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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제2장 해군 항공 전단(1)



한북주 함경북도의 남쪽 경계에 자리한 성진시.

해군 제1함대 사령부를 품고 있는 이곳은 군사도시임에도 비철금속 관련 산업으로 특화된 공업지대인 성단 산업 지구―공상부는 광역 산업 단지를 ‘산업 지구’로, 개별 지역 단위로 조성된 공단을 ‘산업 단지’로 명명하기로 했다―의 중추 역할을 맡고 있는 공업도시로 빠르게 성장, 정부가 정한 기준선인 인구 십만을 훌쩍 넘기며 올해 초에 시로 승격되었다.

이 성진시의 동북쪽, 길주군과 경계를 맞대고 있는 학동면 지역에 작년부터 새로운 군사시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남대천 강변에 조성된 이 군사시설은 ‘제4해군 항공 전단’ 본부였다.

“평소에 하던 대로 하세. 귀빈들 시선 의식하느라 긴장하지 말고.”

이목구비가 번듯한데다 풍채도 의젓해 천상 무골 느낌을 물씬 풍기는, 나이 스물일곱의 젊은 장교는 양 손바닥을 힘차게 마주치며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알았소, 대대장. 근데 대대장이나 긴장하지 마오. 벌써 같은 말을 몇 번째 하고 있는지 아시오?”

“하하하! 그러게.”

“귀가 닳겠어!”

직제상 대대장을 맡고 있지만, 그의 대대 구성원은 모두가 해군무관학교 동기생들이라 평소에도 서로 격의 없게 지냈다.

대대장 김경천(金擎天, 1888년 함남 북청 출생) 참위는 해군 항공대 제101대대장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한국의 나폴레옹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명한 독립군 지휘관이기도 한 그는 일본 육사를 졸업한 후, 만주와 러시아 지역에서 독립운동에 힘썼다.

하지만 뒤바뀐 역사 덕분에 그의 인생에서 일본으로 유학(1907년)을 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 이렇게 해군무관학교에 입학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와 그의 동료들은 해군무관학교에서 2년간 수학하다 해군 항공 전단의 창단에 따라 제1기 조종사 후보생으로 발탁되어 2년 가까이 공군무관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았다.

그 후, 성진시에 해군 항공 전단 본부가 들어섬과 동시에 해군 항공 교육대가 창설되고 비행장 시설마저 완비되자, 이곳으로 건너와 막바지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올해 초에 갓 임관한 상태라 대대장인 김경천을 포함해 모든 조종사의 계급은 참위에 불과했다.

항공 전단은 1차로 총 세 개의 항공대대를 확보할 계획인데, 공군으로 치면 1개 전투비행단 규모였다.

“후후, 언제 보아도 듬직해 보여.”

그가 바라보고 있는 활주로 한 켠에 같은 모양의 항공기 열여섯 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같은 복엽기이긴 하나, 공군의 보라매 전투기나 참수리―1 폭격기와는 형태가 조금 달랐다.

꽤 오랫동안 반복된 일과지만, 그는 이 순간만 되면 저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창공을 가르며 신나게 비행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분 좋은 일과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애기가 늠름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는 장면을 보는 것도 무척 좋아했다. 그날의 비행이 가져다줄 쾌감을 미리 상상해 볼 수 있어 좋고, 이륙 전의 가벼운 긴장감은 오히려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심리적 기제가 되어 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항공기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관측사 김진환 참교가 그를 반가이 맞아 주었다. 벌써 반년 넘게 같이 동승한 터라 그는 형제와 다름없었다.



* * *



성진시 청학반도 해변 언덕에 자리한 해병대 방어진지에 일단의 정부 요인과 군 관계자들이 모여들었다.

오늘 열릴 행사는 그간 증강된 해군 전력을 점검하는 대외비 행사라 민간인은 청학반도의 출입이 완전히 금지된 상태였다. 정부 요인도 대외 전략과 관련된 인사들만 초청되었다.

“와! 온다! 저들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죠?”

대외정보위원회―예전의 대외전략조정위원회―의 위원장인 고민우는 북쪽 하늘에서 일군의 전투기들이 몰려오자 탄성을 내질렀다. 그도 오늘의 주인공이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허허허, 저건 공군기들이올시다. 제5전비 소속의.”

민우 곁에 앉아 있는 유창순(庾昌淳, 1876년 충남 천안 출생) 부령이 웃으며 정정해 주었다. 그는 남벌 작전을 마칠 때까지 공군 제109비행대대의 대대장 직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작전이 끝나자 소속을 아예 해군으로 옮기게 되었다.

꽤 파격적인 일이긴 하나, 해군 항공대의 창설로 인해 그런 이례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해군 항공대의 비행훈련단장에 임명되어, 공군에서 차출된 다른 교관과 더불어 그간 해군 항공 전단 조종사를 양성해 왔다.

“제5전비요? 아, 그럼 길주에서 날아왔겠군요.”

“맞소.”

항공기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간 공군의 규모도 꽤 커졌다. 그래서 1차 목표로 설정된 아홉 개의 전투비행단과 두 개의 폭격비행단 체제로 확대 개편되었다.

공군은 여기서 전비와 폭비를 하나씩만 더 늘리고, 남은 여력을 각 비행단의 규모를 키우는 데 쏟아붓기로 했다. 즉, 현행 세 개에서 네 개로 각 비행단에 비행대대를 하나씩 더 추가하고, 배당되는 항공기 수 역시 늘려 나갈 계획이었다.

또한 지켜야 할 영토가 꽤 넓어짐으로 인해 비행장 수도 늘려 각 전비들이 복수의 비행장을 운용하게 했다. 그래서 적으면 두 개, 많으면 네 개의 비행장이 각 전비에 배당되었다.

예를 들어 제5전비의 경우, 연해주의 창주 비행장을 주 비행장으로, 강릉과 함주, 길주를 보조 비행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그럼 저 전투기들이 앞으로 뇌격기를 호위하는 임무를 맡게 되는 거군요.”

“그렇소이다. 뇌격기는 반드시 공군과 합동작전을 벌이게 됩니다. 그걸 가정해서 오늘도…….”

유창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또다시 북쪽 하늘에서 열여섯 대의 항공기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앞세우며 나타났다.

“와! 드디어 등장했네요.”

민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다고 더 잘 보일 리도 없건만, 그래도 강한 호기심이 본능적으로 그런 행동을 이끌어 냈다.

비단 민우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똑같이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와아아아!”

짝짝짝짝!

이번에 예정된 삼 일간의 해군 행사 중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뇌격기’이고, 그게 첫선을 보이는 날이었다.

공군 전투기와 뇌격기는 성진항 상공에서 대형을 이룬 뒤, 마치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관객들의 머리 위를 맴돌았다.

민우와 같은 외부 인사야 마치 에어쇼를 감상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지만, 해군 관계자들의 심정은 그렇지 못했다. 어떤 이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하염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고, 어떤 이는 걱정스런 눈빛으로 다른 손님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첫선을 보이는 날이라 실수하는 모습을 보일지 몰라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이었다.

불안해하는 인사들은 당연히 행사 주최자들이었다. 이번에 한강함 함장에서 제4해군 항공 전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순길 참장이 바로 그랬다.

“알아서 잘하겠지, 뭘 그렇게 불안해하셔?”

해군작전사령관 최장호 중장이 그의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당사자가 되면 그게 쉽지 않습니다.”

“하하, 그렇긴 하지. 더욱이 황태자 전하도 오셨으니.”

“어휴, 잊고 있었는데 일깨워 주시니 참 고맙네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앉아 있는 황태자의 모습을 일별한 정순길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최장호는 못 말리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더니 화제를 바꿨다.

“그런데 저거, 언제까지 활용이 가능할까?”

“10년 이상은 너끈히 쓸 수 있을 겁니다. 기록상으로 보면 퇴역 시기가 1942년이니까, 더 오래 쓸 수도 있죠.”

두 사람이 귓속말로 소곤거리고 있는 와중에도 뇌격기들은 여전히 동해 해상과 청학반도 상공을 오가며 비행 장면을 선보이고 있었다.

“후후, 빅커스 빌데비스트라…….”

작년, 대한항공공업공사가 개발에 성공한 뇌격기 모델은 영국 빅커스 사의 ‘빅커스 빌데비스트(Vickers Vildebeest)’였다. 1928년 세상에 처음 선보일 이 뇌격기는 단발 엔진에 복좌 혹은 삼좌형 복엽기로, 어뢰로 함정을 상대하기 위해 탄생한 모델이었다. 기관총 두 정과 어뢰 한 발을 탑재할 수 있고, 항속거리는 약 2,000㎞로 꽤 긴 편이었다.

대한항공공업공사는 일단 복좌 형태를 채택했다. 그래서 파일럿과 관측사가 짝을 이뤄 탑승하게 되는데, 관측사는 후방 기총수 역할도 병행했다. 원 모델은 삼좌 형태로 만들어져 두 승무원 이외에 항법사까지 태우기도 했는데, 이는 항속거리가 길기 때문이다.

해군 측은 이 뇌격기를 ‘물수리호’라 이름했다.

뇌격기를 개발하기로 결정한 것은 여전히 막강한 일본의 해군력 때문이었다. 일본의 해군력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많은 시일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한제국은 그 중간 단계의 대비책으로 뇌격기의 배치를 결정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군사과학 연구소는 뇌격기용 어뢰의 개발을, 대한항공공업공사는 기체의 개발을 맡았다.

행사장 상공을 선회하며 비행 시범을 보인 물수리호와 공군의 보라매 전투기들은 이제 본 훈련에 들어가기 위해 전과 다른 기동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공군 전투기들이 먼저 앞으로 나아가 물수리호를 엄호하는 대형을 취한 것이다.

“와, 이제 시작하려나 보네.”

민우 또한 드디어 이 항공기들이 뭔가를 보여 주려 한다는 걸 눈치챘다.

“모두 망원경을 들어 저 앞에 있는 목선을 보아주십시오!”

행사 진행자가 큰 소리로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과연 멀지 않은 바다에 대형 목선 두 척이 떠 있었다. 이번 훈련을 위해 조악하더라도 덩치 하나만큼은 크게 만든 모양이었다.

“물수리호는 평상시 해군 함선들과 더불어 움직이는 목표물을 잡는 모의 훈련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훈련의 편의를 위해 고정된 목표물을 설정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물수리호 한 대가 편대 대형에서 빠져나오더니, 기수를 목선 방향으로 틀었다.

망원경을 통해 기체 밑바닥에 매달려 있는 어뢰를 발견한 민우는 흥분이 되는지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와! 진짜 어뢰를 쓸 모양이네요?”

“허허, 그렇소. 오늘은 실제 투하한다고 하오.”

유창순은 뇌격기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이는 게 마음이 드는지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뇌격기는 고도를 떨어뜨리며 목표물을 향해 나아가더니, 이내 속도마저 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한 거리에 이르자 어뢰를 투하했다.

관전자들 모두가 그 장면을 포착했는지, 거의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오오, 어뢰가…….”

“멋지군!”

어뢰를 투하한 뇌격기는 급가속을 하며 고도를 높였다.

꽝!

어뢰는 목선에 명중하더니, 거대한 물보라와 더불어 굉렬한 폭음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목선은 산산조각이 났다.

“와! 성공이닷!”

짝짝짝짝!

다음 역할을 맡은 뇌격기가 대열을 빠져나오더니, 역시 전의 것과 비슷한 동작으로 목표물에 접근했다.

“헉, 뭐야?! 실수한 거야?”

민우는 깜짝 놀라 소리쳤다.

뇌격기는 고도를 그리 낮추지도 않은 상태에서 어뢰를 투하했다. 방금 전에 비해 훨씬 높은 고도에서 떨어뜨려, 그가 보기에 조종사가 실수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응?”

하지만 어뢰는 아무 이상 없이 입수한 후, 목선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빠, 빠르다.”

민우는 이 어뢰의 성능이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걸 실감했다.

꽝!

역시 명중이었다.

“저, 저건…….”

“하하, 이게 바로 군사과학 연구소에서 개발한 신형 어뢰라고 들었소.”

유창순은 그저 신형 어뢰라고 알고 있지만, 민우는 방금 떨어진 어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이내 파악했다.

사실 뇌격기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다들 조종사의 생환 문제에 대해 크게 걱정했다. 어뢰를 투하하기 위해 고도를 낮추고 속도까지 늦추다 보면 적 함선의 대공포에 당할 위험성이 매우 컸다. 실제 뇌격기가 본격적으로 활약한 무대인 제2차 세계대전에서 그런 양상이 많이 나타났다.

뇌격기의 공격 방식 자체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 해도, 어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떨어뜨리는 고도는 해발 30미터 이하에, 속도도 너무 빠르면 안 되었다. 적기의 요격과 대공포의 포화에 희생당하면서 운 좋게 한 대 정도가 투하에 성공한다 해도 오폭이 되거나 불발되어 희생자만 억울하게 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군사과학 연구소는 제2차 세계대전 후반기에나 등장하게 되는 어뢰를 개발해 채용했다. 즉, 높은 고도에서 떨어뜨려도 오폭이 일어나지 않는데다, 속도를 크게 향상시켜 목표가 된 적함이 회피하기 어려운 어뢰를 개발한 것이다.

“하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전장에서 꽤나 유용하겠어. 희생자도 줄어들 테고.”

민우는 기분 좋게 웃었다. 해군 관계자들도 긴장을 풀고 크게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