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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황지’라는 곳은 사천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산맥의 한 줄기에 위치한 암벽 산이었다.

석후가 황지의 곳곳을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을 때, 다른 인원들은 여러 개의 목책을 붙여 만든 감옥에 납치한 아이들을 몰아넣느라 분주했다.

목책 감옥은 세 군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들은 한 곳에 사십 명 의 아이들을 가두었다.

황지에는 진지의 단상 위에서 본 복면인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 세 사내가 기다렸다. 그들은 각자 한 곳의 목책 앞을 지키며 관들에게 아이들을 인도받은 뒤,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는 주머니를 지급하였다.

‘관의 무리를 이끌고 온 복면인이 한 명, 그리고 이곳의 복면인 세 명이 내게 협공을 해 온다면, 영이와 묵이를 안전하게 구하기는 힘들 것 같다.’

따라서 석후는 영이와 묵이를 안전하게 지키며 싸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석후가 한참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진지에서부터 자신들을 이끌고 온 복면인이 공력을 실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하였다.

“모두 임무를 완수한 것을 축하한다. 보상은 은자로 각 관에게 지급하였으니 받아 가면 된다. 오늘은 먹고 마시며 즐기도록 해라!”

“와아아아!”

복면인의 말에 석후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기쁨의 환호성을 질렀다.

‘관들에게 나누어 주던 것이 은자 주머니였군.’

손을 들어 시끌벅적한 환호를 가라앉힌 복면인은 이어서 이야기했다.

“날이 밝으면 일관부터 십관까지의 인원은 다시 나를 따라 진지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 외 이십관까지는 이곳 황지에서 나의 동료들의 지시를 받게 될 것이다.”

복면인이 자신의 동료 셋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마치자, 모두가 일제히 대답하였다.

“존명!”

“존명!”

‘내가 황지에 남을 명분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복면인 한 명이 이곳을 떠나 진지로 돌아간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황지 안의 모두가 자신이 속한 관의 인원들과 웃고 떠들며 잔치를 즐기고 있을 때도 석후는 웃을 수가 없었다.

목책 안에서 쥐똥만 한 주먹밥 하나와 물 조금만을 지급받은 채 다닥다닥 붙어 불편한 새우잠을 자야 할 영이와 묵이가 떠올라 석후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기 때문이다.

석후는 이상하리만치 고통을 겪는 아이들만 보면 마음이 약해져 신경이 쓰였다.

과거의 석후가 복면인들에 의해 가족을 잃었기 때문인지, 혈육이나 다름없는 사냥꾼의 아들이 납치되었기 때문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석후가 잔치를 즐기지 못하는 얼굴로 홀로 구석에 앉아 있기만 하자, 이십관이 석후에게 다가왔다.

“자네, 흥겨운 잔치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을 하고 있군.”

“피곤해서 그럽니다.”

투박한 석후의 말에 빙그레 웃으며 이십관이 이야기했다.

“마음이 불편할 게야. 여기 있는 전부가 처음엔 그랬을 것이네. 그렇지만, 우리 모두는 책임져야 할 가정과 먹여 살려야 할 식솔들이 있네. 원래 삶이란 약육강식이 아니던가.”

“…….”

이십관의 이야기에 석후는 어떠한 대답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들의 가정을 파괴한다. 재물을 탐하여 복면인들에게 인간으로서 영혼을 팔아넘긴 자들이구나.’

이십관이 대답 없는 석후의 어깨를 툭, 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수하 중 한 명이 말하였다.

“너는 이십관님께 더 공손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남들이 얻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기회를 아직 어린 네게 주고 계신 것이다.”

오직 재물만을 위해 타인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기회라 칭하는 그에게 석후는 살심이 가득 솟구쳐 올랐으나, 이내 재빨리 기운을 가라앉혔다.

‘아직은 아니다! 아직은…….’

석후는 그를 향한 분노를 재빨리 가라앉힌 채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잔치가 마무리되고 모든 이들이 잠을 청하자, 석후는 무리에서 벗어나 바위에 등을 기대고 가부좌를 했다.

매일같이 해 오던 운기행공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이들을 돈으로 매수하여 악행을 지시하는 자들은 누구인지, 이들은 사로잡은 아이들을 무슨 일에 동원하려 하는 것인지, 영이와 묵이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등의 많은 고민들이 석후의 운기를 방해하였다.

시간이 지나며 황지에 내려앉은 어둠은 더욱 깊어갔다.



날이 밝음과 동시에 무리를 이끌고 온 복면인과 일관에서 십관까지의 인원은 다시 진지로 떠났다.

복면인 한 명과 그들의 수하 중 절반이 황지에서 떠나는 것은 아이들을 구출하는 데 있어 석후에게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행동을 서두르지 않으면 또다시 다른 아이들을 납치한 뒤 합류할 것이 분명하기에 그들의 이동하는 모습이 석후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만들었다.

십관까지의 인원이 황지를 떠나고, 남은 수하들은 세 복면인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을 목책 감옥에서 나오게 하였다.

그때, 석후의 두 눈에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세 번째 목책 감옥에서 영이와 묵이가 힘없이 걸어 나오는 모습이 들어왔다.

석후는 영이와 묵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들키지 않기 위해 관의 무리 속으로 더욱 숨어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돌발 행동을 하게 된다면, 아이들을 구해 내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감옥 밖으로 나오자, 세 복면인의 인도하에 모든 인원이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납치한 아이들을 이끌고 걷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황지에서 고작 일 리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그곳에 들어서자마자, 석후는 이들이 아이들을 납치한 이유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크고 작은 암벽으로 둘러싸인 그곳에는 매우 좁은 입구를 가진 동굴이 존재하였는데, 입구에서 누런 연기가 스멀스멀 새어 나왔다.

냄새와 색으로 짐작하건대 유황의 연기임에 분명하였다.

황지에 도착할 때부터 석후에게 조금씩 느껴지던 매캐한 내음이 바로 이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던 것이었다.

유황 연기가 흘러나오는 동굴에는 필연적으로 황철석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폭약의 재료로 쓰여 매우 값비싼 귀물이었다.

‘황철석이 존재하는 땅, 그래서 황지라 부른 것이로군.’

유황의 연기는 독성이 강하여 인체에 오래 유출되면 정신이 혼미해지고, 기혈이 뒤틀리는 특성을 가졌다.

그러나 이곳 황지는 동굴의 좁은 입구 덕분에 유황의 독성을 버티어 낼 수 있을 정도의 연기만이 흘러나와 복면인들이 동굴을 관리하기에 용이하였다.

동굴 입구의 좁은 크기를 유지하며 황철석을 캐올 수 있는 사람은 몸집이 작은 아이들밖에 없기에, 그들은 유황 연기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었다.

석후의 머릿속에서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되었을 무렵, 세 복면인 중 한 명이 아이들을 향해 황철석을 들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너희는 저 동굴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 안에서 이 돌과 같이 황색을 띠고 있는 돌들을 주워 오는, 간단한 일을 하게 되는 것이지.”

“열심히 일을 하면, 우리를 집에 돌려보내 줄 건가요?”

대담한 아이 한 명이 복면인에게 우렁찬 목소리로 질문하였다.

“그렇다. 너희 일인당 오 관(약 20kg)의 무게만큼 황색 돌을 주워 오기만 한다면, 바로 집으로 돌려보내 주겠다.”

‘물론, 너희들은 오 관의 무게를 채우기 전에 유황 연기에 질식해 죽게 될 것이지만 말이다.’

복면인은 뱀 같은 눈을 씰룩거리며 엷은 미소를 띤 채 대답하였다.

“이제 일을 시작해 보자!”

다른 복면인이 외치자, 관과 그들의 수하들은 아이들을 동굴에 밀어 넣기 시작하였다.

몇몇의 아이들은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겁 없이 동굴에 들어섰지만, 대부분은 자욱하게 풍겨 나오는 독한 냄새의 누런 연기에 두려움을 느끼고 발을 떼지 못하였다.

겁을 먹은 아이들의 무리에는 영이와 묵이도 속해 있었다.

관들이 자신의 수하들에게 고갯짓을 하자, 그들은 아이들을 향해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동굴로 걸음을 옮기도록 만들었다.

영이와 묵이가 복면인의 수하들에게 맞는 모습을 본 석후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향해 뛰쳐나갈 뻔했다.

석후가 막 몸을 움직이려 하였을 때, 문득 머릿속에 아이들을 구할 방법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복면인 무리의 수중에서 떨어져 있을 수 있는 시간, 그것은 황철석을 캐기 위해 동굴 안으로 들어가 있을 때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냉정을 잃을 뻔한 석후는 평정심을 되찾고 동굴에 들어선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하였다.

‘처음 동굴에 들어서고 다시 밖으로 나오기까지 반 각(약 7분)의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또한 그동안 안에 있던 아이들이 어지럼증을 겪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반 각 정도의 시간은 안에서 버텨 낼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석후는 유황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동굴의 입구로 유유히 걷기 시작하였다.

그것을 본 이십관은 석후를 향해 소리쳤다.

“자네, 지금 어디로 가는 건가!”

석후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이십 관의 음성을 무시한 채 천천히 걸어 동굴 앞에 다다랐다.

그런 후, 동굴을 안쪽을 향해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나의 목소리가 다시 들릴 때까지 안에서 나오지 말거라! 너희들이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마!”

공력을 실어 동굴에 크게 외친 석후를 향해 복면인들은 살기와 더불어 호기심이 가득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의 하수인들은 어느새 검을 뽑아 들고 석후를 향해 다가왔다.

육십 명이 넘는 인원이 자신에게 접근하고 있음에도 석후의 표정에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관중에서도 십칠관과 이십관, 두 명에게서만 조금의 내력이 느껴지고, 그 외의 인물들은 시정잡배와 다를 바 없는 무공 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고수 세 명이 있었다. 복면인들이 방심하고 있을 때 육십 명의 인원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영이와 묵이를 안전하게 구해 내려는 석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컸다.

‘독수를 사용하여 모두의 전투 의지를 꺾는다!’

결심을 굳힌 석후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석후에게 가장 먼저 달려든 것은 그를 데려온 이십관이었다.

그는 자신의 실책을 석후를 직접 제거하는 것으로 책임을 지려는 듯, 분기탱천하여 석후에게 달려들었다.

“배은망덕한 놈, 죽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