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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상혁에게 집중됐다.
그러자 한상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의 머릿수는 여덟 명이고, 상대 팀의 수는 우리와 같거나 한 명이 모자랄 거야. 우리 팀이 일곱 명이라면 공격을 택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방어를 택하는 게 나을까? 팀장?”
한상혁의 물음에 김중석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변을 내놓았다.
“그야 당연히 방어하는 게 낫겠지. 수가 적으니까 공격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할 거야.”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지, 한상혁은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만약 내가 팀장이라면, 무조건 공격에 나섰을 거다.”
나는 한상혁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견 김중석의 의견이 타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왜지?”
“교관이 아까 분명히 말했잖아. 제한 시간이 지났을 때, 살아남은 인원이 적은 팀을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이야기를 배배 꼬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봐.”
“큭큭, 너도 참 발전이 없어. 일곱 명의 팀원으로 방어했을 때, 상대 팀 역시 방어만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
한상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무승부나 패배…….”
“그래. 일곱 명인 팀이라면 반드시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상대도 똑같이 일곱이라면 문제없지만, 야간 경계 근무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상대의 인원을 파악하러 움직일 게 빤하지.”
한상혁의 설명에 나를 비롯한 팀원들은 입을 쩍 벌렸다.
“우리 팀은 일단 여덟 명이란 것만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어. 상대도 여덟 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차피 무승부야. 교관은 무승부일 경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잖아?”
녀석의 말을 납득한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으음, 그렇긴 하네.”
“듣고 보니, 깃발을 지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순식간에 팀원들의 의견이 방어를 굳히고 깃발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의를 표하자, 김중석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럼 한상혁의 의견대로 방어하는 데 집중하자.”
방침이 정해지자, 김중석은 전투에 대비해 주의 사항을 전파했다.
“실탄에 비해 고무탄은 비살상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매우 짧은 편이야. 최대 30미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가까이서 제대로 맞으면 기절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으니까, 조심하고.”
“탄 분배는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장비를 챙기며 탄창을 들어 보였다.
탄창은 모두 여덟 개지만, 두 개에만 열두 발씩 들어 있을 뿐이고 나머지 여섯 개는 텅 비어 있었다.
“고민하지 말고, 세 발씩 나누자. 어느 쪽에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한 명에게 몰아 줄 수도 없잖아?”
한상혁은 별것 아닌 일로 고민한다는 듯 가볍게 의견을 내뱉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각 탄창에 세 발씩 넣어서 나눠 가지자.”
두 개의 탄창에서 고무탄 아홉 발씩을 꺼내 배분을 마친 우리는 바로 무전기를 점검했다.
무전기는 담뱃갑 정도의 크기인데, 헬멧에 부착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커넥터와 연결해 따로 조작할 필요 없이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추장스럽지가 않았다.
모든 팀원이 장비를 갖추자 김중석이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가장 중앙에 우리가 현재 위치한 곳을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그 앞으로 세 갈래의 화살표를 그렸는데, 그 끝은 동그라미를 향해 있었다.
“적이 공격할 수 있는 루트는 총 세 곳이야. 우리가 방어 진지로 활용할 수 있는 참호는 교장 각지에 흩어져 있어. 두 명씩 조를 짜는 걸로 하고, 한 조는 여기 남아서 최종 방어선을 맡아줘. 다른 두 조는 좌우로 퍼져서 방어하다가 전투가 발생하면 근처 진지를 지원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척후조로 적의 동태를 전방에서 감시하는 걸로 하자.”
김중석은 빠르게 결정을 내린 뒤, 바로 두 명씩 짝지어 조를 편성했다.
김중석은 한상혁과 함께 최종 방어선을 구축하고, 나와 조달영은 척후를 맡게 됐다.
그리고 남은 네 명은 자연스럽게 좌우의 방어를 맡게 됐다.
“척후조는 적과 마주치면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즉각 통신으로 상황을 알리며 후퇴해. 우리 전략은 한 명이라도 잃으면 안 되는 작전이니까.”
“알겠어.”
“차질 없이 수행하지.”
조 편성 이후엔 통신을 위해 각 조의 명칭을 정했다.
최종 방어선을 맡은 김중석과 한상혁이 알파, 좌측을 맡은 조가 브라보, 우측이 찰리, 나와 조달영은 델타였다.
그때, 훈련 개시를 알리는 방송이 교장에 울려 퍼졌다.
[현 시각부로 야간 전술훈련을 실시한다. 각 교장의 교육생들은 전술 행동을 실시하도록.]
“그럼 오늘은 야간 경계 근무 없이 푹 자보자.”
나와 조달영은 정찰을 위해 조심스럽게 정면으로 걸어 나갔다.
오늘은 달빛이 밝아 시야 확보가 용이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 상대나 똑같은 조건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숨소리를 내는 것까지 조심하며 조용히 걸었다.
한참 앞으로 나아가던 내 귓가에 김중석의 무전이 들려왔다.
[델타, 여기는 알파 1. 방금 시야에서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별문제 없나?]
“여기는 델타 1. 현재까지는 이상 없다.”
[확인. 조심히 움직이도록. 5분 간격으로 통신하겠다.]
“확인.”
김중석과 짧게 통신을 마친 우리는 계속해서 정면을 바라보며 교장을 나아갔다.
그 후로 김중석의 무전이 네 번 더 들어왔을 때, 조달영이 주먹을 쥔 채 들어 올려 정지를 뜻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저 앞이 절반 지점인 모양이다.”
조달영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엔 친절하게도 ‘1㎞ 지점’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그때, 김중석의 다섯 번째 무전이 들려왔다.
[델타, 특이 사항 없나?]
“여기는 델타 1. 현재 1㎞ 지점이라 쓰인 팻말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했다. 현재까지도 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확인.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말고, 매복해 대기할 수 있도록.]
“확인.”
통신을 마친 우리는 김중석의 지시에 따라 근처에 엄폐물을 찾았다.
하지만 나무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우리는 야삽으로 땅을 약간 파내 엎드려 누울 자리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고, 조달영이 경계를 서는 동안 내가 흙을 파냈다.
이윽고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뒤, 김중석의 일곱 번째 통신이 들어온 직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내가 바라보던 방향의 풀숲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재빨리 총구를 겨누며 김중석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50m 전방에서 움직임을 감지했다.”
통신을 접한 조달영은 즉시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확인. 현 위치를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육안으로 적이 확인될 경우 즉각 연락 바람.]
“확인.”
통신을 마쳤을 때, 주시하던 풀숲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움직이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문제는 숫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넷인가…….’
적들은 아직 숨어 있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의 진행 방향은 우리의 정면이었다.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대로 저들과 마주치면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당장 전투를 벌여도 불리한 건 물론이고, 저들이 네 명씩 두 개 조로 움직이는 중이라면 근방에 다른 조가 위치하고 있을 터였다.
그게 아니라 저들은 본대고, 척후조는 이미 우리를 지나쳐 앞서 나간 상황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건 변치 않았다.
나와 조달영의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조달영의 표정을 살피니, 그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 보였다.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현 위치의 우측 전방에서 이동 중인 적 발견. 네 명이다.”
[확인. 적과 대치 중인가?]
“아직. 하지만 적의 이동 방향과 현재 우리 위치가 겹친다.”
[…알겠다. 적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 즉시 후퇴하도록. 전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 두 명 이상의 적을 사살해야 한다.]
“확인.”
통신을 마친 나는 조달영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래?”
“즉시 후퇴하라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을 두 명 이상을 탈락시키고 죽는 것뿐이다.”
“에휴…….”
“고무탄의 최대 사정거리는 30m지만, 빗나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가까이 왔을 때 쏘자.”
“알았어. 네가 먼저 사격하면 호응할게.”
“그래.”
비록 수는 적지만, 아직 위치를 들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조금은 유리했다.
기습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적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달영이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 선두가 고무탄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조달영도 잔뜩 긴장한 모양인지, 그의 몸에서 헌터 특유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적은 여전히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웅크린 자세로 천천히 움직였다.
대략 20m 정도로 거리가 줄어들자, 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그러고 나서 조달영이 공격하는 걸 기다렸다.
30m라도 자신 있지만, 이 정도 거리면 무조건 적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때, 돌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모두 엎드려! 전방에 능력자가 있다!”
이동하던 적의 후미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방비로 움직이던 적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무래도 적 중 누군가가 조달영의 기운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넷이 아니라, 다섯이었나!’
나는 조달영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적의 선두가 엎드린 곳을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으윽!”
내가 쏜 고무탄이 명중했는지,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타앙!
곧이어 조달영도 사격을 개시했고, 우리의 공격에 적이 곧바로 응사해 왔다.
타앙! 타앙!
첫 번째 사격으로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는지, 적의 총알이 정확히 우리가 숨어 있는 구덩이 위를 지나쳤다.
빗나간 총알들이 바닥을 때리고, 그중 몇 발은 아슬아슬하게 내 헬멧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격 판정, 피해 경미.]
헬멧의 센서는 즉각적으로 피해를 계산했고, 나는 관자놀이에서 찌릿하게 전달되는 전류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총구의 화염이 보이는 곳을 노리고 남은 두 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적의 피해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달영은 어떤지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아직 총알이 남았는지 여전히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엎드려 있었다.
잠시 후, 더 이상 적에게서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
‘서로 총알이 다 떨어진 상황…….’
나는 긴장으로 터질 듯 뛰어 대는 심장을 달래며 조심스레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델타 1, 적은 여성 팀이다. 현재 적과 교전 중. 양측 모두 총알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여기는 알파. 델타 1, 지금 즉시 델타 2와 함께 전장을 이탈하라.]
“확인.”
교신을 끝낸 나는 조달영을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적을 향해 총을 겨눈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얼른 포복으로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짝 밀어봤다.
“조달영!”
조달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즉사 판정인가?’
나는 얼른 조달영의 헬멧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아이 실드는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젠장…….’
“달영아! 젠장!”
나는 당장 통신 채널에 정보를 전달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델타 2가 탈락했다.”
[그럼 혼자서라도 전장에서 이탈하도록.]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어느새 적이 주변을 포위했는지, 좌우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대검을 꺼내 총구에 장착했다.
오후에 격투술을 배우긴 했지만, 몸에 익은 것은 아직 총검술이기 때문이었다.
‘휴우, 이렇게 또 죽는 건가.’
나는 먼저 탈락한 조달영의 시신을 바라보며 머지않은 나의 최후를 그려 봤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총에 눈길이 닿았다.
나는 혹시 몰라 조달영의 총을 들어 탄창을 분리해 봤지만,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바로 장전 손잡이를 살짝 당겨 약실을 살펴봤다.
고무탄이 한 발 장전된 걸 발견한 나는 당장 대검을 분리해 조달영의 총에 꽂았다.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겠지.’
나는 반격 자세를 잡으며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적의 발소리가 들렸다.
“뭐야? 낮에 본 약골이잖아? 한 명은 벌써 죽었나 보네. 총알도 다 떨어진 모양이고.”
낮에 나와 시선이 마주친 여성은 밧줄 타기 교장에서 나를 비웃은 사람이었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급히 몸을 돌려 차려 총 자세를 취했다.
“설마 혼자 총검술로 우리 전부를 이길 생각은 아니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봐야지.”
“호호호, 딱 봐도 노말인데… 그냥 포기해. 나 C급 능력자야. 친구가 살아 있다면 모를까, 네가 가능할까?”
오만한 표정으로 깔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유미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방심하기 쉽다는 걸 떠올렸다.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럼 살살 부탁할게.”
포기하는 듯한 내 모습에 그녀는 주위를 포위한 팀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총알 아끼자. 내가 처리할게.”
그녀는 당장 대검을 뽑아 들고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럼 야간 근무 수고해.”
여자가 대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그녀의 머리를 겨냥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너, 설마!”
“그래. 아직 한 발 남았다!”
타앙!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상혁에게 집중됐다.
그러자 한상혁은 비릿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우리 팀의 머릿수는 여덟 명이고, 상대 팀의 수는 우리와 같거나 한 명이 모자랄 거야. 우리 팀이 일곱 명이라면 공격을 택하는 게 나을까, 아니면 방어를 택하는 게 나을까? 팀장?”
한상혁의 물음에 김중석이 잠시 고민하더니 답변을 내놓았다.
“그야 당연히 방어하는 게 낫겠지. 수가 적으니까 공격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생각할 거야.”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지, 한상혁은 가만히 고개를 내저었다.
“만약 내가 팀장이라면, 무조건 공격에 나섰을 거다.”
나는 한상혁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일견 김중석의 의견이 타당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건 왜지?”
“교관이 아까 분명히 말했잖아. 제한 시간이 지났을 때, 살아남은 인원이 적은 팀을 패배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이야기를 배배 꼬지 말고, 알아듣기 쉽게 말해봐.”
“큭큭, 너도 참 발전이 없어. 일곱 명의 팀원으로 방어했을 때, 상대 팀 역시 방어만 한다면 어떻게 될 것 같냐?”
한상혁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며 입꼬리를 올렸다.
“무승부나 패배…….”
“그래. 일곱 명인 팀이라면 반드시 공격에 나설 수밖에 없어. 상대도 똑같이 일곱이라면 문제없지만, 야간 경계 근무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상대의 인원을 파악하러 움직일 게 빤하지.”
한상혁의 설명에 나를 비롯한 팀원들은 입을 쩍 벌렸다.
“우리 팀은 일단 여덟 명이란 것만으로도 유리한 위치에 있어. 상대도 여덟 명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차피 무승부야. 교관은 무승부일 경우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잖아?”
녀석의 말을 납득한 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으음, 그렇긴 하네.”
“듣고 보니, 깃발을 지키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순식간에 팀원들의 의견이 방어를 굳히고 깃발을 지키는 쪽으로 기울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동의를 표하자, 김중석은 최종 결론을 내렸다.
“그럼 한상혁의 의견대로 방어하는 데 집중하자.”
방침이 정해지자, 김중석은 전투에 대비해 주의 사항을 전파했다.
“실탄에 비해 고무탄은 비살상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정거리가 매우 짧은 편이야. 최대 30미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되고, 가까이서 제대로 맞으면 기절할 정도로 큰 충격을 받으니까, 조심하고.”
“탄 분배는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장비를 챙기며 탄창을 들어 보였다.
탄창은 모두 여덟 개지만, 두 개에만 열두 발씩 들어 있을 뿐이고 나머지 여섯 개는 텅 비어 있었다.
“고민하지 말고, 세 발씩 나누자. 어느 쪽에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한 명에게 몰아 줄 수도 없잖아?”
한상혁은 별것 아닌 일로 고민한다는 듯 가볍게 의견을 내뱉었다.
“틀린 말은 아니네. 그럼 각 탄창에 세 발씩 넣어서 나눠 가지자.”
두 개의 탄창에서 고무탄 아홉 발씩을 꺼내 배분을 마친 우리는 바로 무전기를 점검했다.
무전기는 담뱃갑 정도의 크기인데, 헬멧에 부착할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커넥터와 연결해 따로 조작할 필요 없이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거추장스럽지가 않았다.
모든 팀원이 장비를 갖추자 김중석이 바닥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가장 중앙에 우리가 현재 위치한 곳을 동그라미로 표시하고, 그 앞으로 세 갈래의 화살표를 그렸는데, 그 끝은 동그라미를 향해 있었다.
“적이 공격할 수 있는 루트는 총 세 곳이야. 우리가 방어 진지로 활용할 수 있는 참호는 교장 각지에 흩어져 있어. 두 명씩 조를 짜는 걸로 하고, 한 조는 여기 남아서 최종 방어선을 맡아줘. 다른 두 조는 좌우로 퍼져서 방어하다가 전투가 발생하면 근처 진지를 지원하는 게 좋겠어.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은 척후조로 적의 동태를 전방에서 감시하는 걸로 하자.”
김중석은 빠르게 결정을 내린 뒤, 바로 두 명씩 짝지어 조를 편성했다.
김중석은 한상혁과 함께 최종 방어선을 구축하고, 나와 조달영은 척후를 맡게 됐다.
그리고 남은 네 명은 자연스럽게 좌우의 방어를 맡게 됐다.
“척후조는 적과 마주치면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즉각 통신으로 상황을 알리며 후퇴해. 우리 전략은 한 명이라도 잃으면 안 되는 작전이니까.”
“알겠어.”
“차질 없이 수행하지.”
조 편성 이후엔 통신을 위해 각 조의 명칭을 정했다.
최종 방어선을 맡은 김중석과 한상혁이 알파, 좌측을 맡은 조가 브라보, 우측이 찰리, 나와 조달영은 델타였다.
그때, 훈련 개시를 알리는 방송이 교장에 울려 퍼졌다.
[현 시각부로 야간 전술훈련을 실시한다. 각 교장의 교육생들은 전술 행동을 실시하도록.]
“그럼 오늘은 야간 경계 근무 없이 푹 자보자.”
나와 조달영은 정찰을 위해 조심스럽게 정면으로 걸어 나갔다.
오늘은 달빛이 밝아 시야 확보가 용이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나 상대나 똑같은 조건이었다.
우리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숨소리를 내는 것까지 조심하며 조용히 걸었다.
한참 앞으로 나아가던 내 귓가에 김중석의 무전이 들려왔다.
[델타, 여기는 알파 1. 방금 시야에서 두 사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아직 별문제 없나?]
“여기는 델타 1. 현재까지는 이상 없다.”
[확인. 조심히 움직이도록. 5분 간격으로 통신하겠다.]
“확인.”
김중석과 짧게 통신을 마친 우리는 계속해서 정면을 바라보며 교장을 나아갔다.
그 후로 김중석의 무전이 네 번 더 들어왔을 때, 조달영이 주먹을 쥔 채 들어 올려 정지를 뜻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저 앞이 절반 지점인 모양이다.”
조달영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엔 친절하게도 ‘1㎞ 지점’이라는 팻말이 꽂혀 있었다.
그때, 김중석의 다섯 번째 무전이 들려왔다.
[델타, 특이 사항 없나?]
“여기는 델타 1. 현재 1㎞ 지점이라 쓰인 팻말이 보이는 곳까지 이동했다. 현재까지도 적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확인.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움직이지 말고, 매복해 대기할 수 있도록.]
“확인.”
통신을 마친 우리는 김중석의 지시에 따라 근처에 엄폐물을 찾았다.
하지만 나무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게 보이지 않았다.
잠시 고민하던 우리는 야삽으로 땅을 약간 파내 엎드려 누울 자리를 만들자는 결론을 내렸고, 조달영이 경계를 서는 동안 내가 흙을 파냈다.
이윽고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뒤, 김중석의 일곱 번째 통신이 들어온 직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는데, 내가 바라보던 방향의 풀숲이 크게 흔들렸다.
나는 재빨리 총구를 겨누며 김중석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50m 전방에서 움직임을 감지했다.”
통신을 접한 조달영은 즉시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봤다.
[확인. 현 위치를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육안으로 적이 확인될 경우 즉각 연락 바람.]
“확인.”
통신을 마쳤을 때, 주시하던 풀숲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떨어진 곳에서 잔뜩 몸을 움츠린 채 움직이는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문제는 숫자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넷인가…….’
적들은 아직 숨어 있는 우리를 발견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공교롭게도 그들의 진행 방향은 우리의 정면이었다.
긴장감이 스멀스멀 올라오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대로 저들과 마주치면 수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당장 전투를 벌여도 불리한 건 물론이고, 저들이 네 명씩 두 개 조로 움직이는 중이라면 근방에 다른 조가 위치하고 있을 터였다.
그게 아니라 저들은 본대고, 척후조는 이미 우리를 지나쳐 앞서 나간 상황일 수도 있었다.
어찌 됐든 우리에게 불리한 상황이라는 건 변치 않았다.
나와 조달영의 탈락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조달영의 표정을 살피니, 그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는 듯 보였다.
나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춰 무전으로 상황을 전파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현 위치의 우측 전방에서 이동 중인 적 발견. 네 명이다.”
[확인. 적과 대치 중인가?]
“아직. 하지만 적의 이동 방향과 현재 우리 위치가 겹친다.”
[…알겠다. 적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다면 즉시 후퇴하도록. 전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최소 두 명 이상의 적을 사살해야 한다.]
“확인.”
통신을 마친 나는 조달영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래?”
“즉시 후퇴하라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적을 두 명 이상을 탈락시키고 죽는 것뿐이다.”
“에휴…….”
“고무탄의 최대 사정거리는 30m지만, 빗나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가까이 왔을 때 쏘자.”
“알았어. 네가 먼저 사격하면 호응할게.”
“그래.”
비록 수는 적지만, 아직 위치를 들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가 조금은 유리했다.
기습을 통해 최대한 많은 적을 쓰러트려야만 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조달영이 방아쇠를 당기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의 선두가 고무탄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섰다.
‘한 걸음, 한 걸음만 더.’
조달영도 잔뜩 긴장한 모양인지, 그의 몸에서 헌터 특유의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적은 여전히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웅크린 자세로 천천히 움직였다.
대략 20m 정도로 거리가 줄어들자, 나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쳤다.
그러고 나서 조달영이 공격하는 걸 기다렸다.
30m라도 자신 있지만, 이 정도 거리면 무조건 적을 맞출 수 있을 터였다.
그런데 그때, 돌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모두 엎드려! 전방에 능력자가 있다!”
이동하던 적의 후미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무방비로 움직이던 적들이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아무래도 적 중 누군가가 조달영의 기운을 감지한 모양이었다.
‘넷이 아니라, 다섯이었나!’
나는 조달영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적의 선두가 엎드린 곳을 노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으윽!”
내가 쏜 고무탄이 명중했는지, 짧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타앙!
곧이어 조달영도 사격을 개시했고, 우리의 공격에 적이 곧바로 응사해 왔다.
타앙! 타앙!
첫 번째 사격으로 위치가 드러나고 말았는지, 적의 총알이 정확히 우리가 숨어 있는 구덩이 위를 지나쳤다.
빗나간 총알들이 바닥을 때리고, 그중 몇 발은 아슬아슬하게 내 헬멧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격 판정, 피해 경미.]
헬멧의 센서는 즉각적으로 피해를 계산했고, 나는 관자놀이에서 찌릿하게 전달되는 전류에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총구의 화염이 보이는 곳을 노리고 남은 두 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적의 피해 상황은 확인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나는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조달영은 어떤지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렸는데, 그는 아직 총알이 남았는지 여전히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눈 채 엎드려 있었다.
잠시 후, 더 이상 적에게서 총알이 날아오지 않았다.
‘서로 총알이 다 떨어진 상황…….’
나는 긴장으로 터질 듯 뛰어 대는 심장을 달래며 조심스레 무전을 보냈다.
“여기는 델타 1, 적은 여성 팀이다. 현재 적과 교전 중. 양측 모두 총알을 모두 소진한 상태다.”
[여기는 알파. 델타 1, 지금 즉시 델타 2와 함께 전장을 이탈하라.]
“확인.”
교신을 끝낸 나는 조달영을 바라봤지만, 그는 여전히 적을 향해 총을 겨눈 자세로 엎드려 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얼른 포복으로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살짝 밀어봤다.
“조달영!”
조달영은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즉사 판정인가?’
나는 얼른 조달영의 헬멧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아이 실드는 시커멓게 물들어 있었다.
‘젠장…….’
“달영아! 젠장!”
나는 당장 통신 채널에 정보를 전달했다.
“알파, 여기는 델타 1. 델타 2가 탈락했다.”
[그럼 혼자서라도 전장에서 이탈하도록.]
“그건 어려울 것 같다.”
어느새 적이 주변을 포위했는지, 좌우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나는 대검을 꺼내 총구에 장착했다.
오후에 격투술을 배우긴 했지만, 몸에 익은 것은 아직 총검술이기 때문이었다.
‘휴우, 이렇게 또 죽는 건가.’
나는 먼저 탈락한 조달영의 시신을 바라보며 머지않은 나의 최후를 그려 봤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총에 눈길이 닿았다.
나는 혹시 몰라 조달영의 총을 들어 탄창을 분리해 봤지만, 역시나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바로 장전 손잡이를 살짝 당겨 약실을 살펴봤다.
고무탄이 한 발 장전된 걸 발견한 나는 당장 대검을 분리해 조달영의 총에 꽂았다.
‘한 놈이라도 더 데려갈 수 있겠지.’
나는 반격 자세를 잡으며 구덩이에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때, 가까운 곳에서 적의 발소리가 들렸다.
“뭐야? 낮에 본 약골이잖아? 한 명은 벌써 죽었나 보네. 총알도 다 떨어진 모양이고.”
낮에 나와 시선이 마주친 여성은 밧줄 타기 교장에서 나를 비웃은 사람이었다.
나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급히 몸을 돌려 차려 총 자세를 취했다.
“설마 혼자 총검술로 우리 전부를 이길 생각은 아니지?”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봐야지.”
“호호호, 딱 봐도 노말인데… 그냥 포기해. 나 C급 능력자야. 친구가 살아 있다면 모를까, 네가 가능할까?”
오만한 표정으로 깔보는 듯한 그녀의 태도에 나는 유미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런 성격을 가진 사람은 방심하기 쉽다는 걸 떠올렸다.
“하아, 어쩔 수 없지. 그럼 살살 부탁할게.”
포기하는 듯한 내 모습에 그녀는 주위를 포위한 팀원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총알 아끼자. 내가 처리할게.”
그녀는 당장 대검을 뽑아 들고는 내 쪽으로 걸어왔다.
“그럼 야간 근무 수고해.”
여자가 대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 나는 재빨리 그녀의 머리를 겨냥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너, 설마!”
“그래. 아직 한 발 남았다!”
타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