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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제8장 흥안 유전(3)



드디어 광산용 지선 철도가 개통되었다.

내륙 영토 중에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대흥안령 산줄기 너머에 자리한 지방에서 첫 번째 개발 대상지가 된 곳은 하크오모[哈克鄂摸]―미래 중국의 아커스[牙克石] 시 중심부―였다. 그리고 그 하크오모 철도역을 기점으로 하이라르(중국어로 하이라얼, Hailar) 강을 따라 동부의 대흥안령산맥 안쪽으로 약 60㎞ 들어간 곳에 바로 이 지선 철도의 종착역이자 광산이 들어설 지역이 자리했다.

대한석탄공사의 이경희(李慶熙, 1880년 경북 달성 출생) 과장이 열차에서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신일광업’의 김사수 사장이 그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휴, 이런 오지까지 찾아 주시다니, 정말 고맙습니다.”

신일광업은 간도주에서 봉밀산 탄광을 운영하는 업체였다.

역청탄이 생산되는 봉밀산 탄광을 경영하며 그는 큰돈을 벌었다. 봉밀산 지역에 자리한 코크스 공장에서 석탄을 그대로 사 준 탓에 판로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코크스 공장에 공급하고 남은 석탄은 증기기관용 연료가 필요한 철도청과 해군에 납품했다.

그가 돈을 많이 번 이유는 생산량이 갑자기 늘어났기 때문이다. 탄층이 깊지 않아 비용은 적게 들고 생산량은 빠르게 늘어났다. 그래서 동업자라 할 수 있는 대한석탄공사 측에 그 지분에 해당되는 배당금을 지불하고도 꽤 많은 수익을 냈다.

그는 봉밀산 탄광을 운영하며 익힌 경험과 늘어난 회사 인력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의 두 번째 광산은 연해주 남부 솔빈군―실제 러시아식 지명은 그로데코보(Grodekovo)인데, 훗날 포그라니치니로 바뀜―에 있는 ‘솔빈 탄광’이었다. 솔빈군은 간도주와 연해주 경계에 자리한 솔빈강 중류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북만주 철도 노선도 지나고 있어 개발이 용이한 곳이다.

신일광업은 이 탄광을 독자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대한석탄공사 측의 권유로 이곳에도 진출하게 된 것이다.

“이 광활한 대흥안령 산지 안쪽에도 이렇게 넓은 평지가 있는 줄 몰랐네요. 기차를 타고 오며 깜짝 놀랐소이다. 좋은 곳을 고르신 것 같소.”

이경희 과장은 다소 들뜬 기색의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역사 속에서 의열단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로 등장한다.

실제 그의 행보대로 한성에서 기호중학교를 졸업했는데, 그 이후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13도의군에 자원해 자연스레 군 복무를 마친 후 광무학교에 진학했다. 졸업 후, 그는 광무부에 특채되었고, 이후 대한광업공사를 거쳐 대한석탄공사로 자리를 옮겨 오늘에 이르렀다.

“하이라르 강 덕분이죠. 강 유역의 면적이 꽤 넓더군요. 이런 험준한 산지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일이죠.”

하이라르 강은 대흥안령산맥의 서사면 지역을 흐르는 물줄기 중에서 가장 큰 강이었다. 그로 인해 이 강이 흐르는 지역에 꽤 넓은 평야 지대가 만들어졌다.

대한제국은 하크오모에서 이곳 탄광촌까지 약 60㎞에 이르는 지역을 집중 개발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철도를 부설하고, 탄광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아울러 하이라르 강 양쪽 지역을 벌목장으로 운영함은 물론, 중간중간에 제재소도 유치하기로 했다. 하이라르 강 양안의 충적 평야에서 농사도 가능해 농민도 얼마든지 유치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일자리와 농지를 조성해 놓으면 이주민도 들어올 게 분명했다. 물론 지리적 여건상 이주민은 소수의 한인과 다수의 이민족으로 구성될 가능성이 컸다.

“탄맥은 잘 찾으셨소?”

“허허, 물론이지요. 공사 측에서 이 지역에 있다고 콕 짚어 줬는데, 그걸 못 찾으면 바보죠. 오히려 너무 많이 찾아서 문제올시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행복한 고민을 하던 참이었소.”

현재 이 지역은 행정구역상 대흥주 하크오모 도(道), 흑성군에 속한 곳이었다. 미래의 중국은 이곳을 오구 탄전(五九炭田)이라 명명했다. 무려 59개의 탄갱이 존재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이 광산이 처음 발견된 것은 일제 괴뢰국인 만주국 시절이었다고 한다. 역시 석탄 광맥이 지상에 노출되어 있어 발견된 탄전이었다. 그러므로 신일광업 측이 이 탄맥을 찾지 못할 리가 없었다.

이곳에서 나는 석탄은 유연탄의 일종으로, 품위가 낮은 역청탄 종류였다. 그래서 제철소에서 쓰기는 어려우나 발전소나 민간 난방 연료로는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다.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이, 몽골 전통 복장을 한 또 한 무리가 열차에서 내려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그러자 이경희 과장은 김사수 사장에게 몽골인들을 소개해 주었다.

“김 사장님, 이분은 담딘수렌이란 분입니다. 동북아연맹의 사무총장이시죠. 훌룬 공화국 출신이고.”

소개말을 들은 김사수는 깜짝 놀라더니, 황망히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몰라봐서 죄송하다는 몸짓이었다.

“어휴, 제가 견식이 얕아 귀하신 분을 몰라봤습니다. 만나 뵈어 영광이옵니다.”

“하하하, 괜찮습니다.”

담딘수렌은 유창한 한국어로 답했다. 그러자 김사수는 또다시 놀라며 물었다.

“오, 우리말을 잘하시는군요.”

“열심히 배웠지요. 한국어를 익히지 않으면 뒤처지게 되니까요.”

담딘수렌의 말대로 동북아연맹 회원국들 사이에서 한국어는 매우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총 11개 회원국 중에 몽골어 사용 국가가 많아 몽골왕국식 몽골어가 연맹 내에서 공용어 역할을 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가 대한제국의 영향력하에 있고, 한국의 문물을 수입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다 보니, 요즘 한창 각국의 상류층을 중심으로 한국어 배우기 붐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지체 높은 가문의 자녀들은 열이면 열, 대한제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관리들도 대한제국 공사관을 드나들며 한국어를 익혀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이곳에…….”

이경희가 나서서 김사수의 의문을 풀어주었다.

“연맹 차원에서 이곳의 탄광 개발 과정을 지켜보고 싶답니다. 또 각국에서 인력을 뽑아 보내 줄 의향이 있다고 하네요. 광산 일을 익힐 겸해서 말이죠.”

“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일로 직접…….”

“맞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렇게 해도 괜찮겠습니까?”

이경희의 설명을 듣던 담딘수렌이 직접 의향을 물어 왔다.

“괜찮습니다만, 탄광 일이 워낙 위험한 일이라 행여 사고가 나면 어떨지. 나라 간의 문제로 번지지 않겠소?”

김사수는 솔직히 걱정되는 게 많은지 죽는소리부터 늘어놓았다.

“그럼 여기서 일할 광부는 다 모았습니까?”

이경희의 질문에 김사수가 흑성역 근처에 들어서기 시작한 판잣집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저 집들을 임시 거처로 쓰고 있는 모양이다.

“삼분지 일 정도는 벌써 들어찼고요. 석탄 생산이 본격화되면 나머지도 들어올 예정이외다. 지금도 연서주 쪽을 돌며 사람을 뽑고 있지요.”

“그럼 광부 구성은 어떻게…….”

“여기도 똑같습니다. 대부분 이민족이오. 봉밀산 광산에서 일하던 우리 직원도 있고.”

“그럼 한족이나 만주족이 많겠군요?”

“그렇습니다. 몽골인도 있고.”

“그럼 담딘수렌 님의 제안을 수락하셔도 될 것 같은데요? 어차피 경험 없는 사람도 많이 뽑을 거잖아요?”

“그건 그렇습니다만…….”

“사고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했으니. 하지만 안전 관리를 잘하셔야 하고, 보호 장구도 확실히 챙겨 주셔야 합니다. 이 문제는 외국인을 쓰고 안 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준법의 문제니까요.”

“아, 알겠습니다. 마땅히 그렇게 해야죠. 좋습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겠소이다. 그럼 우리 회사에서 지급하는 수준과 동일하게 임금을 지급하면 됩니까?”

“오, 좋습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우리가 더 고맙지요.”

김사수가 선선히 수락하자, 담딘수렌의 얼굴이 밝아졌다.

사실 훌룬 공화국도 대한제국과 자연 국경 역할을 하고 있는 이민하 유역의 탄전 지대를 개발할 예정이었다. 이민하(伊敏河) 탄전은 이민하 서부 연안에 분포하고 있는데, 노천 탄광에 가까워 개발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대한제국의 광산용 기계를 수입함은 물론, 서둘러 광업 기술을 익히려 했다.

이민하 탄전 지대 이외에 수도 하이라르 주변과 만주리 부근에도 꽤 규모가 큰 탄전이 존재하고 있어 훌룬 공화국의 석탄 매장량은 꽤 풍부한 편이었다. 훌룬 공화국 측은 이 석탄 중 일부를 부리야트나 아무르 공화국 등지에 팔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광산 개발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러면 갱도 개발 작업을 할 곳으로 가 보시죠. 우린 평지에 있는 곳부터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김사수는 손님들을 안내했다.

이곳 신일광업의 흑성 광산에서 캐낸 석탄은 치치가르와 훌라르, 앙아기, 흥안 지역 일대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광업공사 측은 그를 설득해 흑성 탄전의 개발을 서두른 것이다. 물론 토지 소유자로서 국가가 걷어 가는 수익금의 비율을 줄여 주는가 하면, 철도를 부설해 주는 등의 혜택을 베풀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 *



지난 전쟁의 복구 작업이 마무리되자 하르빈은 정식으로 송강주의 주도가 되었다. 주정부도 임시 주도였던 장춘에서 모두 옮겨 왔다.

아울러 하르빈 시 경계 밖의 서북부와 서남부, 즉 서쪽 송화강 이북과 이남 지역에 벌써 이주 농민이 꽤 많이 들어왔다. 재작년에 첫 번째로 이주 신청을 한 남한주 출신의 이주민들이 들어온 이래, 농촌 지역의 유입 인구는 꾸준히 늘어났다.

하르빈 주변은 고위도 지역임에도 농업이 중시되는 곳이다. 이 지역의 토양이 바로 체르노젬, 즉 흑토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비옥한 토양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여서 어떤 작물이든 풍성한 수확량을 자랑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하르빈 남쪽의 랍림하와 송화강 사이에 자리한 지역과 송화강 이북의 일부 지역을 하나로 묶어 하르빈 도(道)라 이름하고 이 지역에 농민 정착촌을 집중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변에 농촌들이 대거 들어서자 하르빈 인구도 덩달아 늘어났다. 소학교 몇 개와 중고등학교 하나, 사범학교도 하나 들어섰다. 이렇게 교육기관뿐만 아니라 송강주 관공서와 각종 공사의 지사들이 입주하기 시작하자, 인구 유입 추세는 더욱 빨라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절대 인구수가 부족해 하르빈 주민의 거주지는 도심지인 남강구(南崗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 남강구에서 동북쪽으로 약 10㎞ 거리에 있는, 송화강의 남쪽 강변 지역을 대한석유공사와 공상부 사람들이 꼼꼼히 답사하고 있었다. 이곳은 도시계획상 하르빈 시의 경계 내에 가까스로 들어와 있는, 한적한 외곽 지대였다.

주진성 사장은 하르빈에 도착한 뒤,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이곳부터 찾았다. 남쪽에서 흘러온 송화강의 지류인 아시하(阿什河)가 합류하는 지점이라 수자원이 풍부해서 좋았다. 하지만 저습지가 많아 대대적인 토목공사가 필요한 곳이었다.

“역시 여기로 해야죠.”

“우리도 찬성입니다.”

주진성과 공상부 사람들의 의견이 일치한 모양이다.

“석유화학단지만이 아니라 다른 제조업체들도 이곳에 몰아넣으면 되겠네요. 터가 꽤 넓으니.”

“물론이죠. 여기다 화력발전소도 넣어야 하고, 저 동북부 지방에 철광산도 있으니 소형 제철소도 만들어야죠.”

공상부 측도 이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강 건너, 하르빈 북동쪽에 인접한 호란군(呼蘭郡) 지역에 품위가 높은 석영이나 운모, 장석 등이 함유된 모래 자원이 엄청나게 많았다. 그래서 이 자원을 이용한 유리나 세라믹 소재 산업을 육성할 만했다.

아울러 목란군(木蘭郡) 북쪽의 옥황각산(玉皇閣山)―후세의 동승(東升) 철광―의 철광산도 개발하고, 여기서 나오는 철광석에서 철을 뽑아낼 소형 제철소 시설도 필요했다.

“그럼 최종적으로 결정이 나면 우리 공상부와 건설부가 먼저 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석유화학 쪽은 아직 서두를 필요가 없으니까요.”

“좋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두 부처가 합의함에 따라 이제 하르빈 동부에 거대한 산업 단지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래서 하르빈을 명실상부한 송강주의 중심 도시로 성장시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