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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사실 석후는 주루 밖으로 나온 사내가 입고 있는 익숙한 복장에 당황하였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관과 수하들의 복장과 동일하였기 때문이다.
‘저들이 나를 알아볼 일은 없을 것이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당황한 표정을 얼굴에서 지운 석후는 현풍이 자신에게 손짓하자, 수레를 끌고 낙성루의 내부로 들어섰다.
안에는 주루 밖에서 석후 일행을 맞이하던 인물과 같은 복장의 사내들 십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고기를 가지고 오실 줄 몰랐소. 내가 이곳의 책임자인 대평(大平)이라 하오.”
주루의 가장 안쪽 원탁에 앉아 있던 인물이 현풍에게 다가오며 인사하였다.
“육개에서 온 현풍이라 합니다. 도축한 소, 두 마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계약 시에 선금을 주신 것을 제외하고 잔금을 챙겨 주시면 됩니다.”
현풍이 내역이 적힌 서류를 대평에게 보여 주며 말하였다.
“고기는 여기로 가지고 오시오!”
주방 안에 있던 인물이 석후를 향해 소리쳤다.
낙성루로 오는 내내 힘이 넘치던 석후가 어찌된 영문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 없이 수레를 주방 쪽으로 끌고 가자, 현풍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석후가 현풍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와 이야기 중이던 중년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였다.
“동작을 멈추어라!”
대금 지불을 위해 들고 있던 은자 주머니를 급히 내려놓은 중년인이 칼을 빼 들고 외쳤다.
그의 말에 수레를 끌던 석후는 걸음을 멈추고, 현풍은 크게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무슨 짓이오!”
현풍이 매우 놀라 중년인에게 외쳤다.
“수레를 내려놓고 주방 옆에 벽으로 붙어라.”
중년인이 현풍의 목에 검 끝을 겨누고 벽으로 끌고 가며 석후에게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 현풍이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본 석후는 수레를 가만히 내려놓고 자신 또한 주방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이오!”
현풍이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네놈 따위가 알 것 없으니 어서 벽으로 붙어라!”
중년인은 검 끝을 현풍의 목에 갖다 대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형님…….”
석후가 현풍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이자, 현풍도 반항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석후가 먼저 주방 근처 벽에 도착하여 등을 대고 서자, 중년인은 여전히 현풍의 목에 검을 들이민 채 벽으로 끌고 왔다.
석후와 현풍을 벽으로 몰아세운 중년인이 왼쪽 팔을 들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인물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
중년인이 석후를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현풍에게로 겨눈 검을 석후가 순식간에 장(掌)으로 쳐내더니 외쳤다.
찰캉!
“현풍 형님, 지금이오!”
석후의 장에 부딪힌 검이 땅에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내자, 그것을 시작으로 석후와 현풍은 밖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주루의 문을 열고 현풍과 석후가 도망가자, 주루 안에 있던 십여 명의 인물들 모두가 둘을 쫓기 시작하였다.
석후와 현풍은 주루 밖으로 나와 있는 힘껏 내달렸다. 하지만 뒤쫓아 오는 인물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질 뿐이었다. 결국 십 장 정도의 거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들과 거리 차이가 십 장 내로 접어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석후는 현풍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더 빨리 달려야 하오. 이러다 저들에게 붙잡히고 말겠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세! 그나저나 저들은 왜 우리에게 칼을 빼 든 것이지?”
“나도 모르겠소. 말은 하지 말고 호흡을 아껴 더 빨리 뛰시오!”
석후의 말에 현풍은 온몸의 힘을 짜내어 앞만 보고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석후는 현풍이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내달리기 시작하자, 품에서 조용히 엽전 뭉치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엽전을 하나 떼어 손가락 사이에 끼우더니, 뒤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던지는 것이었다.
피익―
석후와 현풍이 내달리며 내는 발자국 소리와 현풍이 헐떡이는 숨소리에 묻혀 엽전이 날아가는 소리는 뛰어난 고수가 아니고서야 듣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석후와 현풍을 따라붙고 있는 인물들 또한 석후가 엽전을 던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을 쫓던 대평이라는 자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엽전을 던짐에도, 자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던 자의 미간을 관통시킨 것이었다.
석후와 현풍의 뒤를 바짝 뒤쫓던 대평이 갑작스레 미간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그의 뒤를 따라 뛰어오던 동료들은 대경실색하였다.
“삼관님!”
“삼관님이 쓰러졌다!”
“저놈들이 무언가 사술을 부리고 있으니 경계하며 쫓아라!”
“네!”
쓰러진 삼관의 상태를 살피느라 잠시 주춤거리던 그의 동료들은 다시 석후 일행을 쫓기 위해 따라붙었다.
흑의인들 간의 거리가 다시 십 장 정도로 좁혀질 때, 석후는 다시 엽전 하나를 던졌다.
피익―
이번에도 석후 일행을 가장 가까이 따라잡던 인물의 미간에 조그마한 구멍이 생겨났다.
“이관님!!”
“이관님마저 당했다!”
다시 한번 자신들 동료가 영문도 모른 채 쓰러지자, 그들은 두려움을 느꼈는지 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러면 곤란한데…….’
현풍과 함께 달리며 뒤를 흘긋 본 석후가 현풍에게 외쳤다.
“형님, 일단은 흩어져서 저들을 따돌려야 할 것 같소. 내가 형님보다 체력이 더 좋으니, 저들을 서쪽으로 유인해 보겠소. 저놈들 무리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는 우선 도망치고 오시(11시∼13시)까지 화오곡(花烏谷)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시다.”
“위험한 행동 하지 말고 얼른 같이 뛰기나 하자!”
“이대로 가다가는 곧 붙잡히고 말 거요! 내가 저들을 유인할 것이니, 화오곡으로 오는 것 잊지 마시구려!”
그 말을 끝으로 석후는 속도를 낮추어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현풍은 별수 없이 석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이 사망하여 열여섯 명만 남게 된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두 명은 현풍을 나머지 열넷은 석후를 쫓기로 하였다.
석후는 현풍을 쫓는 두 명을 향해 엽전 두 개를 동시에 날려 보냈다.
피익―
두 인물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석후는 다시 서쪽 방향으로 속도를 줄이며 달리기 시작하였다.
뒤를 돌아보며 현풍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석후는 걸음을 멈추었다.
예상치 못한 석후의 행동에 뒤를 쫓던 흑의인들은 다급히 걸음을 멈추어 섰다.
“네놈이 황지에서 우리 암월련을 상대로 살행(殺行)을 벌인 놈이더냐?”
무리 중 한 명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암월련? 미향루 앞에서 본 방을 붙인 그 집단을 말하는 것인가?’
흑의인의 말에 석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가 종이를 석후에게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용모파기를 보아하니 네놈이 틀림이 없다.”
흑의인이 보여 준 종이에는 석후의 용모파기가 그려져 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을 터인데, 누구에게 나의 용모파기를 얻었느냐?”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의 석후가 물었다.
“살아남은 자가 왜 없느냐. 네놈이 풀어준 아이들이 있지 않았느냐?”
석후의 표정이 한층 더 무섭게 변하였다.
“네놈들이 다시 그 아이들을 잡아 왔다는 말이냐?”
“다시 잡아 올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 마을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기에 다시 들렀을 뿐인데.”
흑의인이 뱀과 같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에서 석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크악!”
웃고 있던 흑의인에게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올 때, 석후의 신형이 다시 나타났다.
좌중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비명 소리가 들려 온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무릎을 꿇은 채 뒹굴고 있는 동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관님!”
“네 이놈! 우리 암월련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석후가 일제히 검을 빼 든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놈들의 정체가 암월련이었구나…….”
나지막이 말을 내뱉은 석후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다.
쾅!
“으악!”
“크아악!”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명의 비명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흙먼지가 점차 옅어지자, 비명 소리에 몸이 굳어 일곱 명의 흑의인들에게 동료 여섯 모두가 하복부에 큰 구멍이 뚫린 채 죽은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나… 나는 살아야겠소!”
그들 중 한 명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목소리를 내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피익―
그 순간, 석후의 손에서 엽전이 발출되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도망치던 사내는 뒤통수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고꾸라졌다.
살아남은 여섯 명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석후로부터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석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으아아악!”
한 사내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석후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석후를 향해 달려들었을 뿐인데, 그 사내의 복부에는 숨이 끊긴 나머지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큰 구멍이 생겨났다.
덜덜 떨며 뒷걸음치던 흑의인 중 한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석후에게 빌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시오. 살려만 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소.”
한 사내가 애원하자, 나머지 네 명도 같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살… 살려만 주시오. 다시는 암월련의 근처에 가지도 않겠소.”
“살려 주시오. 집에 노모가 기다리고 있소…….”
석후는 그들의 애원에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갔다.
무릎 꿇은 그들의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춘 석후는 무릎을 굽혀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들을 향해 오른 주먹을 뻗었다.
눈으로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석후의 주먹이 움직이자, 연이어 다섯 번의 타격음이 장내를 울렸다.
퍽, 퍽, 퍽, 퍽, 퍽!
석후를 바라볼 용기조차 내지 못하여 땅을 바라본 채 목숨을 구걸하던 다섯 명의 사내는 쓰러져 있는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의 상흔을 지닌 채 목숨을 잃었다.
열넷의 인원 중 홀로 살아남은 일관은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렸다.
사실 석후는 주루 밖으로 나온 사내가 입고 있는 익숙한 복장에 당황하였다.
자신의 손으로 죽인 관과 수하들의 복장과 동일하였기 때문이다.
‘저들이 나를 알아볼 일은 없을 것이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순식간에 당황한 표정을 얼굴에서 지운 석후는 현풍이 자신에게 손짓하자, 수레를 끌고 낙성루의 내부로 들어섰다.
안에는 주루 밖에서 석후 일행을 맞이하던 인물과 같은 복장의 사내들 십여 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이렇게 빠르게 고기를 가지고 오실 줄 몰랐소. 내가 이곳의 책임자인 대평(大平)이라 하오.”
주루의 가장 안쪽 원탁에 앉아 있던 인물이 현풍에게 다가오며 인사하였다.
“육개에서 온 현풍이라 합니다. 도축한 소, 두 마리를 가지고 왔습니다. 계약 시에 선금을 주신 것을 제외하고 잔금을 챙겨 주시면 됩니다.”
현풍이 내역이 적힌 서류를 대평에게 보여 주며 말하였다.
“고기는 여기로 가지고 오시오!”
주방 안에 있던 인물이 석후를 향해 소리쳤다.
낙성루로 오는 내내 힘이 넘치던 석후가 어찌된 영문인지, 고개를 푹 숙인 채 말 없이 수레를 주방 쪽으로 끌고 가자, 현풍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녀석이 왜 저러지?’
석후가 현풍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그와 이야기 중이던 중년인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였다.
“동작을 멈추어라!”
대금 지불을 위해 들고 있던 은자 주머니를 급히 내려놓은 중년인이 칼을 빼 들고 외쳤다.
그의 말에 수레를 끌던 석후는 걸음을 멈추고, 현풍은 크게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무슨 짓이오!”
현풍이 매우 놀라 중년인에게 외쳤다.
“수레를 내려놓고 주방 옆에 벽으로 붙어라.”
중년인이 현풍의 목에 검 끝을 겨누고 벽으로 끌고 가며 석후에게 소리쳤다.
고개를 돌려 현풍이 뒷걸음질 치는 모습을 본 석후는 수레를 가만히 내려놓고 자신 또한 주방 옆으로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 것이오!”
현풍이 덜덜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네놈 따위가 알 것 없으니 어서 벽으로 붙어라!”
중년인은 검 끝을 현풍의 목에 갖다 대며 큰 소리로 말했다.
“형님…….”
석후가 현풍의 이름을 부르며 고개를 끄덕이자, 현풍도 반항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석후가 먼저 주방 근처 벽에 도착하여 등을 대고 서자, 중년인은 여전히 현풍의 목에 검을 들이민 채 벽으로 끌고 왔다.
석후와 현풍을 벽으로 몰아세운 중년인이 왼쪽 팔을 들자,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나머지 인물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
중년인이 석후를 보며 무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현풍에게로 겨눈 검을 석후가 순식간에 장(掌)으로 쳐내더니 외쳤다.
찰캉!
“현풍 형님, 지금이오!”
석후의 장에 부딪힌 검이 땅에 떨어지며 청명한 소리를 내자, 그것을 시작으로 석후와 현풍은 밖으로 통하는 문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주루의 문을 열고 현풍과 석후가 도망가자, 주루 안에 있던 십여 명의 인물들 모두가 둘을 쫓기 시작하였다.
석후와 현풍은 주루 밖으로 나와 있는 힘껏 내달렸다. 하지만 뒤쫓아 오는 인물들과의 거리는 점점 좁혀질 뿐이었다. 결국 십 장 정도의 거리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들과 거리 차이가 십 장 내로 접어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붙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석후는 현풍을 향해 소리쳤다.
“형님, 더 빨리 달려야 하오. 이러다 저들에게 붙잡히고 말겠소!”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걸세! 그나저나 저들은 왜 우리에게 칼을 빼 든 것이지?”
“나도 모르겠소. 말은 하지 말고 호흡을 아껴 더 빨리 뛰시오!”
석후의 말에 현풍은 온몸의 힘을 짜내어 앞만 보고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석후는 현풍이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이 내달리기 시작하자, 품에서 조용히 엽전 뭉치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엽전을 하나 떼어 손가락 사이에 끼우더니, 뒤로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던지는 것이었다.
피익―
석후와 현풍이 내달리며 내는 발자국 소리와 현풍이 헐떡이는 숨소리에 묻혀 엽전이 날아가는 소리는 뛰어난 고수가 아니고서야 듣지 못할 정도로 작았다.
석후와 현풍을 따라붙고 있는 인물들 또한 석후가 엽전을 던진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그들을 쫓던 대평이라는 자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엽전을 던짐에도, 자신의 뒤를 바짝 쫓고 있던 자의 미간을 관통시킨 것이었다.
석후와 현풍의 뒤를 바짝 뒤쫓던 대평이 갑작스레 미간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지자, 그의 뒤를 따라 뛰어오던 동료들은 대경실색하였다.
“삼관님!”
“삼관님이 쓰러졌다!”
“저놈들이 무언가 사술을 부리고 있으니 경계하며 쫓아라!”
“네!”
쓰러진 삼관의 상태를 살피느라 잠시 주춤거리던 그의 동료들은 다시 석후 일행을 쫓기 위해 따라붙었다.
흑의인들 간의 거리가 다시 십 장 정도로 좁혀질 때, 석후는 다시 엽전 하나를 던졌다.
피익―
이번에도 석후 일행을 가장 가까이 따라잡던 인물의 미간에 조그마한 구멍이 생겨났다.
“이관님!!”
“이관님마저 당했다!”
다시 한번 자신들 동료가 영문도 모른 채 쓰러지자, 그들은 두려움을 느꼈는지 쫓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자리에 멈추어 섰다.
‘이러면 곤란한데…….’
현풍과 함께 달리며 뒤를 흘긋 본 석후가 현풍에게 외쳤다.
“형님, 일단은 흩어져서 저들을 따돌려야 할 것 같소. 내가 형님보다 체력이 더 좋으니, 저들을 서쪽으로 유인해 보겠소. 저놈들 무리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는 우선 도망치고 오시(11시∼13시)까지 화오곡(花烏谷)에서 만나는 것으로 합시다.”
“위험한 행동 하지 말고 얼른 같이 뛰기나 하자!”
“이대로 가다가는 곧 붙잡히고 말 거요! 내가 저들을 유인할 것이니, 화오곡으로 오는 것 잊지 마시구려!”
그 말을 끝으로 석후는 속도를 낮추어 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하였다.
현풍은 별수 없이 석후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두 명이 사망하여 열여섯 명만 남게 된 그들은 잠시 고민하더니, 두 명은 현풍을 나머지 열넷은 석후를 쫓기로 하였다.
석후는 현풍을 쫓는 두 명을 향해 엽전 두 개를 동시에 날려 보냈다.
피익―
두 인물이 쓰러지는 것을 확인하고 석후는 다시 서쪽 방향으로 속도를 줄이며 달리기 시작하였다.
뒤를 돌아보며 현풍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확인한 석후는 걸음을 멈추었다.
예상치 못한 석후의 행동에 뒤를 쫓던 흑의인들은 다급히 걸음을 멈추어 섰다.
“네놈이 황지에서 우리 암월련을 상대로 살행(殺行)을 벌인 놈이더냐?”
무리 중 한 명이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암월련? 미향루 앞에서 본 방을 붙인 그 집단을 말하는 것인가?’
흑의인의 말에 석후가 아무런 대답이 없자, 그가 종이를 석후에게 보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용모파기를 보아하니 네놈이 틀림이 없다.”
흑의인이 보여 준 종이에는 석후의 용모파기가 그려져 있었다.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을 터인데, 누구에게 나의 용모파기를 얻었느냐?”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의 석후가 물었다.
“살아남은 자가 왜 없느냐. 네놈이 풀어준 아이들이 있지 않았느냐?”
석후의 표정이 한층 더 무섭게 변하였다.
“네놈들이 다시 그 아이들을 잡아 왔다는 말이냐?”
“다시 잡아 올 필요가 무엇이 있느냐? 마을에서 아이들 소리가 나기에 다시 들렀을 뿐인데.”
흑의인이 뱀과 같은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순간, 모두의 시선에서 석후의 모습이 사라졌다.
“크악!”
웃고 있던 흑의인에게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올 때, 석후의 신형이 다시 나타났다.
좌중에 있던 모든 인물들이 비명 소리가 들려 온 곳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무릎을 꿇은 채 뒹굴고 있는 동료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관님!”
“네 이놈! 우리 암월련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석후가 일제히 검을 빼 든 무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네놈들의 정체가 암월련이었구나…….”
나지막이 말을 내뱉은 석후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다.
쾅!
“으악!”
“크아악!”
굉음과 함께 흙먼지가 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섯 명의 비명 소리가 뒤이어 들려왔다.
흙먼지가 점차 옅어지자, 비명 소리에 몸이 굳어 일곱 명의 흑의인들에게 동료 여섯 모두가 하복부에 큰 구멍이 뚫린 채 죽은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공포감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나… 나는 살아야겠소!”
그들 중 한 명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목소리를 내며 도주하기 시작했다.
피익―
그 순간, 석후의 손에서 엽전이 발출되었다.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도망치던 사내는 뒤통수에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채 그대로 고꾸라졌다.
살아남은 여섯 명은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석후로부터 뒷걸음을 치고 있었다.
석후는 아무런 말도 없이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으아아악!”
한 사내가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를 내며 석후에게 달려들었다.
푸욱―
석후를 향해 달려들었을 뿐인데, 그 사내의 복부에는 숨이 끊긴 나머지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큰 구멍이 생겨났다.
덜덜 떨며 뒷걸음치던 흑의인 중 한 명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석후에게 빌었다.
“제발… 제발, 살려 주시오. 살려만 준다면 무슨 짓이라도 하겠소.”
한 사내가 애원하자, 나머지 네 명도 같이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살… 살려만 주시오. 다시는 암월련의 근처에 가지도 않겠소.”
“살려 주시오. 집에 노모가 기다리고 있소…….”
석후는 그들의 애원에 대답조차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다가갔다.
무릎 꿇은 그들의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춘 석후는 무릎을 굽혀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그들을 향해 오른 주먹을 뻗었다.
눈으로 따라갈 수도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석후의 주먹이 움직이자, 연이어 다섯 번의 타격음이 장내를 울렸다.
퍽, 퍽, 퍽, 퍽, 퍽!
석후를 바라볼 용기조차 내지 못하여 땅을 바라본 채 목숨을 구걸하던 다섯 명의 사내는 쓰러져 있는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의 상흔을 지닌 채 목숨을 잃었다.
열넷의 인원 중 홀로 살아남은 일관은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몸을 꿈틀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