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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7생활관 인원은 여덟 명이기에 240㎏짜리 목봉 옆으로 이동했다.
“지금부터 목봉 체조를 실시한다. 준비.”
“준비!”
박은우 중위의 구령이 떨어지자, 교육생들은 자리에 앉아 목봉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설프게나마 자세를 잡았다.
“목봉 들어.”
“목봉 들어!”
“끄으으!”
손끝에서 허리를 타고 하체까지 전달되는 엄청난 무게에 이를 악물고 힘을 주느라 저절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건 기존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능력자인 조달영조차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도저히 들어 올리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묵직한 목봉은 천천히 머리 위를 향해 움직였다.
‘으아, 이걸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
나는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들고 있는 것만으로 양팔이 부들거리는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목봉을 지탱하는 팔에서 힘을 조금 빼고 머리 위에 올려놨는데, 엄청난 통증이 정수리에서 느껴졌다.
그냥 맨몸으로 목봉을 들어도 한 사람당 30㎏씩이었다.
그런데 40㎏의 중량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들어 올려야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닌 듯 박은우 중위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자세로 앉았다 일어납니다. 하나에 생즉필사, 둘에 사즉필생. 하나.”
“생…즉…필…사!”
“둘.”
“사…즉…필…생!”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데, 박은우 중위는 앉은 자세에서 구령을 멈추고 교육생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외쳤다.
“너희는 모두 경쟁자다. 살고 싶으면 경쟁자를 탈락시켜라. 그래야 살 수 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지금 너희의 주변에 있는 교육생이 너희를 탈락시킬 거다.”
팔은 떨리고, 다리는 터질 것 같았다.
엄청난 무게를 들어 올리려고 힘을 끌어내다 보니, 아침에 식사를 너무 많이 먹은 게 독이 되고 말았다.
용을 쓸 때마다 목구멍까지 음식물이 올라오려 했다.
계속해서 신물이 올라오자 나중에는 두통까지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머리 위에 들린 목봉을 던져 버리고 싶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 포기할 법도 한데, 다들 악착같이 버텼다.
“포기하고 싶나? 포기하는 순간 나약한 상태로 남겨질 테고, 경쟁자는 너희보다 강해질 거다. 그리고 결국 탈락되겠지.”
그 후로도 목봉 체조는 자세를 바꿔가며 강도를 더해갔다.
머리 위로 넘기는 훈련, 가슴에 앉고 누워서 윗몸 일으키기 등 두 시간가량의 훈련을 더 받은 후에야 끝이 났다.
“10분간 휴식. 잠시 후 이곳에서 식사하고 다음 교장으로 이동한다.”
“으아아…….”
엄청난 무게의 목봉에서 해방된 나는 자리에 주저앉자 몸이 바닥을 뚫고 가라앉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기진맥진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해방을 기뻐하는 안도의 한숨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게, 해가 지려는 건 아닐까 착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오전 훈련이 끝났을 뿐이라는 사실에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이럴 때, 형님이 옆에 있었다면 좋을 텐데.’
잠시 후, 점심 식사로 전투식량이 지급됐다.
훈련소에서 한 번 먹어본 적 있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심한 훈련 탓에 속이 불편해서 그런지,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으, 전투식량은 대체 무슨 맛으로 먹으라는 거야?”
내가 먹는 둥 마는 둥하자, 김중석이 다시 한 번 충고를 건넸다.
“잘 먹어둬. 오후는 체력 훈련이니까.”
“아, 응.”
아침 식사 때 그의 말을 안 들었다가 오전 내내 힘들었다.
나는 맛없는 전투식량을 꾸역꾸역 입에 쑤셔 넣었다.
꿀 같은 휴식이 지나가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김중석의 말처럼 체력 훈련 교장이었다.
교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사각형의 구조물이었다.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곳에 작은 종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로프 끈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마 로프를 타고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오면 되는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기초 체력 훈련을 실시한다. 기초 체력 훈련은 11미터 밧줄 타기, 레그턱, 전장 순환 운동, 240미터 왕복 달리기, 5㎞ 산악 뜀걸음까지 총 여섯 개의 코스를 통과하는 것이다. 각 코스마다 팀원이 전부 통과해야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박은우 중위의 뒤로 보이는 교장을 살펴보다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게 기초 체력 훈련이라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지만, 이어지는 박은우 중위의 말은 더욱 무시무시했다.
“여섯 코스를 모두 통과한 팀은 즉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만 꼴찌로 통과하는 팀은 휴식 없이 보충 훈련을 실시하겠다.”
보충 훈련이란 말에 교육생들의 전의가 불타올랐다.
“밧줄 타기 훈련은 말 그대로 앞에 보이는 밧줄을 타고 올라가 11미터 높이 위에 있는 종을 치고 내려오면 된다. 만약 밧줄에 오르지 못할 경우, 1분간 밧줄에 매달려 버티는 것으로 대신한다.”
박은우 중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두 팀의 첫 주자들이 밧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우리 팀의 선발 주자는 김중석이었다.
그는 가뿐하게 11미터 높이의 밧줄을 타고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왔다.
맨몸으로도 힘들어 보이는데, 중량 장비까지 착용한 상태로 끝까지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다른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무리 없이 밧줄 끝에 있는 종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팀이 비슷한 속도로 밧줄 타기를 통과했다.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한 조달영도 큰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밧줄을 올랐다.
그가 종을 치고 내려오고,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때부터 다른 팀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태어나 밧줄 타기는 처음 해보는데다, 중량 장비까지 달고 있으니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마저도 중간쯤 올라갔을 때부터 줄에 매달려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밧줄을 붙들고 버티는데, 옆에서 줄을 타고 올라가던 교육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밧줄에 매달린 나를 보며 코웃음을 흘렸다.
“우이 씨!”
그녀의 말없는 비웃음에 나는 이를 악물고 밧줄을 오르려 했으나,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그녀가 내려가는 것으로 밧줄을 오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다른 팀들은 밧줄 타기를 지나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는 의미였다.
“대길아, 조금만 더 버텨.”
종을 치지 못하고 1분 버티기로 훈련을 마친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중석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나를 위로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 그것보다 기다려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군.”
그의 말에 밧줄을 바라보자, 한상혁이 나와 마찬가지로 밧줄에 매달린 채 버티는 걸 볼 수 있었다.
한상혁이 1분을 버티고 내려와 다음 코스로 이동했지만, 다음 교장에 남아 있는 팀은 하나도 없었다.
이미 다른 팀과의 격차는 한참 벌어져 있었다.
조교는 뒤늦게 도착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레그턱에 대해 설명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레그턱은 철봉에 매달린 상태에서 무릎을 들어 올려 팔꿈치에 닿는 걸로 1회로, 총 25회 반복한다. 다시 무릎을 내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으면 카운트는 인정되지 않는다.”
설명이 끝나자 김중석이 곧바로 철봉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가볍게 동작을 반복했지만, 횟수가 20회에 가까워지자 점점 느려졌다.
그래도 그는 중간에 쉬지 않고 25회를 반복한 뒤, 철봉에서 내려왔다.
조달영은 이번에도 기존의 교육생들처럼 무리 없이 레그턱 25회를 반복했다.
차례가 돌아오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철봉 앞으로 향했다.
나는 심호흡과 함께 철봉에 매달렸다.
그러고 나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하복부의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흐읍!”
오로지 복근에만 의존해 하체를 들어 올려야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철봉을 잡은 두 손에 점점 힘이 풀려 당장에라도 포기하고 싶지만, 더 이상 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밧줄 타기에서 지연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거북이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느려 보일 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다음 주자는 한상혁이었는데, 녀석도 낑낑대며 레그턱을 마쳤다.
다음 코스는 전장 순환 훈련이었다.
이번 훈련은 팀 전원이 동시에 실시하는 코스라, 우리 팀은 조교의 설명을 듣지 않고 김중석의 뒤를 따라 죽어라 달렸다.
이미 레그턱 코스를 먼저 통과한 다른 팀들이 다음 코스로 이동 준비를 마친 상태라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5미터를 전력 질주한 다음, 손을 땅에 짚고 곰이 달리듯 다음 목표까지 네발로 뛰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는 베어 워크 동작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음 지점에 도착해서는 지그재그로 달렸다.
그러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를 가정해 바닥에 놓인 쌀가마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렸다.
마지막은 탄약통을 양손에 들고 달리는 것이었다.
내가 막 탄약통을 들어 올렸을 때, 우리 팀의 선두인 조달영이 골을 통과했다.
그 뒤를 이어 간발의 차로 김중석이 골 지점을 지나쳤다.
팀의 꼴찌는 나와 한상혁이 맡았다.
우리 둘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지만, 기록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뒤처졌다.
그로 인해 다른 팀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뿐이었다.
간신히 코스들을 통과해 마지막인 산악 뜀걸음 코스에 진입했지만, 이미 눈에 보이는 교육생은 아무도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조교가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설명을 늘어놓았다.
“산악 뜀걸음은 2.5㎞를 달려 산 정상을 찍고 현 위치로 돌아오면 통과다. 마지막 팀원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기준으로 꼴지를 정한다.”
“뛰어!”
김중석의 외침에 팀원들이 산을 올랐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다른 팀원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했다.
“힘내. 여기서 잘하면 앞서간 팀을 따라잡을 수 있어.”
김중석의 독려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다리는 바르르 떨리고, 땀을 너무 흘린 탓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버티자. 더 이상 뒤처질 수는 없어. 악으로, 깡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묵묵히 발을 옮겨 보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멈춰 서고 말았다.
내가 너무 지쳐 고개를 들지 못하자, 김중석은 페이스를 내 속도에 맞추자 제안했다.
우리 팀은 정상을 찍고 돌아가는 다른 열한 개 팀을 모두 만난 뒤, 한참 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반환점에 도착했다.
그때, 기이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지진이 난 듯 땅이 세차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 산꼭대기였는데, 어느새 눈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한 건 강물이 푸르지 않고, 누런빛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멀지 않은 곳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보이기에 나는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다리의 통증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다리 근처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다리 앞에는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특이하게 한복을 입고 있었다.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어릴 적 돌아가셨다는 외할아버지를 닮았다.
“할아버지?”
“어여 와.”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할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 물음에 외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할배랑 같이 가자.”
“네? 어디를요?”
외할아버지는 손가락을 들어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강 너머를 바라봤다.
“저기로 가자고요?”
외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아당겨 이끌었고, 우리는 어느새 절반 정도 다리를 건넜다.
그러자 푸르던 하늘이 갑자기 검게 물들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잠시 후, 폭우를 뚫고 누군가가 강 건너편에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곱게 차려 입은 한복에 대비녀를 머리에 꽂은 여자였다.
가만 보면 묘하게 어머니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뜸 할아버지를 향해 호통쳤다.
“이 망할 영감탱이야, 당장 그 손 못 놓나!”
여자의 말투가 굉장히 익숙했다.
“외할머니?”
내 질문에 외할머니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강아지. 잘 있었나? 그동안 많이 컸네.”
“진짜 할머니세요?”
“그래, 욘석아. 할매다. 느그 할배 손 놓고 얼른 돌아가그라. 여기는 아직 네가 올 곳이 아이다. 당신도 당장 그 손 놓지 못하겠는교!”
외할머니가 팔까지 걷어붙이며 화를 내자 외할아버지가 움찔했다.
그러고 나서 아쉽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내 손을 놓고 외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그라. 다시는 여기 오면 안 된데이. 할매가 보고 싶어도 두 번 다시는 여기 와선 안 된데이.”
그 말을 끝으로 두 분의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다가 사라졌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아, 대길아!”
7생활관 인원은 여덟 명이기에 240㎏짜리 목봉 옆으로 이동했다.
“지금부터 목봉 체조를 실시한다. 준비.”
“준비!”
박은우 중위의 구령이 떨어지자, 교육생들은 자리에 앉아 목봉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설프게나마 자세를 잡았다.
“목봉 들어.”
“목봉 들어!”
“끄으으!”
손끝에서 허리를 타고 하체까지 전달되는 엄청난 무게에 이를 악물고 힘을 주느라 저절로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건 기존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능력자인 조달영조차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앓는 소리를 내뱉었다.
도저히 들어 올리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묵직한 목봉은 천천히 머리 위를 향해 움직였다.
‘으아, 이걸 어떻게 버티라는 거야!’
나는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삼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들고 있는 것만으로 양팔이 부들거리는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목봉을 지탱하는 팔에서 힘을 조금 빼고 머리 위에 올려놨는데, 엄청난 통증이 정수리에서 느껴졌다.
그냥 맨몸으로 목봉을 들어도 한 사람당 30㎏씩이었다.
그런데 40㎏의 중량 장비를 착용한 상태에서 들어 올려야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닌 듯 박은우 중위가 어처구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 자세로 앉았다 일어납니다. 하나에 생즉필사, 둘에 사즉필생. 하나.”
“생…즉…필…사!”
“둘.”
“사…즉…필…생!”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데, 박은우 중위는 앉은 자세에서 구령을 멈추고 교육생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외쳤다.
“너희는 모두 경쟁자다. 살고 싶으면 경쟁자를 탈락시켜라. 그래야 살 수 있다. 내가 죽이지 않으면 지금 너희의 주변에 있는 교육생이 너희를 탈락시킬 거다.”
팔은 떨리고, 다리는 터질 것 같았다.
엄청난 무게를 들어 올리려고 힘을 끌어내다 보니, 아침에 식사를 너무 많이 먹은 게 독이 되고 말았다.
용을 쓸 때마다 목구멍까지 음식물이 올라오려 했다.
계속해서 신물이 올라오자 나중에는 두통까지 느껴졌다.
당장에라도 머리 위에 들린 목봉을 던져 버리고 싶었다.
이쯤 되면 누군가 포기할 법도 한데, 다들 악착같이 버텼다.
“포기하고 싶나? 포기하는 순간 나약한 상태로 남겨질 테고, 경쟁자는 너희보다 강해질 거다. 그리고 결국 탈락되겠지.”
그 후로도 목봉 체조는 자세를 바꿔가며 강도를 더해갔다.
머리 위로 넘기는 훈련, 가슴에 앉고 누워서 윗몸 일으키기 등 두 시간가량의 훈련을 더 받은 후에야 끝이 났다.
“10분간 휴식. 잠시 후 이곳에서 식사하고 다음 교장으로 이동한다.”
“으아아…….”
엄청난 무게의 목봉에서 해방된 나는 자리에 주저앉자 몸이 바닥을 뚫고 가라앉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기진맥진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해방을 기뻐하는 안도의 한숨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게, 해가 지려는 건 아닐까 착각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겨우 오전 훈련이 끝났을 뿐이라는 사실에 여전히 마음이 무거웠다.
‘이럴 때, 형님이 옆에 있었다면 좋을 텐데.’
잠시 후, 점심 식사로 전투식량이 지급됐다.
훈련소에서 한 번 먹어본 적 있지만,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게다가 심한 훈련 탓에 속이 불편해서 그런지, 목구멍으로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으, 전투식량은 대체 무슨 맛으로 먹으라는 거야?”
내가 먹는 둥 마는 둥하자, 김중석이 다시 한 번 충고를 건넸다.
“잘 먹어둬. 오후는 체력 훈련이니까.”
“아, 응.”
아침 식사 때 그의 말을 안 들었다가 오전 내내 힘들었다.
나는 맛없는 전투식량을 꾸역꾸역 입에 쑤셔 넣었다.
꿀 같은 휴식이 지나가고,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김중석의 말처럼 체력 훈련 교장이었다.
교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사각형의 구조물이었다.
10미터는 족히 넘어 보이는 곳에 작은 종이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로프 끈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아마 로프를 타고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오면 되는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기초 체력 훈련을 실시한다. 기초 체력 훈련은 11미터 밧줄 타기, 레그턱, 전장 순환 운동, 240미터 왕복 달리기, 5㎞ 산악 뜀걸음까지 총 여섯 개의 코스를 통과하는 것이다. 각 코스마다 팀원이 전부 통과해야 다음 코스로 이동할 수 있다.”
나는 박은우 중위의 뒤로 보이는 교장을 살펴보다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이게 기초 체력 훈련이라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지경이지만, 이어지는 박은우 중위의 말은 더욱 무시무시했다.
“여섯 코스를 모두 통과한 팀은 즉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지만 꼴찌로 통과하는 팀은 휴식 없이 보충 훈련을 실시하겠다.”
보충 훈련이란 말에 교육생들의 전의가 불타올랐다.
“밧줄 타기 훈련은 말 그대로 앞에 보이는 밧줄을 타고 올라가 11미터 높이 위에 있는 종을 치고 내려오면 된다. 만약 밧줄에 오르지 못할 경우, 1분간 밧줄에 매달려 버티는 것으로 대신한다.”
박은우 중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열두 팀의 첫 주자들이 밧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우리 팀의 선발 주자는 김중석이었다.
그는 가뿐하게 11미터 높이의 밧줄을 타고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왔다.
맨몸으로도 힘들어 보이는데, 중량 장비까지 착용한 상태로 끝까지 올라가 종을 치고 내려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건 다른 교육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조금씩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들 무리 없이 밧줄 끝에 있는 종을 울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모든 팀이 비슷한 속도로 밧줄 타기를 통과했다.
처음으로 훈련에 참가한 조달영도 큰 덩치가 무색할 정도로 가볍게 밧줄을 올랐다.
그가 종을 치고 내려오고, 드디어 내 차례가 돌아왔다.
그때부터 다른 팀과의 격차가 벌어졌다.
태어나 밧줄 타기는 처음 해보는데다, 중량 장비까지 달고 있으니 속도가 매우 느렸다.
그마저도 중간쯤 올라갔을 때부터 줄에 매달려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밧줄을 붙들고 버티는데, 옆에서 줄을 타고 올라가던 교육생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밧줄에 매달린 나를 보며 코웃음을 흘렸다.
“우이 씨!”
그녀의 말없는 비웃음에 나는 이를 악물고 밧줄을 오르려 했으나, 의미 없는 발버둥에 불과했다.
그녀가 내려가는 것으로 밧줄을 오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건 다른 팀들은 밧줄 타기를 지나 다음 코스로 이동했다는 의미였다.
“대길아, 조금만 더 버텨.”
종을 치지 못하고 1분 버티기로 훈련을 마친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팀원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중석이 내 어깨를 툭, 치며 나를 위로했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지. 그것보다 기다려야 할 사람이 하나 더 있군.”
그의 말에 밧줄을 바라보자, 한상혁이 나와 마찬가지로 밧줄에 매달린 채 버티는 걸 볼 수 있었다.
한상혁이 1분을 버티고 내려와 다음 코스로 이동했지만, 다음 교장에 남아 있는 팀은 하나도 없었다.
이미 다른 팀과의 격차는 한참 벌어져 있었다.
조교는 뒤늦게 도착한 우리에게 다시 한 번 레그턱에 대해 설명하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했다.
“레그턱은 철봉에 매달린 상태에서 무릎을 들어 올려 팔꿈치에 닿는 걸로 1회로, 총 25회 반복한다. 다시 무릎을 내렸을 때, 발바닥이 땅에 닿으면 카운트는 인정되지 않는다.”
설명이 끝나자 김중석이 곧바로 철봉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가볍게 동작을 반복했지만, 횟수가 20회에 가까워지자 점점 느려졌다.
그래도 그는 중간에 쉬지 않고 25회를 반복한 뒤, 철봉에서 내려왔다.
조달영은 이번에도 기존의 교육생들처럼 무리 없이 레그턱 25회를 반복했다.
차례가 돌아오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철봉 앞으로 향했다.
나는 심호흡과 함께 철봉에 매달렸다.
그러고 나서 다리를 들어 올리는 순간, 하복부의 근육이 찢어질 듯 아파왔다.
“흐읍!”
오로지 복근에만 의존해 하체를 들어 올려야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표정이 일그러질 수밖에.
철봉을 잡은 두 손에 점점 힘이 풀려 당장에라도 포기하고 싶지만, 더 이상 팀에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밧줄 타기에서 지연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젖 먹던 힘을 다해 다리를 들어 올렸다.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거북이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느려 보일 테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
다음 주자는 한상혁이었는데, 녀석도 낑낑대며 레그턱을 마쳤다.
다음 코스는 전장 순환 훈련이었다.
이번 훈련은 팀 전원이 동시에 실시하는 코스라, 우리 팀은 조교의 설명을 듣지 않고 김중석의 뒤를 따라 죽어라 달렸다.
이미 레그턱 코스를 먼저 통과한 다른 팀들이 다음 코스로 이동 준비를 마친 상태라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5미터를 전력 질주한 다음, 손을 땅에 짚고 곰이 달리듯 다음 목표까지 네발로 뛰었다.
평소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는 베어 워크 동작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음 지점에 도착해서는 지그재그로 달렸다.
그러고 나서 부상당한 병사를 가정해 바닥에 놓인 쌀가마니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렸다.
마지막은 탄약통을 양손에 들고 달리는 것이었다.
내가 막 탄약통을 들어 올렸을 때, 우리 팀의 선두인 조달영이 골을 통과했다.
그 뒤를 이어 간발의 차로 김중석이 골 지점을 지나쳤다.
팀의 꼴찌는 나와 한상혁이 맡았다.
우리 둘은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했지만, 기록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뒤처졌다.
그로 인해 다른 팀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뿐이었다.
간신히 코스들을 통과해 마지막인 산악 뜀걸음 코스에 진입했지만, 이미 눈에 보이는 교육생은 아무도 없었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데, 조교가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설명을 늘어놓았다.
“산악 뜀걸음은 2.5㎞를 달려 산 정상을 찍고 현 위치로 돌아오면 통과다. 마지막 팀원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기준으로 꼴지를 정한다.”
“뛰어!”
김중석의 외침에 팀원들이 산을 올랐다.
하지만 이미 지칠 대로 지친 나는 다른 팀원들의 속도에 맞추지 못했다.
“힘내. 여기서 잘하면 앞서간 팀을 따라잡을 수 있어.”
김중석의 독려에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이미 체력의 한계를 느꼈다.
다리는 바르르 떨리고, 땀을 너무 흘린 탓에 어지럽기까지 했다.
‘버티자. 더 이상 뒤처질 수는 없어. 악으로, 깡으로!’
마음을 굳게 먹고 다시 묵묵히 발을 옮겨 보지만, 몇 걸음 가지 못해 멈춰 서고 말았다.
내가 너무 지쳐 고개를 들지 못하자, 김중석은 페이스를 내 속도에 맞추자 제안했다.
우리 팀은 정상을 찍고 돌아가는 다른 열한 개 팀을 모두 만난 뒤, 한참 더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반환점에 도착했다.
그때, 기이한 감각이 나를 덮쳤다.
지진이 난 듯 땅이 세차게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주변 풍경이 변했다.
방금 전까지 산꼭대기였는데, 어느새 눈앞으로 강이 흐르고 있었다.
이상한 건 강물이 푸르지 않고, 누런빛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멀지 않은 곳엔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보이기에 나는 강가를 따라 천천히 걸었다.
거짓말처럼 몸이 가볍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던 다리의 통증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다리 근처에 도착했을 때,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가자.”
어느새 나타났는지, 다리 앞에는 어떤 남자가 서 있었다.
그는 특이하게 한복을 입고 있었다.
남자를 자세히 살펴보니, 내가 어릴 적 돌아가셨다는 외할아버지를 닮았다.
“할아버지?”
“어여 와.”
나는 외할아버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할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이세요?”
내 물음에 외할아버지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할배랑 같이 가자.”
“네? 어디를요?”
외할아버지는 손가락을 들어 강 건너편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돌려 강 너머를 바라봤다.
“저기로 가자고요?”
외할아버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외할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손에서 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는 내 손을 잡아당겨 이끌었고, 우리는 어느새 절반 정도 다리를 건넜다.
그러자 푸르던 하늘이 갑자기 검게 물들더니, 천둥 번개가 치고, 폭우가 쏟아졌다.
잠시 후, 폭우를 뚫고 누군가가 강 건너편에 걸어오는 게 보였다.
곱게 차려 입은 한복에 대비녀를 머리에 꽂은 여자였다.
가만 보면 묘하게 어머니를 닮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대뜸 할아버지를 향해 호통쳤다.
“이 망할 영감탱이야, 당장 그 손 못 놓나!”
여자의 말투가 굉장히 익숙했다.
“외할머니?”
내 질문에 외할머니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강아지. 잘 있었나? 그동안 많이 컸네.”
“진짜 할머니세요?”
“그래, 욘석아. 할매다. 느그 할배 손 놓고 얼른 돌아가그라. 여기는 아직 네가 올 곳이 아이다. 당신도 당장 그 손 놓지 못하겠는교!”
외할머니가 팔까지 걷어붙이며 화를 내자 외할아버지가 움찔했다.
그러고 나서 아쉽다는 듯 나를 바라보다가 내 손을 놓고 외할머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외할머니는 외할아버지와 함께 나를 바라보고 손을 흔들었다.
“얼른 가그라. 다시는 여기 오면 안 된데이. 할매가 보고 싶어도 두 번 다시는 여기 와선 안 된데이.”
그 말을 끝으로 두 분의 형체가 점점 흐릿해지다가 사라졌다.
그때, 누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아, 대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