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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제9장 두 명의 왕(3)



1만 7천의 도감군 병력은 조선에게 있어 목숨줄과 같았다.

아국에게 있어 목숨줄과 같은 병력을 여진 정벌에 보낸다.

이혼으로서는 망설여질 수밖에 없는 선택지였다. 자칫 정벌에서 대패하여 병력이 모두 전멸하게 된다면 조선은 여진에 대응할 수단이 없어진다.

명나라의 편을 들었다는 이유로 저들이 침공을 가해오면 어떻게 될까.

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팔도는 다시 한 번 참화에 휩싸이게 될 것이며, 오랑캐에게 굴욕을 겪으며 무릎을 꿇어야 할 것이다.

“명나라에게 승산이 없다는 건 여전하다……. 그런 상황에서 아국이 명나라의 편에 서는 게 옳은 결정일지.”

주유검과의 회담을 마친 이후.

이혼은 망설이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였다. 궁녀들이 기이하게 여길 정도로 이혼의 망설이는 모습은 노골적으로 비춰졌다.

“단순히 전력으로만 본다면 명나라가 유리하지 않겠습니까?”

“그걸 뒤엎을 힘이 누르하치와 그의 아들들에게 있다는 게 문제요.”

박승종의 말에 이혼은 고개를 저었다.

물론 전력으로만 평가한다면 명나라가 훨씬 유리했다.

이번 여진 정벌전에는 명나라의 정예군단이 모두 동원될 것이고, 여진족 내부에서도 누르하치의 통치에 반발하는 이들이 가세해줄 것이다. 이렇듯 안과 밖에서 들이치는 양공작전은 분명 훌륭하지만, 그 작전에는 구멍으로 작용할 위험요소들이 너무도 많았다.

“누르하치가 몽골의 십만 대군을 모두 흡수했소. 북방의 맹주가 된 누르하치가 대규모 기병군단을 이끌고 쳐들어오기라도 한다면… 명나라 보병들이 대처할 수나 있겠소?”

“그를 위해 신왕이 아국의 도감군을 요구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기병군단의 위험성을 간파하고 있는 지휘관이 신왕 하나뿐이라는 게 문제지.”

조선의 도감군은 각종 화기들로 무장한 신식군대였다.

조총으로 무장한 왜적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북방 여진족을 상대하기 위해 대기마전 훈련도 빼놓지 않았다. 오랑캐를 견제하기 위해 만든 도감군은 조선 최정예군단이라 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오나 영토 확장은 아바마마께서 꿈꿔 오셨던 사명이 아니시옵니까?”

왕세자 이지의 말에 이혼은 고개를 묵묵히 끄덕였다.

맏아들의 말이 맞다.

하지만 지금은 그 사명을 위해 조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게 과연 옳은 결정인지를 판가름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좁은 영토를 벗어나 광활한 북방으로 나아가는 것이 평생의 꿈이기는 했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수한 위험들을 통과해야 했다.

과연 이길 수 있을까.

몇 번이고 고심하고 생각해보았지만, 조명 연합군이 이길 승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고구려와 발해가 멸망한 이래로 우리 민족은 북방의 영토를 차지해본 적이 없다. 많은 군주들이 고토 탈환을 위해 싸웠지만, 일시적인 점령에서 끝날 뿐이었지. 중원의 국가로부터 견제와 시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다.

중원의 국가와 동맹을 맺는 조건으로 북방 영토의 지배권을 허락받았다. 장차 명나라의 황제가 될 주유검이 주도한 동맹이니 신용에 있어서는 문제될 게 없겠지만, 계속해서 이혼의 발목을 잡는 것은 여진 정벌전의 승패였다.

“전하, 명나라의 파병 요구야 어찌되었건 신왕이 가지고 있는 황제의 교지만큼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통성의 확보는 물론, 전하를 음해하는 세력들을 견제할 수 있는 요긴한 명분입니다.”

박승종이 넙죽 엎드리며 간언을 했다.

그는 주유검이 가진 교서의 내용을 이혼으로부터 전해 들어 알고 있었다.

분명 주유검은 조선의 정세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즉위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불확실한 정통성, 그리고 서인들이 주장하는 폐모살제. 그 두 가지를 확실하게 덮을 수 있는 정통성이 지금 눈앞에 있었다.

“전하의 결정에 따라 그 교지가 세상에 드러날 수도, 영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현재 저희들로서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여유가 없사옵니다.”

“간악한 자가 아닌가. 조선의 사정을 훤히 꿰뚫어보고 있으니.”

이혼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상대가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훌륭한 교섭방법이다.

실제로 이혼은 교지의 내용에 대해 알게 된 이후부터 항상 그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즉위한 지 10여 년이 넘는 동안 매번 정통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기 때문에 정통성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왔다.

주유검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명나라 천자의 윤허가 담긴 교서는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어야 할 중요한 정통성. 그렇기에 그것을 무기로 교섭의 유리한 고지를 노리는 것이다.

“아바마마, 무도한 이이첨과 그 일파들에게 맞설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습니까. 재야의 서인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해법이기도 합니다. 절대로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과인도 잘 안다. 그래서 더욱 고심이 되는구나.”

이혼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리며 침음을 삼켰다.

대체 어떠한 결정이 조선에 득이 되는 것일까.

전쟁의 승패를 두고 고민하게 된 것은 20여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세자 시절에도 조선팔도를 돌며 항상 아국의 승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지 않았던가.

7년 왜란에서도 승리하였듯, 다시 한 번 승리가 조선을 비추기를.

그 값진 승리가 다시 한 번 이뤄질 수만 있다면 이 육신이 썩어문드러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조선이 강대국으로 우뚝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앞두고서 이혼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 * *



홍승주가 물었다.

“조선의 임금이 전하의 제안을 받아들일까요?”

조선에게 유리한 조건인 것은 분명했다.

드넓은 만주 영토의 할양은 매우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동맹군이 승리하여 여진족이 멸망할 경우, 조선은 지금보다 두세 배 넓은 영토를 차지하게 된다. 북방에 뿌리를 두고 있는 민족들에게 있어 내심 끌리는 제안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황제가 아닌, 황손의 신분으로 동맹을 진행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동맹이 세간에 드러날 경우, 조선에만 유리한 조건이라며 명나라 조정이 크게 반발할 위험이 있었다.

“아국의 힘으로는 지금의 후금을 이기지 못한다. 원나라의 힘을 집어삼킨 후금의 군사력은 감히 아국에 비할 바가 아니지. 조금이라도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선의 도감군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원래의 역사대로라면 명나라는 언젠가는 후금에게 멸망을 당한다.

한족 국가가 번번이 오랑캐 국가들에게 멸망당하고 중원을 빼앗긴 것처럼,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정해진 역사를 뒤바꿀 수 있는 소용돌이가 필요했다.

대명과 조선의 새로운 동맹. 구국의 명장인 광해군의 참전과 조선 도감군의 전력이 간절했다.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겠습니다. 저로서는 전하의 계획이 성공하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겠군요…….”

작은 제후국에 불과한 조선이 과연 전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뼛속까지 한족인 홍승주에게 있어서는 못 미더운 이야기였다. 광해군이 명장이고, 휘하 무장들도 모두 유능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지만, 천하를 건 결전에서 과연 ‘변수’로 작용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들었다.

“사절단들은 어찌하고 있는가.”

“모두 대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몸가짐에 신경 쓰도록 주의를 주었으니 별탈은 없을 겁니다.”

외교 사절단이 제후국에서 무례를 범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유검은 특히 사절단에게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군사를 구걸하러 온 쪽은 명나라다. 조선이 깍듯이 대국의 사신으로 대접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결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채비를 해둬라. 조선의 임금이 언제 부를지 알 수 없으니.”

“예!”

교서는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교서가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날, 조선의 역사는 크게 바뀐다.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주유검은 이혼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나라를 위해 싸우고자 하는 열망이 아직도 가슴속에 있다면, 왜적에게 휘두른 칼을 다시금 뽑아들 것이라 여겼다.

‘바로 답신이라도 줄 것이지 사람 간 졸이게. 여자하고 무슨 밀당을 하는 것도 아니고.’

[조선의 임금이 고단수이기 때문이다. 겨우 반년밖에 안 된 너와는 비할 바가 아니다. 동맹의 기본은 자국의 이익과 실리에 달려있다. 외교적 결단을 함부로 결정할 수는 없지. 하지만 사흘 내로는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

‘사흘은 너무 늦습니다. 임금의 정적인 이이첨이 언제 선수를 칠지 모르는 마당에 한가롭게 심사숙고할 시간적 여유도 없고요.’

[네가 동맹 제안을 건넸다 해도, 결국 결단의 칼자루를 쥔 것은 조선의 임금이다. 나선다고 서둘러질 일도 아니니 잠자코 기다리도록 해라. 이왕이면 정명공주란 여인을 생각하면 더욱 좋고. 첩으로 들이는 쪽을 추천한다.]

‘그 얘기는 또 왜 나와요? 하여간 색욕에도 도가 튼 영감님이라니까. 수많은 측비들을 들인 거라도 자랑하고픈 겁니까.’

[어허! 황실을 번창시키는 것 역시도 황제의 책무이거늘.]

숭정제의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현 황태자인 주상락에게는 아들이 주유교와 주유검밖에는 없었다.

훗날 황제가 되는 주유교는 많은 후궁들을 들여 후사를 번창시키려고 했으나, 하늘이 무심하게도 낳는 족족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모든 황자들이 사망하게 된다. 주유교가 만약 건실한 황자를 보았다면 후계구도에 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겠지만, 모든 황자들이 요절하면서 자연스럽게 동생인 주유검에게로 황위가 넘어왔다.

‘직계황족들이 죄다 후손을 못 보고 죽으니까 지금부터라도 힘내란 이야깁니까?’

[그렇지.]

‘함부로 결정할 사안이 아닙니다. 첩들을 잔뜩 들여서 상처를 입게 될 경월공주의 마음도 좀 생각해보십쇼.’

[손도 못 잡아본 놈이 여인의 마음을 어떻게 알아? 당나귀가 방귀 뀌는 소리 좀 작작해라.]

그 말에 주유검은 반박할 수 없었다.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 * *



이혼이 모든 조정대신들에게 입궁할 것을 명령했다.

저녁이 다가오는 시각에 퇴청을 준비하고 있던 신하들은 모두 인정전(仁政殿)에 모였다. 왕이 갑작스레 어전회의를 연 것은 드문 일이었다. 혹시 임금에게 또다시 궁궐병이 도진 것은 아닌지, 어느 누가 역모를 꾸미려다가 걸린 것은 아닌지를 두고 신하들은 수군수군 이야기를 나눴다.

무거운 분위기가 인정전에 확산되었다.

매번 국문을 주도하던 임금이었기에, 혹시라도 목에 칼이 들어올까 무서웠다. 대낮에 어전에서 잡혀나간 대신들도 있었던 만큼, 신하들은 잠자코 마른침을 삼키며 서로 눈치를 봐야 했다.

‘분명 신왕과 관련된 일이 아니겠습니까. 갑작스레 어전회의라니요. 아직 역모계획을 준비하기도 전입니다.’

‘조용히 하게. 지금으로서는 전하의 심중을 알 길이 없으니.’

유희분과 이이첨은 대화를 나누며 침음을 삼켰다.

지금의 상황은 판서들도 헤아리지 못한 일이었다.

그들은 혹시라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까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연 지금의 상황이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임금과 명나라 사절에게 달려 있었다.

“모두 모여 줘서 고맙소.”

내관과 함께 왕이 인정전에 도착했다.

신하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한편, 이혼은 어전회의를 연 목적에 대해 밝혔다.

“대명의 사신으로부터 급히 연락을 받게 되었소. 황제 폐하께서 과인에게 내리신 두 번째 교서가 있다고 하오. 황상께서 과인을 흡족하게 여기셨는지, 교서를 두 개나 보내셨더군.”

그 말에 신하들 간의 술렁거림이 깊어졌다.

두 번째 교서라니?

황제가 조선의 임금에게 두 개씩이나 교서를 내렸단 말인가. 조선의 출병을 권유하는 내용의 교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내용의 교서가 존재한다는 말에 많은 혼란이 일었다.

이는 외교적 결례에 해당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대명을 재조지은의 나라로 삼고 있는 조선이니 만큼, 탐탁치는 않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명의 신왕 전하께서 들어오십니다.”

내관의 알림과 함께 인정전의 굳게 닫힌 문이 열렸다.

동시에 주유검과 그 뒤로 사절단들이 들어오며 인정전을 가득 메우게 되었다.

“미처 첫날에 교서를 전해드리지 못한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니오. 폐하의 뜻이 그러하다면 과인이 따르지 못할 이유가 없소.”

이혼은 마치 교서의 존재에 대해 몰랐다는 것처럼 반응했다.

그리고는 교서를 꺼내드는 주유검의 움직임에 맞춰서 옥좌에서 내려와 주유검의 앞에 섰다.

“대명의 폐하께서 보낸 국서이니, 모두 배례하도록 하시오.”

이윽고 이혼이 교서를 든 주유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마찬가지로 조선의 모든 대소신료들 역시 배례하며 황제의 교서가 읽혀지기만을 기다렸다.

“대명의 황제가 조선의 임금 이혼에게 고하노니, 삼가 받들도록 하라.”

주유검의 첫마디 말에 이이첨의 미간이 움찔거렸다.

조선의 임금?

지금껏 명나라의 천자는 이혼을 조선의 임금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교서는 공식적인 교서다. 그 교서에 왕의 이름이 적힌 이상, 사실상 명나라 조정은 이혼을 조선의 임금으로 인정한다는 것과 같았다.

‘임금과 신왕이 모두 한통속이구나! 전날 밤의 회동은 바로 오늘을 위해서였다!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

명나라의 황제가 서자 출신이자 선왕의 차남인 이혼을 조선의 임금으로 인정했다.

이혼이 왕위에 오른 지 무려 11년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11년 만에 이혼은 명나라로부터 정식으로 왕위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출신에 대한 문제와 명나라 내부 사정으로 인해 매번 미뤄졌던 일이었으나, 주유검이 직접 만력제와 담판을 지은 끝에 윤허를 받게 되었다.

“조선의 임금을 향한 유언비어에 짐의 어심이 흐트러졌음을 한탄스럽게 생각한다. 황실이 조사해본 결과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었으며, 오히려 이것이 임금을 음해하려는 이리들의 소행이었음을 알아냈다. 이에 짐은 이제라도 뜻을 헤아려 과오를 바로잡고, 뒤늦게나마 이혼을 조선의 군왕으로 책봉하는 바이다.”

주유검이 교서를 읽어 내려갈수록 환희와 혼란이 인정전을 지배했다.

대명의 황제가 드디어 이혼을 조선군왕에 책봉했다.

지금껏 번번이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꺼려하던 이혼의 왕위 계승 문제에 대해 명나라가 직접 교서를 작성하여 책봉을 표명한 것이다.

‘황제가 폐모살제를 부정했다! 설마 황제의 귀에까지 소식이 흘러들어갔단 말인가.’

‘하지만 어찌 하여 지금에 와서 이런 교서를……? 이는 내정간섭으로도 불거질 수 있는 일이거늘.’

신하들은 저마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수군거렸다.

대명의 황제가 이혼을 조선군왕에 정식으로 책봉한 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황제가 직접 임금과 관련된 모든 혐의들을 부정했다는 점이었다.

이는 재야의 서인 세력들은 물론, 조정을 손아귀에 쥔 북인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북인들이 득세하여 권세를 쥘 수 있었던 것은 임금의 정통성이 한없이 약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이혼은 황제의 신임과 정통성을 등에 업게 되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약속한 날에 평양으로 직접 출진하겠습니다.”

“군왕의 넓으신 아량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혼과 주유검은 서로에게 예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로써 조선과 대명의 동맹이 성립되었다.

기존의 조명 동맹이 아닌, 새로운 동맹을 통해 손을 잡게 된 것이다.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의 멸망.

그리고 그들이 차지한 영토를 대명과 조선이 양분하여 차지하겠다는 계획이 비로소 성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