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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는 옆에서 두려운 시선으로 부부가 된 둘을 지켜보는 자들을 향해 명령했다.

“저기, 아인즈? 정말 이런 짓을 해도 괜찮아?”

“얼떨결에 불려 오긴 했지만 역시 이런 건 좀.”

“너 원래 이런 이상한 취향이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여자도 아니고 성녀님이잖아.”

아직 두려움과 망설임이 남아 있던 7명의 남자를 향해 아인즈는 아주 차가운 시선으로 대답했다.

“하기 싫은 놈은 안 말릴 테니 돌아가. 강요하는 게 아니라 선택권을 주는 거니까. 대신에.”

아인즈는 그들을 향해 피식 웃으면서 미끼를 던졌다.

“내가 끝나면 제일 먼저 붙잡은 놈부터 안게 해 준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 남자가 침대 위로 올라와 아르모니아의 팔을 붙잡았다. 이어서 질세라 다른 남자는 한쪽 다리를, 또 다른 남자는 반대쪽 다리를. 몇 명은 아인즈의 말대로 아르모니아를 붙잡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결정은 너희가 한 거다.”

그리고 아인즈는 그제야 느긋하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남자의 벗은 몸을 직접 본 건 처음이었지만 그런 걸 신경 쓸 틈도 없었다. 단단하게 근육이 잡힌 보기 좋은 체형의 몸이 드러나고 하반신에는 남성을 상징하는 물건이 달려 있다. 그리고 여유롭게 자기 옷을 전부 벗은 아인즈는 그대로 누워 있는 여자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안 돼! 하지 마!”

“그렇게 싫었으면 받아들이지 말았어야지.”

그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단순한 변태적인 취향? 성녀였던 자가 추락하는 것을 보며 쾌감을 느끼고 싶었나? 그러나 흥분과는 지나치게 거리가 먼 조용하고 차분한 표정이었기에 아르모니아는 도저히 그의 생각을 알 수 없었다. 상식과 너무나도 거리가 먼 일이 한꺼번에 들이닥쳐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

“가장 순수하고 순결한 몸이라.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몸이니 모두 잘 봐 둬라.”

누군가가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를 들었다. 피부를 가리고 있던 천을 끌어내리자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부드러운 유방이 드러났다. 더 아래로 끌어내리자 잘록한 허리가, 가느다란 두 다리가, 그리고 완전히 발가벗겨진 여인의 모습은 작은 새가 몸을 움츠리는 듯한 안타까운 형상이었다. 그리고 여자의 두 다리 사이에 다가간 남자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그 안으로 자기 하반신에 달린 물건을 밀어 넣었다. 정말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악!!! 아파! 아파! 빼 줘! 아파!”

“야! 그거 그렇게 그냥 집어넣으면 안 돼.”

아마 이미 여자를 안아 본 경험이 있는 듯한 남자 하나가 아인즈의 무자비한 행동을 지적했으나 그는 성녀였던 여자의 고통 가득한 비명을 들으면서도 성기를 빼내지 않았다. 전혀 젖지 않아서 그 역시 아플 법도 한데 아프다며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한 여자의 몸을 그저 그렇게 고통으로 채워 넣으려는 듯이 움직였다.

아르모니아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그러한 고통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 어쩌다 물건에 부딪히거나 생채기가 나는 정도의 충격은 있었으나 이렇게 아프고 괴로운 감각을 맛보는 건 처음이라고. 두 다리 사이에서 불이나 금방이라도 찢어져 버릴 듯한 고통. 억지로 천을 쥐어 잡아 뜯으면 천이 그런 고통을 느낄까? 억지로 쑤셔 넣으려는 움직임과 뻑뻑한 피부의 마찰은 아프기만 했다.

아르모니아는 제발 그만하라며 엉엉 울면서 버둥거렸지만 누구도 그녀의 몸을 놓아주지 않았고 아인즈는 무섭게도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겪어 본 치욕스러운 고통은 아주 길게 이어졌고 이윽고 아인즈는 움직임을 멈춘 뒤 참았던 숨을 토해 냈다. 그와 동시에 아르모니아는 자신의 몸 안에 뜨끈한 액체가 흘러들어 오는 것이 느껴지자 고통이 끝났음을 알았다.

‘끝났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펑펑 흘리며 히끅거렸다. 너무 아프고, 무섭고, 또 혼란스러워서 우는 것 말고는 뭘 하면 좋을지 몰라 그냥 그렇게 울었다. 다리 사이로 혈흔과 우윳빛의 탁한 액체가 섞인 것을 힐끔 본 그녀는 생각 이상으로 두려웠던 첫 경험에 아이처럼 소리를 내어 서럽게 울기 시작했으나.

“됐어. 이제 너희 마음대로 해.”

고작 한 번의 사정을 끝낸 아인즈는 미련도 없다는 듯이 침대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었다. 도저히 신혼 첫날밤을 맞이한 신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무미건조한 반응. 오히려 그의 친구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놀랐다.

“정말 우리 마음대로 해도 돼? 너 더 안 해?”

“더 할 필요도 없어.”

진심으로 미련 없다는 차가운 시선을 끝으로 아인즈는 그 방을 벗어났고 뒤이어 제일 먼저 아르모니아의 팔을 잡았던 남자가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탔다.

‘꿈일까?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그런 끔찍한 상황을 꿈으로 꿀 수 있나?’

아무리 고민해도 시간은 흐르는 법. 아르모니아는 아직도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연회 구석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벽에 기댔다. 예정대로 세례식은 무사히 끝났지만 여전히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겠다. 과거임은 틀림없으나 모든 것을 세세히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끔찍한 기억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이렇게 생생한데 평범한 나날은 기억나지 않는다.

‘역시 불안해. 미래를 본 거라면 도망쳐야 하나? 하지만 왕께서 명하시는 일이니. 진짜 일어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게 정말 앞으로 일어날 일이라면 어쩌면 좋지?’

아르모니아는 어지러운 머리를 짚은 채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앞으로 걸어 나가려는 순간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 탓에 크게 휘청이고 말았다.

“아!”

그러나 넘어지려는 그녀를 재빨리 붙잡아 준 누군가가 있었고 그는 성녀를 잡은 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 왔다.

“성녀님. 괜찮으십니까?”

알고 있는 아주 익숙한 목소리. 아르모니아는 얼굴을 보지도 않았는데 귓가에 들려온 남자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언제나 누구보다 가장 많이 사랑을 속삭이던 목소리.



“아르모니아 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구애하던 목소리.

“사랑해. 아르모니아.”

일방적으로 고백해 오던 목소리.

“정말 사랑하고 있어. 누구보다 널 사랑하고 있어. 다른 녀석들과 달리 난 정말 진심으로 너를 사랑해.”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아르모니아는 창백해진 얼굴을 들어 올려 자신을 잡아 준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눈에 확 들어오는 피처럼 새빨간 붉은색 머리카락. 마치 그녀의 눈동자처럼 호박색으로 보이는 조금 더 진한 노란색 눈동자. 기억 속의 남자보다 체격이 조금 작았지만 남들 이상으로 큰 덩치. 아르모니아는 그를 알아보고 저도 모르게 남자의 이름을 입에 담고 말았다.

“페이트.”

설령 꿈이라 해도 잊을 리가 없다. 아인즈를 이어 두 번째로 그녀를 안은 남자. 누구보다 가장 많이 그녀를 안은 남자. 누구보다 가장 그녀에게 집착하며 구질구질하게 사랑한다는 말을 입에 담던 남자. 그 목소리를 기억한다.



“아인즈와 달리 난 진심이야. 가문의 격차만 아니었으면 내가 당신과 결혼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나 혼자서 당신을 독차지했을 텐데.”

소유욕으로 번뜩이던 그 표정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눈앞의 남자는 꿈에서 본 모습보다 좀 더 소년다운 모습으로, 소유욕과 욕망이 아닌 걱정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자기 앞에 있는 여자를 걱정하며 그녀를 부축했다.

“제 이름을 알고 계십니까? 아까부터 보니 상태가 안 좋으신 거 같은데 몸이 안 좋으시면 무리해서 연회에 참석하지 마시고 쉬는 게 좋을 듯합니다.”

이름은 몰랐다. 꿈에서 기억한 이름이니까. 꿈에서의 그는 아인즈가 물러나자마자 아르모니아의 몸 위에 올라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의 주무르며 입고 있던 바지를 내렸다.



“아르모니아 님! 아르모니아 님! 아아! 제가 정말 당신을 품에 안을 수 있다니!”

어찌할 줄 모르는 손으로 부드러운 피부를 주무르던 남자는 울고 있는 여자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개며 억지로 혀를 들이밀고, 핥고, 빨고, 깨물고를 반복하다가 다른 남자가 정액을 사출한 음부 안에 크게 부풀어 오른 성기를 어색하게 끼워 맞췄다.

“제가 당신을 사랑해 드리겠습니다. 아인즈와 달리 저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드리겠습니다.”

흥분으로 물든 달아오른 얼굴. 옷도 전부 벗지 않고 미숙한 움직임으로 천천히 성기를 끝까지 끼워 넣은 남자는 고작 그것만으로 사정해 버렸다. 그러나 아인즈와 달리 그는 바로 물러나지 않고 자그마치 3번의 사정을 끝내고 나서야 다음 남자의 손에 억지로 물러났다.



“성녀님?”

아르모니아는 오싹한 몸을 끌어안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틀림없어. 페이트다! 그게 꿈이라면 내가 이름을 알고 있을 리가 없어!’

과거의 그녀는 귀족 자제의 이름을 일일이 기억하지 않았다. 가문의 이름이나 지위는 대충 알고 있었고 유독 방문이 잦은 왕족은 제대로 얼굴과 이름을 외우고 있었지만 원래 성녀라는 자는 함부로 남을 만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연회에 참석하는 자들은 허락받은 고위층 정도. 귀족이 참석해도 보통은 그 가문의 주인이나 대리로 참석하는 자의 얼굴이나 외우지 성인도 되지 않은 자제의 얼굴과 이름을 일일이 외우고 있을 리가 없지 않나. 그녀는 아인즈를 제외한 7명의 이름을 결혼식 전까지 전혀 몰랐으니까. 그나마 몇 명이 익숙한 얼굴이라는 건 알았지만 이름을 기억할 리가 없다. 이 남자 역시 그랬다. 어쩌다 연회에서 본 거 같은 얼굴이라고만 기억했지 이름은커녕 가문조차 몰랐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의 아르모니아는 눈앞에 있는 남자의 이름을 현실에서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꿈이 아니라 현실이 맞아?!’

오싹한 감각에 몸을 떨자 곁에서 그녀를 부축하던 페이트는 물론이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 성녀를 걱정하며 몰려들었다. 아르모니아는 괜히 시끄럽게 소동을 벌이고 싶지 않아 마음을 가다듬고 사태를 정리했다.

“아, 미안해요. 아무래도 오늘은 몸이 안 좋은 거 같으니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이니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듯한 표정이다. 그리고 아르모니아는 문득 그녀의 옆에 서 있는 페이트를 힐끔 바라보고 머리를 굴렸다.

“죄송하지만 좀 부축해 줄 수 있을까요? 혼자서 걷기가 힘들어서.”

“네! 물론입니다!”

페이트는 걱정스러움보다 영광이라는 표정으로 홍조를 띠고 성녀를 부축해 자리를 옮겼다. 보통 만나기도 어려운 성녀와 말을 섞는 것도 모자라 신체적인 접촉까지 경험하는 건 굉장한 일일 테니까. 사실 아르모니아는 이 남자의 부축을 받는 것이 불편하긴 하였으나 그보다는 먼저 파악할 것이 있었기에 일부러 그를 잡은 거다.

‘어디 보자. 그게 진짜 있었던 일이든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본 거든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면 조심하는 게 좋겠지.’

일부러 다른 사람들은 바쁠 거라는 이유로 페이트를 자기 방까지 이끌고 오는 데 성공한 아르모니아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힘없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슬쩍 올려다본 페이트는 정말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어서 아르모니아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때는 정말 동경하는 성녀님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제파스 가문에 날 보내겠다는 이야기는 좀 더 일찍 나왔을 테니 아마 이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