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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호호호, 드디어 찾았네.”

“너는!”

“오랜만이야.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어.”

우릴 찾아낸 불청객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첫날 우리를 죽인 유미였다.

“새벽부터 산 아래를 다 뒤져도 안 보이기에 걱정했잖아. 아아, 피곤해.”

유미는 진한 보조개가 파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으며 말했다.

‘이런 미친… 역시 이 여자는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호호호, 널 찾는 건 아무 일도 아냐. 산 아래를 뒤지다가 우연히 그날 밤 너와 같이 있던 친구들 중 하나를 발견했어. 친구들끼리 다투기라도 했나 봐? 서로 흩어진 걸 보니.”

그녀는 아무래도 한상혁을 만난 듯싶었다.

“그래도 한 명은 같이 있네.”

유미는 조달영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것으로 한상혁을 만난 게 확실해졌다.

나는 유미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그 녀석은 죽인 거냐?”

“아깝게 죽이긴 왜 죽여? 네가 어디 있는지 말해주면 살려준다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정상으로 가보라고 하던걸? 그래서 살려줬어.”

“뭐?”

‘이런 개자식이… 아무리 우리 사이가 안 좋았다지만, 나는 이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왔는데 넌 배신을 때렸다, 이거지?’

“이런 데 함부로 오면 안 돼. 원래라면 첨탑 근처엔 장교 교육생들이 잔뜩 몰려 있거든. 물론, 지금은 내가 대부분 다 죽여 버렸지만.”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녀의 말이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가 않았다.

“그럼 이제 슬슬 죽어주지 않을래?”

유미는 서서히 기운을 끌어 올리며 싱긋 웃어 보였다.

“이번엔 그렇게 쉽게 죽이진 못할 거다!”

나는 곧바로 총의 안전장치를 단발로 바꿨다.

옆에 있던 조달영도 곧장 총구를 유미에게 향해 조준했다.

하지만 유미는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조달영에게 말을 건넸다.

“난 너한테 볼일 없어,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줄래?”

“그럴 순 없지. 친구를 죽이고 싶으면 나를 먼저 상대해야 할 거다.”

나는 조달영의 말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지는 동시에 그의 존재가 너무나 든든하게 느껴졌다.

“호호호, 감동적인 장면이네. 이거, 눈물 없이는 못 보겠어. 하지만…….”

유미의 입가에서 서서히 미소가 사라졌다.

이어 아지랑이 같은 기운이 피어올라 위험하다 생각하는 순간, 조달영의 입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큭!”

“너한테는 볼일 없다고 했어.”

“달영아!”

조달영은 몸을 비틀며 괴로워했다.

나는 곧바로 유미의 머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내가 쏜 총알은 유미의 얼굴 앞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무언가에 막힌 듯 허공에 멈춰 있었다.

나는 전과 마찬가지로 반투명한 보호막이 그녀를 감싸고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설마 이따위 장난감으로 나를 맞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실탄이어도 마찬가지였을걸?”

“이 미친년아, 달영이를 놔줘!”

내 외침에 유미가 한 걸음을 내디뎠고, 그와 동시에 총알이 힘없이 땅에 툭 떨어졌다.

“난 3일 동안 쭉 너만 기다렸어.”

유미는 붉은 혀로 아랫입술을 핥으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으으윽!”

유미가 가까이 다가올수록 조달영은 더욱 괴로워했다.

“오지 마!”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나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코앞에 다가온 그녀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절로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3일 내내 너를 어떻게 죽여야 할지 고민했어. 자, 어서 지난번처럼 발악해 봐.”

유미가 대검을 뽑아 들더니, 자신의 가슴을 툭툭, 쳤다.

나는 얼른 대검을 총구에 장착하고 차려 총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총검술로는 승산이 없었다.

총알도 안 통하는 괴물을 내가 무슨 수로 쓰러뜨린단 말인가.

“으으으!”

그사이, 조달영은 유미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다.

나는 그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세를 풀고 총을 늘어뜨렸다.

“젠장, 그냥 날 죽여. 대신 내 친구는 풀어주고.”

유미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소리쳤다.

“재미없게 왜 이래? 어서 발악해 보라니까!”

“개미로 장난치듯 놀고 싶은 거라면 사양하겠어.”

“후우, 할 수 없지. 하지만 이래도 그럴 수 있을까?”

유미는 자신의 몸을 감싼 보호막을 거두더니, 대검을 휘둘러 조달영의 목을 그어버렸다.

“커헉!”

조달영의 몸이 그대로 허물어졌다.

그 모습에 나는 머리가 새하얘졌다.

나는 늘어뜨린 총을 다시 들고 유미의 가슴을 강하게 찔렀다.

“죽어, 이 미친년아!”

총검술이고 뭐고, 나는 무작정 유미를 향해 총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녀는 이 정도쯤은 여유롭다는 듯 상체만 비틀어 공격을 피했다.

유미의 얼굴은 점점 광기에 물들어 갔다.

“입이 거칠구나? 여태 나를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었는데, 신선한 반응이야!”

나는 사력을 다해 총을 휘둘렀다.

‘한 번만, 한 번만 맞추자!’

대검의 끝이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전투복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오를 정도로 쉬지 않고 총을 휘둘렀지만, 유미는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이윽고 완전히 지쳐 버린 나는 공격을 멈추고 가빠진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유미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차가운 미소를 흘렸다.

“호호호, 표정이 너무 맘에 들어. 그냥 죽이기엔 너무 아까운걸?”

“하아, 하아… 헛소리하지 말고, 딱 한 대만 맞아!”

나는 총을 쭉 내뻗어 대검으로 유미의 머리를 찔렀다.

하지만 유미는 이번에도 고개만 뒤로 젖혀 간단하게 내 공격을 피해 버렸다.

더 이상 서 있을 체력도 남지 않은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한참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유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지친 거야? 그럼 다음에 만났을 때는 조금 더 오랫동안 날 재밌게 해줘.”

대검이 등에 꽂히는 느낌과 동시에 시야가 깜깜해지고, 모든 소리가 차단됐다.

그렇게 나는 생존 훈련 2회 차를 열두 시간 남짓 생존하는 것으로 탈락하고 말았다.

투입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교육대로 돌아온 나는 3일 동안 지독한 훈련을 소화해야 했다.



***



3회 차 생존 훈련에 투입된 나는 재빨리 숲속으로 뛰어들었다.

이후 적당한 장소를 찾아 땅을 파고 참호를 만들어 몸을 숨겼다.

분명 유미란 년은 나를 찾기 위해 산 아래를 수색하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나는 혹시나 위치가 들킬까 봐 최대한 기척을 숨긴 채 밤이 되길 기다렸다.

어둠이 찾아오자, 나는 참호 밖으로 나와 움직였다.

그러다가 산 중턱쯤에서 개울이 흐르는 곳을 찾을 수 있었다.

나는 개울물로 목을 축인 후, 수통을 꺼내 물을 가득 채우며 주위를 살폈다.

‘이제 어디로 가지?’

유미를 피하기 위해 계속해서 장소를 옮기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적당한 장소에 숨어서 일주일을 버티는 것이 나을지 고민됐다.

물론, 한 장소에서 버티는 것을 선택하더라도 식량이나 마실 물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와야 했다.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한 장소에 숨어서 버티기로 결정하고, 물을 해결할 수 있는 개울 근처를 벗어나지 않기로 정했다.

내가 개울가 근처에서 쓸 만한 은신처를 찾기 위해 움직이는 도중, 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대충 방향을 가늠해 보니, 개울의 상류 쪽에서 들린 것으로 보였다.

그 직후, 한 발의 총성이 다시 울려 퍼졌다.

나는 숲으로 뛰어들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총성이 들려온 상류 쪽으로 총구를 겨눴다.

한참이 지나도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자, 나는 경계를 풀고 주변을 살폈다.

가장 먼저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유미가 총소리를 듣고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어. 일단 자리를 피하자.’

신속하게 판단을 내린 뒤 움직이려 할 때,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이 들려왔다.

얼른 다시 자세를 낮추며 인기척이 들려온 쪽으로 총구를 겨눴다.

이윽고 검은 형체가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나는 잔뜩 긴장한 채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잠시 후, 사람의 모습이 뚜렷하게 눈에 들어오자, 나는 총을 거두고 상류 쪽에서 나타난 사람을 향해 말을 건넸다.

“달영아.”

“어? 최대길?”

“그래, 나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달영이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대길아.”

“휴우, 다행이다. 여기서 만날 줄이야.”

그때, 조달영의 뒤에서 한 남자가 더 나타났는데, 나는 그게 누군지 확인하자마자 기분이 나빠져 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그건 한상혁도 마찬가지인지, 작게 혀끝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녀석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소리쳤다.

“한상혁, 이 배신자 새끼야!”

“배신은 무슨. 네가 거기 간 게 잘못이지. 크큭, 난 진짜 거기로 갔을 줄은 몰랐지.”

“진짜 뒈지고 싶어?”

내가 당장에라도 방아쇠를 당기려 하자, 조달영이 우리 둘 사이로 끼어들어 다툼을 말렸다.

“둘 다 그만해. 우리끼리 싸우지는 말자. 그리고 방금 위에서 총을 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해.”

“방금 전 총소리는 너희가 낸 거야?”

“그래. 새벽에 근처에서 우연히 한상혁과 만났는데, 그동안 김중석을 추적한 모양이야.”

내가 이를 갈아 대자, 한상혁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복수는 우리가 했으니까 진정하라고. 놈은 내일이면 교육대에서 눈을 뜰 거야.”

“어쭙잖게 복수라도 했다는 거냐?”

“쏠 거면 빨리 쏴. 그게 아니면 빨리 움직이고. 나는 셋이서 첫날처럼 개죽음당하고 싶지 않거든?”

“닥쳐, 이 새끼야!”

한상혁이 귀찮다는 듯 말하자, 나는 짜증이 솟구쳤다.

그러자 조달영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대길아, 이럴 시간 없다!”

“쯧, 일단은 넘어간다.”

나는 조달영을 생각해 일단은 넘어가자 마음먹었다.

“근처에 한상혁이 마련한 은신처가 있다니까, 빨리 그곳으로 움직이지. 누군가가 우리를 발견하면 곤란하다.”

“알았어.”

나는 이대로 탈락하고 싶지는 않기에 두 사람과 함께 움직였다.

한상혁이 마련했다는 은신처는 제법 몸을 숨기기에 용이한 곳이었다.

커다란 바위틈 사이로 한 사람 겨우 들어갈 정도의 구멍이 나 있고, 입구는 수풀에 절묘하게 가려져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은신처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더욱 놀라고 말았다.

누가 일부러 뚫어 놓은 것처럼 아늑하고 널찍했다.

거기다가 입구를 제외하면 작은 구멍 하나 보이지 않아, 비가 쏟아진다 해도 문제없어 보였다.

“우와…….”

나는 절로 감탄하다가 한상혁과 눈이 마주치자 입을 꾹 다물었다.

조달영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인지, 한상혁에게 질문했다.

“이런 장소는 어떻게 알아낸 거야?”

“김중석을 쫓던 중 우연히 발견했어. 이만하면 하늘마저 내 편을 들어준다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괜히 문제 일으킬 생각 하지 말고, 닥치고 짱박혀 있어. 난 앞으로 이틀만 더 버티면 떠나니까, 그때부터는 알아서 하든지 말든지.”

‘재수 없는 새끼, 말하는 꼬라지 보소.’

“한상혁, 미리 말해두는데, 이딴 걸로 괜한 유세 떨 생각하지 마. 어찌 됐든 네가 배신했다는 사실은 변함없으니까.”

나와 한상혁이 다시금 부딪치자, 조달영은 난색을 표했다.

“에휴, 나는 빠질 테니까, 일단 둘이 대화 좀 나누면서 오해를 풀고 있어. 나는 주변에 쓸 만한 게 있는지 살펴보고 올 테니까.”

말을 마친 조달영이 은신처를 빠져나가고 둘만 남게 되자 정적이 흘렀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낮게 중얼거렸다.

“오해라고? 그 미친년한테 내 위치를 알려줬잖아.”

“나는 네가 병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정상으로 가보라고 했을 뿐이야. 그런데 정말 멍청하게 정상으로 향했다며?”

“변명하지 마, 새끼야. 달영이한테 다 들었어.”

한상혁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최대길, 뭔가 잘못 생각하나 본데, 나는 곧 있으면 너희보다 먼저 자대로 갈 거야. 그럼 자동적으로 너희보다 선임이 되는 거지. 지금이라도 말을 가려 하는 게 좋을 거야.”

“하, 그럼 지금 당장 머리에 고무탄을 꽂아줄까?”

“뭐 그러시든가, 어차피 너 같은 병신은 합격 못하겠지만.”

한상혁이 말을 마치는 순간, 바람구멍 하나 없이 꽉 막힌 동굴 안에 느닷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입구를 등지고 있던 나는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주르륵.

등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에 한 줄기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날 마주 보던 한상혁은 동굴 입구를 바라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오셨습니까. 약속드린 대로 장난감을 대령했습니다.”

‘설마!’

그 순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진짜였구나? 아주 잘했어. 너 진짜 쓸 만하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소위님. 충성!”

한상혁은 내 등 뒤의 인물에게 경례했다.

그 모습에 나는 배신감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한상혁, 너 이 개새끼…….”

“큭큭, 앞으로 선임 될 분한테 말버릇이 안 좋구나. 아니지. 그냥 아저씨가 되겠네. 어차피 탈락해서 일반 부대로 전출 갈 테니까, 큭큭.”

“아, 너희는 탈락하면 일반 부대로 가는 거야?”

“그렇습니다. 병사들은 10주 안에 7일간 생존하거나, 일곱 명을 탈락시켜야 합니다.”

“뭐, 아직 기간은 많이 남았으니까 그동안 재미있게 놀면 되겠네. 내 장.난.감.”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나는 재빨리 몸을 돌려 유미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야, 이 미친 또라이야! 누가 네 장난감이라는 거야?”

“어머, 쏠 테야? 그걸로 나를 어쩔 수 없다는 건 잘 알잖아?”

유미가 기운을 끌어 올리자, 그녀의 주위로 보호막이 펼쳐졌다.

“흥,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지!”

나는 얼른 대검을 꺼내 총구에 장착했다.

그런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유미가 눈에 이채를 띠며 말했다.

“오호, 지난번에 만났을 때랑은 또 달라졌네?”

나는 그녀의 여유로운 모습에 무슨 수를 써도 그녀를 이기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흐흐흐, 미친년한테 몇 번 물렸으니까, 이제 나도 미쳐야지. 안 그래?”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뒈지란 뜻이다!”

나는 유미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호호호, 이런 걸로는 나를 어쩌지 못한다니까. 응?”

순간, 유미는 말을 잇지 못한 채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때, 뒤쪽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큭!”

한상혁이 눈을 부릅뜬 채 나를 노려봤다.

“이틀…….”

한상혁은 복부를 감싸 쥐며 그대로 무너졌다.

내가 유미에게 총을 발사함과 동시에 몸을 돌려 한상혁을 찔렀기 때문이다.

나는 쓰러진 한상혁에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게 배신자의 말로다, 인마.”

“호호호, 아주 재미있네.”

내가 다시 유미를 마주 보며 자세를 잡았으나, 그녀는 아직도 박장대소를 하는 중이었다.

한참 웃어 댄 그녀가 인심 썼다는 표정으로 대검을 꺼내 들었다.

“재밌는 걸 보여줬으니까, 오늘은 편하게 죽여줄게. 그럼 또 봐!”

내 가슴을 노린 대검이 빠르게 날아왔다.

푸욱!

[피격 판정, 즉사.]

이어지는 충격에 나는 그만 정신을 놓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