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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어느덧 훈련 과정도 2주 차에 접어들며 어렵게만 느껴지던 제식이 몸에 익어갈 무렵, 나는 새로운 난관을 마주했다.

“오늘부터 여러분이 일주일간 훈련할 과정은 총검술로, 총 서른일곱 개 동작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금부터 본 교관이 시범을 보이도록 하겠습니다.”

단상에 오른 강기오 중사는 총구에 대검을 장착한 뒤, 절도 있는 동작으로 총검술을 선보였다.

딱, 따닥, 따닥닥.

막힘없이 이어지는 현란한 동작에 총이 딱딱거리는 소리까지 더해지자, 600여 명에 이르는 훈련병들은 넋을 놓고 빠져들었다.

순식간에 시범이 끝났지만, 나는 강기오 중사가 무슨 동작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기억할 수 없었다.

그저 그의 동작이 멋있다는 것 정도만 기억에 남았다.

시범을 마친 강기오 중사는 단상 위에 선 채 질문을 던졌다.

“만약 작전 중에 총검술을 익힌 병사와 익히지 않은 병사가 적으로 마주쳤을 때,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합니까? 173번 훈련병.”

“네! 173번 훈련병, 최대길!”

“어느 쪽이 이길 것 같습니까?”

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총검술을 익힌 쪽이 유리하기 때문이었다.

“총검술을 익힌 병사가 이길 것 같습니다!”

“틀렸습니다. 총알이 남아 있는 쪽이 이깁니다.”

나는 난센스 퀴즈 같은 답에 절로 인상을 찌푸려졌다.

하지만 강기오 중사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내게 시선을 거두며 훈련병들을 훑어보며 설명을 이어 나갔다.

“교관은 여러분과 농담 따먹기를 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총검술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개인 화기의 사정거리가 늘어나고 정확도가 높아져 현대전에서 백병전이 발생할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나는 강기오 중사의 설명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런 거라면 굳이 일주일이나 총검술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때, 강기오 중사가 다시 나를 불렀다.

“173번 훈련병.”

“네! 173번 훈련병, 최대길!”

“이번엔 다른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몬스터 토벌 작전에 투입돼 몬스터 무리와 전투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몬스터의 수가 많아 제군은 탄을 모두 소모한 상황입니다. 그럴 경우, 총검술을 익힌 것과 익히지 않은 것에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까?”

‘아, 몬스터가 있었지.’

나는 이마를 탁, 치고 싶은 충동을 꾹 참으며 대답했다.

“네! 총검술을 익힌 쪽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틀렸습니다.”

‘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강기오 중사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답변이 가관이었다.

“본 교관이 봤을 때, 173번 훈련병은 총검술을 익힘에 상관없이 몬스터에게 살해당할 것 같습니다.”

“푸하하!”

“으하하!”

강기오 중사의 말에 훈련병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강기오 중사는 좌중을 노려보며 호통쳤다.

“누가 교육 중에 웃습니까! 173번 훈련병뿐만이 아닙니다. 여기 있는 인원 중에 몬스터와 직접 싸워본 사람이 있습니까? 대부분이 몬스터와 마주치자마자 죽고 말 겁니다.”

강기오 중사는 으르렁거리듯 노려보며 햇병아리에 불과한 훈련병들을 압박했다.

“아주 오랫동안 훈련받은 정예병이라 하더라도 몬스터와 대치했을 때 목숨을 장담하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지금 웃는 인원들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에 웃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연병장은 쥐 죽은 듯 고요했다.

“전체, 엎드려.”

“엎드려!”

“일어서.”

“일어서!”

“절대 교육 중에 치아를 보이지 않습니다. 알겠습니까?”

“알겠습니다!”

훈련병들의 입을 틀어막은 강기오 중사가 다시 나를 노려보며 질문을 던졌다.

“173번 훈련병, 교관의 말이 틀렸습니까?”

“173번 훈련병, 최대길! 아닙니다!”

그는 내 대답이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이쯤 되니 그가 원하는 답을 찾기 전까지 얼차려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럼 몬스터와 대치하면, 그냥 죽겠다는 겁니까?”

내가 우물쭈물하며 대답하지 못하자, 강기오 중사는 훈련병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어쩌면 그가 원하던 대답은 나의 의견이 아니라 침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자대로 배치돼 복무하는 동안 여러분은 몬스터 토벌 작전에 동원될 겁니다. 이번 교육의 목적은 제군들이 앞으로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 말에 나는 기가 찰 따름이었다.

고작 그걸 설명하기 위해 스무고개 하듯 내게 질문을 던졌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강기오 중사는 내가 불만을 품고 속으로 씩씩거리든 말든 꿋꿋이 설명을 이어 나갔다.

“물론 일주일이란 짧은 시간 내에 총검술을 마스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자기 한 몸 지킬 수 있을 정도로는 습득하길 바랍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강기오 중사의 훈시에 훈련병들은 연병장이 떠나가라 소리쳤다.

그때, 강기오 중사가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시선이 마주치자 그간의 경험 때문인지 절로 마른침을 삼키고 말았다.

“173번 훈련병, 자신 있습니까?”

이번엔 또 무슨 생각인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좌우로 눈알을 굴려봤으나, 그런 내게 도움을 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신중하게 대답하라는 듯 날카로운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더 지체하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질 것만 같기에 나는 일단 대답하고 봤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교관의 말이 틀렸다는 겁니까?”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멀뚱히 강기오 중사를 바라보자, 그는 씽긋 웃으며 답을 내놨다.

“교관이 처음에 말했습니다. 훈련병은 총검 한 번 휘두르지 못하고 살해당할 것 같다고.”

“네, 틀렸습니다!”

나는 순간 욱해서 반항하듯 답을 꺼냈다.

그러자 강기오 중사의 눈이 번쩍였다.

“이번 훈련은 상대평가입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엄격한 대전 심사를 거쳐 본선 진출자들을 뽑을 겁니다. 당연히 높은 순위에 오를수록 높은 성적을 받게 됩니다. 173번 훈련병?”

“173번 훈련병, 최대길!”

“본 교관의 말이 틀렸다는 걸 직접 증명합니다. 마지막 날 대전에 나갈 수 있는 상위 32위 안에 들지 못할 경우, 얼차려를 부여하겠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아무래도 강기오 중사는 대충 걷듯 끝낸 연병장 열 바퀴로는 담배를 피우려 한 것에 대한 징계가 충분하지 않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첫 만남부터 꼬인 강기오 중사와 나의 관계가 잘 풀리지 않으리라는 건 확실했으나, 이렇게 대놓고 공격하는 걸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솔직히 600명이 넘는 인원 중에 서른두 명 안에 드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장 주위를 훑어봐도 나보다 체격 조건이 좋은 사람은 태반이 넘었다.

이건 그냥 닥치고 얼차려를 받으라는 말과 같았다.

머리가 멍해진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런 일방적인 내기에 손해만 볼 수는 없었다.

적어도 서른두 명 안에 들었을 때, 무언가 보상이라도 받아야 수지가 맞을 터였다.

“자, 그럼 지금부터 교육을 시작······.”

“어떻게 됩니까?”

“173번 훈련병,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제가 만약 상위 서른두 명 안에 들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내가 당차게 질문을 던지자, 훈련병들이 일제히 수군거렸다.

“이야, 독사한테 정면으로 대드네.”

“드디어 미친 건가?”

“야, 솔직히 나라도 매일 얼차려 받으면 짜증 나겠다.”

“야, 조용히 해. 그러다 불똥 튈라.”

“···교육 중에 떠들지 말라고 했습니다.”

내가 던진 불후의 일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어 보이던 강기오 중사가 순식간에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자, 잠시 고민하던 강기오 중사는 나를 바라보며 질문을 던졌다.

“173번 훈련병, 자신 있다는 뜻입니까?”

어차피 이판사판 공사판이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습니다!”

“좋습니다. 훈련병이 32위 안에 들 경우, 특별히 주말 동안 훈련병이 소속된 소대에 자유시간을 부여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조건은 다른 훈련병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라도 32위 안에 든 훈련병이 있는 소대는 자유시간을 부여하겠습니다. 또한 우승자가 속한 소대는 교관의 재량으로 치킨을 사 주도록 하겠습니다.”

“우와아아!”

내기 판이 커지자, 다른 훈련병들도 눈이 돌아가서 환호성을 내질렀다.

완전 진퇴양난이었다.

솔직히 한상혁만 제외하면 소대원들은 내 부탁을 들어줬을 테고, 다른 소대에도 손을 써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단, 173번 훈련병은 32위 안에 들지 못했을 경우,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에서 남은 훈련 기간 동안 일과 시간이 끝난 후부터 저녁 점호 전까지 본 교관의 일대일 총검술 특별 지도를 받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본의 아니게 독사와 햇병아리의 내기가 걸린 총검술 훈련이 시작됐다.



“차려 총!”

총검술의 기본자세인 차려 총.

상체를 앞으로 약간 구부린 자세에서 적의 목젖을 향해 대검을 겨눈 자세였다.

어릴 때, 아버지에게 검도를 배운 탓에 총검술 정도는 우습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비록 검도를 가르쳐 주시던 아버지께서 13년 전 등장한 초거대 괴수 타르탈로스 토벌작전에 참가하셨다가 돌아가신 이후로 더 배우지 못했지만.

게다가 총검술의 자세는 검도와는 다르게 왼손과 왼발이 동시에 앞으로 나가 있는 자세였다.

거기에 가벼운 죽도가 아니라 대검까지 합쳐 5㎏ 정도 되는 터라 어깨에 메고 다닐 때보다 총의 무게가 훨씬 무겁게 느껴졌다.

“끄으으윽.”

“무거워··· 으윽.”

곳곳에서 총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훈련병들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조금이라도 팔을 움직여 무게를 분산시킬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고통을 덜 수 있을 텐데, 독사 강기오 중사는 차려 총을 외친 뒤 10분이 넘어가도록 입을 열지 않았다.

덕분에 총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자세가 무너지면 조교들의 가차 없는 얼차려를 받아야 했다.

나 역시 팔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들지만,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버텼다.

완전군장을 메고 연병장 열 바퀴도 돈 마당에 총을 들고 버티는 걸 못할 리가 없었다.

체력이 안 되면 악으로, 깡으로 버티면 그만이었다.

“쉬어.”

“휴우.”

일제히 터져 나오는 안도의 숨소리.

하지만 휴식은 짧았다.

“차려 총!”

반복되는 훈련에 동기들은 하나둘씩 열외로 제외됐고, 훈련이 종료될 때까지 버티며 얼차려를 받지 않은 인원은 절반도 채 되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 전까지 차려 총 자세만 반복한 우리는 식사 후엔 본격적으로 서른일곱 개 동작을 익혔다.

원래는 열아홉 개 동작뿐이지만,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열여덟 개 동작이 추가됐단다.

총검술의 동작들은 찌르고, 베고, 때리는 것이 기본이라 생각보다는 간단했다.

하지만 여기에 피하거나 막고, 차는 동작이 더해지면서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우로 돌아, 좌 제치고 찔러.”

“우로 돌아, 좌 제치고 찔러!”

내가 총검을 가상의 적에게 대검을 찌른 순간, 강기오 중사가 나를 호명했다.

“173번 훈련병.”

“173번 훈련병, 최대길!”

“왜 혼자만 동작을 반대로 합니까? 열외!”

“열외!”

또 시작되고야 말았다.

제식훈련에 이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왜 좌우만 나오면 이러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내가 대열에서 빠져나오자, 조교가 얼차려를 부여했다.

“하나에 정신, 둘에 차리자. 하나, 둘, 하나, 둘.”

“정신을! 차리자! 정신을! 차리자!”

단순히 팔굽혀펴기 10회를 할 뿐이지만, 오전에 혹사당한 터라 팔이 바르르 떨렸다.

“원위치.”

“원위치!”

나는 한창 자세를 연습하는 훈련병 대열에 다시 합류해 자세를 잡았다.

“비켜 좌로, 우 제치고, 돌려 쳐.”

“비켜 좌로, 우 제치고, 돌려 쳐!”

“173번 훈련병, 정신 안 차립니까! 열외!”

“열외!”

정신 줄을 부여잡고 자세를 연습했지만, 잠깐 팔이 저리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번에도 역시 좌우를 틀리고 말았다.

그게 수도 없이 반복되자, 나는 훈련이 끝날 무렵에는 거의 초주검 상태가 되었다.



“허억, 허억······.”

결국 총검술 동작은 제대로 익히지도 못한 채 얼차려만 받다가 끝나고 말았다.

일과가 끝나고 생활관에 널브러지자, 차지혁이 다가왔다.

“대길아, 힘들지? 괜찮아?”

“형님, 큰일 났어요. 기억나는 동작이 하나도 없어요.”

“아하하, 남들보다 방향감각이 없어서 큰일이네.”

“농담 아니에요. 이제 며칠 후면 저는 일과 끝나고 쉬는 시간도 없이 구르게 생겼어요.”

“휴우, 그러게 왜 그런 소리를 했어?”

“절 너무 무시하는 것처럼 보여서요. 왠지 저만 손해 보는 것 같기도 하구요. 그런데 오늘 외운 동작이 없어서 어떻게 하죠?”

“형이 좀 도와줄게. 오늘 조금이라도 외워두자.”

차지혁은 총 대신 빗자루를 집어 들고는 총검술을 펼쳤다.

놀랍게도 그는 서른일곱 개의 동작을 모두 외우고 있었다.

심지어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한 후반부 동작은 아직 배우지도 않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그는 처음 강기오 중사가 보여준 시범만으로 모든 동작을 외워 버린 게 틀림없었다.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얼른 따라 해.”

“···아, 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빗자루 하나를 집어 들고 그의 뒤에 섰다.

“처음부터 간다. 찔러.”

차지혁은 왼발을 앞으로 내밀며 성인 남성의 목젖 위치를 정확하게 노리며 빗자루를 찔렀다.

“때려.”

그런 뒤, 바로 다음 동작을 물 흐르듯 펼쳤다.

다시 차려 총 자세로 돌아온 차지혁은 개머리판을 쥔 오른손을 좌측 귀에 붙인 뒤, 바로 오른팔을 전방으로 쭉 뻗으며 상대의 얼굴을 가격했다.

“어? 연습하는 거야? 나도 같이하자.”

“어? 나도!”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소대원들이 하나둘 연습에 합류했고, 어느새 거의 대부분의 소대원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총검술을 연습하는 진풍경이 그려졌다.

간혹 교관이나 조교들이 생활관 안으로 들어왔지만, 우리들이 사뭇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고는 말없이 다시 나갔다.

아무래도 우리 소대뿐만 아니라 자유 시간을 노리는 소대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우승자가 나온 소대에는 치킨이라는 어마어마한 포상이 걸려 있기에 다들 눈이 돌아갔을 게 빤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의욕적인 건 아니었다.

“어휴, 지랄을 하세요. 먼지 나게 이게 무슨 짓이야? 그럴 거면 밖에 나가든가. 여기 쉬고 싶은 사람도 있는 거 안 보여?”

한상혁은 침상에 드러누워 아니꼽다는 시선으로 소대원들을 바라봤다.

“뭐?”

“왜? 내가 무슨 틀린 말이라도 했냐? 좌우도 구분 못하는 새끼가 연습은 무슨 연습. 그런다고 서른두 명 안에 들 거 같아? 그냥 포기하고 체력 단련이나 먼저 해두는 게 어때?”

“한상혁, 한 번 해보자는 거야?”

내가 노려보며 소리치자, 녀석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뭐, 꼬우면 한판 붙든가.”

“그래, 한판 붙자. 나도 참을 만큼 참은 거 같다.”

“둘 다 그만해.”

내가 한상혁에게 달려들려 하자, 차지혁이 내 앞을 가로막아 섰다.

“상혁이 말도 맞아. 쉬고 싶은 사람들은 쉬고, 총검술을 연습할 사람들은 밖에서 연습하자. 내가 소대장님께 보고하고 올게.”

차지혁은 싸움을 말리고 싶은 모양이지만, 나는 이미 빈정이 상할 대로 상한 상태라 한상혁을 빤히 노려봤다.

그때, 동기 한 명이 손뼉을 짝, 치면서 말을 꺼냈다.

“싸우고 싶으면 싸워.”

차지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한 이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소리야? 싸움을 말려야지.”

“아니, 내 말은 주먹으로 치고받고 싸우란 소리가 아니라 총검술로 붙어보라는 말이지.”

“총검술?”

“그래. 이번 훈련 평가를 대전으로 한다고 했으니까, 거기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가리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지. 이번 평가에서 더 높은 순위를 따는 사람이 이기는 걸로 하면 공평하잖아. 어때?”

“그게 좋겠네.”

소대원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차지혁이 나와 한상혁에게도 의견을 물었다.

“내 생각에도 이쪽이 훨씬 나을 것처럼 보이네. 너희 생각은 어때?”

“큭큭큭, 나야 좋지. 그럼 이번에 이기는 사람을 형이라 부르고 절대복종하는 건 어떠냐, 이 거북이 새끼야.”

“하, 아주 자신만만한 모양이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해보자고, 토끼 새끼야!”

“한 입으로 두말하면 개새끼다?”

“당연하지. 여기 있는 모두가 증인이야.”

그날로 나와 한상혁은 총검술 연습에 목숨을 걸었다.

나는 다른 소대원들과 함께했고, 한상혁은 혼자서 실력을 쌓는 길을 택했다.

하지만 훈련 시간에는 여전히 얼차려를 받느라 바쁘다는 점은 바뀌지 않았다.

그나마 나는 차지혁의 도움으로 총검술 동작을 전부 외울 수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고, 드디어 평가의 날이 밝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