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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제2장 해군 항공 전단(2)



오호츠크해.

봄기운을 머금은 바닷바람이 머리칼을 마구 헝클어뜨리더니 코끝을 스치고 지나간다. 바다 비린내와 매캐한 석탄 냄새도 바람에 실려와 뱃전에 기대고 있는 사람들의 코를 간질였다.

중간 기항지인 북해도 최북단의 지밀항(왓카나이)을 떠난 지 벌써 열 시간째. 오랫동안 선실에 갇혀 있던 손님들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아직은 차가운 바닷바람과 매운 석탄 연기를 마다하지 않고 갑판으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이들이 승선해 있는 함선은 해군 제1함대 산하 제3전대의 기함인 두만함으로, 9천 톤급 장갑순양함이었다.

“춥지 않습니까? 들어가시지 않고…….”

손님들 대부분은 중앙정부의 최고위직 요인들이라 해군 제1함대 제3전대장을 맡고 있는 홍종식 참장은 갑판으로 내려와 직접 그들을 챙겼다.

“괜찮아요. 실내에 계속 있다 보니 답답해서.”

이태인 광무부대신이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다. 다른 승객과 달리 그의 시선은 바다보다 북해도의 해안 쪽에 줄곧 머물러 있었다. 마치 땅속에 묻힌 광물을 찾는 것 같은 눈빛이다.

“크크, 놀러 온 건데요, 뭐. 이왕 왔으니 경치 구경이나 실컷 해야죠.”

탁지부대신 성영길도 히죽거리며 대꾸했다. 마치 심심한데 말 걸어 줘서 고맙다는 표정이다.

“에이, 그래도 놀러 왔다는 건 좀… 앞으로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손영일 공상부대신의 반박에 성영길은 제 일이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공상부야 바쁘겠지만, 나야 둘러보기만 하면 되니.”

“큭, 그건 그러네요.”

그간 성영길이 얼마나 바쁘게 지냈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 북해도에서 여러 행사가 열리게 되자, 총리대신은 그에게 현황도 점검할 겸, 휴가를 가듯 다녀오라 했다. 그런 연유로 성영길은 이번에 처음으로 북해도를 방문하게 되었다.

성영길은 두만함을 호위하는 대형으로 항해 중인 제3전대의 함선들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근데… 군함들 상태는 어때요?”

제3전대는 배수량이 9천 톤 대인 두만함을 필두로 동급의 장갑순양함인 청천함과 임진함, 4천 톤급의 방호순양함인 보성함과 소릉함 등 다섯 척의 전투함과 두 척의 지원함으로 편성되었다.

“아무래도 구형함이라 고장이 가끔 나는 일도 있지만, 그럭저럭 쓸 만합니다.”

홍종식은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성영길의 질문에 깃들어 있는 의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지휘하는 제3전대의 함선들은 모두가 구형함이었다.

현재 해군은 전투 전대의 수를 더 늘려 총 세 개의 함대로 재편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2년 전, 독일과 거래해서 얻은 함선들, 즉 샤른호르스트 함과 그나이제우 함과 같은 장갑순양함 두 척과 배수량이 그보다 더 작은 구형 순양함 두 척을 제5전대로 묶어 취역시켰는데, 함명은 각기 눈강함(샤른호르스트), 샤르모론 함(그나이제나우), 송아찰함, 대목륜함이라 정했다.

그 이후, 또 한 차례 독일에서 현금을 주고 사 온 여섯 척의 함선으로 제6전대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도이칠란트 급 전함 한 척을 포함해 장갑순양함 세 척, 보급함 두 척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중 기함으로 쓰는 도이칠란트 급 전함을 송화함, 다른 전투함을 노합하함, 휘발하함, 소목륜함이라 명명했다.

아울러 현재 제7전대를 새로 편성 중에 있는데, 순수하게 대한제국에서 건조된 디젤엔진을 장착한 함선들로 구성될 예정이었다.

일단 3,500톤급 신형 경순양함인 우수리함과 마연함, 이 두 척과 1,500톤급 구축함 두 척을 진수하고, 두 척의 경순양함을 추가로 건조해 증편할 계획이었다.

이들이 타고 있는 두만함이 소속된 제1함대는 제1전대와 제3전대, 제31고속정 전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중 31고속정 전대는 태백급 고속정 여섯 척으로 편성되어 쿠릴열도에 배치되었다.

여기에 더해 4천 톤급 경순양함 네 척으로 구성된 제8전대가 창설될 예정인데, 세계 최초로 기어드 증기터빈 방식의 석유 보일러 엔진 시스템을 채용해서 건조되고 있었다. 아울러 제2함대와 제3함대도 지금 한창 전력을 확충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해군은 다른 군에 비해 여전히 전력이 약하고, 일본 해군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해군 관계자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해외 영토가 크게 늘어 해군의 책무가 더 막중해졌기 때문에 이들이 조바심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성격이 직선적이라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자주 하는 성영길도 홍종식의 표정을 보자 미안한 모양인지, 화제를 다른 것으로 돌렸다.

“이번에 추가로 건설 중인 해군 조선소가 일제히 문을 열면 상황이 크게 호전될 겁니다.”

“암요, 그래야죠.”

홍종식의 표정이 대번에 바뀌었다. 그도 대한제국 정부가 총력을 다해 해군력을 육성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당장 다음 달부터 함선 건조가 가능할 거라는데요? 자재 운반에 필요한 교통망이 이미 확충되어 있는 상태라 조선소만 완공되면 당장 착수가 가능하다고…….”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창동진과 흥남에서…….”

재작년 이후, 정부는 조선 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하게 된 건 제철소들이 추가로 완공되어 철강 제품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연서주의 안산 제철소와 한북주 황해도의 송림 제철소가 준공되었고, 연해주의 하동 제철소, 간도주의 본계 제철소도 머지않아 완공될 예정이었다. 기존의 훈춘과 청진 제철소에 이어 이제 꽤 규모가 큰 제철소들이 속속 가동되자, 화룡에 있던 소형 제철소는 아예 폐쇄시켜도 될 정도였다.

정부는 특히 해군력의 육성을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로 여겨, 아예 해군 전용 조선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그래서 기존 나진과 대련 조선소를 해군 조선소로 전용하기로 했다. 또한 연해주 남해안에 자리한 창동진―후세 러시아의 볼쇼이카멘이란 곳으로 블라디보스톡의 동쪽, 우수리만 건너편에 자리한 해안 도시―과 한북주의 주도인 함주의 흥남항을 해군 조선소 입지로 추가,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이들 이외에 일반 조선소도 남한주의 연일(후세의 포항), 황해도의 구미포, 연서주의 여순에 설립하기로 했다.

“대련과 나진에서 육성된 전문 인력들이 이제 각 조선소에서 큰 역할을 할 겁니다. 신형 장비와 기계도 잔뜩 집어넣었으니, 건함 속도도 한결 빨라지겠죠.”

해군 조선소 설립 계획을 직접 입안한 손영일 공상부대신의 말이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거대한 항공모함 수십 척을 척척 찍어 내던 그 미국처럼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세계 제2차대전 기간에 보인 미국의 건함 능력은 경이적이었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더욱 해군력의 증강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아, 이제 곧 라온달항에 도착하겠군요. 슬슬 준비하시죠.”

홍종식 전단장은 우측 전방에 모습을 드러낸 항구를 가리켰다.

“라온달이면… 몬베츠 항?”

“그렇습니다. 이번에 바뀌었죠, 라온달이라고.”

정부는 북해도를 완전한 대한제국의 영토로 만들기 위한 상징적 조치로 기존의 일본어 지명을 모두 개명하기로 했다. 그래서 한자어로 구성된 이름은 물론, 순 한국어 지명을 붙여 넣기도 했다.

그중에 북해도 동북부를 대표하는 항구인 몬베츠[紋別]는 라온달로 바뀌었다. ‘즐거운’이란 뜻의 ‘라온’과 땅을 뜻하는 ‘달’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었다.

라온달 말고도 서북쪽 항구도시인 루모이[留萌]는 ‘윤슬포’로, 중앙부의 아사히카와[旭川]는 가운데란 뜻의 ‘가온’과 고을 ‘주(州)’ 자를 써서 ‘가온주’, 삿포로[札幌]는 해가람, 지토세[千歳]는 즈믄주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럼 왜 라온달이라 이름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홍종식 참장은 이태인 대신의 질문에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앞으로 진짜 즐거움을 주는 도시가 될 것이라는 의미로…….”

“네?”

“하하하, 곧 알게 될 겁니다.”

이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



재작년, 즉 광무 16년(서기 1912년), 남벌작전 시기에 한반도에서 완전히 패퇴하고 북해도까지 점령당한 이후, 일본 측은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아직 성능을 크게 개선시키지 못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하에 대공포를 대대적으로 생산해 주요 요충지에 배치했다. 아울러 함선에도 잔뜩 장착해, 전처럼 한국 공군기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울산에서 처음 선보인 전투기 역시 꾸준히 생산하고 있었다. 전투기 대 전투기로 맞설 경우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공대지나 공대함 공격용으로 요긴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일본군의 움직임은 대한제국에 별다른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처 방안이고, 그다지 위협적이라 느끼지도 않았다. 대공포는 전투기에 큰 위협을 주지 못할 정도로 여전히 성능이 좋지 못하고, 전투기 또한 한국군보다 몇 단계 낮은 수준이었다.

그보다 한국군의 신경을 꽤 거슬리게 한 것은 기뢰였다. 일본 측은 기뢰를 대량생산해 대한제국군이 상륙작전을 펼칠 만한 해역이나 항만 입구에 그것을 잔뜩 부설해 놓은 상태였다.

“이처럼 우리 군이 그간 전력을 증강하고 재편하는 데 힘을 쏟느라 전술적 움직임을 자제하자, 일본군은 전보다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성진의 해군기지에서 다시 열린 행사는 해군 정보참모부 간부의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일본 해군 함선들의 움직임이 달라졌습니다. 도쿄 앞바다에 있는 요코스카 혹은 저 멀리 오키나와와 대만 등지에 틀어박혀 있던 함선들이 규슈와 혼슈 북쪽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 이번에 새로 장착한 대공포와 잔뜩 부설해 놓은 기뢰를 믿고 저러는 것 같습니다.”

예전과 달리 일본 해군의 동향에 대한 정보는 꽤 상세했다. 상당히 긴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참수리―2 폭격기가 주기적으로 일본 연근해 해상을 정찰하는데다, 제국익문사에 포섭된 일본군 포로 출신 정보원들이 군항 주변에 포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작년부터 급히 소해함을 건조하기 시작했습니다.”

“소해함을? 와, 꽤 발 빠르게 움직였네요.”

민우는 브리핑을 들으며 귓속말로 정순길 항공 전단장에게 말했다.

“그래야죠. 기뢰 따위로 인해 우리의 원대한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되니까.”

그사이, 해군 정보부 참모는 소해함의 제원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해함은 기본적으로 목선으로 건조되었고…….”

소해함은 이제 1개 전대를 구성했고, 또 하나의 전대도 곧 창설될 예정이나 그 수요량으로 보면 여전히 함정 수가 태부족했다. 그리고 승조원의 훈련도도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 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시작한다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참모는 잠시 뜸을 들여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냈다.

“이번에 잠수함이 또 한 척 진수되었습니다.”

“오, 잠수함이!”

“현재까지 총 두 척을 확보했고, 현재 네 척이 추가로 건조 중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새로운 해군 조직이 창설될 예정인 바, 그 책임 지휘관을 소개하겠습니다.”

참모의 소개를 받으며 권순겸 참장이 단상이 올랐다.

“필승! 이번에 제5성분전단장으로 임명된 권순겸입니다. 해군은 이번에 소해함과 잠수함을 운용할 제5성분전단을 창설, 휘하에 기뢰전대와 잠수함전대를 두기로 했습니다.”

그간 해군력의 증강에 힘을 쏟은 결과가 이제 이렇게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완전히 수비적인 태세로 전환한 일본 측이 기뢰로 한국군의 상륙을 차단하려 하자, 성분 전단을 구성해 소해함까지 건조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