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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무척이나 절묘하군. 아니, 절묘를 뛰어넘는 현묘(玄妙)한 수법이로구나!’

해주가 펼치고 있는 수법에 숨겨진 무서운 심계를 알아본 우재가 매우 놀라 속으로 감탄하였다.

해주가 펼치고 있는 호분인신과 좌우편마에는 두 가지 함정이 있었다.

첫째는 속도와 방위였다.

해주는 호분인신의 각각의 걸음들을 속도뿐만 아니라 방위도 제각각으로 펼쳐 내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움직임에 과도하게 신경 쓰도록 유도하였다.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해주가 펼치는 기묘한 신법에 현혹되어 어떤 방위와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할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펼쳐지는 두 번째 함정은 좌우편마에 숨어 있었다.

해주가 접근하는 방위와 속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답답한 상황의 상대에게 일부러 검명(劍鳴)을 발생시켜 정보를 알려 준다.

그렇게 되면 위치 파악에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상대는 해주가 일부러 흘린 검명을 통해 파악한 방위와 속도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게 되었다.

상대방이 해주가 있을 것으로 예측한 방향으로 방어를 위해 출수를 한다면, 그것은 그의 왼손에서 펼쳐진 수법만을 방어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 이후에는 왼손에서 울린 검명 속에 오른손에서 휘둘러진 검의 소리를 숨겨 상대방의 하체에 상처를 입히고, 해주가 자연스레 전투에서의 우세를 가져오도록 설계된 함정의 연계였던 것이다.

호분인신에서 좌우편마로 연계되는 해주의 초식에 숨겨진 심계를 파악한 해표와 우재는 석후가 피를 흘리며 쓰러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석후는 검격이 자신의 어깨에 도달하기 전에 해주의 왼쪽 손목을 자신의 오른쪽 손날로 쳐 내어 무력화하였다.

‘무언가 이상하다.’

석후는 너무도 쉽사리 해주의 왼손을 쳐내자 순간, 의심이 솟구쳐 올랐다.

자신이 당황할 정도로 복잡한 속도와 방위의 변(變)을 보여 준 해주의 공격이 너무나 단순했던 것이다.

덫에 놓여진 먹이를 보고 의심을 하는 짐승처럼 석후에게 본능적으로 의심이 솟구쳤다.

‘상체를 노리는 출수가 있었다면, 그 이후 연계될 수 있는 변초는 하체 부분을 향할 것이 분명하다!’

자신의 허벅지를 향해 베어 오는 소태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석후는 양발을 지면에 튕겨 내어 순식간에 해주의 이 장 밖으로 벗어났다.

쉬익―

해주의 오른손에 쥐여 있던 소태도가 석후가 사라진 공간을 허무히 베며 지나갔다.

석후의 허벅지에서 피를 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자신의 소태도가 허공을 베어 버리자, 해주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놀란 것은 해표와 우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소림의 방장과 더불어 해표와 해오가 무림의 다사다난한 일들에 관여하여 출도할 수 있던 것은 해주가 소림의 내부를 지켜 주는 수호신장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해냈기 때문이다.

소림의 절정고수가 출타를 나간 뒤에는 비급을 노리고 침입하는 자들이 언제나 있었고, 그들 모두는 결국 해주의 연환이격(連環二格)을 마주해야만 했다.

침입자들은 해주의 연환이격을 결코 피해 낼 수 없었고, 결국은 그들 모두가 죽임을 당하게 된 것이었다.

그가 펼치는 연환이격을 견식한 자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고 무림에서 사라져 버렸기에 해주의 무공에 관한 소문이 무림에 퍼져 나갈 수가 없던 것이다.

이처럼 단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는 해주의 연환이격이 약관에 불과한 청년에게 깨어진 것이었다.

“어찌 알았나…….”

해주가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가라앉히며 석후에게 물었다.

“알지 못했소.”

“나를 농간하는 것이냐? 알지 못하였는데, 어찌 피하였느냐!”

해주가 석후를 향해 소리쳤다.

해주는 자신을 농간하는 것이라 여기고 있지만 석후는 실제로 해주의 심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단순히 짐승과 같은 본능적 의심을 발휘하여 피해 낼 수 있었다.

“굳이 내가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 같군. 당신은 준비하시오.”

차갑게 말을 마친 석후가 보법을 펼치며 해주에게 접근하였다.

무수히 많은 변화를 담고 있던 해주의 호분인신과는 달리 석후의 보법은 무척이나 단순하면서도 초라해 보였다.

석후가 보법을 펼치는 모습은 해주에게 몸을 부딪치기 위해 단순히 엄청난 속도를 뿜어내어 황소처럼 뛰어드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일직선으로 해주를 향해 달려가던 석후의 신법이 해주의 다섯 치 앞에서 갑작스레 변화하였다.

석후의 몸이 일순간 멈추어 서더니, 좌우로 매우 빠른 신법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좌중의 인물들에게는 석후가 좌우로 몸을 흔드는 것처럼 보였지만, 해주에게는 그의 몸이 자신을 둘러싸고 여러 갈래로 나뉜 것처럼 수많은 잔상이 보였던 것이다.

석후가 펼친 것은 마보신법(馬步身法)이었다.

마보신법은 영리한 말이 맹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맹수의 앞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잔발 걸음으로 움직임에 속임을 주는 것을 보고, 석후가 무공화(武功化)시킨 것이었다.

석후의 몸은 좌우로 일정하게 흔들리는 것이 아니고, 무척이나 빠른 속도와 더불어 각기 다른 규칙으로 좌와 우의 행로를 밟으며 움직였다.

그의 무척이나 빠르고 간결한 움직임이 상대로 하여금 잔상을 보도록 만들었고, 그 잔상이 모여 상대에겐 여러 명이 자신을 둘러싸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였다.

해주는 지금까지 단순히 빠른 움직임만을 보이던 석후가 보법에서 변화를 보이자 당황하였다.

그런 해주의 다음 초식은 치명적인 실수가 되어 돌아왔다.

해주는 자신의 앞에 많은 잔상을 남기는 석후를 향해 야차탐해(夜叉探海)를 출수했다

야차가 바다 속을 탐색한다는 명칭처럼 권을 좌우의 방위로 각기 세 번씩 출수하는 초식이었는데, 해주는 권 대신 오른손에 쥔 소태도로 야차탐해를 펼쳤다.

그러자 석후의 잔상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대응은 매우 적절한 것처럼 보였다.

야차탐해의 여섯 번째 검격을 자신의 왼쪽 방위로 출수하였을 때, 갑자기 석후의 모든 잔상이 사라졌다.

마보신법으로 잔상을 만들어 내던 석후가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해주의 오른쪽 사선 방향으로 이동하더니, 각법을 펼친 것이었다.

해주는 마지막 초식을 출수하느라 석후가 각법을 펼치고 있는 오른쪽 방위에는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야차탐해는 매우 빠른 속도로 좌우의 방위를 공략할 수 있어 석후의 잔상을 지우기에는 최상의 선택이지만, 좌우를 규칙적으로 번갈아 찌르는 해주의 초식은 석후가 보기에는 약점 두드러지는 초식이었던 것이다.

심계가 깊고, 조심스러운 초식 운용을 선호하는 해주가 단지 석후의 잔상을 없애기 위해 허점이 분명한 야차탐해를 펼친 것은 연환이격이 격파당한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이 흐려졌다는 것을 방증(傍證)하였다.

해주의 오른팔을 향해 석후의 오른발이 수직으로 뻗어 가는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그것은 해표였다.

둘의 싸움 도중에 해표가 움직일 거라고는 도화원 내의 어느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석후 또한 그러했다.

소림의 장로라는 지위가 갖는 명예와 자부심이 어떠한 것인지는 이곳의 모두가 알고 있는 바였고, 그것은 그들이 목숨보다 중하게 여기는 것이었다. 그만큼이나 해표의 난입은 절대 예측할 수 없는 예외적인 움직이었다.

석후 또한 소림의 인물들과 연달아 겨루는 동안 명문 정파 식 논리에 타성이 젖어 있어, 협공에 있어서만큼은 방심하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해표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계산에서는 자신이 제자들과 타 문인들의 앞에서 보이게 될 불명예스러운 모습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로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이었다.

대(大)소림의 삼장로 중 한 명인 해오가 약관의 청년에게 이미 굴욕적으로 패배하였고, 해주 또한 그러한 결과를 맞이하기까지는 시간문제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의 차례가 되었을 때 석후와 맞선다고 하더라도 승리를 확신할 수는 없어 보였다. 만약에 자신까지 패배하게 된다면, 그것은 되돌릴 수 없는 최악의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었다.

단 한명에 의해 장로 셋과 제자들이 모두 패배한다는 것은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소림으로서는 절대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해표는 정파를 대표하는 거대 문파의 한 장로로서의 갖는 자부심과 명예를 영영 잃게 되더라도 석후를 완벽히 쓰러뜨릴 기회를 얻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지금 이 자리에서 석후의 목숨을 끊어 낼 수만 있다면 소림의 장로들이 약관의 청년에게 패배하였다는 사실도 숨길 수 있을 것이며, 자신이 비겁하게 비무에 난입하여 출수한 사실 또한 입막음하는 것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결심을 내린 해표는 인내심을 갖고 자신의 먹잇감이 큰 허점을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러고 나서 석후가 자신의 사제에게 각법을 출수한 순간, 그는 그 찰나야 말로 석후의 목숨을 끊기에 완벽하다고 판단했다.

각법을 출수한 석후는 왼발만이 지면에 맞닿아 있고, 외발로는 신법을 펼치기에 불가능할 것이 분명하였다.

설사 석후가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외발로 이동이 가능한 범위 내의 모든 곳으로는 기습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해표는 기척을 숨기기 위해 검도 빼 들지 않고 호흡마저 내뱉지 않은 채 은밀히 석후의 등 뒤로 다가섰다.

석후의 각법이 막 해주의 오른팔에 격중되는 그 순간, 해표는 자신의 검을 역수 자세로 뽑아 양손으로 쥔 채 석후의 등에 재빨리 꽂아 넣었다.

“크악!”

푹―

각법에 맞은 해주의 비명 소리와 살갗이 갈라지는 소리가 거의 동시에 나며 석후의 찢어진 등에서 터져 나온 핏물이 해표의 두 눈으로 튀었다.

자신의 기습이 성공했음을 확신하며 석후의 등을 파고들어 간 검을 더욱 깊이 꽂아 넣으려는 그때, 해표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내력을 실은 자신의 검으로 석후의 몸을 관통시키려 하였음에도, 그의 몸에 꽂힌 검이 어째서인지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