 폭혈공의 잔력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요 며칠간은 충현의 제안대로 천무심결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그리고 천무심결은 확실히 예상과는 다른 색다른 묘미를 선사했다.



천무심결은 무를 수련하는, 특히 도를 수련하는 사람이라면 빠져들 수밖에 없는 무공이었다.

천일령원기공의 근본 역시도 도가심법이기 때문에, 담천우 또한 도가 계열 무공에 대한 편견은 없었고 그래서 더욱 객관적인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천무심결의 폭발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은 인정해.”

도가는 보통 부드럽고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웃기는 소리다.

사실 도가 놈들의 무공은 어떤 면에서는 흑도 놈들보다도 더욱 패악스러웠다.

물론 태을도문 같은 놈들이야 유라는 측면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보통은 유(柔)와 강(剛)이 공존한다.

천무심결과 천무무극권으로 이어지는 심법과 초식은 이러한 유와 강의 진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니 더욱 고민스러울 수밖에.

한정적인 시간 관계상, 하나의 무공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그저 천일령원기공의 보조적인 역할로만 익히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천무심결을 익혀라. 나는 사부님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했었다.]

충현이 진지하게 의견을 전달해왔다.

물론 담천우도 이해는 하고 있었다.

담천우가 환상 속에서 보았던 충현의 사부라면, 충분히 그만한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라면 그 역시도 못지않았다.

그리고 담천우의 명호가 천마도인만큼, 도(刀)는 그의 분신이자 상징이었다.

그러니 천마도법을 온전히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천일령원기공의 대성을 이끌어 내야만 했다.

“나 또한 아직 천일령원기공의 한계를 보지 못했다.”

[무슨 말이지?]

“내가 만든 무공이다. 그것으로 끝을 보고 싶다고.”

[……!]

“놀란 모양이네.”

[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말했잖아. 나 천재라고.”

[재수가 없기는 하지만, 진짜 스스로 무공을 만든 거라면 인정하지.]



무공을 익히고 고수가 되는 자는 많다.

하지만 새로운 무공을 창안하는 자는 극히 드물다.

그것은 무공의 경지도 그렇지만, 폭넓은 무학의 지식과 창조성이 있어야만 가능하니까.

충현 또한 그 말의 무게를 잘 알고 있기에 감히 부정을 못하는 것이었다.

담천우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천재 이런 건 아니고, 다 살려고 발버둥친 결과일 뿐이야.”

처음 무공을 접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도 실소만 나왔다.

왜냐하면 마교에 들어가서 처음 접한 심법은 마공이 아니라 도가계열의 일심원기공이었는데, 그것을 익힌 계기는 별 게 아니었다.

‘선택의 기회가 없었지.’

[선택의 기회가 없었다고? 마교는 무공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는 그랬어. 나는 육대마가 출신이 아니라서 배척을 많이 받았거든.”

용호부라고, 정식 마교도가 되기 전에 필수적으로 거치는 훈련소에서부터 꼬여 버렸다.

출신도 안 좋은데, 고분고분하지도 않았으니까.

어떻게 보면 별 거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건 큰 문제였다.

육대마가의 자손도 아닌 출신이 안 좋은 자가 고분고분하지도 않다? 그것도 육대마가의 유력 후계자한테?

그건 죽여 달라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공식적으로 담천우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다른 훈련생들에게는 효율 좋은 마공이, 그 당시 어렸던 담천우에게는 이름 모를 도교의 심법이 주어진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일심원기공.

표제부에는 일심으로 익히면 근원의 기운을 쌓을 수 있다고 명기되어 있었지만, 사실 근원의 기운이라고 표기되어 있다는 것 자체가 더럽게 쌓기 힘들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담천우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에 죽어라고 그것을 익혔다.

낮이나 밤이나, 그리고 남들이 쉬는 시간에도.

그저 좌절하고만 있기에는, 용호부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었다.

수천의 입문자 중에 겨우 이삼백만 살아남는 살벌한 곳이었으니까.



그렇지만 남들의 배나 되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심원기공은 단순히 느리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느렸다.

남들은 일 년의 적공만으로도 이 년, 삼 년의 내공을 쭉쭉 빨아들일 때, 담천우는 남들보다 서너 배의 시간을 들여서 적공을 해도 반년 남짓한 내공을 얻었을 뿐이었다.

상황은 갈수록 절망적으로 변해갔다.

쉼 없이 달리는 만큼 육체는 피폐해져 갔고, 몸의 상처는 갈수록 늘어갔다.

담천우의 적들은 나날이 지쳐가는 그의 모습을 키득거리며 비웃었다.

그럴수록 담천우의 정신은 날이 선 검처럼 예리해졌다.

검이 두드릴수록 단단해지는 것처럼 정신 역시도 그러했다.

초식은 지극히 실전적이 되었고, 고정적인 틀을 깨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일심원기공 또한 여전히 느리기는 했지만, 더욱 안정적으로 변해갔다.

급기야는 움직일 때에도 조금씩이지만 적공이 가능해졌고, 심지어는 잘 때에도 적공이 가능해질 정도였다.

그렇게 담천우는 삼 년의 고된 훈련 끝에 용호부에서 살아 나왔다.

그리고 마졸이 되었다.



서열도 없는 마졸.

다른 육대마가의 후계자들은 용호부를 나와서 바로 마령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봤을 때, 이는 너무 느린 출발이었다.

그 이후 몇 년이 더 흘렀다.

여전히 담천우는 마졸이었다.

하지만 실전적인 그의 살법은 나름 위력적이었고, 크고 작은 공을 소소하게 세워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우연찮은 계기를 통해 인급(人級) 비고에 출입하게 되었을 때, 무공을 발전시킬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를 얻었다.

그것은 바로 일령파혈공이었다.

일령파혈공은 비고 한 구석에 처박힌 채 먼지로 얼룩진 마공비서였는데, 이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바로 단 한 명의 입마지경조차도 배출하지 못한 마공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어떤 마공과 견주더라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극강의 축기 속도를 지니고는 있었지만, 한계가 분명한 마공인 만큼 모두의 외면을 받았던 것이었다.

하지만 담천우는 이 반쪽짜리의 무공을 습득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무공의 원리에서 일심원기공의 부족한 점을 메워줄 보완점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담천우는 생각했다. 마공이 가지고 있는 극강의 축기 방식만 취하면 될 것이 아닌가.

일심원기공을 주요 경맥을 보호하는 그릇으로 삼고, 일령파혈공을 세맥의 혈을 돌릴 윤활제로 취하겠다.

그 당시의 담천우는 이 가정에 나름 자신이 있었다.

자신만큼 일심원기공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 과정은 자신감만으로도 극복할 만큼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그 누구도 시도해 보지 못한 처녀림. 그 금단을 밟는 순간, 곳곳에 주화입마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온몸이 비비 꼬였고, 생사의 간극을 왔다 갔다 한 경우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담천우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럴수록 더욱 독기를 뿜어내며 참오를 거듭했다.

그렇게 한 해, 두 해가 지나가자, 길을 열지 않았던 처녀림은 서서히 담천우에게 길을 허락했다.

그리고 완성된 심법.

담천우는 그 결과물에 천일령원기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완성하고 보니, 천일령원기공은 다른 마공에 비해서 확연히 다른 여러 가지 장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로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극강의 축기 속도.

그러면서도 놀라운 것은 안정적이라는 점이었다. 이것이 두 번째 장점이었다.

이것은 기존 마공의 개념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마공은 본시 극강의 속도를 얻는 대신 주화입마에 쉽게 걸리거나, 파마의 성질을 가지는 정파 무공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약점을 지니기 마련이었다.

물론 위로 올라갈수록, 그러니까 천마가 익히는 천마심공쯤 되면 그런 문제는 조금씩 사라졌다.

그런데 이 천일령원기공은 천마심공보다도 더욱 안정적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마공을 익힌 티가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사실 도가의 심법을 기반으로 했으니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기에 만난 인연.

자신이 마도라고 불리게 된 도법, 후에는 천마도법이라고 불리게 된 탈혼도법과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탈혼도법을 익히게 된 계기는 의외로 천운이라고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다. 이는 마교 안에서는 극히 기대하기 힘든 인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자신과는 비할 바 없는 위치에 있었던 일월도객 금사천이 마졸 출신의 비천한 담천우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는 마교 안에서의 서열은 일백일십 위에 불과했지만, 무에 대한 강한 욕구는 담천우와 비슷한 면이 있었다. 그래서 일개 마졸에 불과했던 담천우에게 자신의 무리를 나눠준 것이었다.

만약 담천우에게 단 하나의 사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탈혼도법을 전수해준 금사천뿐이었다.

그런 금사천마저도 천우가 만 사십 세가 되기도 전에 죽었다.

그는 입마지경에 오르지 못해서, 죽어갈 때 마공이 깨지는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금사천이 담천우에게 원한 것은 단 하나뿐이었다.

비주류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라. 무의 정점에 올라라.

그리고 담천우는 그의 소원을 팔 년 후에 이루어주었다.



* * *



“결국 자네가 여기까지 왔군.”

허허로운 웃음을 보이는 사내.

그리고 그가 마주하고 있는 자는 담천우였다.

담천우의 손에는 시퍼런 도가 들려 있었고, 그 도첨의 끝에는 천마신교의 신이자 절대자인 천세형의 가슴이 꿰뚫려 있었다.

그 당시의 담천우는 꽤나 난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개인적으로 유감은 없는데, 그저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을 뿐이다.”

어떻게 들으면 놀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천세형은 웃었다.

난감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담천우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후후, 자네는 그래서 좋아. 올곧이 강해지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거든.”

“……알아주니 고맙다.”

지음(知音).

타고난 신분은 달랐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둘도 없는 친구인양 그들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천세형이 물었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네. 마교의 모든 무공은 천마신공보다 앞설 수가 없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지?”

“육대마가도 아닌 내가 어찌 고급 마공을 익힐 수 있었겠어. 그래서 그냥 내가 만들었다.”

“마, 만들었다? 하하하하, 자네 정말 대단한 인간이었군. 걸작이야, 걸작.”

천세형은 끝없는 광소를 터트렸다. 그러다가 곧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세형아, 세형아. 천하를 좁다하고 지냈지만 결국 정저지와에 지나지 않았구나.”

그 말을 끝으로 툭하고 고개를 떨군 천마 천세형. 향년 칠십팔 세였다.

“천마시여, 천마시여…….”

울부짖는 여타 속하들의 울음 속에서 이루어진 사십오 세 이른 나이의 천마위 계승.



어느새 과거의 편린에서 돌아온 담천우의 입가에는 쓰디 쓴 미소만이 걸려 있었다.

“천세형은 그래도 사내였는데.”

담천우는 기억을 떨쳐내며 쓴 입맛을 다셨다.

적어도 그는 무(武)를 아는 사내였다.

하지만 원로원 놈들이나 다른 장로들은 천마신공도, 호교무공도 아닌 아류무공이 자신들의 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후후.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때는 천세형과의 결투로 인해 너무 큰 내상을 입었다.

근 십 년간 내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잘 되지 않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암습을 받았으니 제대로 대처를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과거보다 더 강해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아졌다.

천무무극권.

천무심결.

천일령원기공.

비섬탄.

암천비도술.

천마도법.

하나같이 일세를 풍미할 무공들이 하나로 집약되었다.

너무 많아서 무엇을 먼저 취할지를 정하지 못할 정도였다.

“한 가지는 약속하지. 천무심결, 천일령원기공. 두 가지 다 포기하지 않겠다.”

[좋을 대로……. 아무튼 절대 천무심결을 포기하지는 마라.]

“후후, 그렇게는 안 해. 나는 욕심이 많으니까.”

담천우로서는 다행인 게, 충현은 중원인이 아니었기에 무공에 대한 편견이 없다는 점이었다.

“어찌 되었든 지금 중요한 것은 내공의 양을 늘리는 것이다. 아무래도 익숙한 무공을 먼저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니까.”

[흐음, 그런가……. 하긴 불안하기는 하군. 고작 칠십년의 내공이라니.]

“그렇지? 칠십년의 내공을 가지고는 어디 가서 얻어맞기 딱 십상이야.”

명문세가의 무인들이 들었다면 거품을 물었을 대화였다.

담천우는 히죽 웃어 보이다가 가볍게 발을 놀렸다.

“어디 그럼, 몸 보양이나 좀 하러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