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16화] 제3장 북원 전쟁(7)



그 뒤로도 공방전은 끈질기게 이어졌다.

이대로 빈손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북원의 칸이 직접 십만 대군을 이끌고 온 이상, 무언가 성과를 내서 천하를 떨게 만들어야 한다. 몽골의 자존심이 달린 일이었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끈질긴 아집의 대가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거용관을 공격하기 위해 동원된 병력의 대다수가 화포와 화승총의 집중사격으로 벌집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시체로 산을 이룰 지경이오! 그에 비해 적들의 성벽은 굳건하기만 하고!”

오르도스 투멘은 군사회의에서 볼멘소리를 냈다.

부족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젊은 전사들의 피해가 특히 막중했다. 공성에서 전사한 인원이 다수였고, 살아남은 부상자들도 더 이상 싸움이 불가능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오르도스 투멘의 말이 맞습니다.”

“칸이 계속해서 공격을 명령한다면 우리 부족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만 알아두시오.”

투멘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무엇 하나 얻은 것도 없이 병사들의 피해만 보았다.

더욱이 몸값 교환을 하기 위해 떠났던 사신단도 식량과 물자만 빼앗긴 채로 돌아왔고, 한족들의 기세는 사납기만 했다. 뜨거운 불벼락을 내뿜는 화포를 상대로 기마군단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놈들이 가진 신식병기 앞에서 성벽 밑의 십만 대군은 그저 우습게만 보일 것이다. 이미 그것을 뼈저리게 경험해버린 몽골 투멘들은 더 이상 싸울 기력이 없었다.

“회군하자니! 십만 대군을 이끌고 당당하게 상도(上都)에서 출병하였거늘,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철군하자는 말인가! 우리 몽골인들이 언제부터 죽음을 두려워하는 겁쟁이가 되었느냔 말이다!”

후퇴를 진언하는 투멘들의 태도에 링단 칸은 진노를 토해냈다.

여기서 물러서면 몽골은 두 번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과거의 영광을 부활시키고픈 링단 칸으로서는 죽음보다도 더한 치욕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원나라의 부흥을 이루고 싶었건만, 투멘과 부하들은 이미 싸울 생각이 없어 보였다.

‘전쟁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들 같으니라고. 이 싸움에 불리해진 것은 겁쟁이 놈들이 투멘을 자칭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도로 돌아가면 저놈들부터 정리해야겠다.’

링단 칸은 투멘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평화에 너무 젖어 있었기 때문일까. 북방 초원의 늑대라고 불리던 몽골족들이 죄다 겁쟁이에, 두려움에 떠는 천치가 되어 있었다. 칭기즈 칸의 후예라는 것들이 싸움에 벌벌 떨기만 할 뿐이니, 링단 칸으로서는 극단적인 결심을 해야 했다.

‘한족 국가의 정벌이 먼저가 아니다. 원나라를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오로지 나를 따르는 심복들만을 투멘으로 임명해야 한다.’

투멘들은 자신의 부족이 손해 보는 걸 싫어했다.

휘하 병사들은 죽음을 두려워했고, 앞으로 나서길 꺼려하고 있었다.

이대로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간다면 링단 칸의 명성은 바닥까지 떨어질 것이 확실했다.

애꿎은 병사들만 잃은 채,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하였으므로 몽골 부족들로부터 불신을 받게 될 터였다.

‘게다가 군문에… 배신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확실하다.’

링단 칸은 이번 패전을 통해 ‘내부의 배신자’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깃발이 없는 전령들이 빈번하게 군영을 오갔다. 회군하면서 직속 다루가치들을 통해 군진의 분위기가 매우 수상하다는 보고까지 받았다.

소속을 나타내는 깃발을 매지 않은 전령이라니.

투멘들을 힐문하면 분명 시치미를 떼겠지만, 무언가 숨겨야 하는 게 있기 때문에 은밀하게 전령들을 보낸 것이리라. 저들이 여진족의 땅으로 가서 지금의 패전을 낱낱이 고할지도 몰랐다.

“페툴러. 가모.”

“예, 가한.”

링단은 친위 다루가치들을 불렀다.

그들에게 서둘러 상도로 돌아가 수도 방위군을 소집할 것을 명령했다. 링단은 군대를 일으켜 투멘들을 체포할 생각이었다. 혐의가 없는 투멘은 살려줄 것이나, 만약 내통의 혐의가 드러나게 된다면 철저히 그 죄를 물을 참이었다.

‘배신자에 비겁자들까지……. 어쩌다가 우리 몽골인들이 이 지경이 되었단 말인가. 전쟁을 두려워하고 적과 내통까지 하다니. 언젠가는 투멘들이 내 목을 노릴 게 분명하다.’

우선 상도로 돌아가자.

상도로 돌아가서 친위 다루가치들이 소집했을 군대와 합류해야 한다. 내부 숙청이 필요하다. 군기를 확립하고 상하관계를 고정시킨다. 가한의 이름을 드높이면서 다루가치들을 더욱 충성스럽게 만들고, 전사들을 더욱 용맹스럽게 만들어줄 것이다.

링단 칸은 그리 생각하면서 명령을 내렸다.

“회군하겠다. 모든 부족들은 진채를 뽑고 퇴각할 준비를 갖추라.”

“예!”

링단 칸은 결국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내부의 불만이 상당했다.

계속해서 고집을 부렸다가는 내부의 불만이 폭발해서 자신을 덮칠 수도 있었다. 링단 칸은 거용관의 주유검보다도, 내부의 반란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었다.

“거용관에 일제히 활을 쏴라! 우리는 한족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태세를 정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군사를 물린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비록 군대를 물리고 퇴각하기는 하지만 한족들에게 우스갯거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그의 명령에 수천 명의 궁수들이 일제 사격을 가하며 성벽에 화살을 꽂았다.

갑작스럽게 가해진 공격에 거용관의 병사들은 방패를 들어 올려야 했다. 반격하기 위해 화승총을 들어 올렸지만, 이미 궁수들은 성벽에 화살을 꽂고는 뒤로 후퇴한 뒤였다.

“퇴각하라.”

링단 칸의 본대는 전선을 이탈했다.

그와 동시에 투멘들의 병력들도 대장기를 들고서 전장을 빠져나왔으며, 예하부대들 역시도 거용관을 경계하면서 물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베하투, 상도에 도착하자마자 투멘들을 제압해라.”

“예!”

링단 칸은 자신이 신임하는 장군을 불러 그렇게 명령했다.

그는 감히 칸 앞에서 퇴각을 거론한 죄를 물을 생각이었다. 투멘들은 칸을 향한 존경심이라고는 전혀 없는 계산적인 인물들이다. 그래서 링단 칸은 상도에 도착하자마자 투멘들을 모조리 척살하고, 어지러운 군율을 바로잡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링단 칸은 북원의 수도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의 수만 대군은 초원지대를 밟아보지도 못한 채 중간에 걸음을 멈춰 세워야만 했다.



“싸움에서 패배한 개에게 돌아갈 곳은 없다.”

하얀 늑대 가죽을 목에 두른 남성이 퇴각하는 북원군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성의 뒤로는 수십 명의 장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수천 기에 달하는 기병대들을 대동하고 있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군마의 안장 위에 달린 깃발이었다.

남색(藍色), 황색(黃色), 백색(白色), 홍색(紅色).

그리고 붉은 테를 두른 깃발과 그렇지 않은 깃발을 나누어 두 가지로 분류하고 있었다.

“총 여덟 가지의 깃발들… 네놈들은 설마!”

링단 칸은 비명을 토해냈다. 그들의 정체를 간파해낸 것이었다.

그리고 자신 앞에 오만하게 서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또한 눈치를 챘다.

링단 칸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여진의 늑대가 어째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눈이 녹아 길목이 열렸다 해도, 만주에서부터 여기까지는 상당한 거리였다. 함부로 올 수 있는 거리가 결코 아니었다.

“금(金)의 대가한(大可汗)께서 오셨거늘, 어찌 몽골인 따위가 고개를 높이느냐!”

누르하치의 둘째 아들, 다이샨이 외쳤다.

다이샨의 말에 링단 칸은 물론 다루가치들 역시 마른침을 삼켜야 했다.

불과 수년 만에 여진족들을 모두 통합하고 요동에서 명나라를 몰아낸 절대적인 군주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자. 가히 신장(神將)에 가까운 군략을 지닌 아이신(愛新: 쇠).

아이신교로 누르하치. 금나라를 건국한 여진의 우두머리였다.

“머리를 숙여라. 무릎을 꿇어라. 너희들을 지배할 대가한이 왔으니.”

누르하치의 목소리에는 깊은 위압이 담겨져 있었다.

만인을 복종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를 적대해야 할 다루가치들은 벌벌 떨면서 눈치를 살피기 바빴고, 링단 칸을 지키는 호위 다루가치들만이 겨우 정신을 차릴 뿐이었다.

“누르하치! 여기는 우리 원의 영토이거늘, 어찌 주르첸(Jürchen: 여진족)인 네가 여기에 온 것이냐.”

“사냥꾼이 사냥을 하러 온 것인데, 이유가 필요하겠느냐.”

누르하치의 말에 그의 아들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 웃음에는 명백하게 조롱이 담겨져 있었다. 십만 대군을 이끌고서도 요새 하나를 돌파하지 못했다. 병력이 적보다 우위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적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도망친다는 것은 여진족에게 있어 죽음보다도 더한 수치였다.

전쟁에서 도망은 허락되지 않는다. 여진족을 넘어 북방의 모든 민족들에게 해당되는 규칙이기도 했다.

“기회를 주마. 내게 무릎을 꿇고 대원(大元)의 옥새를 내게 바쳐라. 나는 곧 모든 민족들을 통솔할 어버이이니, 충성을 바칠 기회를 주겠노라.”

누르하치는 장성 이북의 모든 민족들을 통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느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포부. 장대하고 웅장한 야망. 무한하게 펼쳐진 탐욕. 그것이 바로 아이신교로 누르하치라는 남자의 원동력이었다.

“닥쳐라, 산짐승 놈아. 우리 몽골은 동서로 한없이 뻗어나간 대제국을 이룩한 몸이거늘, 하찮은 주르첸 따위가 우리들의 우위에 서겠다는 것이냐!”

몽골이 천하를 다스릴 당시, 여진족은 한낱 산짐승에 불과했다.

애초에 몽골은 여진족이 세운 금나라를 멸망시키고서 성장했다. 여진과 몽골은 결코 뒤섞일 수 없는 관계였으며, 서로를 오랫동안 철천지원수처럼 여겼다.

누르하치의 복속 명령에 링단 칸은 웃기지 말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좋다. 사내로서 그 정도의 담대함은 있어야지.”

누르하치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팔기군들이 요란하게 움직이며 수만 대군을 포위했다.

하지만 과연 포위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진형일까. 누르하치가 이끄는 병력은 겨우 수천 기 남짓. 그에 반해 링단 칸이 이끄는 병력은 자그마치 수만에 달했다.

작은 어린아이가 어른을 상대하겠답시고 으름장을 놓는 격밖에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몽골 내부에 있었다.

“누르하치 대가한 만세!”

“우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원나라의 대부족을 대표하는 투멘들이 한꺼번에 링단 칸을 배반했다.

칼끝을 도리어 링단을 향해 겨누었다.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었는지 칼날을 반대로 들이미는 것에 대해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수만 대군이 분열되면서 도리어 링단 칸의 본대가 고립되는 상황에 처했다.

“나를 배반하겠다는 것이냐!”

링단은 대노해 크게 소리를 쳤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투멘들이 어째서 지금까지 은밀하게 전령들을 보냈는지. 그리고 어째서 누르하치와 팔기군들이 몽골의 회군길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었던 것인지.

애초에 내부에서부터 정보가 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투멘들의 대부분이 몽골족과 내통하고 있었으니까.

“싸움에서 패할 뿐인 무능한 개에게 기회는 오지 않소.”

할하 투멘이 링단에게 말했다. 그러자 링단이 되받아쳤다.

“나는 여진족과의 싸움에서 이긴 적이 있다. 그것도 놈들의 소굴인 만주에서!”

“누르하치 대가한의 장남인 저영을 말하는 것이로군. 어린아이 하나를 이겨놓고 그렇게 기고만장하신 것이오?”

할하 투멘은 링단을 크게 비웃었다.

분명 누르하치의 장남 저영은 몽골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그것은 저영이 공을 탐내느라 군율을 흩뜨렸기 때문이지, 결코 여진족 본대가 패배한 것은 아니었다.

누르하치는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첫째 아들 저영을 군율에 따라 처형한 것은 물론, 몽골을 손에 넣기 위해 여러 번이고 첩자를 보내 여섯 부족을 내부에서부터 무너뜨렸다.

“홍타이지. 네가 나서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누르하치로부터 홍타이지에게 명령이 떨어졌다.

그 명령은 수만 대군을 향해 돌격하라는 것이었다. 평범한 담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망설일 만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타이지는 용골대와 함께 정백기 군사들만을 이끌고서 진격했다.

“쏴, 쏴라!”

“놈들을 막아라!”

북원의 궁병들은 일제히 화살을 쏘았다.

하지만 화살에는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미처 예상치 못한 적의 돌격이었기에 궁병들에게는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마갑을 덧댄 팔기군에게 힘없는 화살 따위는 그저 장난감에 불과했다.

생채기 정도는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따위로는 용맹스런 팔기군의 진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화살비를 돌파한 팔기군들은 곧이어 몽골군을 유린하기 시작했다.

“크악!”

“으아아악!”

몽골의 병사들은 등을 보이며 도망쳤다.

초원의 늑대들은 전장을 급습했다. 절대로 적을 살려 보내지 않는다고 알려진 정백기(正白旗). 그들은 하얀 깃발을 피로 물들였고,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오로지 시체밖에는 없었다.

“적장의 목은 내 것이다, 잉굴다이! 어느 누구에게도 넘겨주지 않겠다!”

홍타이지는 살의에 젖은 미소를 지었다.

곱상한 용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초원의 늑대에게 있어 이는 매우 당연한 표정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제가 원호하겠습니다.”

용골대가 앞장서면서 다루가치들을 돌파해냈다.

창을 휘두를 때마다 다루가치들은 말에서 굴러 떨어졌다. 용골대는 창술에 일가견이 깊은 용맹스런 전사로서, 정백기 소속의 장수답게 일당백의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크하하! 다 비켜라!”

용골대를 지나 홍타이지가 단기필마로 본진에 난입했다.

다루가치들은 눈치를 보기 바빴다. 과연 원나라를 위해서 싸워야 할지, 아니면 누르하치에게 투항해야 할지를 놓고 망설이는 듯했다. 그들의 망설임을 뛰어넘은 홍타이지는 곧장 창을 치켜들며 링단 칸에게 달려들었다.

“가한을 지켜라!”

“결코 뚫려서는 안 된다!”

모두가 링단을 배신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에게 충성을 바치는 친위대들이 제법 많았다. 칼을 빼어든 장수들은 달려드는 홍타이지의 앞을 막아섰고, 곧이어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그악!”

한 장수가 비명을 토해냈다.

홍타이지의 날카로운 창끝에 목이 꿰뚫렸기 때문이었다. 다른 장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 위에서 창을 휘두르는 홍타이지의 모습은 매우 매서웠고, 어느 누구도 감히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이, 이놈들이……! 감히 산짐승 따위가!”

그 말을 끝으로 링단 칸은 숨이 끊어졌다.

그가 타고 있던 마차에 뛰어든 홍타이지가 그를 향해 두 손으로 창을 꽂았기 때문이었다.

창에 가슴이 관통당하면 절명할 수밖에 없다. 분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로 대원국의 가한은 살해당했다.

“원나라 가한이 죽었다!”

홍타이지가 목이 잘린 머리를 치켜들었다.

링단 칸의 수급이었다. 여진족들은 승전의 표식으로 삼고자 적장의 수급을 취하는 걸로 유명했다.

홍타이지는 그 예법에 따라 링단 칸의 목을 취한 것이었고, 그 수급을 통해 원나라의 패망을 알렸다.

“하, 항복하겠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앞으로 목숨 다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눈앞에서 목격한 끔찍한 상황에 다루가치들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그들은 허리에 차고 있던 칼을 내던졌다. 궁병들도 모두 활을 내려놓았으며, 투멘들은 이미 항복한 뒤였다.

원나라는 내부에서부터 무너졌다. 신왕 주유검에 의해 분열이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을 뿐, 언젠가는 여진족들에게 흡수당할 운명이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누르하치가 몽골의 복속을 계획해왔기 때문이었다.

“다음은 명나라를 유린할 차례다. 한족들의 피로 강산을 물들여주마.”

누르하치는 남쪽을 바라보며 전의를 드러냈다.

한족의 관문 앞에서 패배한 몽골족의 병력을 흡수했다. 자그마치 10만에 가까운 병력들을 겨우 한 번의 공세만으로 모조리 통합할 수 있었다.

적의 우두머리를 죽여 나머지 무리들을 복속시킨다. 이것이 바로 초원의 늑대가 부하들을 늘리는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