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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석후의 오른쪽 뺨이 가늘게 갈라지고, 그 틈새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권격에 격중당하지 않았음에도 피부가 찢긴 것이었다.
오른손을 들어 뺨을 적시고 있는 핏물을 스윽 닦아 낸 석후가 돈돈을 향해 뛰어들었다.
석후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자신의 지척에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돈돈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부지불식간에 석후의 일권이 돈돈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가는 그때, 좌측 방향에서 황황의 은구슬 세 개가 수직도 수평도 아닌 사선으로 날아왔다.
돈돈에게 권을 격중 시키기 위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는다면, 석후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은구슬을 피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였다.
만약 권을 거두어들여 걸음을 멈춘다면 석후의 옆구리에 은구슬이 박히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면 석후의 허벅지에 관통될 것이었다.
석후는 재빠르게 권을 수습하여 거두어들이고는 몸을 뒤로 눕혔다.
연이어 땅에 물구나무를 선 석후는 손에 힘을 주어 몸을 뒤로 튕겨 내고 나서야 돈돈의 이 장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하! 고놈 참 재빠르구나!”
석후가 황황의 은구슬을 다시 한번 완벽하게 피해 내자, 돈돈이 감탄하여 외쳤다.
돈돈이 석후의 쾌속한 접근에도 여유로울 수 있던 건 오직 자신들만이 선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이나 황황의 암기술은 쉬이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히 중요 예혈만을 노려오는 예리한 것이었다.
그들의 전투 방식은 합격진을 이룬다거나, 합격술을 구사하는 거와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황황은 돈돈을 지키는 동시에 견제하고, 돈돈은 이로 인해 신체균형이 무너진 석후를 마주하여 박투(搏鬪)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복면인들이 구사한 합격진과는 달리 황황과 돈돈의 전투 방식에는 두드러지는 약점이 없었다.
암기와 박투라는 서로의 장점을 살려 완벽한 호흡으로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이었다.
돈돈의 이 장 밖으로 물러선 석후는 둘을 번갈아 보며 잠시간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황황을 향해 뛰어들었다.
석후가 엄청난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황황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황황은 접근하고 있는 석후를 향해 단지 왼손과 오른손을 순차적으로 출수한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
은구슬 세 개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동시에 날아오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각각의 구슬이 살아 있기라도 한 듯 속도를 달리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왼손에서 발출된 구슬 세 개는 수직으로 날아오는데, 상단부터 하단까지의 속도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연이어 오른손에서 발출된 세 개는 수평으로 날아가며 좌에서 우로 속도를 달리하였다.
황황이 펼친 수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양손으로 아무렇게나 구슬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석후가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접근해오자 다급히 기력을 끌어올려 성명절기인 십자혈옥(十字血獄)을 펼쳐 낸 것이었다.
이는 명칭답게 제각각의 구슬이 석후의 사방을 둘러싸며 움직임을 제한하는 동시에 전신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왔다.
석후는 황황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고 십자혈옥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석후가 너무나도 쉽게 내뻗은 권을 수습하여 십자혈옥을 회피해 내자, 황황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하였다.
‘십자혈옥을 마주하고도 손속의 수발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생각 이상의 고수인가?’
석후가 걸음을 멈추자 돈돈이 재빨리 석후의 앞을 막아섰고, 황황은 재차 암기를 손에 쥐었다.
비록 석후가 십자혈옥을 피하는 것에 성공하였지만, 처한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돈돈이 먼저 움직였다.
돈돈은 쇠로 만든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데, 엄청난 기력을 끌어올린 양 주먹에서는 무거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어디 이것도 받아내 보거라!”
짧은 다리로 순식간에 다가선 돈돈이 오른 주먹을 석후의 가슴팍을 향해 정직하게 찔러 넣었다.
몹시 정직한 방향으로 내지른 정권이고, 속도 또한 볼품이 없는 주먹이었다.
하지만 돈돈의 주먹에서는 엄청난 내력이 뿜어져 나와 권풍(拳風)만으로 석후의 주변 공기가 일렁였다.
돈돈이 펼친 수법은 중권(重拳)이라 불리는 성명절기로, 무시무시한 내력으로 권을 여러 번 출수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기의 흐름 안에 가두고 움직임을 제한하는 기술이었다.
엄청난 권풍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석후는 어째서인지, 돈돈이 내지르는 권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돈돈의 권풍을 맞서며 석후는 이상한 모양으로 주먹을 쥐고는 돈돈의 주먹과 마주하여 앞으로 내미는 것이었다.
석후의 권은 주먹을 완전히 쥔 것이 아닌, 검지와 중지가 구부러진 채로 앞으로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양이었다.
돈돈의 무거운 주먹이 한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검지와 중지가 돌출된 석후의 주먹이 순간, 방향을 바꾸어 수삼리(手三里)를 찔러 갔다.
그곳은 팔이 접히는 부분에서 살짝 아래에 위치한 혈도로, 체내의 내력이 손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지나야하는 길목의 역할을 하였다.
반응조차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석후의 검지와 중지가 수삼리를 타격하자, 엄청난 내력이 실린 돈돈의 주먹에서 일순간 모든 내력이 사라져 버렸다.
수삼리의 혈이 막혀 돈돈의 체내에서 주먹으로 충분한 내력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큭!”
짤막한 신음을 흘린 돈돈은 오른손을 거두어들이지도 못한 채 다급히 왼 주먹에 기력을 끌어올려 석후를 향해 내뻗었다. 돈돈이 석후의 움직임을 제한하면, 출수하고자 기다리고 있던 황황도 다급히 은구슬을 던져 내었다.
석후는 은구슬이 날아오는 경로를 회피하기 위해 왼발을 축으로 몸을 한 바퀴 회전함과 동시에, 회전력이 실린 오른쪽 팔꿈치로 돈돈의 왼쪽 수삼리를 가격하였다.
연이어 영문도 모른 채 두 팔이 마비된 듯, 축 늘어져 있는 돈돈에게 석후는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였다.
순식간에 안쪽으로 파고든 석후는 양손을 돈돈의 뒷목에 위치시켜 깍지를 끼었다.
그러고는 돈돈의 상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더니 무릎으로 가슴팍을 연이어 가격하는 것이었다.
우두둑. 우두둑.
석후의 슬격(膝格)이 격중될 때마다 가슴팍의 모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황의 두 눈에는 돈돈과 석후가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겹쳐 보였다. 암기를 출수하려 움직일 때 마다 석후는 교묘히 돈돈과 함께 방향을 틀어 황황의 출수를 저지하였다.
석후는 거무죽죽한 피를 입과 코로 흘리며 의식을 잃은 돈돈을 안은 채로 황황의 근처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숨을 거둔거라 확신하지 못하는 친우(親友)의 늘어진 몸을 향해 섣불리 암기를 출수하지 못하던 황황은 석후가 일 장 앞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출수를 결심하였다.
황황은 돈돈의 몸을 관통하여 석후를 격중시킬 심산으로, 엄청난 내력을 끌어올려 십자혈옥을 출수하였다.
이전에 출수한 것과 같은 십자혈옥이지만, 엄청난 내력이 실려 더욱 강맹한 초식으로 변하였다. 여섯 개의 은구슬은 엄청난 파공음을 내며 석후에게로 날아왔다.
하지만 구슬을 던진 곳에는 땅바닥으로 쓰러져가는 돈돈의 신체만이 남아 있고, 석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석후는 황황이 출수를 하자마자, 경공을 펼쳐서 공격의 범위에 닫지 않는 방위로 크게 돌았다.
엄청난 내력을 양발에 실어 경공을 펼쳐 내서인지, 차디차게 얼어붙은 바닥에도 세 치 이상의 깊이로 발자국이 남아 있고, 석후는 황황이 기척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뒤를 점하고 서 있었다.
황황은 석후가 자신의 뒤를 점하고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십자혈옥에 온몸이 난자당한 채로 쓰러져 있는 돈돈의 시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 같은 핏덩이에게 호되게 당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체념한 듯 뱉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황의 입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며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석후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을 염려한 황황은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자결한 것이었다.
황황과 돈돈은 암월련에 입련(入連)하기 전, 흑도에서는 쌍살인랑(雙殺人郞)이라 불리던 고수들이었다.
이들은 암월련주를 만나 굴복한 뒤 천단에 소속이 되는데, 그들의 순위는 그 안에서 각 구 위와 십 위에 불과하였다.
석후는 황황이 자결한 뒤에도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암기를 발출하는 상대를 처음 만났기에 본연의 실력을 내기에 어려움을 느낀 석후였다.
자신이 이동할 방위를 제한하면서도, 중요 혈도를 노리고 날아오는 암기가 전투하는 내내 무척이나 성가신 석후였다.
하지만 황황이 절대로 신법을 펼치며 암기를 던지지 않는 다는 것을 두 번의 출수 만에 알아차렸다.
석후는 황황이 신법과 동시에 암기술을 펼치기에는 내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혈도를 정확히 노릴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움직임을 멈춘 채 암기를 던지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런 약점을 알아챈 석후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돈돈을 우선 제압하였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둘인 만큼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고, 정이 두터울 거라 생각한 석후는 돈돈을 자신의 앞에 세워 황황의 암기 출수를 망설이게 유도하였다.
돈돈의 몸으로 시야를 가려 앞을 정확히 볼 수 없는 상황임에도 황황이 암기를 발출하는 순간은 신법을 펼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에게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석후도 전력으로 신법을 이용하여 미리보아 둔 위치로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던 것이었다.
둘의 무위는 석후를 위협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의 호흡이 완벽에 가깝고, 석후가 암기술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여 그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만약 뛰어난 신법을 운용하면서도 황황 이상의 암기술을 펼치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쌍살인랑과의 전투 이후 석후의 머릿속에는 암기술의 대처법에 대한 숙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
석후의 오른쪽 뺨이 가늘게 갈라지고, 그 틈새로 핏물이 흘러나왔다.
권격에 격중당하지 않았음에도 피부가 찢긴 것이었다.
오른손을 들어 뺨을 적시고 있는 핏물을 스윽 닦아 낸 석후가 돈돈을 향해 뛰어들었다.
석후가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자신의 지척에 도달함에도 불구하고 돈돈의 표정은 어째서인지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부지불식간에 석후의 일권이 돈돈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가는 그때, 좌측 방향에서 황황의 은구슬 세 개가 수직도 수평도 아닌 사선으로 날아왔다.
돈돈에게 권을 격중 시키기 위해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는다면, 석후의 안면으로 날아오는 은구슬을 피할 수 없을 것이 자명하였다.
만약 권을 거두어들여 걸음을 멈춘다면 석후의 옆구리에 은구슬이 박히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난다면 석후의 허벅지에 관통될 것이었다.
석후는 재빠르게 권을 수습하여 거두어들이고는 몸을 뒤로 눕혔다.
연이어 땅에 물구나무를 선 석후는 손에 힘을 주어 몸을 뒤로 튕겨 내고 나서야 돈돈의 이 장 밖으로 벗어날 수 있었다.
“하! 고놈 참 재빠르구나!”
석후가 황황의 은구슬을 다시 한번 완벽하게 피해 내자, 돈돈이 감탄하여 외쳤다.
돈돈이 석후의 쾌속한 접근에도 여유로울 수 있던 건 오직 자신들만이 선공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이나 황황의 암기술은 쉬이 잡아낼 수 없을 정도로 무척이나 빠르고, 정확히 중요 예혈만을 노려오는 예리한 것이었다.
그들의 전투 방식은 합격진을 이룬다거나, 합격술을 구사하는 거와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황황은 돈돈을 지키는 동시에 견제하고, 돈돈은 이로 인해 신체균형이 무너진 석후를 마주하여 박투(搏鬪)할 뿐이었다.
그럼에도 복면인들이 구사한 합격진과는 달리 황황과 돈돈의 전투 방식에는 두드러지는 약점이 없었다.
암기와 박투라는 서로의 장점을 살려 완벽한 호흡으로 각자의 약점을 보완하기 때문이었다.
돈돈의 이 장 밖으로 물러선 석후는 둘을 번갈아 보며 잠시간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황황을 향해 뛰어들었다.
석후가 엄청난 속도로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 황황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황황은 접근하고 있는 석후를 향해 단지 왼손과 오른손을 순차적으로 출수한 것이 대응의 전부였다.
은구슬 세 개가 같은 속도를 유지하며 동시에 날아오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각각의 구슬이 살아 있기라도 한 듯 속도를 달리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왼손에서 발출된 구슬 세 개는 수직으로 날아오는데, 상단부터 하단까지의 속도가 모두 제각각이었다.
연이어 오른손에서 발출된 세 개는 수평으로 날아가며 좌에서 우로 속도를 달리하였다.
황황이 펼친 수법은 겉으로 보기에는 양손으로 아무렇게나 구슬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석후가 자신의 생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접근해오자 다급히 기력을 끌어올려 성명절기인 십자혈옥(十字血獄)을 펼쳐 낸 것이었다.
이는 명칭답게 제각각의 구슬이 석후의 사방을 둘러싸며 움직임을 제한하는 동시에 전신의 요혈을 노리고 날아왔다.
석후는 황황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추고 십자혈옥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수밖에 없었다.
석후가 너무나도 쉽게 내뻗은 권을 수습하여 십자혈옥을 회피해 내자, 황황의 얼굴에는 당황한 빛이 역력하였다.
‘십자혈옥을 마주하고도 손속의 수발이 무척이나 자연스럽다. 생각 이상의 고수인가?’
석후가 걸음을 멈추자 돈돈이 재빨리 석후의 앞을 막아섰고, 황황은 재차 암기를 손에 쥐었다.
비록 석후가 십자혈옥을 피하는 것에 성공하였지만, 처한 상황이 나아진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돈돈이 먼저 움직였다.
돈돈은 쇠로 만든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데, 엄청난 기력을 끌어올린 양 주먹에서는 무거운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쥐새끼 같은 놈, 어디 이것도 받아내 보거라!”
짧은 다리로 순식간에 다가선 돈돈이 오른 주먹을 석후의 가슴팍을 향해 정직하게 찔러 넣었다.
몹시 정직한 방향으로 내지른 정권이고, 속도 또한 볼품이 없는 주먹이었다.
하지만 돈돈의 주먹에서는 엄청난 내력이 뿜어져 나와 권풍(拳風)만으로 석후의 주변 공기가 일렁였다.
돈돈이 펼친 수법은 중권(重拳)이라 불리는 성명절기로, 무시무시한 내력으로 권을 여러 번 출수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기의 흐름 안에 가두고 움직임을 제한하는 기술이었다.
엄청난 권풍이 몰아치고 있는데도 석후는 어째서인지, 돈돈이 내지르는 권의 한복판으로 뛰어들고 있었다.
돈돈의 권풍을 맞서며 석후는 이상한 모양으로 주먹을 쥐고는 돈돈의 주먹과 마주하여 앞으로 내미는 것이었다.
석후의 권은 주먹을 완전히 쥔 것이 아닌, 검지와 중지가 구부러진 채로 앞으로 뭉툭하게 튀어나와 있는 모양이었다.
돈돈의 무거운 주먹이 한치 앞으로 다가왔을 때, 검지와 중지가 돌출된 석후의 주먹이 순간, 방향을 바꾸어 수삼리(手三里)를 찔러 갔다.
그곳은 팔이 접히는 부분에서 살짝 아래에 위치한 혈도로, 체내의 내력이 손으로 이동할 때 반드시 지나야하는 길목의 역할을 하였다.
반응조차 못할 정도의 빠르기로 석후의 검지와 중지가 수삼리를 타격하자, 엄청난 내력이 실린 돈돈의 주먹에서 일순간 모든 내력이 사라져 버렸다.
수삼리의 혈이 막혀 돈돈의 체내에서 주먹으로 충분한 내력을 공급하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큭!”
짤막한 신음을 흘린 돈돈은 오른손을 거두어들이지도 못한 채 다급히 왼 주먹에 기력을 끌어올려 석후를 향해 내뻗었다. 돈돈이 석후의 움직임을 제한하면, 출수하고자 기다리고 있던 황황도 다급히 은구슬을 던져 내었다.
석후는 은구슬이 날아오는 경로를 회피하기 위해 왼발을 축으로 몸을 한 바퀴 회전함과 동시에, 회전력이 실린 오른쪽 팔꿈치로 돈돈의 왼쪽 수삼리를 가격하였다.
연이어 영문도 모른 채 두 팔이 마비된 듯, 축 늘어져 있는 돈돈에게 석후는 엄청난 속도로 접근하였다.
순식간에 안쪽으로 파고든 석후는 양손을 돈돈의 뒷목에 위치시켜 깍지를 끼었다.
그러고는 돈돈의 상체를 아래로 끌어당기더니 무릎으로 가슴팍을 연이어 가격하는 것이었다.
우두둑. 우두둑.
석후의 슬격(膝格)이 격중될 때마다 가슴팍의 모든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황황의 두 눈에는 돈돈과 석후가 끌어안고 있는 것처럼 겹쳐 보였다. 암기를 출수하려 움직일 때 마다 석후는 교묘히 돈돈과 함께 방향을 틀어 황황의 출수를 저지하였다.
석후는 거무죽죽한 피를 입과 코로 흘리며 의식을 잃은 돈돈을 안은 채로 황황의 근처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다.
숨을 거둔거라 확신하지 못하는 친우(親友)의 늘어진 몸을 향해 섣불리 암기를 출수하지 못하던 황황은 석후가 일 장 앞까지 도달하고 나서야 출수를 결심하였다.
황황은 돈돈의 몸을 관통하여 석후를 격중시킬 심산으로, 엄청난 내력을 끌어올려 십자혈옥을 출수하였다.
이전에 출수한 것과 같은 십자혈옥이지만, 엄청난 내력이 실려 더욱 강맹한 초식으로 변하였다. 여섯 개의 은구슬은 엄청난 파공음을 내며 석후에게로 날아왔다.
하지만 구슬을 던진 곳에는 땅바닥으로 쓰러져가는 돈돈의 신체만이 남아 있고, 석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석후는 황황이 출수를 하자마자, 경공을 펼쳐서 공격의 범위에 닫지 않는 방위로 크게 돌았다.
엄청난 내력을 양발에 실어 경공을 펼쳐 내서인지, 차디차게 얼어붙은 바닥에도 세 치 이상의 깊이로 발자국이 남아 있고, 석후는 황황이 기척을 알아차리기도 전에 뒤를 점하고 서 있었다.
황황은 석후가 자신의 뒤를 점하고 서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음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십자혈옥에 온몸이 난자당한 채로 쓰러져 있는 돈돈의 시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네놈 같은 핏덩이에게 호되게 당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
체념한 듯 뱉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황황의 입에서는 피가 쏟아져 나오며 몸이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석후에게 사로잡히게 될 것을 염려한 황황은 스스로 혀를 깨물어 자결한 것이었다.
황황과 돈돈은 암월련에 입련(入連)하기 전, 흑도에서는 쌍살인랑(雙殺人郞)이라 불리던 고수들이었다.
이들은 암월련주를 만나 굴복한 뒤 천단에 소속이 되는데, 그들의 순위는 그 안에서 각 구 위와 십 위에 불과하였다.
석후는 황황이 자결한 뒤에도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암기를 발출하는 상대를 처음 만났기에 본연의 실력을 내기에 어려움을 느낀 석후였다.
자신이 이동할 방위를 제한하면서도, 중요 혈도를 노리고 날아오는 암기가 전투하는 내내 무척이나 성가신 석후였다.
하지만 황황이 절대로 신법을 펼치며 암기를 던지지 않는 다는 것을 두 번의 출수 만에 알아차렸다.
석후는 황황이 신법과 동시에 암기술을 펼치기에는 내력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혈도를 정확히 노릴 수 없기 때문에, 오직 움직임을 멈춘 채 암기를 던지는 것이라 생각하였다.
이런 약점을 알아챈 석후는 자신에게 접근하는 돈돈을 우선 제압하였다.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는 둘인 만큼 오랜 세월을 같이 지내고, 정이 두터울 거라 생각한 석후는 돈돈을 자신의 앞에 세워 황황의 암기 출수를 망설이게 유도하였다.
돈돈의 몸으로 시야를 가려 앞을 정확히 볼 수 없는 상황임에도 황황이 암기를 발출하는 순간은 신법을 펼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에, 그에게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순간, 석후도 전력으로 신법을 이용하여 미리보아 둔 위치로 정확하게 이동할 수 있던 것이었다.
둘의 무위는 석후를 위협할 만큼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로의 호흡이 완벽에 가깝고, 석후가 암기술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 작용하여 그들을 상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만약 뛰어난 신법을 운용하면서도 황황 이상의 암기술을 펼치는 자가 있다면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가.’
쌍살인랑과의 전투 이후 석후의 머릿속에는 암기술의 대처법에 대한 숙제가 자리 잡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