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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 계약분 위반? 웃기고 있네




갑작스럽게 날아온 통지서.
계약분 위반이라는 이유로 내용 증명을 보낸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날 호구로 본 건가?’

만약 이시우가 고물상에 대해 어중간하게 알고 있는 일반 직원으로 근무를 했더라면 고개를 끄덕였을지도 몰랐다.
계약분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 어떤 형태로 진행되는지 일반 직원이 알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시우는 아버지가 다음 사장으로 키우려 한 후계자나 다름없었다.
그 덕분에 계약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이시우는 혀를 차면서 더 케이 베스틸에서 날아온 증명서를 던졌다.
그때, 같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신우철과 문재신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이시우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챈 신우철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계약분 위반에 대한 내용 증명서가 더 케이한테서 와서요.”

계약분 위반이라는 말에 문재신이 고개를 갸웃했다.

“계약분 말입니까?”
“네, 대표님.”

본래라면 이러한 고물상의 내부 사정을 남들에게 알려 주지 않을 테지만, 이번 문제는 혼자 삼키기에 너무나도 어이가 없었다.

“계약분을 위반한 걸 왜 일반 고물상에게 내용 증명을 보내는 겁니까?”

문재신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그는 식사를 하면서 이시우와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
그 대화를 통해 이시우가 고물상이라는 업종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거기에 전 대표에게 배워 솔직하고 깨끗한 운영 방향까지 고려하고 있으니, 여러모로 부족함이 없었다.
그렇기에 문재신은 이시우를 키워 주기로 결정했다.

“알아봐야겠지만, 제가 어리고 고물상을 물려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수룩한 놈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전가하겠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이시우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 내용 증명서, 이것을 보고 이시우는 쉽게 장성우를 떠올릴 수 있었다.
자신을 얕잡아 보는 수준이 그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장성우는 이시우를 하나부터 열까지 무시했다.
부모를 잘 만나서 부럽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고, 같이 일을 할 때도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이시우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쯧, 지저분하게 일을 하는군요.”

문재신도 얄팍한 더 케이 베스틸의 행동을 보고 혀를 찼다.
하지만 유일하게 계약분이 무엇인지 모르는 일반인, 신우철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계약분 위반이라는 게 뭔데?”
“계약분이란 대상 업체와 제철소가 맺는 일종의 권한 중 하나죠. 대상 업체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서 제철소는 매년 얼마의 톤수를 정해 지정했던 단가보다 20원 정도 올려서 받아 줘요.”

이시우의 설명이 맞냐는 듯 신우철은 슬쩍 문재신을 쳐다보았다.
문재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제철소는 자신들과 직접 계약한 대상들의 재정 상황을 높여 주기 위해 계약분이라는 특혜를 만들었다.

“보통 대상이 계약분을 받아내고 중간상에 계약분에 지정된 톤수 일부분을 내어주지. 그리고 약속했던 톤수를 채우지 못하면 제철소에서 이렇게 내용 증명이 오는 거고.”
“어라? 그 이야기만 들으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는데?”

문재신의 부가 설명에 신우철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째서 중간상도 아닌, 그 밑에 존재하는 고물상인 누리 리싸이클링에 내용 증명이 왔는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삼촌, 웬만하면 계약분 위반의 대한 사항은 저희 같은 고물상까지 오지 않아요.”
“그런데 왜 더 케이에서 내용 증명이 온 거야?”
“하, 보나마나죠. 장 이사가 주도한 일 아니겠어요?”

이시우는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이마를 짚은 채 눈을 감았다.

“대상의 대표로서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고물상을 보면 참 답답합니다. 이미 거래를 트기로 했으니, 이번 일은 저희 쪽에서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번에 저희 측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겠습니까, 대표님?”

신우철은 그런 문재신의 태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정중하지만 깐깐하기로 유명한 그가 이렇게까지 호의를 내비칠 줄은 모른 것이었다.
사실 문재신 역시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아마 이시우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가차 없이 돌아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예외적인 행동을 보일 정도로 문재신은 이시우가 마음에 들었다.
누리 리싸이클링이 가지고 있는 물건도 마음에 들었고, 앞으로도 비슷한 품질의 물건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이미 선입금으로 호의를 베풀긴 했지만, 찝찝함이 남지 않게끔 계약분의 일까지 도와주고 싶었다.

“선입금을 받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표님께 어떻게 다른 도움을…….”
“이제 명산과 누리는 남이 아닙니다. 게다가 단순히 주기만 할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많은 것을 받아내시겠다니…….”

이시우는 괜히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오늘 하루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문재신은 굉장히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일처리가 싹싹해 보이고, 거래 조건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사람 됨됨이 역시 신우철이 소개해 줄 만큼 괜찮았다.
그 탓에 이시우는 그가 장사꾼이라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다.
비록 상황이 좋지 않다지만, 누리 리싸이클링은 제법 괜찮은 고물상이었다.
뜯어먹으려면 얼마든지 뜯어낼 수 있는 곳.
이시우가 긴장한 표정으로 문재신을 쳐다보았다.

“하하, 이런… 제 말을 너무 진심으로 받아들이셨군요.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질 좋은 물건들을 앞으로도 많이 받아 내겠다는 말이었으니까요. 누리처럼 물건에 장난질을 치지 않은 업체를 만나는 건 아주 힘듭니다. 저는 이런 곳에 섣불리 손을 대는 멍청한 작자가 아닙니다.”

이시우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머릿속이 장성우와 더 케이 베스틸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그런지, 너무 앞서 나가 긴장했다.
괜히 선의로 다가오는 사람을 의심한 것 같아 이시우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문재신은 오히려 이시우의 그런 태도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이득이 없다면 움직이지 않는 자들, 바위 같다가도 이득이 생길 것 같으면 한없이 가벼워지는 자들이 바로 고물상의 사장들이었다.
결국 고물상 사장들도 장사꾼이라는 것.
그게 문재신이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배운 가장 큰 것이었다.
다행히 이 어린 사장은 이 바닥의 그런 원리를 잘 이해하고 있는 듯싶었다.
때문에 문재신은 새삼 이시우의 아버지, 이도운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돈보다 신의를 더 중요시한다는 것은 이미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당장 누리 리싸이클링에 있는 고철만 봐도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의 후계자, 이시우 역시 굉장히 번듯한 청년이었다.
문재신은 누리 리싸이클링이 더 케이 베스틸과 계약되어 있더라도 한 번쯤은 찾아와 보지 않은 것을 새삼 후회했다.

“그럼 염치 불구하고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500만 원이라는 돈이 절대 푼돈은 아니니까요. 이 문제는 명산 측에서 더 케이와 상의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도움을 주겠다는 말에 이시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하, 제가 누리에 거는 기대가 많습니다. 그나저나 더 케이… 아시겠지만 이렇게 지저분하게 일을 한다고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저는 대표님이 이 점을 꼭 명심해 줬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만 보면 이득을 보는 것 같지만, 이렇게 해서 더 케이는 절대 대상이 되지는 못할 거예요.”

문재신의 눈빛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대상은 돈이 있다고 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자금은 어디까지나 기본이고, 타 업체들과의 관계와 업체 내부의 사정이 주요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것들을 심사해 제철소는 결정을 내리고 계약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더 케이는 완전 글렀어. 쯧, 그러고 보니 더 케이가 코드를 받는 곳이 DS였나?’

DS는 명산철제와 경쟁 업체, 같은 제철소로 납품하는 업체였다.
잠시 인상을 찌푸리며 생각하던 문재신은 이내 상념을 떨쳐 내고 이시우에게 말했다.

“대표님께서는 계약분 문제를 신경 쓰지 마시고 무리 없이 고물상을 운영하는 것에만 집중해 주세요.”

***

다음 날.
오늘도 이시우는 고철 생성 스킬을 사용하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하루를 빼먹을 때마다 약 30만 원이라는 돈이 날아가는 것이기에 부지런해져야 했다.
고철을 생성하고 정리해 놓은 뒤, 이시우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보란 듯이 내용 증명서를 보냈으니, 장성우 그 인간 성격에 약 올리려고 찾아올 거 같은데…….’

그때였다.
문득 눈에 들어온 CCTV 화면에 고물상 입구로 들어오는 고급스러운 차량 한 대가 잡혔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찾아온다더니… 아니, 이 경우에는 여우인가?”

이시우는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장성우가 밝은 표정으로 고물상 안으로 들어왔다.

“잘 지냈냐?”
“네. 그러는 장 이사님, 아니, 부장님은 잘 지내셨어요?”

말만 들으면 별것 없는 인사였지만, 이시우의 표정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장성우는 그의 그런 행태에 속으로 혀를 찼지만, 오늘은 다 참아 줄 수 있었다.

“내용 증명서를 받았나 보구나?”
“잘 받았어요. 그러고 보니 더 케이에서 받은 직급이 이사가 아니라 부장이네요?”

이시우가 노골적으로 떨어져 버린 직급을 놓고 비웃었다.
하지만 장성우는 아쉽지 않았다.
누리 리싸이클링에서 이사로서 받던 월급 그대로를 더 케이 베스틸에서 주기로 했으니까.

“직급이 뭐 중요하겠냐. 날 찾아 주는 업체가 있다는 게 중요하지. 나이도 있는데, 이것저것 잴 필요는 없지 않겠냐.”

이시우는 괜히 속에서 역함이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누리 리싸이클링에 온갖 짓을 저지르고 떠난 사람이 사람 좋은 척하는 게 역겨웠기 때문이다.

“그럼 다행이구요.”
“야, 그래도 넌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2,000만 원의 손해금을 청구하려는 걸 내가 500만 원으로 줄여 달라고 대표님께 요청했어. 10년이나 다닌 전 직장인데, 이 정도 의리는 있지.”

개소리였다.
장성우는 지금 누리 리싸이클링에 남은 자본금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고, 그렇게까지 배려를 해 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겠네요.”

있는 힘껏 잔뜩 비꼬아 말했지만, 장성우는 그저 기분 좋다는 듯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 입장도 생각해 줘라. 깔끔하게 500만 원 딱 지급하고 더 케이와 사이를 정리하는 게…….”
“부장님은 아직도 제가 어린애처럼 느껴지나 보네요. 설마 제가 계약분을 모를 정도로 무식한 놈이라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죠?”
“뭐어… 계약분은 알고 있겠지. 근데 말이야, 누리가 직접 더 케이에게 계약분을 달라고 요청한 건 맞아. 후후.”

장성우의 말이 사실이라 친다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웃긴 소리였다.
아버지는 절대로 계약분을 요청하고 마당에 물건을 쌓아 놓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신의를 중요시하게 여겼고,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성에 차시는 분이었다.
계약 역시 약속의 일종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분명 계약분을 요청했더라면 신속하게 처리를 했을 터.
장성우가 허세를 부리고 있거나, 계약분 요청을 아버지 모르게 그가 멋대로 처리하고 꾸민 것, 둘 중 하나가 분명했다.
이시우는 아마 후자가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

“흐음, 누리가 먼저 요청을 했는데, 아버지께서 물건을 빼지 않으셨을 리가 없을 텐데요.”
“글쎄?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르지.”

장성우가 능청스럽게 어깨를 들썩였다.
그 모습을 보고 이시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실소를 지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부질없다는 것만은 알겠네요.”
“그래,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솔직히 말해서 10년이나 같이 일하고 한 업체도 이끌어 본 나에게 다음 대표를 넘겼어야 하는 거 아니냐? 도대체 뭘 믿고 너한테 대표를 주겠다는 건지. 쯧.”
“제가 없었어도 아마 아버지는 부장님에게 대표직을 넘기지 않았을 거예요. 부장님의 뭘 믿고 대표를 줘요?”

장성우가 한 업체를 이끌었다고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거하게 말아먹었다.
고철에 장난을 치는 곳을 작업장이라 불렀다.
파이프에 흙을 가득 채우는 등등 이야기가 많은 업체였다.

“왜 못 믿어? 10년 동안 여기를 내 가게처럼 운영해 온 사람은 난데.”
“하, 내 가게라… 내 가게처럼 생각하셔서 그렇게 하셨어요?”
“뭘?”
“고철 빼돌려서 더 케이에 팔아먹은 거 말이에요.”

이시우는 품에서 고소장을 꺼내 그에게 들이밀었다.
어제 날아온 따끈따끈한 고소장이었다.
오늘같이 장성우가 눈앞에 나타나면 보여 주려고 품에 꼬옥 간직하고 있었다.

“너… 이거 뭐야?”
“보면 몰라요? 고소장이죠.”
“뭐?”
“왜요? 영원히 이 사실을 숨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계약분 위반?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장성우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노발대발했다.

“너, 이 새끼! 감히 건방을 떨어?”
“이보세요, 장성우 ‘부장님’. 건방은 누가 떠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전 한 업체의 대표고 당신은 고작 부장이에요.”

으드득.
장성우의 이빨이 갈려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계속해 보세요. 더 케이를 움직여 압박을 하든, 뭘 하든, 할 수 있는 만큼 수작 부려 보세요. 제가 눈 하나 깜빡할 것 같아요?”

이시우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고개를 숙여야 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잘 구분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지 않을 때는 막나가라는 말도.
이번 경우에는 생각할 것도 없이 후자였다.
게다가 장성우가 먼저 막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이시우는 거리낄 게 없었다.
누리 리싸이클링을 넘겨도 명산철제에 넘기지, 죽어도 더 케이 베스틸이나 장성우에게 이득을 안겨 주지 않겠다는 마음이었다.

‘후우, 흥분하지 말자. 막나가도 머리만큼은 냉정해야 한다.’

가슴은 뜨겁더라도 항상 머리는 차갑게.
이 역시 아버지가 입에 달고 다니던 말이었다.

“후회하지 마라. 이 고물상이 내 손에 떨어지는 것도 곧이니까.”

흥분해 냉정을 잃어버린 자의 말.
이시우는 장성우의 말 속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아, 설마 더 케이에서 약속한 게 바지 사장이었어요?”

빚만 잔뜩 있는 장성우가 누리 리싸이클링을 손에 넣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더 케이 베스틸이 인수해서 장성우를 담당자로 지정하는 것.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사장이 된 자들은 흔히 바지 사장이라 불렸다.

“뭐?”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부장님이 이렇게까지 흥분해서 달려드는 이유를 말이에요. 참 가지가지 하네요.”
“야, 이시우!”
“왜요? 제가 이렇게 말하니까 화나세요? 그동안 제가 웃어른 대하듯 공손하게 대해 준 건, 싫든 좋든 간에 아버지가 식구로 인정해서였어요. 하지만 저는 단 한 번도 부장님을 식구로 인정한 적이 없어요. 어떻게 그런 짓거리를 하는 사람을 식구라 생각해요? 아버지가 진짜 대인배여서 그렇지. 어휴.”

어른이기 때문에, 단순히 나이가 많기 때문에 그를 존중하려 노력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도 연장자이기에 그의 의견에 따라 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누리 리싸이클링이라는 울타리 안에 같이 있을 때나 통용되는 것이었다.

“사장님이랑 내가 없어지자마자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본색을 드러내는 건 제가 아니라 부장님이시죠. 그동안 어떻게 참으셨대요? 전 아직도 부장님이 아버지의 밑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하네요.”
“후회하게 될 거야. 넌 날 붙잡고 어떻게든 계약분 위반 사항을 처리해야 했어.”
“후회는 무슨… 부장님이야말로 나중에 저한테 매달리지나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