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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화



현벽의 고함이 들리자 석후의 좌우에 위치한 두 명의 승려가 양쪽 어깨를 향해 곤을 내질렀다.

매우 빠른 속도도 아니고 강맹한 위력도 없는 한 수였지만, 석후가 두 개의 곤을 잡기 위해 양손을 좌우로 뻗을 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곤을 잡으려는 순간, 자유롭던 양손의 움직임이 석후의 의지와는 별개로 멈추어 버린 것이다.

“헛?”

매우 놀란 석후는 공격을 피하기 위해 다급히 하체에 공력을 끌어올려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들은 뒤로 물러날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육 인이 동시에 석후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석후가 한 발 물러섰으나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듯, 육인나한진의 반원 형태는 그대로였다.

“합(合)!”

현벽에게서 다시 고함이 뱉어졌다.

석후의 사선에 위치한 둘의 곤이 좌우 견정혈을 노리고 찔러 왔다.

이번에도 역시 석후는 양손을 내밀어 두 개의 곤을 잡아 보고자 하였다.

하지만 곤을 잡기 직전이면, 어김없이 무언가가 석후의 손을 꽉 붙잡은 듯 움직임이 멈추어 버렸다.

이번에도 석후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는 수밖에 없었고, 육 인의 승려 또한 그와 동시에 한 걸음 내디뎠다.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여전히 여섯 명의 승려에게 둘러싸여 있었지만, 한 가지 의문이 석후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내가 두 개의 곤을 잡으려 손을 뻗을 때 나머지 네 개의 곤이 나를 찔러 온다면, 나는 무방비의 상태로 공격받게 된다. 그런데 왜 저들은 한 번에 합격에 단 두 명의 인원만이 공세를 취하는 것일까?’

“합(合)!”

현벽이 고함을 외치자, 이번에는 석후의 정면에 위치한 두 명이 석후의 가슴팍에 중부혈(中府穴)을 향해 곤을 출수하였다.

이윽고 세 번째의 합격이 펼쳐졌을 때, 석후의 대응이 변화하였다.

석후는 정면에서 자신의 가슴팍으로 질러오는 두 개의 곤을 잡으려 손을 뻗는 대신, 몸을 돌려 좌측을 포위하고 있는 승려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중부혈을 노리고 접근하던 곤들의 움직임이 멈추고 석후가 손을 내뻗은 좌측 방향의 승려 둘이 다급히 곤을 앞으로 찔러 내었다.

변화한 대응에 여섯 승려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이를 본 석후는 얼굴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

단 세 번의 합격을 통해 석후는 육인나한진의 약점을 알아내었다.

여섯 명의 승려 중 두 명이 공격을 위해 곤을 앞으로 찌른다면, 나머지 네 명은 수비의 역할을 맡아 석후의 움직임을 멈추기 위해 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에 집중을 해야만 했다.

따라서 강력한 내기를 발출함과 동시에 미세한 제어까지 해야 하는 나머지 네 명은 곤을 휘두르지 못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석후가 자신을 향한 공격을 등한시하고 멈추어 있는 곤을 향해 손을 뻗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보내고 있던 기운의 방향을 급히 바꾸어야만 했다. 그 순간, 석후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것에 있어서 틈이 생긴 것이었다.

그럼에도 여섯의 승려의 대처는 훌륭했다.

석후의 손이 뻗어진 방향에 위치한 두 명의 승려가 공세로 역할을 전환하자, 처음 곤을 찔러 오던 두 명이 움직임을 멈추고 수비의 역할로 재빨리 전환한 것이다.

소림승들의 공수 전환이 미숙하여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석후의 양손은 좌측의 위치한 승려들이 쥐고 있던 두 개의 곤을 순식간에 제압할 것임이 분명했다.

육인나한진의 약점은 자신을 향해 펼쳐지는 공세를 등한시 할 수 있는 배짱, 진을 시전 하는 자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움직임, 그리고 시전자들 보다 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에 능숙한 사람만이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고수들에게도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투에서 자신을 향한 공격을 등한시 하기는 매우 어려워, 결국 육인나한진을 시전한 승려들의 예상 범주 내에서 대응을 하다가 모든 기력을 소진하여 불귀의 객이 되는 수순을 밟게 되었다.

일반적인 고수들과는 달리 석후는 곤이 자신의 몸에 닿더라도 반탄(反彈)해 낼 자신이 있기에, 그들의 예상 범주를 뛰어 넘는 움직임을 보여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 석후는 공력을 체내에 적재(積載)하는 것이 아닌 자연으로부터 받아들여 체외로 배출하는 심법을 익혀서, 여섯 명의 승려들 보다 기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에 있어서 월등한 입장이었다.

석후가 단 세 합 만에 육인나한진의 약점을 간파해 내자, 세 장로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특히 육인나한진을 창안한 해오는 작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무림에 이름이 알려진 고수나 명숙들은 자신보다 배분이 낮은 무림인에게 조그만 상처라도 입거나, 목숨을 잃는 것을 일생일대의 치욕으로 여겼다. 해오는 무림 내에 만연한 심리를 이용하여 고안한 자신의 진법이 이처럼 쉽게 파훼당하리라 생각지도 못하였다.

당황한 기색을 빠르게 갈무리한 현벽이 네 번째 고함을 뱉었다.

“합!”

이번에도 역시나 여섯 중 두 명의 곤만이 움직였다.

두 개의 곤이 석후의 지척에 다가왔음에도 어떠한 움직임도 없었다.

두 개의 곤이 석후의 가슴팍에 격중했다.

적어도 육인나한진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좌중의 인물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다.

‘약점은 알아냈지만, 세 번의 합격을 받아 내는 동안 모든 내력을 소진한 게 분명하군.’

해표의 일그러진 얼굴이 펴지며 천천히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지만 그것은 뒤에서 구경하던 이들의 헛된 희망에 불과했다.

석후는 자신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오는 곤을 보고 손으로 막을 필요도 없이 내기를 가슴으로 분출하여 기막(氣膜)을 만들어 내었다.

현벽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도검이나 손이 아닌 신체 부위로 기를 발출하여 기막을 형성할 수 있는 고수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본적도 없었다.

그런데 그것을 자신과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약관의 인물이 해낸 것이다.

사실 석후는 애초에 기운을 발출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진을 격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이유는 호기심이었다.

강호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석후에게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합격진들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복면인들이 펼친 삼인 합격진을 겪을 때도 그렇고, 오늘 육인나한진을 경험하면서도 호기심이 앞섰다.

그런 점이 석후로 하여금 진에 대한 적응을 빨리하게 해주고, 그 결과 육인나한진의 원리를 단 세 합 만에 파악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나서 육인나한진에 대한 모든 호기심이 해소된 지금 석후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진을 파훼할 수 있음을 알려 주어, 소림승들이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는 것이었다.

여섯 승려들은 절망적인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여전히 석후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대들이 이대로 물러난다면, 나 또한 더 이상 출수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겠소.”

석후는 의미 없는 살육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영이와 묵이를 구해 내기 위해 암월련의 인물들을 살해한 것이, 소림을 향해 엉뚱한 불똥이 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을 상대로 살육을 벌여 쓸데없는 적대 관계를 늘리기 원치 않은 것이다.

하지만 소림의 삼장로를 포함한 나머지 소림승들의 생각은 달랐다.

개방의 인물들이 참관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자신들의 눈앞에 있는 젊은 무명고수에게 패퇴하여 물러난다면, 이것 또한 구대문파 중 한 기둥으로서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명문 정파의 인물들에게 명예는 목숨을 뛰어넘어 그 어느 것보다도 중요했다.

“당신의 제안은 자신만을 위하는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달콤할 것이나, 소림의 제자들에게는 독이 되는 제안에 불과하오. 우리 개인의 목숨은 본사를 위해 내놓은 지 오래되었으니, 오늘 죽어도 아쉬울 것이 없소!”

현벽이 스스로에게 각오를 다지듯 석후를 향해 외치며 말했다.

석후의 무위를 이미 경험한 육 인의 승려는 본능적인 두려움에 몸이 벌벌 떨렸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 견정한 모습이 드러났다.

“합!”

현벽이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크게 외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 한 명만이 공(攻)의 역할을 맡아 곤을 찔러 오고 있고, 나머지 다섯은 수(守)의 역할을 맡아 석후를 향해 기를 뿜어내었다.

그들은 진신진력을 전부 소모하기로 결정하였는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석후는 지금까지보다 더 끈덕지게 자신의 몸을 감싸는 기운을 느꼈다.

“후우…….”

석후가 숨을 한 번 내쉬더니, 자신의 몸을 막아서는 기운에 맞서 한 걸음 내디뎠다.

쩌억―

좌중의 모든 인물들은 석후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자, 무언가 갈라지는 듯한 음향을 들었다.

땅이 갈라지는 것과 같은 굉음은 다섯 승려가 뿜어낸 기운이 석후에 의해 와해되며 발생한 것이었다.

모두가 보기에 석후가 산책을 나서듯 가벼운 걸음을 내디딘 것같이 보였으나, 체내로 받아들인 기운의 오 할을 한 걸음에 소모한 것이었다.

그만큼이나 육 인의 승려 중 다섯 명이 뿜어내는 기운은 매우 강력했고, 마치 주박에 걸린 듯 몸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도록 하였다.

석후가 한 걸음을 온전히 내딛고 멈추어 섰을 때, 육인나한진에서 느껴지던 끈적한 기운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대신 진신진력을 뿜어낸 오 인의 승려는 바닥에 쓰러진 채 피를 토해 내었다.

바닥에 쓰러져서도 그들은 자신의 곤을 놓지 않은 채 여전히 석후를 노려보았다.

유일하게 기립 자세를 유지하던 현벽이 다시 한번 기합을 외쳤다.

“합!”

그러자 이미 기혈이 뒤틀려 쓰러진 오 인이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는 자신들의 진력을 석후를 향해 뿜어내었다.

동시에 현벽은 자신의 모든 진력을 담아 곤을 석후의 인후혈에 찌르며 돌진하였다.

‘정말 미련한 자들이다. 명문 정파라는 것들은 집단을 위해 거리낌 없이 죽을 수 있는 개들을 기르는 곳이란 말이냐!’

그들의 정신력에는 진심으로 감탄한 석후지만, 쉬이 목숨을 버리려 하는 태도에 어째서인지 짜증이 솟구쳤다.

석후는 재빨리 왼쪽으로 한 걸음 이동하며 현벽의 곤을 회피한 뒤, 오른손으로 곤의 중간을 잡아 버렸다.

그러고 나선 자신에게로 힘껏 당겨 현벽의 몸을 끌어오더니, 왼손으로 목을 덥석 잡아 버렸다.

석후는 왼손에 힘을 주어, 현벽의 인후혈을 압박하였다.

그러고 나서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현벽은 더 이상 숨을 참지 못하고 공중에서 버둥거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