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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초반부에서 나타난 어인.

장궁을 들고 있고 다른 어인들과 달리 온 몸에 문신을 한 녀석이 나타나자 이현성은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다른 어인들은 집행부 1팀이 맡는다고 해도 던전에 보스 몬스터는 그가 책임져야 했다.

보스 어인이 들고 있던 장궁에서 환한 빛이 일어났다.

화살이 시위에 걸려 있지 않았음에도 장궁에는 마력으로 이뤄진 화살이 생겨났다.

‘아실로테의 장궁?’

어인의 손에 들려 있는 장궁을 확인한 이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한민국 소속 S급 헌터 중 하나인 유설화가 사용하던 활과 매우 흡사했으니까.

현재 지금 이현성이 있는 시기에는 S급 헌터의 수가 일곱 명 정도였고, 미래에 유설화가 S급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유설화라는 헌터의 경우엔 4년 뒤에 활동하기 시작한 S급 헌터였다.

그녀가 속한 길드의 이름은 아실로테였고, 그녀가 사용하는 활 이름이 역시 아실로테의 장궁이었다.

화살을 소지하지 않고 능력만을 이용해 마력으로 활을 생성할 수 있는 능력.

그게 가장 큰 장점이자 그녀의 상징이었다.

어인의 손에 들린 활을 유심히 바라보던 이현성이 자신에게 향해 있던 장궁의 방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다.

장궁은 우미혜가 있는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어인을 상대하느라 집중하는 그녀를 향해 활시위를 놓는 걸 확인했다.

쌔에엥―

맹렬하게 회전을 하며 우미혜를 향해 쏘아진 화살.

이현성은 다급하게 몸을 움직이며 백에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쾅!

우미혜에게 도착하기 전, 이현성이 그녀의 앞에 나타나며 백을 이용해 마력의 화살을 튕겨 내려 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집행부의 소속된 헌터들은 전투를 펼치느라 보스 어인의 등장을 확인하지 못하지 못했다.

파파팟―

깡!

퍼억.

“크윽!”

백을 이용해 화살을 쳐 냈으나 그 파장으로 이현성이 던전의 벽까지 날아갔다.

벽에 등을 부딪치고 큰 충격을 받고 바닥으로 떨어지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현성 헌터님!”

어인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팔려 있던 우미혜는 갑자기 날아온 화살로 인해 깜짝 놀란 상태였다.

그런 그녀의 앞에 나타나 화살을 쳐 내고 벽으로 날아가 버린 이현성의 모습에 그녀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미혜의 외침에 헌터들이 급하게 고개를 급하게 돌렸다.

벽에 충돌한 후, 바로 일어난 이현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쉽게는 안 당해 준다, 이건가?”

마력의 화살을 쳐 내고 몸에 큰 충격을 받은 이현성의 입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나왔다.

피가 섞인 침을 뱉어 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현성이 고속이동을 사용해 보스 어인의 바로 앞까지 도착했지만, 어인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우미혜 헌터를 노리는 건가?’

이현성의 접근에 어인이 다시 한번 마력의 화살을 사용했다.

앞으로 날아오던 화살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그가 화살의 최종 목적지를 예상하고 다시 고속이동을 사용했다.

예상대로 어인은 우미혜를 끈질기게 노렸다.

사라진 마력의 화살이 우미혜의 눈앞에 나타나자 그녀가 눈을 질끈 감았다.

와락―

누군가가 자신을 낚아채는 감촉에 눈을 다시 떴을 때, 그녀는 이현성의 품에 안겨 있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내쉬는 이현성의 숨결을 느낀 우미혜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자 이현성이 그녀를 던전 입구 바로 앞에 내려놓았다.

“지금 당장 던전에서 벗어나십시오, 우미혜 헌터님.”

우미혜가 무사히 던전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이현성은 제대로 전투를 이어 나갈 수 없었다.

지금 집행부의 소속된 헌터들은 그가 지켜야 할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던전 밖으로 내보내야 했다.

이현성이 제대로 된 전투를 펼치지 못하자 강무한이 빠른 판단을 내렸다.

“우 대리를 데리고 지금 당장 던전을 벗어난다!”

명령이 떨어지자 헌터들이 다급하게 어인을 상대하는 것을 멈추고 우미혜와 함께 던전 밖으로 나가려 했다.

밖으로 나가려는 모습에 어인이 다시 한번 활의 시위를 당겼다.

‘네 뜻대로는 안 될 거다.’

왜 어인이 우미혜를 노리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은 무시한 채 어인은 우미혜만을 노리고 화살을 날렸다.

그런 보스 어인의 공격 방향을 읽고 바로 앞에 나타난 이현성이 두 다리에 마력을 집중시키고 화살을 쳐 냈다.

쾅!

‘브레이커.’

헌터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한 던전 입구 앞에 선 이현성이 연속적으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 내며 대피할 시간을 벌어 주었다.

동료들의 손에 의해 던전 밖으로 끌려가는 우미혜가 우려가 담긴 시선으로 이현성의 등을 바라보았다.

‘모든 영혼의 구슬을 흡수한다.’

혹시 몰라 비상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놔둔 영혼의 구슬.

브레이크로 인해 나온 리자드맨 워리어에게 얻은 A급 영혼의 구슬을 시작으로 오늘 검귀를 사냥하면서 나온 스물다섯 개의 B급 영혼의 구슬을 전부 사용해야 했다.

지금 이현성의 마력 상태로는 브레이커라는 능력을 단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방금 우미혜를 지키느라 브레이커를 사용했고, 마력이 곧 바닥을 보일 게 분명했다.



[A급 영혼의 구슬 1개를 흡수했습니다. C급 마력이 10% 상승됩니다.]

[B급 영혼의 구슬 18개를 흡수했습니다. C급 마력이 90% 상승됩니다.]

[C급 마력이 B급 마력으로 상승합니다.]

[블레이드가 강화되어 업그레이드됩니다. 블레이드 2단계, ‘월광’이 개방됩니다.]



‘…블레이드 2단계?’

마력 강화라는 능력은 회귀 전에도 주된 전력으로 사용하던 능력이었다.

하지만 블레이드의 2단계인 월광은 처음 나타나는 능력이었으며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지도 몰랐다.

눈에서 어지럽게 보이는 글귀들.

하지만 지금은 일일이 살펴볼 시간이 없었다.

우미혜가 던전 밖으로 빠져나가자 장궁을 든 어인이 폭주하기 시작했으니까.

녀석은 무차별적으로 화살을 날리며 녀석의 아군들까지 공격했다.

피우웅―!

푸욱―

이현성이 재빨리 고속이동을 사용해 공격을 피했지만, 다른 어인들은 화살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온몸에 고슴도치마냥 화살이 박혀 쓰러졌다.

지금까지는 헌터들을 지키느라 화살을 피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는 아니었다.

끼아아아!

눈이 붉게 충혈되어 고음파 같은 소리를 내는 어인의 모습에 이현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보스 어인의 고음을 들은 귀에서 한 줄기 선혈이 흘러내렸다.

‘마력 집중.’

고막이 터져 버리기 전에 마력으로 귀를 보호하고, 다시 한번 고속이동을 사용했다.

다른 헌터들이었더라면 어인에게 접근하기도 전에 고슴도치가 되어 버렸겠지만, 이현성은 아니었다.

어인의 능력과 이현성의 능력은 완전 상극이었으니까.

그는 접근전을 선호했고, 어인은 원거리 전을 선호했다.

원거리 능력에 특화된 이들은 접근전에 약하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현성이 화살의 비를 피해 뒤를 잡자 어인이 손에 든 장궁을 그가 나타난 곳에 내리찍었다.

타앙―!

마력이 깃든 장궁이 머리 위로 떨어지자 한쪽 무릎을 꿇고 백을 머리 위로 치켜올렸다.

쾅!

머리 위로 내려치는 공격을 방어하고, 고속이동으로 뒤로 물러난 이현성이 진중한 눈빛으로 어인을 바라보았다.

씩씩거리며 장궁의 시위를 당기는 모습.

‘접근을 허용하지 않겠다, 이 말인가?’

상대가 원거리 전을 선호한다면, 원거리 전으로 응대해 줘야 했다.

그의 무기는 접근전에만 특화된 무기가 아니었다.

꾸욱―

백의 창대를 강하게 쥔 이현성이 새롭게 생긴 능력을 사용했다.

‘월광, 속도 향상.’

팡―!

강하게 백을 어인을 향해 날리고 고속이동을 사용했다.

화살이 이현성이 서 있던 곳에 박혔을 때, 백이 회전을 하며 어인을 향해 맹렬하게 공중에서 날아가고 있었다.

자신에게 날아오는 백의 모습에 어인은 장궁을 들고 백을 쳐 내려 했다.

하지만 어인의 방어 속도보다 백이 날아가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기에 장궁으로 쳐 내기 전에 백이 어인의 목을 꿰뚫었다.

푸욱―

끼아아아…….

목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모습에 이현성은 백의 앞으로 이동하여 녀석이 떨어트린 장궁과 백을 회수했다.

이미 초입 부분은 초토화된 상태.

귀에서 흘러나온 피를 닦아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방어막을 사용하지 않아서 다행인가? 어인의 능력과 고속이동이 상극이여서 쉽게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이현성이 냉정하게 어인과의 싸움을 곱씹으며 던전 안으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남은 어인들이 있을 수도 있기에 던전 한 바퀴를 돌아보고 나가야 했다.

보스 몬스터가 일반 몬스터가 있는 곳에 나타났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스 어인은 일반 어인들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이러한 현상들이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건가? 이게 아실로테의 장궁이 맞다면… 유설화 헌터가 아실로테의 장궁을 얻은 곳도 여기겠구나.’

미래가 변화하여 아실로테의 장궁이 더 일찍 나타난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형태로 유설화에게 이 장궁이 전해졌을 수도 있었다.

제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활이 아실로테의 활이 맞다는 것.

푸른 장궁에 화려한 문양.

거기다 아실로테의 장궁의 생김새와 동일했다.

유설화가 사용하는 아실로테의 장궁 사진은 이미 외부에 수없이 노출이 되었다.

S급 헌터의 무기를 이현성이 모를 리가 없었다.

‘회귀 전, 악마의 신단으로 들어가기 전에 내 취미가 S급 헌터들의 정보를 조사하는 거였으니까.’

어리석게도 그때의 이현성은 뛰어난 무기를 얻으면 자신도 S급 헌터가 될 수 있을 거라 착각했다.

S급 헌터들이 사용하는 무기보다 더 뛰어난 무기인 백야가 손에 있음에도 당시엔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던전 내부를 확인하고 밖으로 나오자, 김춘아가 무장한 상태로 입구에 서 있었다.

“형?”

“괜찮냐?”

한 시간이 넘도록 던전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는 보고에 김춘아가 직접 던전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이곳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준비를 끝내고 집행부 헌터들과 들어가기 직전, 이현성이 던전 밖으로 나왔다.

“사냥은 마무리했어요. 다만, 남아 있는 어인들도 있어서 정리하고 나오느라 늦어졌네요.”

“조금만 늦게 나왔으면 내가 안으로 들어갔을 거다.”

김춘아의 안도 어린 시선에 이현성이 그를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형, 부탁이 하나 있는데요.”

어인과의 싸움을 마치고 얻은 아실로테의 장궁.

이건 헌터 협회의 넘겨줄 수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푸른 장궁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 어떠한 것도 보고받지 못했다. 보스 몬스터가 무기를 사용했다는 보고도 받지 못한 거니까, 뭐. 알아서 해라.”

“고마워요.”

이현성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끄덕인 김춘아가 집행부 1팀과 2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고생했다. 집행부 1팀은 서둘러 던전 안을 정리하고 협회로 복귀해.”

입구에 서 있던 헌터들이 전부 던전 입구로 들어가자 김춘아가 이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강무한이 헌터 협회에 보고하기 전에 김춘아에게 먼저 검귀의 뿔에 대한 효과를 미리 보고해서 다행이었다.

“너 바보냐?”

“…네?”

대뜸 이현성을 향해 바보냐고 묻는 김춘아.

그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검귀에 뿔에 마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헌터 협회에선 네가 검귀의 뿔을 가져가는 걸 막을 수도 있어.”

검귀의 뿔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것 같은 모습에 이현성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들으셨어요?”

“마력 향상 효과가 있다는 건, 너 혼자 알아도 될 일이잖냐. 그걸 이용하면 홀로 압도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회일 텐데…….”

김춘아의 말에 이현성이 고개를 저었다.

다른 헌터들에겐 효능이 있을지 몰라도, 이현성에겐 그 효능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소모한 마력을 채워 줄 뿐이었다.

”아깝지 않은 건 거짓말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