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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방어막을 뚫어 내기 위해 연속해서 고속이동을 사용한 이현성이 에이션트 놀의 뒤로 이동했다.

쾅!

콰앙!

창과 검.

두 자루의 무기를 이용해 연속해서 등을 때린 이현성이 다시 한번 고속이동을 사용했다.

이현성의 공격을 반격하기 위해 몸을 돌린 에이션트 놀을 확인하고 앞부분으로 다시 이동해 같은 위치에 두 번의 공격을 이어 나갔다.

이미 상대해 본 몬스터였기에 이현성은 네 번의 공격 끝에 에이션트 놀의 방어막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쩌저적―

방어막에 금이 간 것을 확인한 그는 창에 모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고 주저 없이 강하게 에이션트 놀의 등을 향해 찔러 넣었다.

째엥―!

금이 간 방어막이 깨지며 이현성의 창이 에이션트 놀의 등에 파고들었다.

처음엔 고전했지만, 두 번째로 상대하는 녀석에게 고전할 이유는 없었다.

에이션트 놀이 쓰러지는 것까지 확인한 그는 손에 무기를 쥐고 몸을 돌려 음침한 분위기에 신전을 돌아보았다.

곧 신전의 풍경이 사라지고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현성이 협회장 노건희에게 고개를 숙이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심사관을 바라보았다.

“마력 측정 C등급, 전투 측정 A등급, 능력 측정 A등급입니다.”

이변이 일어났다.

본래 전투, 능력 측정은 헌터 등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게 상식이었다.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만큼 전투와 능력 측정이 비슷하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마력 수치가 높게 나왔지만 전투와 능력 측정이 하락되어 나오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이현성의 경우와 같이 평가의 차이가 극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새로운 이현성 헌터의 등급은?”

“C등급으로 판정 내리겠습니다.”

심사관의 확신이 없는 목소리에 노건희가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이현성이 보여 준 능력은 절대 C등급 헌터가 가질 만한 힘은 아니었고, 그 능력에 걸맞은 등급을 매겨야 한다 생각했다.

“C등급은 가진 능력에 비해 너무 부족하다 생각하지 않는가?”

야박한 판단이라 생각한 노건희 협회장이 심사관과 조율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김춘아를 복귀시켜 준 1등 공신이었으며 노건희가 보았을 때, 이현성의 능력은 최상이었다.

마력 등급이 C등급이라 해서 C등급 헌터 판정을 받게 할 수는 없었다.

“마력 측정을 기반하여 등급을 선택하는 사항은 변함이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그렇다고는 하지만, 마력 등급에 비해 전투, 능력 등급이 높은 것도 사실이니까.”

“협회장님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가 자주 일어나는 건 아니기에 심사관으로서 판단을 내리기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노건희의 생각을 들어 보고 싶은 심사관이 그에게 의견을 물었다.

“B등급. C급과 A급의 중간으로 결정을 했으면 하는군.”

노건희의 제안에 심사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성의 전투와 능력은 심사관이 봤을 때도 B등급으로 등록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B등급으로 판정 내리겠습니다. 이현성 헌터님의 새로운 등급은 B등급이며 기존 라이센스를 폐기하고 새로운 라이센스를 지급하겠습니다.”

모든 심사가 종결되자 이현성은 시뮬레이션실에서 나와 무기를 다시 반납했다.

심사관 앞에 이현성이 서자 최종적으로 결정한 등급을 선언할 준비를 하고 그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F등급 이현성 헌터님을 B등급 헌터로 승급합니다. 축하드립니다.”

C등급이 아닌 B등급으로 승급했다는 말에 이현성이 깜짝 놀랐다.

아무리 전투, 능력 측정이 잘 나왔다고 해도 마력에 기반하여 헌터 등급을 결정하는 건 변함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어떨떨한 표정으로 심사관에게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심사관님.”

“새로운 라이센스는 준비되는 대로 바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존 라이센스는 폐기할 예정입니다.”

“알겠습니다.”

심사관이 자리에서 떠나자, 김춘아가 자랑스러운 눈으로 이현성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드러냈다.

생각보다 등급이 높게 나왔으니까.

“이현성 헌터님, 백화점에 나타난 에이션트 놀을 잡은 게 헌터님이 맞군요.”

“에이션트 놀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 봅니다.”

새하얀 놀의 이름을 모르고 있던 강태식의 말에 반문하자 그 말에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션트 놀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 상태에서 상대를 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방금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된 몬스터를 에이션트 놀이라고 부릅니다.”

“아…….”

“에이션트 놀이 가진 능력인 방어막을 뚫어 내기 위해선 보통 A급 마력을 쏟아 내야 무력화시킬 수 있습니다. 이현성 헌터님께선 C급 마력을 가지고 A급 마력으로 파괴가 가능한 방어막을 뚫어 낸 겁니다.”

어떤지 일반 놀과 비교해 그 능력이 차원이 달랐다.

악마가 사용하던 비슷한 방어막을 사용하는 것부터가 이상했고 의심스러웠다.

“그렇군요.”

“A급 보스 몬스터이며 당시에 이현성 헌터님께서 에이션트 놀을 잡지 않으셨다면 큰 피해가 일어났을 겁니다. 아마 현역 헌터들이 움직였어도 그들까지 목숨을 잃어야 했을 겁니다.”

이현성은 확신에 찬 강태식의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의무 기간이 삭제되고 B등급 헌터가 되었는데, 헌터 협회에서 일하겠나? 아니면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할 건가, 이현성 헌터?”

노건희의 말에 이현성이 머리를 긁적였다.

되도록이면 김춘아가 있는 이곳에서 함께 근무를 하고 싶지만, 해야 할 것이 있었다.

‘성장. 난 더 성장을 해야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해. C등급 마력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 적어도 회귀 전과 동일한 마력까지 성장해야지.’

이현성이 회귀를 함으로 변수가 생겼다.

지금 당장은 미래가 변하지 않겠지만, 악마의 등장 속도가 빨라질 수도, 느려질 수도 있는 일이었다.

여기서 안주하고 성장하는 것을 멈춘다면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

“죄송하지만, 전 독자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는?”

“그건…….”

이현성이 김춘아를 바라보았다.

이현성의 시선에 직감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현된 존재.

악마와 관련된 이야기였고, 이는 김춘아가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다.

김춘아가 나서며 노건희에게 말했다.

“제가 나중에 따로 시간을 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협회장님.”

“흐음, 강요를 할 수도 없는 부분이니까.”

“죄송합니다.”

노건희는 이현성을 빤히 바라보았다.

능력을 보았을 땐,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이라 생각했다.

김춘아를 따라 당연히 헌터 협회에서 일할 거라 생각했지만, 거절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김춘아도 무언가를 알고 있는지 이현성의 선택을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식사나 한 끼 하겠나, 이현성 헌터?”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10분 후, 심사관이 새로운 라이센스를 이현성에게 전달했다.

10년의 기간 동안, 그리고 돌아와서도 라이센스 최상단에는 항상 F등급이라 적혀 있었다.

그런 이현성은 B등급을 보는 순간 울컥하며 라이센스를 강하게 손에 쥐였다.



노건희와 김춘아, 그리고 강태식과 함께 식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되돌아온 이현성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하게 변하는 하늘.

어두워지기 전에 달이 태양의 역할을 했고, 그걸 바라보던 이현성이 자리에 우뚝 서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좋네. 이제 백야를 가져올 준비를 하자.’



***



독자적인 활동은 선택한 헌터들에게는 던전 출입 권한이 존재하지 않았다.

헌터 협회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헌터들을 위해 공공 던전을 개방하긴 했지만, 그곳에는 항상 헌터들로 가득했다.

길드와 헌터 협회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선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시신을 재가공해야 했다.

몬스터 가죽으로 만든 가죽 갑옷은 비싼 가격에 팔렸고, 몬스터의 뼈가 첨가된 철로 제련된 검은 고가의 금액으로 판매되었다.

이현성이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선 아직 발견되지 않은 던전을 찾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악마의 신단으로 들어가면 되니까.’

2년 후에나 발견될 던전.

신전의 필드 형태로 발생된 이 던전은 헌터들에게 버림받은 곳이었다.

몬스터가 문제가 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버림받은 이유는 악마의 신단에서 일어나는 현상 때문이었다.

일루전.

던전으로 들어가는 헌터를 랜덤으로 던전에 떨어트리는 현상이었다.

대부분 레이드는 팀을 이뤄 진행해야 했고 B등급 이상의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무조건 한 팀 이상을 꾸려야 했다.

‘위험한 곳이지. 팀을 꾸려 같이 들어간다고 해도 일루전 현상이 발생되는 순간, 팀이라는 장점이 사라지는 거니까. B급 몬스터 하나를 상대하더라도 홀로 상대하기 위해선 B급 헌터는 되어야 할 테니까.’

새롭게 지급 받은 헌터 라이센스를 바라보던 이현성이 아침 일찍 거실 밖으로 나왔다.

출근 준비를 하지 않는 이현성의 모습에 최연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 출근 안 해?”

“운반꾼 그만뒀어.”

“뭐?”

운반꾼을 그만두었다는 말에 최연수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무조건 주어지는 병역 의무 대신 수행하는 의무.

1년간 운반꾼 생활이나 수습 헌터 기간으로 채워야 했다.

“오늘부로 의무가 면제되었거든.”

“농담을 할 거면 제대로 해.”

최연수가 말을 믿지 않자, 이현성은 라이센스를 보여 주며 미소를 지었다.

“오늘부터 제대로 헌터 생활 한 번 해 보려고.”

B등급.

라이센스에 표시된 등급을 확인한 최연수의 눈이 커졌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일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렸다.

그녀의 반응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조, 조작 아니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알려 주는 거야. 잘 다녀와, 엄마.”

“어… 어어. 이따 퇴근하고 이야기하자.”

최연수가 시간을 확인하고 다급하게 밖으로 나가자, 이은아도 이현성이 사준 새 교복을 입고 급하게 신발을 신었다.

평소보다 더 서두르는 모습에 이현성이 물었다.

“지각이야?”

“응. 다녀올게.”

운반꾼을 그만두었다고 말하지 못할 만큼 이은아가 서둘러 집을 나갔다.

두 사람이 나간 집.

이현성이 휑한 집을 바라보며 기지개를 펴며 슬슬 움직일 준비를 시작했다.



***



심각한 표정으로 영상을 바라보는 두 사람.

노건희와 강태식은 김춘아가 가져온 영상을 바라보며 표정을 굳혔다.

“저게 1%의 능력치라 하셨습니까, 집행부장님?”

“맞아. 현성이의 머릿속에서 구현된 녀석이지. 나도 저 존재와 한 번 싸워 봤는데… 1%까지는 겨우겨우 이기긴 했지만, 그 이상 능력치를 올리는 순간 어쩔 도리가 없더라.”

김춘아는 이현성이 왜 헌터 협회에 소속되는 걸 거절했는지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

때문에 그는 이현성이 악마와 싸우는 영상을 보여 주었다. 다만 주변 풍경은 삭제를 하거나 모자이크 처리를 한 상태였다.

고유 문양이 새겨진 자들이 쓰러진 모습을 보면, 노건희와 강태식이 실의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일부로 이런 형태로 편집해서 가져왔다.

“대단하군. 100%의 능력을 가진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 인류는 종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야.”

노건희가 영상에서 시선을 치우지 않고 말했다.

‘만약 저 존재와 마주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헌터가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하게 될 정도였다.

“현성이가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이유는 저도 짐작만 할 뿐입니다, 협회장님.”

“이현성 헌터의 기억 속에서 구현된 존재라면 이현성 헌터가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는 뜻이지 않겠나?”

“저도 그 부분이 이상했습니다. 예언자는 이미 미국에서 나오지 않았습니까?”

“…혹시 모르지. 이번 세대에선 두 명의 예언자가 나온 걸지도.”

“저도 협회장님의 의견과 동일합니다.”

만약 이현성이 이 존재를 막고자 협회에 소속되는 걸 거부했다면.

진짜 예언자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이 존재의 등장 시기도 유추했을 게 분명했다.

“도움을 줄 필요가 있겠지. 이현성 헌터에게 헌터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던전에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고 전달해. 이현성 헌터가 라이센스를 보여 주면 바로 던전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조치할 준비해.”

영상을 믿을 수는 없지만, 김춘아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김춘아를 믿고 이현성을 지원해야 나중에 일어날 일들을 막을 수 있을 터.

노건희와 강태식은 이현성의 진짜 능력이 예언자 능력이라고 착각하게 되었다.

노건희가 속으로 생각하며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예언자 능력이 맞다면 무조건 이현성 헌터를 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