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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이러니까 다들 현역 헌터로 단기간 경험을 쌓고 길드에 소속되거나 길드를 설립하는 거겠지. 받는 금액이 상상을 초월할 테니.’

길드를 설립한다는 건, 곧 사업을 하는 것과 같았다.

일반인들이 하는 사업과는 벌어들이는 금액이 차원이 달랐다.

‘나도 길드 하나 설립할까? 다른 던전 소유권을 가져오려면 길드 하나는 필요한데…….’

고민을 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1인 길드로 움직인다고 해도 길드를 세우는 순간, 다양한 문제들을 직면할 게 분명했다.

그리고 문제는 이현성이 운반꾼으로는 경험이 뛰어나도 헌터의 지식은 많지가 않다는 게 문제였다.

물론, 일반인들보단 헌터라는 직종에 대해 아는 부분이 많긴 했지만, 혼자서 움직이는 것과 길드를 설립하는 문제는 차원이 달랐다.

‘길드를 세우는 건, 보류.’

어쩔 수 없었다.

자금 문제도 문제였지만, 인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없었다.

제대로 된 동료를 만난 것도 아니고, 지금은 단순히 혼자 움직여야 하는 상황에서 길드 설립을 함부로 결정하긴 힘들었다.

집에서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저녁이 되자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왔다.

최연수가 아침에 들은 이야기를 묻기 위해 이현성을 거실에 데리고 나왔다.

“무슨 말이야? 운반꾼을 그만뒀다니. 그리고 그 헌터 라이센스는 뭐고?”

운반꾼을 그만두었다는 말에 이은아의 눈이 커졌다.

이은아는 의무 기간은 무조건 채워야 하지만, 운반꾼을 그만두는 순간 의무 기간이 다시 리셋된다는 것까지는 알고 있었다.

다만, 이현성이 백화점에서 보인 능력은 뛰어났기에, 의무 기간이 끝나면 그가 헌터 운반꾼이 아닌 헌터 생활을 시작할 거라 짐작만 했을 뿐이었다.

“말 그대로야.”

이현성이 김춘아가 도와준 것부터 노건희 협회장이 가진 권한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으로 헌터 라이센스를 가족들에게 보여 주자, 둘은 눈에 경악을 드러냈다.

“이제 고생은 끝이라는 건 확실해, 엄마.”

이현성의 미소에 최연수와 이은아가 멍하니 이현성을 바라보았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준비를 하고 검령의 던전으로 향하는 이현성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핸드폰에서 울리는 진동에 전화를 받자 힘없는 김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씀하세요, 형.”

[현성아, 지금 인천 서구쪽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는 소식 들었냐?]

인천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재난 문자가 온 것도 없었으며, 브레이크에 관련된 사항이 시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았다.

이현성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춘아의 질문에 답했다.

“못 들었어요.”

[세 곳의 던전에서 동시에 브레이크가 일어났다. 현역 헌터들이 움직이고는 있지만, 그 규모가 상당해.]

도와달라는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김춘아의 말에 이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브레이크가 세 곳에서 발생되었다면 아무리 김춘아가 복귀한 집행부라고 해도 막는 데 벅찰 게 분명했다.

“제가 움직여야 하는 위치를 알려 주세요. 바로 움직일 게요.”

[고맙다. 문자로 위치를 보내 줄게. 이미 집행부의 한 팀이 방어를 하고 있으니 수월하게 정리할 수 있을 거야.]

헌터 협회에서 도움을 받은 건 받은 거고,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일은 최대한 관여를 할 생각이었다.

이는 시민들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였다.

김춘아에게 위치를 받고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으로 고속이동을 사용하면서 움직였다.

‘그런데 한 달 사이에 네 번의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소리인데… 그것도 동시 다발로 세 곳의 브레이크가 일어나다니.’

백화점 근처에서 일어난 브레이크부터 시작해서 오늘 일어난 세 곳의 브레이크까지.

무언가 수상한 점들이 많았다.



검령의 던전으로 움직이려 하던 집행부 팀도 현장으로 움직인 상태였다.

라인을 긋고 방어선을 방어하기 위해 선 우미혜가 차가운 시선으로 다가오는 몬스터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일어난 브레이크가 우미혜가 어이가 없다는 식으로 강기찬에게 되물었다.

“도대체 던전 소유권을 지닌 길드가 어디야?”

“하령 길드에서 보유 중인 세 곳의 던전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났다고 하네요, 대리님.”

“하령 길드에서? 브레이크가 일어나는 걸 방관할 곳은 아닌데… 하아…….”

우미혜가 한숨을 내쉬며 치직거리는 무전기 허리에서 꺼내자 김춘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현성 헌터가 지금 현장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최대한 버텨.]

이현성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에 우미혜와 강기찬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호기심이라는 게 일고 있었다.

얼마나 강하길래 검귀 두 팀을 쓸어버렸는지.

그 무력이 궁금했다.

우미혜가 검을 쥐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달려가자 강기찬 역시 두 자루의 단검을 쥐고 뒤에 섰다.



현재 브레이크가 일어난 두 곳의 던전 등급은 D등급.

나머지 한 곳은 리자드맨이 나오는 C등급 던전이었다.

그리고 우미혜와 강기찬이 자리를 잡은 곳이 바로 리자드맨이 나온 구역이었다.

우미혜가 레이피어 형태의 검을 들고 자세를 취했다.

팔과 다리를 쭉 뻗고 레이피어를 달려오는 리자드맨을 향해 찌르자 검 끝이 리자드맨의 피부를 뚫어냈다.

평소 같았으면 레이피어가 리자드맨을 단번에 뚫지 못하겠지만, 지금은 달랐다.

푸욱―

단번에 리자드맨 심장으로 파고드는 레이피어.

우미혜는 평소와 다른 자신의 마력을 그제야 의식했다.

평소보다 더 풍부하게 느껴지는 마력.

그녀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리자드맨의 심장에서 검을 뽑아냈다.

푸확―

‘뭐지?’

뒤에 선 강기찬이 단검에 마력을 부여하며 우미혜에게 달려오는 리자드맨을 향해 힘껏 던졌다.

던지는 족족 리자드맨의 피부를 반쯤 뚫어 내는 광경.

본래 그의 마력으로는 리자드맨의 피부를 뚫을 수 없었다.

그저 리자드맨의 시선을 끌기 위해 던진 단검이었다.

‘…단검이 박힌다?’

우미혜에게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단검을 힘껏 던지기는 했지만, 별다른 기대감은 드러내지 않았다.

강기찬이 얼굴에 당황을 드러내며 영문을 모르는 표정을 지으며 우미혜를 바라보았지만, 어리둥절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이 달라진 스스로의 마력에 당황을 드러내고 있을 때, 현장에 도착한 이현성이 백을 리자드맨을 향해 던졌다.

푸우욱―

백의 의해 머리가 관통된 리자드맨의 피가 우미혜를 덮쳤다.

이현성이 재빠르게 우미혜의 옆으로 이동해 고속이동을 사용해 그녀를 자신의 품에 안고 이동했다.

우미혜가 멍하니 이현성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우미혜를 바닥에 내려놓고 고속이동을 연속적으로 사용하며 백과 야를 들고 전투를 펼쳤다.

콰앙!

공중에 나타난 이현성의 발차기 한 번에 머리가 부셔지는 리자드맨.

그는 강기찬과 우미혜를 뒤로한 채 둘이 상대하던 리자드맨 열 마리와 마주했다.

던전 브레이크를 통해 세상으로 나온 리자드맨 숫자는 약 40마리.

그중 열 마리를 우미혜와 강기찬이 책임져야 하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현성의 등장으로 두 사람은 뒤에서 멍하니 지켜보는 신세로 전략해 버렸다.

푸욱―

고속이동을 활용하여 백과 야를 맹렬하게 휘두르는 모습.

피가 튀기도 전에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의 모습에 둘은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리자드맨 열 마리를 간단하게 처리한 이현성은 고개를 돌려 우미혜에게 말했다.

“다음 전장은 어딥니까?”

“아… 지금 이 근처에서 전투가…….”

궁금해하던 이현성의 능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우미혜가 그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거렸다.

이현성은 빠르게 다음 전장을 찾아가기 위해 능력을 사용했다.

‘사냥꾼의 기감.’



[리자드맨 32마리. 리자드맨 워리어 1마리 기감이 느껴집니다.]



그는 눈앞에 보이는 글귀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따라오셔도 됩니다.”

이현성은 열 마리의 리자드맨 시신을 놔두고 다른 곳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에 멍하니 서 있는 강기찬에게 우미혜가 외쳤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강기찬.”

“네, 네! 대리님.”

이현성이 현장에서 사라지자 두 사람도 다른 격전지로 달려갔다.



두 사람이 배속된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방어 라인을 긋고 전투를 시작한 집행부 헌터들.

거대한 덩치를 지닌 리자드맨의 등장에 헌터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리자드맨 워리어.’

리자드맨 워리어는 리자드맨 던전의 보스 몬스터로 B등급 몬스터로 등록되어 있는 존재였다.

현재 움직인 집행부 팀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위험한 적이라는 건 변치 않았다.

일반 리자드맨과 비교해서 두 배는 더 큰 덩치에 긴 장창을 쥐고 있는 몬스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앞에 있는 헌터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존재가 움직였다.

집행부의 소속된 헌터의 얼굴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리자드맨을 막기 위해 움직였지만, 그들을 마주하는 건 B등급 몬스터라 알려진 리자드맨 워리어였으니까.

“…C급을 제외하고 나머지 집행부원들은 뒤로 빠진다.”

집행부 과장 강무한이 명령을 내리자, 이곳에 대기중이던 헌터 열 명 중 다섯 명이 뒤로 물러났다.

입술을 깨문 강무한이 리자드맨 워리어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하령 길드의 길드장님이 이 소식을 들었다면 바로 달려왔을 텐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하령 길드는 브레이크를 일으킬 정도로 무능한 곳이 아니었다.

뛰어난 헌터는 없지만, 하령 길드의 길드장은 사람 좋기로 유명했다.

‘브레이크가 일어나면, 당장 달려올 사람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가 리자드맨 워리어를 째려보았다.

강무한이 리자드맨 워리어와 그를 호위하듯이 선 리자드맨 열 마리를 노려보았다.

[A구역 정리 끝. B구역으로 이현성 헌터님이 움직이십니다.]

무전에서 들려오는 상황 종료 보고에 강무한이 집행부에 소속된 헌터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A구역과 B구역은 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고, 헌터라도 20분 정도 이동해야 하는 거리였다.

이현성이 달려온다고 해도 결국은 시간을 벌어야 할 상황.

그가 손을 들었다.

“리자드맨 워리어는 나 혼자 책임진다. 나머지 리자드맨부터 처리해!”

그 말을 하고 강무한이 앞으로 달려갔다.

자신이 위험해 지는 한이 있더라도 리자드맨 워리어를 상대로 시간을 끌어야 했다.

필사의 각오로 리자드맨을 향해 달려가던 중, 바로 옆에서 맹렬한 회전을 하며 날아가는 물체를 느끼고 행동을 멈추었다.

순백의 창대를 지닌 백이 일반 리자드맨의 머리를 꿰뚫었다.

리자드맨의 얼굴에 박히자 이현성이 순식간에 나타나 백을 싸늘한 시선으로 뽑아들었다.

푸욱―

“리자드맨의 정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현성 헌터님?”

강무한의 당황이 담겨 있는 목소리에도 시선은 리자드맨 워리어에 고정되었다.

그의 말에 대답도 해 주지 않고 고속이동을 사용한 이현성이 리자드맨 워리어의 앞에 나타났다.

파팟―

“과장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강무한을 부르는 팀원.

강무한은 다른 헌터의 외침에 정신을 차리고 명령을 내렸다.

“일반 리자드맨을 우선적으로 제거해! 이현성 헌터님께서 움직이기 편하게 전장을 정리한다.”

강무한의 명령에 이곳을 지키는 헌터들이 빠른 속도로 리자드맨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족 보행을 하는 도마뱀 한 마리.

앞에 있는 리자드맨을 바라보던 이현성이 백야를 강하게 쥐고 블레이드를 사용했다.

‘블레이드.’

타탓―

리자드맨 워리어를 향해 도약하며 앞으로 빠르게 튕겨져 나간 백과 야를 동시에 움직였다.

쾅!

‘이번에도… 방어막인가?’

백이 리자드맨 워리어의 피부를 뚫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한 이현성이 싸늘한 표정으로 야를 머리 위로 내리쳤다.

콰앙!

거대한 폭발음이 주변으로 울려 퍼졌지만, 백과 야는 리자드맨 워리어에게 상처 하나도 내지 못했다.

비웃는 입가의 표정.

이현성이 리자드맨 워리어의 표정을 확인하고 주먹을 쥐었다.

‘두드리다 보면 언젠가는 뚫리겠지. 이 녀석의 힘이 에이션트 놀보다 강한 건 아닐 테니.’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리자드맨 워리어의 방어막은 쉽게 뚫리지 않았다.

에이션트 놀의 경우 D등급 몬스터인 놀을 기반으로 탄생했지만, 앞에 있는 리자드맨 워리어는 C등급 몬스터인 리자드맨을 기반으로 탄생한 돌연변이였다.

동시에 같은 곳에 네 번이나 타격했음에도 금도 가지 않은 모습에 이현성은 입술을 깨물었다.

‘B급 영혼의 구슬 전부 백과 야에게 흡수시킨다.’

B급 영혼의 구슬이라 하더라도 이현성의 마력 등급을 상승시켜 주진 못했다.

지금 여분으로 남아 있는 구슬은 열다섯 개였고, 현재 마력 등급이 C급인 이현성이 모든 구슬을 흡수하게 되더라도 75%를 상승시키는 게 끝이었다.

등급 상승을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백과 야를 강화시키는 게 나았다.



[B급 영혼의 구슬 8개가 백에게 흡수됩니다.]

[백의 F급 마력이 상승하여 D급 마력으로 상승합니다.]

[‘브레이커’, ‘속도 향상’이 개방됩니다.]

[B급 영혼의 구슬 7개가 야에게 흡수됩니다.]

[야의 F급 마력이 상승하여 E급 마력으로 상승합니다.]

[야참(夜斬)이 개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