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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또 다른 전역자 (3)
다시 생활관 안으로 들어와 내가 본 것을 재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홍지우.
의식이 혼미해 보이는 놈의 눈동자가… 붉었다.
홍지우를 물어뜯은 훈련병의 옆구리에 남은 상처.
그리고 지금 홍지우의 변한 눈동자.
조각들이 맞추어졌다.
이건 ‘감염’이다. 놈들에게 물리면 감염되는 거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바로 그 순간.
탕!!
어디선가 공포탄 소리가 들려왔다.
2교육대 안에서 누군가 공포탄을 발사했다.
* * *
지옥.
그 외에 지금 2층의 광경을 표현할 수단이 또 있을까?
바닥은 피로 질퍽거린다.
땅에 내장인지 살점인지 모를 뭔가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크아아아악!
크르르르륵!
당장 계단 바로 앞에서 한꺼번에 세 마리의 개가 누군가를 뜯어 먹고 있었다. 8중대 박상필 병장이다. 그의 온몸은 이미 축 처져 있었다.
그대로 달려들어 정신이 팔린 개 한 마리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뻐걱!
두개골을 박살 내는 묵직한 느낌이 내 손을 타고 찌르르 전해져 왔다.
머리가 박살 난 녀석은 그대로 쓰러져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제 동료가 당하자 정신 줄 놓고 박상필의 살점을 뜯던 개 두 마리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두 마리 모두 주둥이에 피 칠갑을 하고 있다.
선빵필승.
놈들이 달려들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
다시금 소총을 치켜들었다.
내장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얼룩무늬 개를 우선 노렸다.
순간, 녀석과 시선이 교차했다.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크르르악!!
젠장, 얕았다.
빗맞은 탓에 제대로 머리를 부수지 못했다.
어느새 슬쩍 물러나 제대로 자세를 잡은 두 마리의 개가 나를 바라보며 피 섞인 침을 뚝뚝 흘렸다.
징그러운 자식들.
내가 제대로 끝장내지 못한 얼룩무늬 개가 특히 안달하며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놈의 오른쪽에는 함께 박상필의 살점을 뜯던 잡종견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달려들면 조금은 귀찮겠군.
바로 그때였다.
“하아아아!!”
퍼억!
8중대 복도 쪽에서 누군가가 함성 소리와 함께 달려오더니, 냅다 잡종견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시선을 나머지 한 마리에게 돌렸다.
내가 단번에 끝내지 못한 녀석.
크르르르!!
늑대. 당장 내가 상대해야 할 녀석의 이빨을 보니,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녀석은 피로 물든 이빨을 내밀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게… 같은 실수란 없다.
둥, 둥, 둥.
심장 박동일까?
강한 비트의 음악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리듬을 타며 부드럽게 소총을 빙글 돌렸다.
크아아악!!
공중으로 뛰어오른 놈과 반대로 나는 몸을 바짝 낮췄다.
이어서 소총을 뒤로 당겼다가 마치 창처럼 앞으로 쭉 뻗었다.
퍽!
커어어어엉!!
나의 소총 소염기 부분이 녀석의 목덜미를 찔렀다.
공중에서 목덜미를 찍힌 놈이 멱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대검을 끼우지 않은 소총의 총구는 무디다. 당연히 놈의 목을 꿰뚫지 못했다.
그러나 놈의 힘을 역이용해서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크아아악!!
놈이 나를 쳐다보며 울부짖는다. 그러나 이제 녀석의 이빨은 조금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건 놈이다.
배를 내놓은 채 내 발아래에서 버둥거리는 꼴이 자못 우스웠다. 늑대에서 한순간에 푸들로 전락한 느낌이랄까.
소총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머리를 가격했다.
한 방.
퍽!
두 방.
퍽!
세 방.
퍽!
늑대였던 푸들. 놈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야 나를 도운 8중대 분대장을 보았다.
그 또한 자신이 습격해 일격을 가한 잡종견을 마무리하는 와중이었다.
8중대 장우현 상병.
김호철 병장의 오른팔과 같은 녀석.
“괜찮으십니까?”
“그래, 덕분에. 호철이는?”
“김호철 병장은 지금 훈련병들을 무장시키는 중입니다.”
과연 김호철 병장이랄까. 124번 훈련병에게 상황을 전해 듣자마자 조치에 나선 것 같았다. 내심 빠른 행동력에 감탄했다.
녀석이 오늘 당직을 선 것은 8중대 훈련병들에게 더없는 행운이다.
그런데…….
“으, 으아아아!! 오지 마!!”
뭐냐, 이 꼴불견 같은 비명 소리는.
내 시선이 상황실 쪽을 향했다.
눈에 핏발이 선 채 겁에 질려 꼴사납게 소총을 휘두르고 있는 당직병의 모습이 보인다.
분대장이 저렇게 가오가 없을 수 있나?
김성욱 일병.
피투성이가 된 병사 몇 명이 김성욱 일병을 노리고 있었다. 놈들은 맨손에 생활복 차림이다.
그런데도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김성욱의 모습을 보니 기가 찼다.
저 정도 되면 우리 7중대의 수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김성욱은 문이 부서진 상황실 안쪽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총을 꼭 쥐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드러난 상황실 안쪽에서 당직 사관은 보이지 않는다.
“김성욱!”
“바, 박 병장님!”
성욱이는 마치 구원자라도 만난 듯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그 꼴을 보니 한심하다고 욕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일단 상황실 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장우현 상병 역시 내 옆에 함께했다.
상황실 안쪽의 병사들의 경우, 똥개들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이미 놈들의 약점 또한 알고 있으니, 의미 없이 배나 어깨 따위를 공격할 필요는 없다.
퍽!
크아아아악!!
수박 깨지는 소리가 울리며 소총에 머리를 직격당한 병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에서 검붉은 피와 함께 허연 것이 흘러나온다.
장우현 상병 역시 망설이 없이 성욱이를 공격하려 드는 병사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있었다.
“우읍!”
한편, 그 모습을 본 김성욱은 오히려 나와 장우현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녀석도 소총을 들었지만, 무슨 트로피마냥 꼭 쥔 채 벌벌 떨고만 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상황실 안쪽 괴물들의 전멸을 확인한 장우현은 미리 계획된 듯 그대로 상황실 안쪽 창고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잠시 뒤, 대검 몇 개를 들고 나왔다.
초소 근무용으로 보관하는 교보재 대검들. 하도 오래돼서 훈련병들의 방독면마냥 성능도 보장되지 않는다. 날도 많이 무디다.
“받으십쇼.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 말대로다.
장우현에게 대검 두 개를 받아 들었다.
“저는 다시 8중대로 가 보겠습니다. 박 병장님, 부디 조심하십쇼.”
“그래, 너도.”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장우현은 상황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간 녀석은 끔찍한 시체로 변해 버린 박상필 쪽에 잠깐 시선을 두었지만, 곧 발걸음을 옮겨 8중대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확실히 1인분은 해 주는 분대장이었다.
그에 비하면…….
“김성욱.”
“이, 일병 김성욱!”
멍청한 자식.
“정신 똑바로 차려. 얼 타면 뒈진다.”
“네, 넵!”
“당직 사관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상황실을 지키고 있으면 곧 오겠다고…….”
과연.
벌써 튀었군.
그 자식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 분명 그것으로 무언가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유일하게 가치 있는 정보를 쥔 간부가 가장 먼저 꽁무니를 뺐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공포탄은 네가 쏜 거냐?”
“아, 아닙니다.”
지금 공포탄을 가지고 있을 법한 사람은… 당직 사관과 이장군, 둘뿐이다.
공포탄을 쏜 사람은 꽤 높은 확률로 이장군이겠지.
총성은 딱 한 번뿐이었다.
당직 사관이었다면 당황해서 몇 발씩 연달아 쏘면서 추한 꼴을 보였을 게 분명하다.
반면 이장군은 목적을 가지고 정확히 한 발을 쏘았을 것이다. 목적은 아마 어그로를 끄는 것일 테고.
녀석은 그런 놈이니까.
넋이 나간 김성욱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고 나지막이 말했다.
“따라와.”
“사, 상황실은…….”
이런 상황에서 상황실을 지켜 뭐 하게?
“그럼 여기 멍청하게 있다가 죽든가.”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고 먼저 상황실 밖으로 나섰다.
휴대폰을 통해 뭔가 연락을 받은 당직 사관이 도망갔다면, 지원병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원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단 탈출해야 한다.
앞서 상황실을 나선 나를 본 김성욱이 황급히 따라 나왔다. 그때, 7중대 쪽에서 짐승 한 마리가 피거품을 문 채 달려왔다.
이미 누군가의 살점을 뜯은 듯 주둥이가 피투성이였다.
피 맛을 본 녀석은 눈이 돌아가 나와 성욱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퍽!
나는 녀석의 아가리를 개머리판으로 날려 버린 뒤, 소총 끝에 장우현에게 받은 대검을 끼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좌측 8중대 복도에서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7중대에서 이미 상당수의 괴물들이 그쪽으로 넘어간 듯했다.
8중대 복도 끝 쪽에서 김호철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와!! 거기 훈련병, 빨리 안 움직여!!”
다른 8중대 분대장들이 필사적으로 훈련병들을 지키기 위해 생활관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으아아악!!”
하지만 생활관을 막던 몇몇 분대장들이 목덜미를 물린 채 그대로 엎어져 먹이로 전락해 버렸다. 그 꼴을 보고 겁에 질린 훈련병들이 복도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서로 밀치지 마라! 그러면 같이 죽는다! 정신 똑바로 차려!!”
김호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8중대 훈련병들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서너 명씩 전우조를 형성해 8중대 당직 책상 앞으로 슬슬 모여들고 있었다.
반면, 우측 7중대 쪽 복도는 상황이 처참했다.
7중대 쪽 생활관은 전부 뚫렸고, 짐승과 훈련병들이 뒤섞여 있다. 지휘해 줄 당직 분대장이 부재한 가운데 훈련병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분대장들 역시 지휘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저마다 각개전투 중이었다.
그 와중에 오로지 곽철우 상병만이 괴물들을 날려 버리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훈련병들은 모두 중앙 현관으로! 분대장들, 정신 차려! 훈련병들 엄호해서 중앙으로 유도해!”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적의 유입을 허락한 뒤였다. 게다가 1층 5중대 쪽에서 피 냄새를 맡은 놈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철우 혼자 아무리 고함을 쳐 봐야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7중대 쪽에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늦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당직 분대장도 없이 침입을 허락한 그 순간,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철우야!”
7중대 복도에서 한창 괴물들을 상대하던 거대한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곽철우 상병이었다. 녀석이 나의 목소리를 듣고 눈앞의 대형견 한 마리를 날려 버린 뒤, 곧바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박 병장님! 지금 7중대 쪽은 거의 무너졌습니다.”
“보아하니 그런 거 같다.”
7중대 가장 끝에서 괴물들이 또다시 한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쯤 되면 1층 5중대 쪽에서도 막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뜻이었다.
맞서 싸우는 7중대 분대장들은 대부분 기진맥진해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5, 7중대는 끝났다.
“혹시 물렸냐?”
“아닙니다. 저는 멀쩡합니다. 다만, 다른 분대장들이…….”
“그럼 됐어. 7중대에서 중앙으로 모인 인원들만이라도 당장 1층으로 내려간다.”
철우가 가만히 내 얼굴을 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철우의 대답이 늦은 이유는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도망친다는 건… 7중대 안쪽 깊숙이 있는 3, 4소대 훈련병들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8중대로 통하는 길을 더 이상 막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8중대 복도 끝을 보면 지금 6중대 쪽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괴물은 없었다. 아마 이장군의 덕분이겠지. 이장군의 분전은 6중대뿐 아니라 8중대까지 도왔다.
반면, 지금 내 선택으로 인해 7중대 훈련병들은 물론, 8중대 훈련병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선택권자는 때때로 어떤 패를 버릴지 선택해야 한다.
나도, 철우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조용히 철우에게 말했다.
“악역은 내가 맡는다.”
다시 생활관 안으로 들어와 내가 본 것을 재확인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홍지우.
의식이 혼미해 보이는 놈의 눈동자가… 붉었다.
홍지우를 물어뜯은 훈련병의 옆구리에 남은 상처.
그리고 지금 홍지우의 변한 눈동자.
조각들이 맞추어졌다.
이건 ‘감염’이다. 놈들에게 물리면 감염되는 거다.
그 사실을 깨달은 바로 그 순간.
탕!!
어디선가 공포탄 소리가 들려왔다.
2교육대 안에서 누군가 공포탄을 발사했다.
* * *
지옥.
그 외에 지금 2층의 광경을 표현할 수단이 또 있을까?
바닥은 피로 질퍽거린다.
땅에 내장인지 살점인지 모를 뭔가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다.
크아아아악!
크르르르륵!
당장 계단 바로 앞에서 한꺼번에 세 마리의 개가 누군가를 뜯어 먹고 있었다. 8중대 박상필 병장이다. 그의 온몸은 이미 축 처져 있었다.
그대로 달려들어 정신이 팔린 개 한 마리의 머리를 개머리판으로 강하게 내려쳤다.
뻐걱!
두개골을 박살 내는 묵직한 느낌이 내 손을 타고 찌르르 전해져 왔다.
머리가 박살 난 녀석은 그대로 쓰러져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한편, 제 동료가 당하자 정신 줄 놓고 박상필의 살점을 뜯던 개 두 마리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두 마리 모두 주둥이에 피 칠갑을 하고 있다.
선빵필승.
놈들이 달려들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한다.
다시금 소총을 치켜들었다.
내장을 질겅질겅 씹고 있는 얼룩무늬 개를 우선 노렸다.
순간, 녀석과 시선이 교차했다. 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크르르악!!
젠장, 얕았다.
빗맞은 탓에 제대로 머리를 부수지 못했다.
어느새 슬쩍 물러나 제대로 자세를 잡은 두 마리의 개가 나를 바라보며 피 섞인 침을 뚝뚝 흘렸다.
징그러운 자식들.
내가 제대로 끝장내지 못한 얼룩무늬 개가 특히 안달하며 나를 죽일 듯 노려보았다. 놈의 오른쪽에는 함께 박상필의 살점을 뜯던 잡종견이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동시에 달려들면 조금은 귀찮겠군.
바로 그때였다.
“하아아아!!”
퍼억!
8중대 복도 쪽에서 누군가가 함성 소리와 함께 달려오더니, 냅다 잡종견의 머리를 가격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곧바로 시선을 나머지 한 마리에게 돌렸다.
내가 단번에 끝내지 못한 녀석.
크르르르!!
늑대. 당장 내가 상대해야 할 녀석의 이빨을 보니, 그런 이미지가 떠오른다.
녀석은 피로 물든 이빨을 내밀며 내게 달려들었다.
내게… 같은 실수란 없다.
둥, 둥, 둥.
심장 박동일까?
강한 비트의 음악이 내 귀에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든다.
리듬을 타며 부드럽게 소총을 빙글 돌렸다.
크아아악!!
공중으로 뛰어오른 놈과 반대로 나는 몸을 바짝 낮췄다.
이어서 소총을 뒤로 당겼다가 마치 창처럼 앞으로 쭉 뻗었다.
퍽!
커어어어엉!!
나의 소총 소염기 부분이 녀석의 목덜미를 찔렀다.
공중에서 목덜미를 찍힌 놈이 멱따는 소리를 내질렀다.
대검을 끼우지 않은 소총의 총구는 무디다. 당연히 놈의 목을 꿰뚫지 못했다.
그러나 놈의 힘을 역이용해서 땅바닥에 패대기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크아아악!!
놈이 나를 쳐다보며 울부짖는다. 그러나 이제 녀석의 이빨은 조금도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바닥에 깔린 건 놈이다.
배를 내놓은 채 내 발아래에서 버둥거리는 꼴이 자못 우스웠다. 늑대에서 한순간에 푸들로 전락한 느낌이랄까.
소총을 들어 올렸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머리를 가격했다.
한 방.
퍽!
두 방.
퍽!
세 방.
퍽!
늑대였던 푸들. 놈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제야 나를 도운 8중대 분대장을 보았다.
그 또한 자신이 습격해 일격을 가한 잡종견을 마무리하는 와중이었다.
8중대 장우현 상병.
김호철 병장의 오른팔과 같은 녀석.
“괜찮으십니까?”
“그래, 덕분에. 호철이는?”
“김호철 병장은 지금 훈련병들을 무장시키는 중입니다.”
과연 김호철 병장이랄까. 124번 훈련병에게 상황을 전해 듣자마자 조치에 나선 것 같았다. 내심 빠른 행동력에 감탄했다.
녀석이 오늘 당직을 선 것은 8중대 훈련병들에게 더없는 행운이다.
그런데…….
“으, 으아아아!! 오지 마!!”
뭐냐, 이 꼴불견 같은 비명 소리는.
내 시선이 상황실 쪽을 향했다.
눈에 핏발이 선 채 겁에 질려 꼴사납게 소총을 휘두르고 있는 당직병의 모습이 보인다.
분대장이 저렇게 가오가 없을 수 있나?
김성욱 일병.
피투성이가 된 병사 몇 명이 김성욱 일병을 노리고 있었다. 놈들은 맨손에 생활복 차림이다.
그런데도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는 김성욱의 모습을 보니 기가 찼다.
저 정도 되면 우리 7중대의 수치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김성욱은 문이 부서진 상황실 안쪽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총을 꼭 쥐고 있었다.
한편, 그렇게 드러난 상황실 안쪽에서 당직 사관은 보이지 않는다.
“김성욱!”
“바, 박 병장님!”
성욱이는 마치 구원자라도 만난 듯 얼굴에 화색을 띠었다.
그 꼴을 보니 한심하다고 욕할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일단 상황실 안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장우현 상병 역시 내 옆에 함께했다.
상황실 안쪽의 병사들의 경우, 똥개들보다는 훨씬 수월했다.
이미 놈들의 약점 또한 알고 있으니, 의미 없이 배나 어깨 따위를 공격할 필요는 없다.
퍽!
크아아아악!!
수박 깨지는 소리가 울리며 소총에 머리를 직격당한 병사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머리에서 검붉은 피와 함께 허연 것이 흘러나온다.
장우현 상병 역시 망설이 없이 성욱이를 공격하려 드는 병사의 머리통을 깨부수고 있었다.
“우읍!”
한편, 그 모습을 본 김성욱은 오히려 나와 장우현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녀석도 소총을 들었지만, 무슨 트로피마냥 꼭 쥔 채 벌벌 떨고만 있다.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상황실 안쪽 괴물들의 전멸을 확인한 장우현은 미리 계획된 듯 그대로 상황실 안쪽 창고로 달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잠시 뒤, 대검 몇 개를 들고 나왔다.
초소 근무용으로 보관하는 교보재 대검들. 하도 오래돼서 훈련병들의 방독면마냥 성능도 보장되지 않는다. 날도 많이 무디다.
“받으십쇼.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 말대로다.
장우현에게 대검 두 개를 받아 들었다.
“저는 다시 8중대로 가 보겠습니다. 박 병장님, 부디 조심하십쇼.”
“그래, 너도.”
내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자 장우현은 상황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그렇게 바깥으로 나간 녀석은 끔찍한 시체로 변해 버린 박상필 쪽에 잠깐 시선을 두었지만, 곧 발걸음을 옮겨 8중대 쪽으로 달려가 버렸다.
확실히 1인분은 해 주는 분대장이었다.
그에 비하면…….
“김성욱.”
“이, 일병 김성욱!”
멍청한 자식.
“정신 똑바로 차려. 얼 타면 뒈진다.”
“네, 넵!”
“당직 사관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상황실을 지키고 있으면 곧 오겠다고…….”
과연.
벌써 튀었군.
그 자식이 가지고 있던 핸드폰. 분명 그것으로 무언가 연락을 받았을 것이다. 유일하게 가치 있는 정보를 쥔 간부가 가장 먼저 꽁무니를 뺐다.
좋은 징조는 아니었다.
“공포탄은 네가 쏜 거냐?”
“아, 아닙니다.”
지금 공포탄을 가지고 있을 법한 사람은… 당직 사관과 이장군, 둘뿐이다.
공포탄을 쏜 사람은 꽤 높은 확률로 이장군이겠지.
총성은 딱 한 번뿐이었다.
당직 사관이었다면 당황해서 몇 발씩 연달아 쏘면서 추한 꼴을 보였을 게 분명하다.
반면 이장군은 목적을 가지고 정확히 한 발을 쏘았을 것이다. 목적은 아마 어그로를 끄는 것일 테고.
녀석은 그런 놈이니까.
넋이 나간 김성욱을 쳐다보면서 한숨을 쉬고 나지막이 말했다.
“따라와.”
“사, 상황실은…….”
이런 상황에서 상황실을 지켜 뭐 하게?
“그럼 여기 멍청하게 있다가 죽든가.”
차갑게 한마디를 내뱉고 먼저 상황실 밖으로 나섰다.
휴대폰을 통해 뭔가 연락을 받은 당직 사관이 도망갔다면, 지원병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지원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일단 탈출해야 한다.
앞서 상황실을 나선 나를 본 김성욱이 황급히 따라 나왔다. 그때, 7중대 쪽에서 짐승 한 마리가 피거품을 문 채 달려왔다.
이미 누군가의 살점을 뜯은 듯 주둥이가 피투성이였다.
피 맛을 본 녀석은 눈이 돌아가 나와 성욱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퍼퍽!
나는 녀석의 아가리를 개머리판으로 날려 버린 뒤, 소총 끝에 장우현에게 받은 대검을 끼우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좌측 8중대 복도에서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7중대에서 이미 상당수의 괴물들이 그쪽으로 넘어간 듯했다.
8중대 복도 끝 쪽에서 김호철 병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나와!! 거기 훈련병, 빨리 안 움직여!!”
다른 8중대 분대장들이 필사적으로 훈련병들을 지키기 위해 생활관 입구를 막아서고 있었다.
“으아아악!!”
하지만 생활관을 막던 몇몇 분대장들이 목덜미를 물린 채 그대로 엎어져 먹이로 전락해 버렸다. 그 꼴을 보고 겁에 질린 훈련병들이 복도로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서로 밀치지 마라! 그러면 같이 죽는다! 정신 똑바로 차려!!”
김호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8중대 훈련병들은 패닉에 빠진 와중에도 서너 명씩 전우조를 형성해 8중대 당직 책상 앞으로 슬슬 모여들고 있었다.
반면, 우측 7중대 쪽 복도는 상황이 처참했다.
7중대 쪽 생활관은 전부 뚫렸고, 짐승과 훈련병들이 뒤섞여 있다. 지휘해 줄 당직 분대장이 부재한 가운데 훈련병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분대장들 역시 지휘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저마다 각개전투 중이었다.
그 와중에 오로지 곽철우 상병만이 괴물들을 날려 버리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있었다.
“훈련병들은 모두 중앙 현관으로! 분대장들, 정신 차려! 훈련병들 엄호해서 중앙으로 유도해!”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은 적의 유입을 허락한 뒤였다. 게다가 1층 5중대 쪽에서 피 냄새를 맡은 놈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철우 혼자 아무리 고함을 쳐 봐야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7중대 쪽에 어떤 조치를 취하기에는 늦었음을 깨달았다.
어쩌면 당직 분대장도 없이 침입을 허락한 그 순간, 이미 결론은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철우야!”
7중대 복도에서 한창 괴물들을 상대하던 거대한 그림자가 몸을 일으켰다. 곽철우 상병이었다. 녀석이 나의 목소리를 듣고 눈앞의 대형견 한 마리를 날려 버린 뒤, 곧바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박 병장님! 지금 7중대 쪽은 거의 무너졌습니다.”
“보아하니 그런 거 같다.”
7중대 가장 끝에서 괴물들이 또다시 한 무더기로 올라오고 있었다. 이쯤 되면 1층 5중대 쪽에서도 막는 사람이 아예 없다는 뜻이었다.
맞서 싸우는 7중대 분대장들은 대부분 기진맥진해서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5, 7중대는 끝났다.
“혹시 물렸냐?”
“아닙니다. 저는 멀쩡합니다. 다만, 다른 분대장들이…….”
“그럼 됐어. 7중대에서 중앙으로 모인 인원들만이라도 당장 1층으로 내려간다.”
철우가 가만히 내 얼굴을 보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철우의 대답이 늦은 이유는 나도 알고 있다.
지금 도망친다는 건… 7중대 안쪽 깊숙이 있는 3, 4소대 훈련병들을 포기한다는 뜻이다. 동시에 8중대로 통하는 길을 더 이상 막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8중대 복도 끝을 보면 지금 6중대 쪽 계단을 통해 올라오는 괴물은 없었다. 아마 이장군의 덕분이겠지. 이장군의 분전은 6중대뿐 아니라 8중대까지 도왔다.
반면, 지금 내 선택으로 인해 7중대 훈련병들은 물론, 8중대 훈련병들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선택권자는 때때로 어떤 패를 버릴지 선택해야 한다.
나도, 철우도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었다.
조용히 철우에게 말했다.
“악역은 내가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