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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로드는 날 일으켜 침대맡에 기대게 하고는 다른 손으로 내 손 한쪽을 잡아끌더니 제 성기를 잡게 했다. 내 손이 그의 손에 잡혀 위아래로 움직여졌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도에 데일 것 같았다. 그 감각이 흥분되면서도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 두려웠다.
“괜찮아요. 날 봐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내게 로드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겨우 그를 쳐다보자 로드는 바로 입술을 겹쳐 왔다. 그에게 잡힌 내 손은 더욱 빨라졌다. 로드의 성기는 돌덩이처럼 단단해졌고 그는 입을 맞추다 신음을 낮게 내뱉었다.
“아……!”
내 것을 쓰다듬던 손길도 빨라졌다. 굵은 손가락이 들어와 내 안을 넓히듯 흔들었고 그 아찔한 감각에 고개를 젖히며 소리를 질렀다. 무서워서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로드는 내가 완전히 가 버릴 때까지 멈춰 주지 않았다. 그저 허리를 비틀며 로드를 부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아……! 로드……! 로드……!”
눈앞이 번쩍거리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되고 허리가 뻣뻣하게 굳도록 힘이 들어갔다. 반쯤 드러누워 남은 손으로 시트를 움켜잡았다.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호흡이 거칠게 섞인 로드의 신음도 거의 동시에 끊어졌다.
“아……!”
“큿……!”
성기를 잡은 우리의 손 위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로드는 그제야 내 손을 놓아줬다. 비로소 손가락을 뻣뻣하게 펼치며 나도 그의 성기에서 어색하게 손을 뗄 수 있었다.
비부에서 떨어진 그의 손은 물이 묻어 있었다. 내 손 역시 그가 사정한 액체로 젖어 있었다. 그는 수건으로 내 손과 자기 손을 닦곤 나를 시트에 눕혔다. 그는 내 무릎을 잡아 더욱 넓게 벌리며 성기를 단번에 내 안으로 찔러 넣었다. 여전히 그건 단단하고 뜨거웠다.
“헉……!”
물기 가득한 틈으로 살덩이가 파고들며 지걱이는 소리가 났다. 로드는 허리를 뒤로 뺐다가 세게 짓쳐 올렸다.
“윽!”
절로 소리가 튀어나오며 눈물이 났다. 로드는 거친 숨을 내쉬며 규칙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에 맞춰 결합된 아래에선 난잡한 소리가 들려왔고 지나친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꼭 감았다. 로드가 내 손목을 각각 잡아채 귀에서 떨어뜨리더니 움직이지 못하게 시트 위로 눌렀다. 눈물이 계속 이유 없이 흘렀다.
“흐으……!”
로드가 날 세게 끌어안고는 키스를 해 왔다. 성기는 점점 더 빠르게 안을 찔렀고 로드와 겹쳐진 내 입술에선 끊임없이 앓는 소리가 빠져나왔다. 점점 그 감각을 견딜 수가 없어져서 로드에게 이유도 모른 채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만 나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길 바랐다.
로드가 내 목과 귀를 핥았다. 이대로는 나 자신을 잃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도리질을 치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로드는 날 일으켜 이번엔 앉은 채로 추삽질을 했다. 더욱 깊어진 감각에 놀라고 무서워져서 그를 꼭 껴안아 붙들었다. 미칠 것 같았다.
“아아……!”
로드가 두 팔로 내 허리와 등을 감싸 안고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귓가에 그의 낮은 신음이 닿았다. 마치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울리는 그의 신음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왜인지 나를 슬프게 했다. 결국, 소리 내 울음을 터뜨렸다.
외로웠다. 로드와 이렇게 틈 없이 안고 있는데도 나는 그의 온기가 너무나 그립고 외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마주 보았다. 로드는 약간 인상을 쓰며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스스로 로드에게 입을 맞췄고 그의 손이 내 뒤통수를 감싸 눌렀다.
로드는 얼마 후 내 안에서 성기를 빼더니 시트 위로 두 번째 사정을 했다. 로드는 잠시 숨을 고르다 나를 향해 미소 짓더니 다시 키스를 해 왔다. 나도 아직 끝내고 싶지 않아 그의 키스에 혀를 내밀어 응해 줬다.
새벽이 올 때까지 그와 나는 사랑을 닮은, 하지만 사랑이 아닌 섹스로 서로 탐닉하다 잠이 들었다. 그는 나를 오전 늦게 눈을 뜰 때까지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품에 안아 따뜻하게 곁을 지켜 주었다.
오랜만에 편안히 잠을 잔 덕분인지 머릿속이 개운했다.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가까이 붙어 있는 그의 얼굴이 미소 지었다. 로드는 얼굴에 흘러내린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주며 잘 잤냐고 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로드가 내 얼굴을 쓰다듬기에 나 역시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로드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로드도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다. 어젠 그저 남자와 여자로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수컷과 암컷으로서의 교미 행위였다. 하지만 씨를 뿌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강했다. 우리가 절실히 서로를 원해서 관계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로드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약간이나마 상처가 치유된 것도 같았다.
이건 올바른 일이 아니었다. 그를 향한 내 감정에 확신이 없고 로드 역시 나에게 반해서 유혹했던 거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지금만큼은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로드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느꼈다.
나는 원래 짧은 기간에 깊이 빠져들거나 혹은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 없다고까지 말하진 않지만, 그 얄팍한 시간 위에 만들어진 눈과 심장의 착각을 경멸하는 사람이었다.
언니에게 구애했던 수많은 남자가 그랬다. 언니가 그들에게 사랑의 계기를 물을 때면 그들은 단지 길거리나 파티에서 한번 스치듯 보고, 또는 언니의 웃는 모습에 한눈에 그것도 아니면 언니가 한번 대꾸해 줬을 뿐인데 멋대로 오해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언니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며 부러워했지만 그렇게 썩은 음식에 파리 꼬이듯이 날아드는 수많은 남자까지 부러워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부분은 진심으로 동정해 마지않았다. 남자는 진실한 사람 한 명이면 충분했다.
언니는 늘 남자라는 생물을 귀찮은 것 취급했고 그들을 쳐 내면 쳐 냈지 일부러 꼬여 내려 한 적은 없었기에 그 부분은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의 약혼자를 꾀어냈던 걸 보면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던 것 같지만.
“데본?”
아니면 단순히 날 상처 입히려는 속셈이었거나.
나는 문득 어쩌면 혹시라는 가정을 해 봤다.
혹시 그날 내가 잠든 틈을 타서 그 사람이 언니를 강제로 덮쳤던 건 아닐까? 순간적으로 언니의 아름다움에 취했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내게 접근해 언니를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이를 세워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아니, 아니다. 그날 분명히 나는 언니와 함께 있다가 이유도 없이 의식을 잃었으며, 고용인을 통해 깨어나는 대로 자기 방으로 오라고 전했던 걸 보면 처음부터 작정한 쪽은 언니였다. 언니는 나에게 일부러 그런 상황을 보이고 싶었다는 얘기다. 어째서? 무슨 의도로?
모르겠다. 나는 눈으로 본 것밖에 그날의 진실을 모른다. 두 사람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고 나는 나대로 그들이 끔찍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내 방에 왔었던 언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카멜가의 저택 앞에서 마주쳤던 그 사람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뒤를 쫓아왔었던 걸까.
완전하게 깨져 버린 우리의 관계성 속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때마침 언니의 질 나쁜 장난기가 발동해 벌어진 일이었던 건지 나는 어떠한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안다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날은 이미 지나 과거가 되었고 과거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결국 상처만 헤집는 꼴이 될 게 뻔했다.
언니는 결국 자신을 쫓아다니던 남자 중 한 명과 결혼해 수도를 떠났다. 그 사람의 소식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알려고 하면 알 수 있겠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마주쳤던 그 날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무엇이든 가슴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말을 들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소용 없는 사죄의 말에 더욱 무너졌을까.
이대로 묻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 돌아서는 날 붙들었다.
한 번은 들어 볼 걸 그랬다. 그리고 물어볼 걸 그랬다.
대체 왜 그랬는지.
“무슨 생각 해요?”
“전 약혼자 생각이요.”
나는 로드의 물음에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로드는 심술궂은 표정을 짓더니 내 오른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잡아 비틀었다. 순간 놀라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는 로드의 손을 때리며 떼어 내려 했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욱 세게 잡아 비틀었다. 로드는 내가 아프다고 소리치며 발버둥을 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왜, 왜 그래요……?”
눈물이 고였다. 나는 겨우 그의 손에서 벗어나 두 팔로 아픈 가슴을 감싸 가렸다. 길게 드러누운 로드는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친 채 날 흘겨보았다.
“매너가 꽝이네요. 밤새도록 섹스하고 지금도 내 눈앞에서 홀딱 벗고 있으면서 딴 사람 생각을 하다니 자존심 상하잖아요. 내가 그보다 못했었나 봐요?”
“별로 당신과 비교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럼요?”
“그냥 여러 가지…….”
내가 말을 흐리자 로드는 바른대로 말하라면서 내게 덤벼들었다. 나는 간지럼을 태우는 그에게 잠긴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굴렀다. 그러다 시트에 말려 바닥으로 떨어졌고 로드는 놀라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내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싱긋 웃었다. 로드는 나를 따라 아래로 내려와 덮치듯 키스했다. 마지막으로 내 볼에 뽀뽀를 한 뒤 떨어지는 로드를 향해 나는 약간 웃음 지으며 말했다.
“즐거웠어요. 로드.”
그도 웃음을 거두지 않고 답했다.
“나도 즐거웠어요.”
2. 임무
집에 돌아갔을 때는 정말 큰일이라도 난 듯했다. 아버지는 정원을 서성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대문 앞까지 나를 데려다주는 로드를 발견하곤 경호원들에게 그를 잡으라 소리쳤다. 장난스럽게 혀를 찬 로드는 내게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재빨리 도망가 버렸다.
아버지는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로드를 향해 잡히면 바로 감옥에 처넣을 거라고 화가 나 벌게진 얼굴로 고래고래 외쳤다. 그 소란에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그제야 나를 발견하곤 크게 나무랐다. 나는 얌전히 꾸중을 들었다.
결국 한 달간 외출 금지가 떨어졌고 그렇게 내 하룻밤의 유희는 막을 내렸다.
그날 후론 어쩔 수 없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로드를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어쩌면 한 달 후 그 자리에 다시 나간다 해도 로드는 이미 수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나는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워서 로드에게 편지를 썼다. 그 후 어떻게 지내는지, 적어도 당신이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말이다. 나는 신입 고용인 중 하나인 엘리제에게 편지를 건네며 몰래 나가서 로드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로드에게선 답장이 없었다. 편지를 가져갔던 엘리제에게 그가 뭐라 하더냐고 물었더니 로드는 편지를 받았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고 했다.
로드는 날 일으켜 침대맡에 기대게 하고는 다른 손으로 내 손 한쪽을 잡아끌더니 제 성기를 잡게 했다. 내 손이 그의 손에 잡혀 위아래로 움직여졌다. 손안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온도에 데일 것 같았다. 그 감각이 흥분되면서도 죄를 짓는 듯한 기분이 들어 두려웠다.
“괜찮아요. 날 봐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내게 로드가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겨우 그를 쳐다보자 로드는 바로 입술을 겹쳐 왔다. 그에게 잡힌 내 손은 더욱 빨라졌다. 로드의 성기는 돌덩이처럼 단단해졌고 그는 입을 맞추다 신음을 낮게 내뱉었다.
“아……!”
내 것을 쓰다듬던 손길도 빨라졌다. 굵은 손가락이 들어와 내 안을 넓히듯 흔들었고 그 아찔한 감각에 고개를 젖히며 소리를 질렀다. 무서워서 그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로드는 내가 완전히 가 버릴 때까지 멈춰 주지 않았다. 그저 허리를 비틀며 로드를 부르는 것밖에 도리가 없었다.
“아……! 로드……! 로드……!”
눈앞이 번쩍거리며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되고 허리가 뻣뻣하게 굳도록 힘이 들어갔다. 반쯤 드러누워 남은 손으로 시트를 움켜잡았다. 모든 것이 멈추는 기분이었다. 호흡이 거칠게 섞인 로드의 신음도 거의 동시에 끊어졌다.
“아……!”
“큿……!”
성기를 잡은 우리의 손 위로 뜨거운 것이 흘렀다. 로드는 그제야 내 손을 놓아줬다. 비로소 손가락을 뻣뻣하게 펼치며 나도 그의 성기에서 어색하게 손을 뗄 수 있었다.
비부에서 떨어진 그의 손은 물이 묻어 있었다. 내 손 역시 그가 사정한 액체로 젖어 있었다. 그는 수건으로 내 손과 자기 손을 닦곤 나를 시트에 눕혔다. 그는 내 무릎을 잡아 더욱 넓게 벌리며 성기를 단번에 내 안으로 찔러 넣었다. 여전히 그건 단단하고 뜨거웠다.
“헉……!”
물기 가득한 틈으로 살덩이가 파고들며 지걱이는 소리가 났다. 로드는 허리를 뒤로 뺐다가 세게 짓쳐 올렸다.
“윽!”
절로 소리가 튀어나오며 눈물이 났다. 로드는 거친 숨을 내쉬며 규칙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그에 맞춰 결합된 아래에선 난잡한 소리가 들려왔고 지나친 부끄러움에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꼭 감았다. 로드가 내 손목을 각각 잡아채 귀에서 떨어뜨리더니 움직이지 못하게 시트 위로 눌렀다. 눈물이 계속 이유 없이 흘렀다.
“흐으……!”
로드가 날 세게 끌어안고는 키스를 해 왔다. 성기는 점점 더 빠르게 안을 찔렀고 로드와 겹쳐진 내 입술에선 끊임없이 앓는 소리가 빠져나왔다. 점점 그 감각을 견딜 수가 없어져서 로드에게 이유도 모른 채 잘못했다고 빌었다. 그만 나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길 바랐다.
로드가 내 목과 귀를 핥았다. 이대로는 나 자신을 잃을 듯한 기분이 들어서 도리질을 치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잘 되지 않았다. 로드는 날 일으켜 이번엔 앉은 채로 추삽질을 했다. 더욱 깊어진 감각에 놀라고 무서워져서 그를 꼭 껴안아 붙들었다. 미칠 것 같았다.
“아아……!”
로드가 두 팔로 내 허리와 등을 감싸 안고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귓가에 그의 낮은 신음이 닿았다. 마치 견디지 못하겠다는 듯 울리는 그의 신음이 가슴을 뛰게 했다. 그리고 동시에 왜인지 나를 슬프게 했다. 결국, 소리 내 울음을 터뜨렸다.
외로웠다. 로드와 이렇게 틈 없이 안고 있는데도 나는 그의 온기가 너무나 그립고 외로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싸며 눈을 마주 보았다. 로드는 약간 인상을 쓰며 추삽질에 박차를 가했다. 나는 스스로 로드에게 입을 맞췄고 그의 손이 내 뒤통수를 감싸 눌렀다.
로드는 얼마 후 내 안에서 성기를 빼더니 시트 위로 두 번째 사정을 했다. 로드는 잠시 숨을 고르다 나를 향해 미소 짓더니 다시 키스를 해 왔다. 나도 아직 끝내고 싶지 않아 그의 키스에 혀를 내밀어 응해 줬다.
새벽이 올 때까지 그와 나는 사랑을 닮은, 하지만 사랑이 아닌 섹스로 서로 탐닉하다 잠이 들었다. 그는 나를 오전 늦게 눈을 뜰 때까지 마치 다정한 연인처럼 품에 안아 따뜻하게 곁을 지켜 주었다.
오랜만에 편안히 잠을 잔 덕분인지 머릿속이 개운했다.
눈을 뜨자마자 코앞에 가까이 붙어 있는 그의 얼굴이 미소 지었다. 로드는 얼굴에 흘러내린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 주며 잘 잤냐고 물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기분이 좋았다. 로드가 내 얼굴을 쓰다듬기에 나 역시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로드를 사랑한다고 확신할 수가 없었다. 로드도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않았다. 어젠 그저 남자와 여자로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저 수컷과 암컷으로서의 교미 행위였다. 하지만 씨를 뿌리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감성적인 느낌이 강했다. 우리가 절실히 서로를 원해서 관계를 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나는 로드 덕분에 외롭지 않았다. 약간이나마 상처가 치유된 것도 같았다.
이건 올바른 일이 아니었다. 그를 향한 내 감정에 확신이 없고 로드 역시 나에게 반해서 유혹했던 거라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지금만큼은 앞으로도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로드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느꼈다.
나는 원래 짧은 기간에 깊이 빠져들거나 혹은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 없다고까지 말하진 않지만, 그 얄팍한 시간 위에 만들어진 눈과 심장의 착각을 경멸하는 사람이었다.
언니에게 구애했던 수많은 남자가 그랬다. 언니가 그들에게 사랑의 계기를 물을 때면 그들은 단지 길거리나 파티에서 한번 스치듯 보고, 또는 언니의 웃는 모습에 한눈에 그것도 아니면 언니가 한번 대꾸해 줬을 뿐인데 멋대로 오해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나는 언니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며 부러워했지만 그렇게 썩은 음식에 파리 꼬이듯이 날아드는 수많은 남자까지 부러워했던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부분은 진심으로 동정해 마지않았다. 남자는 진실한 사람 한 명이면 충분했다.
언니는 늘 남자라는 생물을 귀찮은 것 취급했고 그들을 쳐 내면 쳐 냈지 일부러 꼬여 내려 한 적은 없었기에 그 부분은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동생의 약혼자를 꾀어냈던 걸 보면 어디까지나 내 착각이었던 것 같지만.
“데본?”
아니면 단순히 날 상처 입히려는 속셈이었거나.
나는 문득 어쩌면 혹시라는 가정을 해 봤다.
혹시 그날 내가 잠든 틈을 타서 그 사람이 언니를 강제로 덮쳤던 건 아닐까? 순간적으로 언니의 아름다움에 취했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내게 접근해 언니를 노리고 있었던 건 아닐까.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이를 세워 엄지손톱을 물어뜯었다.
아니, 아니다. 그날 분명히 나는 언니와 함께 있다가 이유도 없이 의식을 잃었으며, 고용인을 통해 깨어나는 대로 자기 방으로 오라고 전했던 걸 보면 처음부터 작정한 쪽은 언니였다. 언니는 나에게 일부러 그런 상황을 보이고 싶었다는 얘기다. 어째서? 무슨 의도로?
모르겠다. 나는 눈으로 본 것밖에 그날의 진실을 모른다. 두 사람은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고 나는 나대로 그들이 끔찍해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깨어났을 때 내 방에 왔었던 언니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카멜가의 저택 앞에서 마주쳤던 그 사람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뒤를 쫓아왔었던 걸까.
완전하게 깨져 버린 우리의 관계성 속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더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저 때마침 언니의 질 나쁜 장난기가 발동해 벌어진 일이었던 건지 나는 어떠한 것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안다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날은 이미 지나 과거가 되었고 과거는 돌아갈 수 없으니까. 결국 상처만 헤집는 꼴이 될 게 뻔했다.
언니는 결국 자신을 쫓아다니던 남자 중 한 명과 결혼해 수도를 떠났다. 그 사람의 소식은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알려고 하면 알 수 있겠지만 알고 싶지 않았다.
마주쳤던 그 날 내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그 사람에게 무엇이든 가슴의 응어리를 풀 수 있는 말을 들었을까. 아니면 아무런 소용 없는 사죄의 말에 더욱 무너졌을까.
이대로 묻는 편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 돌아서는 날 붙들었다.
한 번은 들어 볼 걸 그랬다. 그리고 물어볼 걸 그랬다.
대체 왜 그랬는지.
“무슨 생각 해요?”
“전 약혼자 생각이요.”
나는 로드의 물음에 별생각 없이 대답했다. 로드는 심술궂은 표정을 짓더니 내 오른쪽 유두를 손가락으로 잡아 비틀었다. 순간 놀라서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나는 로드의 손을 때리며 떼어 내려 했지만 그는 그럴수록 더욱 세게 잡아 비틀었다. 로드는 내가 아프다고 소리치며 발버둥을 칠 때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왜, 왜 그래요……?”
눈물이 고였다. 나는 겨우 그의 손에서 벗어나 두 팔로 아픈 가슴을 감싸 가렸다. 길게 드러누운 로드는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친 채 날 흘겨보았다.
“매너가 꽝이네요. 밤새도록 섹스하고 지금도 내 눈앞에서 홀딱 벗고 있으면서 딴 사람 생각을 하다니 자존심 상하잖아요. 내가 그보다 못했었나 봐요?”
“별로 당신과 비교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그럼요?”
“그냥 여러 가지…….”
내가 말을 흐리자 로드는 바른대로 말하라면서 내게 덤벼들었다. 나는 간지럼을 태우는 그에게 잠긴 목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침대 위를 이리저리 굴렀다. 그러다 시트에 말려 바닥으로 떨어졌고 로드는 놀라 침대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는 내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 싱긋 웃었다. 로드는 나를 따라 아래로 내려와 덮치듯 키스했다. 마지막으로 내 볼에 뽀뽀를 한 뒤 떨어지는 로드를 향해 나는 약간 웃음 지으며 말했다.
“즐거웠어요. 로드.”
그도 웃음을 거두지 않고 답했다.
“나도 즐거웠어요.”
2. 임무
집에 돌아갔을 때는 정말 큰일이라도 난 듯했다. 아버지는 정원을 서성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대문 앞까지 나를 데려다주는 로드를 발견하곤 경호원들에게 그를 잡으라 소리쳤다. 장난스럽게 혀를 찬 로드는 내게 짧은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재빨리 도망가 버렸다.
아버지는 순식간에 멀어져 가는 로드를 향해 잡히면 바로 감옥에 처넣을 거라고 화가 나 벌게진 얼굴로 고래고래 외쳤다. 그 소란에 밖으로 나온 어머니는 그제야 나를 발견하곤 크게 나무랐다. 나는 얌전히 꾸중을 들었다.
결국 한 달간 외출 금지가 떨어졌고 그렇게 내 하룻밤의 유희는 막을 내렸다.
그날 후론 어쩔 수 없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나는 로드를 만나러 갈 수 없었다. 어쩌면 한 달 후 그 자리에 다시 나간다 해도 로드는 이미 수도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갔을 수도 있다.
나는 이대로 끝내기가 아쉬워서 로드에게 편지를 썼다. 그 후 어떻게 지내는지, 적어도 당신이 돌아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고 싶다고 말이다. 나는 신입 고용인 중 하나인 엘리제에게 편지를 건네며 몰래 나가서 로드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로드에게선 답장이 없었다. 편지를 가져갔던 엘리제에게 그가 뭐라 하더냐고 물었더니 로드는 편지를 받았을 뿐 아무 말도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