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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고물상 특화 능력 각성(?)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없다는 것과 대표이사가 변경된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물론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이시우의 인생에 있어 천지개벽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신우철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고물상으로 돌아온 이시우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았다.
컴퓨터 앞에 있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장부.
고물이라는 특성상 장물도 많았다.
장물이라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받아 줘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면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현금이 아닌, 계좌로 이체를 해 주며 꼼꼼하게 고물상에 들어오는 차량의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기록해 놓았다.
낡은 장부를 펼친 이시우가 아버지가 기록해 놓은 것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장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 어라? 뭐지?’
갑작스러운 이물감에 이시우는 눈을 벅벅 비비고 다시 장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희미해진 시야가 또렷하게 돌아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장부 위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떠올라 있다는 것이었다.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봐도 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
<고물상 특화 능력>
[고철 생성](lv. 1) ― 하루 1,000㎏(1t)의 고철을 생산할 수 있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으로 30,000㎏(30t)을 생성 시 lv. 2로 승급.
[미래시](lv. 1) ― 한 달 주기로 변화하는 고철의 단가를 확인할 수 있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 lv. 3을 달성 시 개방.)
―――――――――――――――
‘뭐, 뭐야 이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까 넘어지면서 눈을 다친 건…….’
가만히 눈앞의 글귀들을 바라보던 이시우는 문득 번개를 맞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글귀가 떠오르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번개에 맞았다는 사실 자체도 비현실적이었다.
번개를 맞고 신비로운 능력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더 오히려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눈을 감았다 떠도 글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시우는 한참을 멍하니 글귀들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만약 이 글씨들이 진짜라면…….’
이시우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시우는 진지하게 이 글귀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철 생성은… 글쎄… 미래시는 확실히 쓸 만하네.’
고철의 단가를 알 수 있다면, 언제 모아놔야 하는지, 어느 시기에 빼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고물상이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시기를 잘 결정하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고철을 쌓아 놓았다가 단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안 나와 있네. 후우, 그보다 고철 생성이라니… 정말로 쓸 수 있는 능력이 맞는 거야?’
미래를 보는 능력은 이미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자주 쓰이는 능력이었다.
때문에 어떤 느낌의 능력인지 확 와닿았지만, 고철 생성은 달랐다.
단순히 변화하게 될 고철의 단가를 보여 주는 미래시와는 달리, 고철 생성은 말 그대로 고철을 생성하는 능력일 게 분명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능력.
그게 정말로 가능할지 이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후우, 정신 차려라, 이시우. 그냥 번개를 맞아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괜히 기대하지 말자.’
옛날에 기대를 했기 때문에 배신당한다는 말이 있었다.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 말이기에 이시우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잡념을 떨쳐 내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시우가 다시 고철 생성에 대해 떠올리자, 눈앞에 그와 관련한 글귀가 나타났다.
―――――――――――――――
<고철 생성>(lv. 1)
하루 1,000㎏ 생성 가능.
사용 방법.
└ 생성하고 싶은 고철을 손에 쥐고 속으로 ‘고철 생성’이라 외친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으로 30000㎏(30t)을 생성 시 lv. 2로 승급.
―――――――――――――――
어느덧 비는 그쳐 있었고,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밖으로 나간 이시우가 버튼을 누르자, 조명 네 개가 환한 빛을 뿜어냈다.
이시우는 곧장 고철장으로 달려가 짧은 철근 조각 하나를 손에 쥐었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이 볼 일도 없는데… 속는 셈치고 딱 한 번만 해 보자.’
“후우… 고철 생성.”
이시우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눈을 감은 채 고철 생성이라 중얼거렸다.
마음속으로 외쳐도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괜히 정말로 능력이 발동됐으면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기대를 배신하고,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역시’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뜨자, 이시우의 시야에 새로운 글귀가 나타나 있었다.
―――――――――――――――
<고철 생성 능력을 발현합니다.>
스캔 종류 : [철근].
길이 : 90㎝.
무게 : 10㎏.
스캔하는 데 필요한 시간 : 1분.
――――――――――――――――
째깍째깍.
마치 환청처럼 시계의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아니, 정확히 1분이 지났을 때.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스캔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하루 제한 고철 1t을 생성하시겠습니까?]
“해!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 될 일이었지만, 이시우는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글귀들이 다시 어지럽게 정립되었다.
[철근을 생성합니다.]
그 글귀가 나타남과 동시에 이시우가 서 있던 자리에서 희미한 빛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사라지고, 이시우의 눈앞에 진짜 철근들이 가지런하게 쌓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지, 진짜? 진짜야, 이거?’
이시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새롭게 만들어진 철근을 쥐며 확인했다.
처음에 손에 든 철근과 같은 두께에 심지어 녹슨 부분까지 똑같았다.
“완벽하게 똑같아…….”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잘게 손을 떨던 이시우는 이내 들고 있던 철근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경량이 아닌 중량을 위주로 고철을 생성한다면… 승산 있어. 비록 철근이 중B이지만, H빔이나 비싼 고철들을 생성할 수 있으면… 고물상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야.’
고철에도 등급이 존재했다.
무게가 가볍고 얇은 고철을 경량, 무겁고 두꺼운 고철을 중량.
그리고 경량과 중량에서도 각각의 기준에 따라 A와 B로 나누어진다.
지금 생성한 철근은 중량 B.
이대로 제철소로 넘기면 320원이라는 단가까지 받을 수 있는, 아주 질 좋은 물건이었다.
‘이제 새로운 거래처만 찾으면 돼. 주변 고물상들하고 경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멍하니 서서 철근 더미를 바라보던 이시우는 몸을 돌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지럽힌 것들을 정리한 뒤, 고물상의 조명까지 끄고 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가정집이었다.
사무실은 겨울이면 외풍이 심하고 벌레도 많이 튀어나오는 곳이었지만, 이 방만큼은 깔끔하고 따뜻했다.
아버지가 직접 벽을 치고 공간을 나눠 만든 방이었다.
빗발치는 민원 속에서도 아버지는 어떻게든 이 공간을 지키기 노력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만들어진 공간.
부지의 용도를 바꾸고 정식으로 시에 등록하느라 꽤 많은 비용이 소모되었다.
이시우는 아버지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구와 가전제품들.
아버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깔끔해야 한다는 아버지만의 철칙이 있었다.
그 때문에 4년에 한 번씩 가구들과 낡은 가전제품들을 바꾸곤 했다.
돈 낭비라고 이시우가 아무리 만류를 해도 아버지는 자신의 철칙을 고집했다.
‘아버지의 옷도 태워야 하고 할 게 많은데… 피곤하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눕고 싶었다.
털썩.
그렇게 이시우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6시.
일찍 눈을 뜬 이시우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은 뒤, 작업복과 안전화를 신었다.
그러고 고철장에 서자 어젯밤에 고철 생성 능력으로 만들어 낸 철근 한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 하핫!”
이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다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어제 있던 일들이 모두 꿈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마당에 나왔지만, 보란 듯이 철근 더미는 그대로 고철장에 놓여 있었다.
‘정리하자. 이 정도 양이면 경량과 중량, 모두 합쳐서 적어도 500t 정도는 가뿐하게 넘을 거야.’
철근은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고철 중 하나였다.
본래라면 건축을 맡은 시공사나 다른 고물장, 혹은 도보꾼들에게 사야 할 물건이었다.
1㎏당 320원이라면, 그들에게는 220원에 사 들였다.
왜 이러한 단가가 나오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순이익으로 잡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공급의 형태를 보면 알기 쉬웠다.
‘누리는 고물상 중에서도 최하위이니까 어쩔 수 없지.’
제철소에 납품하는 단가가 320원이라면, 중간상들도 그 사이에서 이득을 봐야 했다.
20원을 순이익을 잡는다고 한다면 운송비나 작업비 등등 기타 비용을 뺀 금액으로 바닥 고물상에서 물건을 가져와야 했다.
‘운송 단계가 늘어나면 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인건비와 운송비 기타 등등을 뺀다면, 고물상이 가져가는 이득은 20원∼30원 사이.
하지만 고철 생성으로 물건을 만들어 낸다면 운송비 말고 다른 돈을 전부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돈은 이시우에게 순수 이익으로 들어올 터였다.
이시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물상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고철을 옮기기 위해 굴삭기의 시동을 켜기 위해서였다.
고물상에서 사용하는 굴삭기는 다른 것들과 외형이 많이 달랐다.
집개에는 여섯 개의 발가락이 존재했고, 그것을 그라플이라 불렀다.
무언가를 집는 데 특화된 도구.
고물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 장비는 필수였다.
규모가 작은 고물상의 경우에는 5t 차량을 개조해 집게차라 불리는 차량을 만들어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은 편하게 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큰맘 먹고 아버지는 굴삭기를 구입했다.
우웅―
RPM을 올려 굴삭기의 워밍업을 하고, 철근을 기존 고철과 골고루 섞었다.
우당탕탕!
고철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시우는 오히려 흥이 난다는 듯이 흥얼거렸다.
고물상에 고요함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 이래야 고물상이지.’
그는 굴삭기를 조종하는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드럽게 굴삭기의 붕대를 움직였다.
철근 무더기를 고철에 집어 던지고 섞는 작업을 끝낸 이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오랜만에 작동시켜 보는 굴삭기였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이시우는 굴삭기 조종석에서 내려올 때쯤 굳게 닫혀 있던 고물상의 문이 열렸다.
그러고 문 사이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굴삭기에서 내려온 이시우를 발견하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었다.
“시우야!”
누리 리싸이클링의 집게차 기사.
꽤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함께 일한 사람.
강필중의 등장에 이시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 기사님?”
“사장님 일은… 어떻게 잘 해결했어? 장례식에 찾아가긴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
“네, 모두 잘 마무리했어요.”
밝게 인사하기는 했지만, 숙연해지는 분위기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이시우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퇴사 요청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퇴직금 문제 때문에 오신 거예요?”
장성우가 한 말 중에서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 부분.
2∼3년 되는 시간 동안 아버지와 함께한 이들의 퇴사 요청이 마음에 걸렸다.
“장 이사가 그러더라. 어차피 사장님이 없는 고물상이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 것 같냐고, 너도 고물상을 처분할 거라고 해서…….”
“후우, 처분할 생각 같은 건 없어요. 제가 그대로 이어 나가고 싶어서요.”
이시우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
마치 자기가 사장인 것마냥 고물상의 처우를 멋대로 판단하는 장성우 때문에 열이 뻗쳤다.
“그치? 너라면 이런 선택을 내릴 줄 알았어. 고물상에 대해 전혀 모르는 놈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빠삭하면 빠삭했지. 사실 따지고 보면 장 이사보다 네가 더 아는 게 많을 거다.”
“칭찬 감사합니다.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실래요? 커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시죠.”
“그래, 들어가자.”
강필중은 이시우가 대견하게만 느껴졌다.
제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무리한 지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업복을 입고 굴삭기를 작동한 것처럼 보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강필중이었다.
강필중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간 이시우는 믹스 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그에게 내밀었다.
두 사람은 홀짝홀짝 커피를 마셨다.
괜히 어색한 침묵을 이어지던 중, 강필중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우야, 아니, 아니지. 이제 사장님이지.”
아직 대표이사 변경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물상을 다른 데 넘기지 않는다면, 이시우가 누리 리싸이클링의 사장이 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필중의 호칭에 이시우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말씀하세요.”
“퇴사 신청을 취소해 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난 여기를 떠나기 싫거든.”
“기사님…….”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도 마음에 걸리고… 네 의사를 확실하게 들어 보고 결정해야 하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강필중은 장성우의 기세에 밀려 퇴사 신청서를 작성해 그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정작 이시우의 의견조차 들어 보지 않고 섣불리 결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회가 가득한 강필중의 눈빛을 보고도, 이시우는 담담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장님이 만약 자기가 사고를 당하면, 고물상을 이어받는 건 너 하나뿐이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 혼자서 이 고물상을 꾸려 나가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도 하셨고.”
“…아버지가요?”
“그래. 사장님이 네 걱정을 많이 하셨어. 그래서 나도 마음에 걸렸고. 그나저나 시우야, 고물상 운영 방법이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내가 누구냐? 집게 기사로만 10년을 일한 강필중 아니냐. 그 경력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여기서 일하게 해 주면 안 될까?”
“저는 감사한 일이죠. 집게차 기사님을 구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요.”
“좋아. 그럼 내일부터 다시 출근할 게.”
“월급은 기존과 같이 드려도 될까요?”
“응. 그렇게 하자.”
변하는 것은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없다는 것과 대표이사가 변경된다는 것 정도가 다였다.
물론 아버지가 없다는 것은 이시우의 인생에 있어 천지개벽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신우철과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다시 고물상으로 돌아온 이시우는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았다.
컴퓨터 앞에 있는,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장부.
고물이라는 특성상 장물도 많았다.
장물이라는 것을 모른 상태에서 받아 줘도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기록이 없다면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는 항상 현금이 아닌, 계좌로 이체를 해 주며 꼼꼼하게 고물상에 들어오는 차량의 번호판과 전화번호를 기록해 놓았다.
낡은 장부를 펼친 이시우가 아버지가 기록해 놓은 것들을 확인했다.
그리고 장부를 보는 순간, 갑자기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어, 어라? 뭐지?’
갑작스러운 이물감에 이시우는 눈을 벅벅 비비고 다시 장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희미해진 시야가 또렷하게 돌아왔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장부 위에 반투명한 글자들이 떠올라 있다는 것이었다.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봐도 글씨는 지워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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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 특화 능력>
[고철 생성](lv. 1) ― 하루 1,000㎏(1t)의 고철을 생산할 수 있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으로 30,000㎏(30t)을 생성 시 lv. 2로 승급.
[미래시](lv. 1) ― 한 달 주기로 변화하는 고철의 단가를 확인할 수 있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 lv. 3을 달성 시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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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이게…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아까 넘어지면서 눈을 다친 건…….’
가만히 눈앞의 글귀들을 바라보던 이시우는 문득 번개를 맞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눈앞에 이상한 글귀가 떠오르는 것도 비현실적이지만, 번개에 맞았다는 사실 자체도 비현실적이었다.
번개를 맞고 신비로운 능력이 생기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어 더 오히려 신빙성 있게 느껴졌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눈을 감았다 떠도 글귀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시우는 한참을 멍하니 글귀들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만약 이 글씨들이 진짜라면…….’
이시우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이 능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충분히 예상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시우는 진지하게 이 글귀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철 생성은… 글쎄… 미래시는 확실히 쓸 만하네.’
고철의 단가를 알 수 있다면, 언제 모아놔야 하는지, 어느 시기에 빼야 할지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고물상이 돈을 크게 벌 수 있는 방법은 얼마나 시기를 잘 결정하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처럼 고철을 쌓아 놓았다가 단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안 나와 있네. 후우, 그보다 고철 생성이라니… 정말로 쓸 수 있는 능력이 맞는 거야?’
미래를 보는 능력은 이미 영화에서도 소설에서도 자주 쓰이는 능력이었다.
때문에 어떤 느낌의 능력인지 확 와닿았지만, 고철 생성은 달랐다.
단순히 변화하게 될 고철의 단가를 보여 주는 미래시와는 달리, 고철 생성은 말 그대로 고철을 생성하는 능력일 게 분명했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능력.
그게 정말로 가능할지 이시우는 믿을 수가 없었다.
‘후우, 정신 차려라, 이시우. 그냥 번개를 맞아서 헛것이 보이는 거야. 괜히 기대하지 말자.’
옛날에 기대를 했기 때문에 배신당한다는 말이 있었다.
너무나도 가슴에 와닿는 말이기에 이시우는 애써 고개를 저으며 잡념을 떨쳐 내려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꾸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오르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시우가 다시 고철 생성에 대해 떠올리자, 눈앞에 그와 관련한 글귀가 나타났다.
―――――――――――――――
<고철 생성>(lv. 1)
하루 1,000㎏ 생성 가능.
사용 방법.
└ 생성하고 싶은 고철을 손에 쥐고 속으로 ‘고철 생성’이라 외친다.
승급 조건.
└ 고철 생성으로 30000㎏(30t)을 생성 시 lv. 2로 승급.
―――――――――――――――
어느덧 비는 그쳐 있었고,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밖으로 나간 이시우가 버튼을 누르자, 조명 네 개가 환한 빛을 뿜어냈다.
이시우는 곧장 고철장으로 달려가 짧은 철근 조각 하나를 손에 쥐었다.
‘미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어차피 다른 사람이 볼 일도 없는데… 속는 셈치고 딱 한 번만 해 보자.’
“후우… 고철 생성.”
이시우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눈을 감은 채 고철 생성이라 중얼거렸다.
마음속으로 외쳐도 된다고 적혀 있었지만, 괜히 정말로 능력이 발동됐으면 하는 마음에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말이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당연하다는 듯이 그의 기대를 배신하고, 주변은 고요하기만 했다.
‘역시’라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눈을 뜨자, 이시우의 시야에 새로운 글귀가 나타나 있었다.
―――――――――――――――
<고철 생성 능력을 발현합니다.>
스캔 종류 : [철근].
길이 : 90㎝.
무게 : 10㎏.
스캔하는 데 필요한 시간 : 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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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깍째깍.
마치 환청처럼 시계의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잠시 뒤, 아니, 정확히 1분이 지났을 때.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스캔이 마무리되었습니다. 하루 제한 고철 1t을 생성하시겠습니까?]
“해! 한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면 될 일이었지만, 이시우는 초조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는 글귀들이 다시 어지럽게 정립되었다.
[철근을 생성합니다.]
그 글귀가 나타남과 동시에 이시우가 서 있던 자리에서 희미한 빛이 일어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빛이 사라지고, 이시우의 눈앞에 진짜 철근들이 가지런하게 쌓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지, 진짜? 진짜야, 이거?’
이시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새롭게 만들어진 철근을 쥐며 확인했다.
처음에 손에 든 철근과 같은 두께에 심지어 녹슨 부분까지 똑같았다.
“완벽하게 똑같아…….”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잘게 손을 떨던 이시우는 이내 들고 있던 철근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입가에 미소를 숨기지 못하고 환하게 웃었다.
‘경량이 아닌 중량을 위주로 고철을 생성한다면… 승산 있어. 비록 철근이 중B이지만, H빔이나 비싼 고철들을 생성할 수 있으면… 고물상을 다시 일으키는 것은 시간문제야.’
고철에도 등급이 존재했다.
무게가 가볍고 얇은 고철을 경량, 무겁고 두꺼운 고철을 중량.
그리고 경량과 중량에서도 각각의 기준에 따라 A와 B로 나누어진다.
지금 생성한 철근은 중량 B.
이대로 제철소로 넘기면 320원이라는 단가까지 받을 수 있는, 아주 질 좋은 물건이었다.
‘이제 새로운 거래처만 찾으면 돼. 주변 고물상들하고 경쟁을 하는 것도 충분히 승산이 있어.’
멍하니 서서 철근 더미를 바라보던 이시우는 몸을 돌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지럽힌 것들을 정리한 뒤, 고물상의 조명까지 끄고 웬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컨테이너로 만들어진 가정집이었다.
사무실은 겨울이면 외풍이 심하고 벌레도 많이 튀어나오는 곳이었지만, 이 방만큼은 깔끔하고 따뜻했다.
아버지가 직접 벽을 치고 공간을 나눠 만든 방이었다.
빗발치는 민원 속에서도 아버지는 어떻게든 이 공간을 지키기 노력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기 전에 만들어진 공간.
부지의 용도를 바꾸고 정식으로 시에 등록하느라 꽤 많은 비용이 소모되었다.
이시우는 아버지의 방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가구와 가전제품들.
아버지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깔끔해야 한다는 아버지만의 철칙이 있었다.
그 때문에 4년에 한 번씩 가구들과 낡은 가전제품들을 바꾸곤 했다.
돈 낭비라고 이시우가 아무리 만류를 해도 아버지는 자신의 철칙을 고집했다.
‘아버지의 옷도 태워야 하고 할 게 많은데… 피곤하네.’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해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지금은 눕고 싶었다.
털썩.
그렇게 이시우는 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 날, 아침 6시.
일찍 눈을 뜬 이시우는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고양이 세수를 하고, 수건으로 대충 얼굴을 닦은 뒤, 작업복과 안전화를 신었다.
그러고 고철장에 서자 어젯밤에 고철 생성 능력으로 만들어 낸 철근 한 무더기가 눈에 들어왔다.
“하, 하핫!”
이시우는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다시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능력이었다.
‘어제 있던 일들이 모두 꿈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마당에 나왔지만, 보란 듯이 철근 더미는 그대로 고철장에 놓여 있었다.
‘정리하자. 이 정도 양이면 경량과 중량, 모두 합쳐서 적어도 500t 정도는 가뿐하게 넘을 거야.’
철근은 어디를 가든 환영받는 고철 중 하나였다.
본래라면 건축을 맡은 시공사나 다른 고물장, 혹은 도보꾼들에게 사야 할 물건이었다.
1㎏당 320원이라면, 그들에게는 220원에 사 들였다.
왜 이러한 단가가 나오는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순이익으로 잡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공급의 형태를 보면 알기 쉬웠다.
‘누리는 고물상 중에서도 최하위이니까 어쩔 수 없지.’
제철소에 납품하는 단가가 320원이라면, 중간상들도 그 사이에서 이득을 봐야 했다.
20원을 순이익을 잡는다고 한다면 운송비나 작업비 등등 기타 비용을 뺀 금액으로 바닥 고물상에서 물건을 가져와야 했다.
‘운송 단계가 늘어나면 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
인건비와 운송비 기타 등등을 뺀다면, 고물상이 가져가는 이득은 20원∼30원 사이.
하지만 고철 생성으로 물건을 만들어 낸다면 운송비 말고 다른 돈을 전부 아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돈은 이시우에게 순수 이익으로 들어올 터였다.
이시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물상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겼다.
고철을 옮기기 위해 굴삭기의 시동을 켜기 위해서였다.
고물상에서 사용하는 굴삭기는 다른 것들과 외형이 많이 달랐다.
집개에는 여섯 개의 발가락이 존재했고, 그것을 그라플이라 불렀다.
무언가를 집는 데 특화된 도구.
고물상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 장비는 필수였다.
규모가 작은 고물상의 경우에는 5t 차량을 개조해 집게차라 불리는 차량을 만들어 대부분의 일을 처리했다.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은 편하게 해야 한다는 철학에 따라, 큰맘 먹고 아버지는 굴삭기를 구입했다.
우웅―
RPM을 올려 굴삭기의 워밍업을 하고, 철근을 기존 고철과 골고루 섞었다.
우당탕탕!
고철들이 충돌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시우는 오히려 흥이 난다는 듯이 흥얼거렸다.
고물상에 고요함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 이래야 고물상이지.’
그는 굴삭기를 조종하는 조이스틱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부드럽게 굴삭기의 붕대를 움직였다.
철근 무더기를 고철에 집어 던지고 섞는 작업을 끝낸 이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오랜만에 작동시켜 보는 굴삭기였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듯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이시우는 굴삭기 조종석에서 내려올 때쯤 굳게 닫혀 있던 고물상의 문이 열렸다.
그러고 문 사이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내는 굴삭기에서 내려온 이시우를 발견하고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었다.
“시우야!”
누리 리싸이클링의 집게차 기사.
꽤 오랜 시간 아버지와 함께 일한 사람.
강필중의 등장에 이시우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 기사님?”
“사장님 일은… 어떻게 잘 해결했어? 장례식에 찾아가긴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인사도 못했네.”
“네, 모두 잘 마무리했어요.”
밝게 인사하기는 했지만, 숙연해지는 분위기만큼은 피할 수 없었다.
이시우는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다른 화제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퇴사 요청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퇴직금 문제 때문에 오신 거예요?”
장성우가 한 말 중에서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 부분.
2∼3년 되는 시간 동안 아버지와 함께한 이들의 퇴사 요청이 마음에 걸렸다.
“장 이사가 그러더라. 어차피 사장님이 없는 고물상이 제대로 돌아가기나 할 것 같냐고, 너도 고물상을 처분할 거라고 해서…….”
“후우, 처분할 생각 같은 건 없어요. 제가 그대로 이어 나가고 싶어서요.”
이시우는 조용히 이를 갈았다.
마치 자기가 사장인 것마냥 고물상의 처우를 멋대로 판단하는 장성우 때문에 열이 뻗쳤다.
“그치? 너라면 이런 선택을 내릴 줄 알았어. 고물상에 대해 전혀 모르는 놈도 아니고, 아니, 오히려 빠삭하면 빠삭했지. 사실 따지고 보면 장 이사보다 네가 더 아는 게 많을 거다.”
“칭찬 감사합니다. 일단 사무실로 들어가실래요? 커피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시죠.”
“그래, 들어가자.”
강필중은 이시우가 대견하게만 느껴졌다.
제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무리한 지 아직 하루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작업복을 입고 굴삭기를 작동한 것처럼 보이니,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는 강필중이었다.
강필중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간 이시우는 믹스 커피를 종이컵에 타서 그에게 내밀었다.
두 사람은 홀짝홀짝 커피를 마셨다.
괜히 어색한 침묵을 이어지던 중, 강필중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시우야, 아니, 아니지. 이제 사장님이지.”
아직 대표이사 변경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고물상을 다른 데 넘기지 않는다면, 이시우가 누리 리싸이클링의 사장이 될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강필중의 호칭에 이시우가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말씀하세요.”
“퇴사 신청을 취소해 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난 여기를 떠나기 싫거든.”
“기사님…….”
“사장님이 마지막으로 내게 했던 말도 마음에 걸리고… 네 의사를 확실하게 들어 보고 결정해야 하고 싶어서 찾아온 거야.”
강필중은 장성우의 기세에 밀려 퇴사 신청서를 작성해 그에게 내밀었다.
하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자, 정작 이시우의 의견조차 들어 보지 않고 섣불리 결정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후회가 가득한 강필중의 눈빛을 보고도, 이시우는 담담히 그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사장님이 만약 자기가 사고를 당하면, 고물상을 이어받는 건 너 하나뿐이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 혼자서 이 고물상을 꾸려 나가는 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도 하셨고.”
“…아버지가요?”
“그래. 사장님이 네 걱정을 많이 하셨어. 그래서 나도 마음에 걸렸고. 그나저나 시우야, 고물상 운영 방법이나 자세한 건 모르지만, 내가 누구냐? 집게 기사로만 10년을 일한 강필중 아니냐. 그 경력을 생각해서라도 계속 여기서 일하게 해 주면 안 될까?”
“저는 감사한 일이죠. 집게차 기사님을 구하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요.”
“좋아. 그럼 내일부터 다시 출근할 게.”
“월급은 기존과 같이 드려도 될까요?”
“응. 그렇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