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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제5장 미란 제철소(2)



이태인은 백리 광산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여기가 바로 일본에서 으뜸으로 손꼽힌다는 납과 아연 광산이죠.”

“아, 그게 백리 광산이라고요? 얼핏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걸 생각했다면 그곳이 맞을 겁니다. 그럼 은 또한 꽤 많이 나온다는 것도 아시겠네요?”

“에… 하하하, 그렇죠.”

성영길은 멋쩍게 웃으며 홍범도의 눈치를 보았다. 뭔가 자신들끼리 나눈 얘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일본 내 최고의 아연과 납 광산으로서 백리 광산이 갖고 있던 그 위상에 비해, 훗날 그 명성이 더 커진 이유는 이곳이 한때 세계 제일의 인듐(Indium) 생산량을 자랑하던 곳이기 때문이다.

인듐은 희유금속(혹은 희소금속)으로, 1863년 그 존재가 처음 알려지고 1920년대에나 사용하기 시작한 물질이다. 그러므로 1914년인 현재 시점에서 보면 세상 어디에도 이 물질이 사용되는 곳이 없었다.

비철금속을 안정화시키는 속성이 발견되어 처음 합금 재료로 사용된 이래, 땜납 재료로 쓸 수 있다는 점도 추가로 알아냈다. 하지만 기술이 진보하며 더 중요한 분야에서 이 물질의 효용성을 발견했으니, 그게 바로 전자와 반도체 제조 공정이었다. 그러므로 미래 산업에 대한 지식이 있는 이들은 이 광산을 확보하게 되자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여러 종의 광물이 한 군데서 나오다 보니, 그에 따른 채굴과 선광 기술, 제련 기술을 민간에 전수할 필요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민간 광업소의 직원도 광산 운영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견습 직원인 셈이죠.”

“오, 참 좋은 아이디어네요.”

북해도와 북주열도, 캄차카를 얻은 이후 업무가 폭증하자 대한광업공사는 서둘러 분사하기 시작했다. 먼저 석유 파트가 분리 독립해 대한석유공사가 설립되었고, 그다음으로 대한석탄공사가 분사했다.

이 두 분야 관련 업무 이외의 광산 개발 사업은 대한광업공사가 여전히 담당하고 있었다. 이렇게 업무를 나눈 덕분에 광산과 유전의 개발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 특히 민간 기업에 기술을 전수해 주기 위해 국영 광업소에서 파견 직원을 받기 시작한 게 주효했다.

“백리 광산 이외에 은암과 동란 광산도 이미 개발된 곳이라 약간의 개선 작업만 거친 후에 영업을 시작했죠. 이 두 회사의 경영권은 민간 회사들이 갖고 있으나, 역시 기술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 우리 공사와 합작 법인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은암 광산은 북해남도 서북쪽 해안 지대에 자리한 은암군(銀巖郡) 관내에 있는 광산인데, 원 이름은 구니토미 광산[國富鑛山]이었다. 은암군은 후세 일본의 이와나이 정[岩内町]과 교와 정[共和町]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이곳 역시 금과 은, 구리, 아연, 납 등 여러 광물질이 매장되어 있고, 이들 중 구리와 납을 추출하는 제련소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동란 광산은 미란(무로란) 동북쪽 산악 지대에 자리한 광산으로, 원 이름은 호로베츠 광산[幌別鉱山]이다. 이곳에서도 금, 은, 구리, 유황 등 여러 광물이 산출된다. 이 광산이 속한 호로베츠 지역과 노보리베츠[登別] 지역을 묶은 뒤, 미란의 동쪽에 있어 동란군(東瀾郡)이라 이름했는데, 후세의 노보리베츠 시와 그 영역이 비슷했다.

성영길은 이태인의 설명을 들을수록 얼굴이 활짝 펴졌다.

“알면 알수록 북해도가 대단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광산 갱도도 이미 개발되어 있는데다 적은 수라 하나 잔류한 일본인 광산 전문 인력도 있고, 제련 시설까지 있으니. 게다가 철도까지…….”

“탄광도 그래요. 특히 유파 탄광.”

“유바리죠, 그게?”

성영길의 물음에 이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바리’란 말은 아이누어로 ‘광천이 솟아나는 곳’이란 뜻의, ‘유파로’란 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한제국 측은 이름을 완전히 바꾸지 않고, 음을 일부 차용해 ‘유파’군(郡)이라 명명했다.

“유파 광산은 국영 광산입니다. 휘발성이 높은 석탄이 나오다 보니, 폭발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직접 관리하기로 했죠.”

또한 대한석탄공사는 일본 측에 의해 이미 개발된 미카사의 호로나이 탄광을 함경남도 원산 출신의 민간업체에게 넘기기로 했다. 그 미카사[三笠]도 지명이 바뀌어 슴베군이 되었다. 이곳 특유의 길고 직선적인 협곡 형태의 지형이 꼭 ‘슴베’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래서 탄광의 명칭도 슴베 탄광이 되었다.

그리고 슴베 탄광 북쪽에 또 하나의 초대형 탄전 지대가 있으니, 후세의 비바이 시[美唄市]에 해당하는, 누마카이 촌[沼貝村]에 있는 누마카이 탄광이다.

이곳은 한때 유바리 탄광과 비슷한 생산량을 자랑할 정도로 큰 탄광이었다. 실제 역사대로 시간이 흘러갔다면 작년에 개발되기 시작할 광산이지만, 이제 대한제국 측에 의해 새로 개발되어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이곳에도 ‘버금들’이란 새로운 지명이 붙었다. 북쪽의 석우평(후카가와)에 주둔하고 있던 대한제국군 병사들은 삼강군(다키가와)이나 나드리군(스나가와)과 같은 잘록한 계곡 지형의 일본군 전선을 돌파하고 나와 처음 비바이 지방의 너른 들판을 마주했을 때, 이구동성으로 석우평에 버금갈 정도로 넓다고 평했다 한다. 그래서 자연스레 이곳에 ‘버금들’이란 이름이 붙었다.

대한석탄공사는 이 세 탄광, 즉 유파와 슴베, 버금들을 북해중도의 3대 탄광으로 꼽았다.

“버금들 탄광도 평안도 출신의 민간 업자가 개발권을 사들인 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평안도요?”

“네. 영변영탄이란 업체죠. 평안북도 영변 지역의 탄광을 개발하고, 거기서 나온 무연탄으로 연탄 상품을 출시해 꽤 많은 자본을 모은 사업가들이죠.”

“복수형인 걸 보니, 합자회사인가 보네요?”

“하하, 그렇습니다. 평안북도의 여러 상인들이 공동으로 출자해 저 업체를 창업했거든요. 그래서 이곳 북해도에 세운 자회사도 영변광업이라 이름했습니다.”

북해도에서 채굴된 석탄 자원은 일차적으로 각지에 세워진 화력발전소에 공급될 예정이었다. 그리고 또 일부는 코크스로 가공해 여러 제철소로 보내기로 했다.

“석탄은 북해도를 대표하는 자원이죠. 여기서 나는 석탄은 대개 역청탄과 아역청탄이고, 갈탄도 지밀 남쪽 지역에 대량 매장되어 있지만… 이들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 지밀 지역에 국한해서 사용하게 될 겁니다.”

품질이 떨어진다고 해도 갈탄 또한 화력발전소 연료로 쓸 수 있다. 어차피 발열만 되면 물을 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열효율이 떨어져 더 나은 석탄 제품을 찾는 것이다. 실제로 간도 세력도 초기 단계에서 갈탄을 많이 활용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역청탄은 제철 공정에 쓰이는 코크스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발전소나 증기기관차의 연료 등 두루두루 쓰이죠. 아역청탄은 발전소 연료로 제격이고요.”

“아, 그럼 두 종류의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으니 용도를 명확히 구분할 생각이다?”

성영길은 이태인의 말속에서 행간을 읽어 냈다.

“하하, 맞습니다. 아역청탄은 발전소나 증기기관차의 연료로 전용하고, 역청탄은 제철소에서 쓰기로 했죠. 내륙 영토로 보내지기도 하겠지만, 이곳 미란 제철소에 우선적으로 공급될 겁니다.”

“아, 미란 제철소? 우리의 마지막 일정이 그곳이죠?”

“그렇습니다, 미란 제철소. 현재 북해도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시설이 바로 그곳입니다.”

“허허, 가서 보시오. 공상부 쪽에서 그곳의 조업을 재개시키려 그간 꽤 공을 많이 들인 모양이던데.”

곁에서 흥미로운 표정으로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홍범도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 * *



해가람역에서 기차에 오른 일행은 남쪽으로 내달렸다.

“이 철도 노선은 올해 초에 완공되었죠. 구간 길이가 약 60㎞ 정도밖에 되지 않고, 지형도 평탄해 비교적 공사가 일찍 끝났습니다.”

미란 제철소 일 때문에 자주 북해도를 오가다 보니 이곳 사정에 밝은 손영일 공상부대신이 나서서 사람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해가람과 숭례를 잇는 짧은 지선 노선이라 그냥 해가람 남부선이라 명명했답니다.”

이 철도는 해가람을 출발해 산들(기타히로시마), 고래실(애니와), 즈문주(치토세)를 차례로 거친 후, 숭례(도맛코마이)역에 도착했다.

일행은 열차에서 내린 뒤, 갈아탈 열차가 올 때까지 역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 철도 덕분에 시간을 많이 번 셈이죠. 이게 없었으면 북서쪽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열차를 갈아타고 내려와야 했을 테니.”

손영일은 거듭해서 해가람 남부선 철도의 유용함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가 통과한 지역 모두가 곡창지대 아닌가요? 그런 얘길 들은 것 같은데.”

“그렇습니다. 특히 예전에 애니와라 불린 고래실 지방은 일찍이 벼농사로 유명한 곳이죠. 워낙 땅이 기름진데다 수자원도 풍부해 고래실이란 이름이 붙었습니다. 농민들이 그러더군요.”

성영길의 물음에 손영일이 답했다. 고래실은 물도 풍부하고 기름진 논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럼 기존의 무로란 선은 거의 석탄 수송선으로 기능하겠네요.”

“그렇습니다. 석탄 산지를 관통해서 부설된 철도니까요.”

기존 무로란 선은 미무선으로 바뀌었다. 미란과 무더리 간을 잇는 노선인데, 해가람에서 북동쪽으로 뻗은 예전의 하코다테 본선―마진과 가온주의 앞 글자를 따서 마가선으로 명칭이 변경―과 미무선이 만나는 지역을 무더리로 명명함에 따라 이렇게 바뀐 것이다.

무더리는 예전의 이와미자와[巖見澤] 지역으로, 대한제국에 점령되기 직전까지 인구 2만을 넘을 정도로 나름 큰 도시라 ‘무더리’라 이름했던 것이다.

이들이 있는 숭례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지역이었다. 북태평양 연안에 있어 발전 가능성이 크지만, 아직 이렇다 할 항만은 보유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여기도 큰 공장이 하나 있네?”

성영길은 해안 쪽에 들어서 있는 공장을 가리켰다.

“제지 공장입니다. 북해도에 있는 두 개의 제지 공장 중 하나죠.”

이들이 보고 있는 건 오지제지[王子製紙]의 도맛코마이 공장이었다. 현재 이 공장 또한 조업 재개 준비 단계를 거친 후, 얼마 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현재 정부로부터 이 공장을 사들인 곳은 대한제지에서 분사한 화정제지주식회사로, 화정특별주의 용정에 본사를 두고 있는 회사였다. 이들은 이 공장에 화정제지 숭례 공장이란 이름을 부여했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보신군 지역에 있어요. 그곳 역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답니다.”

보신은 해가람 동쪽에 접해 있는 도시로, 과거 에베츠[江別]라 불리던 곳이다. 보신의 제지 공장은 후지제지[富士製紙] 소유였는데, 압록강 하구 산업 지구에 본사를 두고 있는 광성제지의 손에 넘어간 상태이다.

“여긴 정말 제지 공장이 들어설 만하네요. 철도도 지나가고, 저쪽 배후 산악 지대에 울창한 수림이 분포하고 있으니까요. 거기에다 화력발전소도 있고.”

성영길은 나름 이곳에 제지 공장이 들어선 이유에 대해 추론했다.

그가 가리킨 산악 지대는 꽤 거대해 보였다. 이태인도 그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손을 들어 크게 원을 그렸다. 그의 손가락이 까마득히 멀어 잘 보이지도 않는 서쪽 방향으로 향했다.

“저 산악 지대가 바로 자원의 보고입니다. 아주 다양한 자원이 매장되어 있어요. 특히 제철소에 들어갈 철이 많이 매장되어 있고, 이미 채굴이 시작된 구리 광산도 있죠.”

이 산악 지대로 인해 숭례에서 미란에 이르는 북태평양 연안 지역의 지형은 매우 가파른 편이었다. 이 드넓은 산악 지대에 수많은 광산이 존재하는데, 그중 철광산으로 벤케이[弁景], 시큐[敷生], 기몬베츠[気門別] 등이 있다. 이들 중 일본 회사에 의해 이미 개발된 곳도 있고, 이제야 개발에 들어간 곳도 있었다.

“그럼 저 지역에서 산출된 철광석으로 충분합니까?”

“그렇습니다. 그 이외에 마진 지역에도 이미 개발된 구리 광산이 있는데, 황화철도 나오고 있죠. 또 북해남도 동부 해안 지역에 대규모 사철 지대가 분포하고 있습니다. 품위가 낮긴 하나 필요하면 그것도 이용할 생각입니다.”

사철(沙鐵), 즉 모래철은 불순물이 많기 때문에 철광석보다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철광석 수급이 어려울 경우,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원료였다.

“자, 그럼 가보실까요? 이제 북해도 산업의 심장과 만나봐야죠?”

성영길은 일행을 재촉해 다시 기차에 오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