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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모두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는 도중.
오로지 한 사람만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로운 식재료다.’
몬스터로부터 마력과 특성을 뽑아내는 여울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에게 있어 본 적 없는 새로운 몬스터는 능력치를 상승시켜 줄 요리재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두두두두!
그야말로 지진이 아닐까 싶을 만큼의 땅울림이 발끝을 타고 전해졌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는 거대한 덩치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돌진했다.
다행히도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이 브루탈 보어의 돌진력을 떨어뜨렸다.
“브루탈 보어는 돌진력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이 위협적인 몬스터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보다는 회피하도록.”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듯이, 엄청난 돌진력과 강한 힘을 가진 브루탈 보어도 단점은 가지고 있다.
놈들은 상당히 저조한 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방향을 선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물론 그 모든 약점은 우선 첫 번째 돌진을 피해냈을 때나 활용할 수 있다.
“마음 단단히 먹어! 겁먹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죽는다!”
“네!”
카리스마 넘치는 김찬규의 하명에 우렁찬 대답이 뒤따랐다.
여울 역시 경직된 얼굴을 한 채 전투원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삼겹살, 꽃등심, 목살, 안창살, 업진살…….’
츄릅.
최근 절약과 이차원 요리의 실험을 핑계로 제대로 된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군침이 흘러나왔다.
반드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브루탈 보어의 사체 하나를 슬쩍하겠노라 다짐한 여울도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쿵! 쿵!
어느덧 브루탈 보어의 무리가 일행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공략대장 김찬규의 턱을 타고 흐른 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산개!”
포효에 가까운 우렁찬 외침이 있은 그 때, 공략대는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직후 약 10여 마리의 브루탈 보어 무리가 공략대가 있던 자리를 짓밟으며 지나갔다.
마치 거대한 화물차가 최고속력으로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다행히도 사상자는 없었다.
“자, 지금부터 반격이다! 돌진!”
명령을 하달한 김찬규가 솔선수범하며 거대한 창을 내질렀다.
D랭크 헌터인 그의 일격은 방향을 선회하던 브루탈 보어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그를 시작으로 세 개의 창이 추가로 내질러졌다.
서포터를 제외한 이카로스의 클랜원들은 전부가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인지 일사불란한 그들의 모습은 잘 훈련된 군대를 보는 것 같았다.
“여기는 저희가 상대할 테니 용병 여러분들은 배후로 돌아 뒤를 공격해주세요!”
김찬규는 브루탈 보어와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용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카로스 클랜의 전투방법을 지켜보는 것은 제법 공부가 될 것 같았지만, 고용된 자로서 고용인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시를 따라 브루탈 보어 무리의 뒤편으로 이동하던 여울은 추가적으로 돌진해오는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와 조우했다.
“요리사의 눈.”
스킬 레벨을 높인 후 처음으로 몬스터에게 요리사의 눈이 사용되었다.
=======================
<능력>
분류 : 브루탈 보어
위험도 : E
근력 : 24 / 민첩 : 12
체력 : 8 / 마력 : 17
정신 : 4 / 감각 : 11
특성 : 무차별 돌진, 폭식, 암시
=======================
‘주의할 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근력과 돌진 특성인가. 그거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네.’
그 외에도 신체 곳곳에서 약점이 빛나고 있었다.
돌진을 회피한 후 약점을 찌르면 어렵지 않게 사냥을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위도축.”
거기에 여울은 하나의 스킬을 추가로 사용했다.
그러자 브루탈 보어의 신체에 추가로 선이 나타났다.
여울은 두 개의 스킬이 중첩되는, 선과 빛이 교차하는 장소를 찾았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그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맺혔다.
사냥의 시간이다.
두두두!
엄청난 기세로 돌진하는 브루탈 보어로부터 눈을 떼지 않던 여울은 타이밍을 맞춰 측면으로 내달렸다.
브루탈 보어는 전투복의 옷깃을 스치는 것으로 공격을 끝마쳐야만 했다.
여울은 회피 직후 반격에 들어갔다.
브루탈 보어의 어깻죽지에 여울의 칼날이 틀어박혔다.
두 개의 스킬이 겹친 까닭에 칼날은 마치 두부를 가르는 것처럼 브루탈 보어의 가죽과 근육, 살점을 찢어발겼다.
[꾸이이익!]
비명을 지르는 브루탈 보어의 위에 올라타 털을 강하게 움켜쥔 여울은 보이는 약점을 사정없이 찔렀다.
뜨거운 피가 온몸을 적시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약점을 찔러대다 보니 브루탈 보어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육중한 무게가 땅을 짓누르며 작게 먼지가 피어났다.
“일단 하나.”
그리 어렵지 않게 한 마리의 적을 쓰러뜨린 여울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찾았다.
여울을 향해 질주한 브루탈 보어의 수는 둘.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다.
“후우…….”
숨을 고른 여울이 정면의 브루탈 보어를 향해 내달리려던 순간이었다.
퍽!
측면에서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이카로스 클랜이 상대하던 브루탈 보어 하나가 급격히 타깃을 여울로 바꾼 것이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허공을 날던 여울의 신체가 두 그루의 나무를 부러뜨리며 바위에 처박혔다.
“여, 여울 형?!”
바로 지척에서 전투를 벌이던 박성현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를 상대하던 그에게는 여울을 도우러 갈 여력이 없었다.
브루탈 보어의 공격력은 압도적.
그야말로 일격필살과도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F랭크 헌터가 그 공격에 직격당하면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그쪽 형입니까.”
바위의 잔해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 여울에게서 보이는 상처는 아주 경미한 생채기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터프한 거예요? 방어계열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어요?”
박성현은 혀를 내둘렀다.
E랭크 헌터인 자신이었다면 분명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뀌이익!]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살아있는 여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브루탈 보어가 성대하게 콧김을 뿜어내며 여울을 향해 질주했다.
‘속이 안 좋아.’
현재 여울은 어떠한 요리 버프도 받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의 충격흡수 특성은 고작해야 1레벨에 불과하다.
당연히 높은 레벨에 비해 흡수할 수 있는 최대치도, 한 번에 흡수하는 충격의 양도 뒤떨어진다.
외형적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내장이 꼬인 것처럼 욱신거렸다.
“퉤.”
피 섞인 침을 뱉어낸 여울은 땅을 박차며 높게 뛰어올랐다.
공중제비를 도는 그의 발밑으로 브루탈 보어가 스쳐 지나갔다.
뻗어진 그의 손에 들린 단검이 자연스럽게 브루탈 보어의 어깻죽지에 파고들었다.
브루탈 보어의 등이 갈라지며 대량의 피가 솟구쳤다.
바닥에 착지한 여울은 손목을 감싼 채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상처가 얕아. 이걸로는 안 죽었을 거야.’
그는 전력으로 내달렸다.
기어코 브루탈 보어를 따라잡은 여울이 목덜미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격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제 남은 적은 하나뿐이다.
[꾸이이익!]
“숨도 못 돌리게 하네.”
배후에서부터 들려오는 돼지 울음소리. 그리고 땅울림을 감지한 여울은 곧장 몸을 던졌다.
콰앙!
브루탈 보어가 조금 전까지 여울이 처박혀 있던 바위를 들이받았다.
생물과 바위가 부딪친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굉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완전히 부서진 바위를 밀어내며 브루탈 보어가 걸어 나왔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브루탈 보어의 미간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내렸다.
공격력이 탁월하기에 몸을 던진 돌진공격은 반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브루탈 보어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여울의 단검이 브루탈 보어의 옆구리에 꽂혔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듯 브루탈 보어도 반격을 해왔다.
날카로운 어금니가 여울을 밀쳐내고 뾰족한 송곳니가 그의 신체를 씹어 부수려 다가온다.
하지만 여울은 브루탈 보어에게 딱 달라붙은 채 거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멀어지면 또 돌진을 할 거야.’
거리를 내어주는 것은 우책이다.
여울의 공격이 더욱 날카롭고 예리하게 변모했다.
그의 단검이 도축 부위를 알려주는 푸른 선을 따라 내달렸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브루탈 보어의 왼쪽 눈을 노리고 단검이 쏘아졌다.
단검에는 백색의 마력이 씌워져 있었다.
[꾸에엑!]
브루탈 보어가 몸을 크게 뒤틀었다.
콰직!
단검의 날 끝은 목표로 했던 눈이 아니라 크게 휘어 있는 어금니와 부딪쳤다.
멘탈이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단검은 멀쩡했다.
단지 강한 충격과 피 때문에 미끄러져 손잡이를 놓쳤을 뿐이다.
그 대가로 브루탈 보어는 자랑하는 송곳니의 한쪽을 잃었다.
무기를 놓친 여울은 떨어지는 브루탈 보어의 송곳니를 낚아채서 역수로 쥐었다.
“흡!”
여울의 의지에 의해 송곳니는 본 주인의 눈을 찔렀다.
길고 날카로운 어금니가 뇌까지 관통하며 브루탈 보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후우…….”
난이도 E로 측정된 몬스터 세 마리를 동시에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여울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투에서는 요리 버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떨어진 단검을 쥐어든 여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지금의 전투를 통해 여울은 자신이 전과 비교해 한참이나 강해졌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적들을 쓰러뜨렸다고 해서 편히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누구를 도와야 하지?’
그는 천천히 전황을 살폈다.
이카로스 클랜원들의 경우엔 나름대로 승기를 거머쥐고 있었으므로 도움의 손길은 불필요해 보였다.
따라서 여울은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자신을 귀찮게 했던 박성현을 돕기로 했다.
“도와드릴게요. 잠깐 시선을 끌어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여울형.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박성현이 감격한 눈으로 여울을 응시했다.
주마등이라도 보았는지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심히 부담되는 몰골이다.
쾅!
브루탈 보어가 박성현의 방패를 들이받았다. 상당히 두꺼워 보이는 방패가 찌그러질 정도로 그 일격은 무거웠다.
그러나 박성현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그 공격을 견뎌냈다.
“으아아아! 죽겠다. 이러다 저 죽겠어요, 형!”
다만 여전히 입은 방정이었다.
“입 좀 다물어요. 여기 던전에 있는 모든 몬스터의 어그로를 가져올 생각이에요?”
박성현에게 일침을 가한 여울의 단검이 브루탈 보어의 가죽을 찢었다.
새로 획득한 송곳니가 근육을 깊게 파헤친다.
브루탈 보어들은 박성현을 상대하느라 지쳐 있었으며 꽤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는 앞뒤에서 쏟아지는 연계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저도 이 정도면 쓸 만하지 않아요?”
소매로 얼굴에 묻은 타액을 닦아낸 박성현이 헤프게 웃으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도대체 어디가?’라고 반문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겨우 참고 있는 울음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여울은 애를 달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런데 형. 저쪽에 있는 명운이 형님도 상당히 급한 거 같은데요.”
“아, 저 인간은…….”
여울의 눈이 정명운의 모습을 쫓았다.
네 마리의 브루탈 보어를 상대로 지친 기색을 보이던 그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여울은 조롱의 의미가 담긴 비웃음을 던졌다.
“그냥 둬도 괜찮습니다.”
모두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다가올 전투에 대비하는 도중.
오로지 한 사람만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새로운 식재료다.’
몬스터로부터 마력과 특성을 뽑아내는 여울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에게 있어 본 적 없는 새로운 몬스터는 능력치를 상승시켜 줄 요리재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두두두두!
그야말로 지진이 아닐까 싶을 만큼의 땅울림이 발끝을 타고 전해졌다.
흉악하기 짝이 없는 몬스터는 거대한 덩치를 십분 활용해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돌진했다.
다행히도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이 브루탈 보어의 돌진력을 떨어뜨렸다.
“브루탈 보어는 돌진력뿐만 아니라 강력한 힘이 위협적인 몬스터다. 정면으로 맞서는 것보다는 회피하도록.”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듯이, 엄청난 돌진력과 강한 힘을 가진 브루탈 보어도 단점은 가지고 있다.
놈들은 상당히 저조한 체력을 가지고 있으며, 방향을 선회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물론 그 모든 약점은 우선 첫 번째 돌진을 피해냈을 때나 활용할 수 있다.
“마음 단단히 먹어! 겁먹어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 죽는다!”
“네!”
카리스마 넘치는 김찬규의 하명에 우렁찬 대답이 뒤따랐다.
여울 역시 경직된 얼굴을 한 채 전투원들과 나란히 서 있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삼겹살, 꽃등심, 목살, 안창살, 업진살…….’
츄릅.
최근 절약과 이차원 요리의 실험을 핑계로 제대로 된 고기를 입에 대지 못했다.
때문일까. 저도 모르게 군침이 흘러나왔다.
반드시, 무슨 수를 쓰더라도 브루탈 보어의 사체 하나를 슬쩍하겠노라 다짐한 여울도 전투태세에 들어갔다.
쿵! 쿵!
어느덧 브루탈 보어의 무리가 일행의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공략대장 김찬규의 턱을 타고 흐른 땀이 바닥에 떨어졌다.
“산개!”
포효에 가까운 우렁찬 외침이 있은 그 때, 공략대는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 직후 약 10여 마리의 브루탈 보어 무리가 공략대가 있던 자리를 짓밟으며 지나갔다.
마치 거대한 화물차가 최고속력으로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다행히도 사상자는 없었다.
“자, 지금부터 반격이다! 돌진!”
명령을 하달한 김찬규가 솔선수범하며 거대한 창을 내질렀다.
D랭크 헌터인 그의 일격은 방향을 선회하던 브루탈 보어의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그를 시작으로 세 개의 창이 추가로 내질러졌다.
서포터를 제외한 이카로스의 클랜원들은 전부가 창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상당히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것인지 일사불란한 그들의 모습은 잘 훈련된 군대를 보는 것 같았다.
“여기는 저희가 상대할 테니 용병 여러분들은 배후로 돌아 뒤를 공격해주세요!”
김찬규는 브루탈 보어와 힘겨루기를 하면서도 용병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카로스 클랜의 전투방법을 지켜보는 것은 제법 공부가 될 것 같았지만, 고용된 자로서 고용인의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시를 따라 브루탈 보어 무리의 뒤편으로 이동하던 여울은 추가적으로 돌진해오는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와 조우했다.
“요리사의 눈.”
스킬 레벨을 높인 후 처음으로 몬스터에게 요리사의 눈이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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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분류 : 브루탈 보어
위험도 : E
근력 : 24 / 민첩 : 12
체력 : 8 / 마력 : 17
정신 : 4 / 감각 : 11
특성 : 무차별 돌진, 폭식, 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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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것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근력과 돌진 특성인가. 그거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네.’
그 외에도 신체 곳곳에서 약점이 빛나고 있었다.
돌진을 회피한 후 약점을 찌르면 어렵지 않게 사냥을 끝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위도축.”
거기에 여울은 하나의 스킬을 추가로 사용했다.
그러자 브루탈 보어의 신체에 추가로 선이 나타났다.
여울은 두 개의 스킬이 중첩되는, 선과 빛이 교차하는 장소를 찾았다.
“준비는 끝났고. 이제는…….”
그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맺혔다.
사냥의 시간이다.
두두두!
엄청난 기세로 돌진하는 브루탈 보어로부터 눈을 떼지 않던 여울은 타이밍을 맞춰 측면으로 내달렸다.
브루탈 보어는 전투복의 옷깃을 스치는 것으로 공격을 끝마쳐야만 했다.
여울은 회피 직후 반격에 들어갔다.
브루탈 보어의 어깻죽지에 여울의 칼날이 틀어박혔다.
두 개의 스킬이 겹친 까닭에 칼날은 마치 두부를 가르는 것처럼 브루탈 보어의 가죽과 근육, 살점을 찢어발겼다.
[꾸이이익!]
비명을 지르는 브루탈 보어의 위에 올라타 털을 강하게 움켜쥔 여울은 보이는 약점을 사정없이 찔렀다.
뜨거운 피가 온몸을 적시는 것도 아랑곳 않고 약점을 찔러대다 보니 브루탈 보어가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육중한 무게가 땅을 짓누르며 작게 먼지가 피어났다.
“일단 하나.”
그리 어렵지 않게 한 마리의 적을 쓰러뜨린 여울은 곧바로 다음 목표를 찾았다.
여울을 향해 질주한 브루탈 보어의 수는 둘.
아직 하나가 더 남아있다.
“후우…….”
숨을 고른 여울이 정면의 브루탈 보어를 향해 내달리려던 순간이었다.
퍽!
측면에서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이카로스 클랜이 상대하던 브루탈 보어 하나가 급격히 타깃을 여울로 바꾼 것이다.
실 끊어진 인형처럼 허공을 날던 여울의 신체가 두 그루의 나무를 부러뜨리며 바위에 처박혔다.
“여, 여울 형?!”
바로 지척에서 전투를 벌이던 박성현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를 상대하던 그에게는 여울을 도우러 갈 여력이 없었다.
브루탈 보어의 공격력은 압도적.
그야말로 일격필살과도 같은 위력을 가지고 있다.
F랭크 헌터가 그 공격에 직격당하면 아픈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그쪽 형입니까.”
바위의 잔해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킨 여울에게서 보이는 상처는 아주 경미한 생채기뿐이었다.
“뭐가 그렇게 터프한 거예요? 방어계열 스킬이라도 가지고 있어요?”
박성현은 혀를 내둘렀다.
E랭크 헌터인 자신이었다면 분명 숨이 끊어졌을 것이다.
[뀌이익!]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고도 살아있는 여울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브루탈 보어가 성대하게 콧김을 뿜어내며 여울을 향해 질주했다.
‘속이 안 좋아.’
현재 여울은 어떠한 요리 버프도 받고 있지 않다.
따라서 그의 충격흡수 특성은 고작해야 1레벨에 불과하다.
당연히 높은 레벨에 비해 흡수할 수 있는 최대치도, 한 번에 흡수하는 충격의 양도 뒤떨어진다.
외형적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은 내장이 꼬인 것처럼 욱신거렸다.
“퉤.”
피 섞인 침을 뱉어낸 여울은 땅을 박차며 높게 뛰어올랐다.
공중제비를 도는 그의 발밑으로 브루탈 보어가 스쳐 지나갔다.
뻗어진 그의 손에 들린 단검이 자연스럽게 브루탈 보어의 어깻죽지에 파고들었다.
브루탈 보어의 등이 갈라지며 대량의 피가 솟구쳤다.
바닥에 착지한 여울은 손목을 감싼 채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상처가 얕아. 이걸로는 안 죽었을 거야.’
그는 전력으로 내달렸다.
기어코 브루탈 보어를 따라잡은 여울이 목덜미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격하게 저항하던 녀석의 몸이 축 늘어졌다.
이제 남은 적은 하나뿐이다.
[꾸이이익!]
“숨도 못 돌리게 하네.”
배후에서부터 들려오는 돼지 울음소리. 그리고 땅울림을 감지한 여울은 곧장 몸을 던졌다.
콰앙!
브루탈 보어가 조금 전까지 여울이 처박혀 있던 바위를 들이받았다.
생물과 바위가 부딪친 소리라고는 믿기 힘든 굉음이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완전히 부서진 바위를 밀어내며 브루탈 보어가 걸어 나왔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는 브루탈 보어의 미간에서 대량의 피가 흘러내렸다.
공격력이 탁월하기에 몸을 던진 돌진공격은 반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
브루탈 보어가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여울의 단검이 브루탈 보어의 옆구리에 꽂혔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듯 브루탈 보어도 반격을 해왔다.
날카로운 어금니가 여울을 밀쳐내고 뾰족한 송곳니가 그의 신체를 씹어 부수려 다가온다.
하지만 여울은 브루탈 보어에게 딱 달라붙은 채 거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멀어지면 또 돌진을 할 거야.’
거리를 내어주는 것은 우책이다.
여울의 공격이 더욱 날카롭고 예리하게 변모했다.
그의 단검이 도축 부위를 알려주는 푸른 선을 따라 내달렸다.
산 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고통에 몸부림치던 브루탈 보어의 왼쪽 눈을 노리고 단검이 쏘아졌다.
단검에는 백색의 마력이 씌워져 있었다.
[꾸에엑!]
브루탈 보어가 몸을 크게 뒤틀었다.
콰직!
단검의 날 끝은 목표로 했던 눈이 아니라 크게 휘어 있는 어금니와 부딪쳤다.
멘탈이터라는 명성에 걸맞게 단검은 멀쩡했다.
단지 강한 충격과 피 때문에 미끄러져 손잡이를 놓쳤을 뿐이다.
그 대가로 브루탈 보어는 자랑하는 송곳니의 한쪽을 잃었다.
무기를 놓친 여울은 떨어지는 브루탈 보어의 송곳니를 낚아채서 역수로 쥐었다.
“흡!”
여울의 의지에 의해 송곳니는 본 주인의 눈을 찔렀다.
길고 날카로운 어금니가 뇌까지 관통하며 브루탈 보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쓰러졌다.
“후우…….”
난이도 E로 측정된 몬스터 세 마리를 동시에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 여울은 길게 숨을 내뱉었다.
무엇보다 이번 전투에서는 요리 버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었다.
떨어진 단검을 쥐어든 여울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맺혔다.
지금의 전투를 통해 여울은 자신이 전과 비교해 한참이나 강해졌음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적들을 쓰러뜨렸다고 해서 편히 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누구를 도와야 하지?’
그는 천천히 전황을 살폈다.
이카로스 클랜원들의 경우엔 나름대로 승기를 거머쥐고 있었으므로 도움의 손길은 불필요해 보였다.
따라서 여울은 던전에 들어오기 전부터 자신을 귀찮게 했던 박성현을 돕기로 했다.
“도와드릴게요. 잠깐 시선을 끌어주세요.”
“가, 감사합니다, 여울형.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박성현이 감격한 눈으로 여울을 응시했다.
주마등이라도 보았는지 그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심히 부담되는 몰골이다.
쾅!
브루탈 보어가 박성현의 방패를 들이받았다. 상당히 두꺼워 보이는 방패가 찌그러질 정도로 그 일격은 무거웠다.
그러나 박성현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고 그 공격을 견뎌냈다.
“으아아아! 죽겠다. 이러다 저 죽겠어요, 형!”
다만 여전히 입은 방정이었다.
“입 좀 다물어요. 여기 던전에 있는 모든 몬스터의 어그로를 가져올 생각이에요?”
박성현에게 일침을 가한 여울의 단검이 브루탈 보어의 가죽을 찢었다.
새로 획득한 송곳니가 근육을 깊게 파헤친다.
브루탈 보어들은 박성현을 상대하느라 지쳐 있었으며 꽤나 많은 상처를 입었다.
두 마리의 브루탈 보어는 앞뒤에서 쏟아지는 연계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쓰러졌다.
“저도 이 정도면 쓸 만하지 않아요?”
소매로 얼굴에 묻은 타액을 닦아낸 박성현이 헤프게 웃으며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도대체 어디가?’라고 반문해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겨우 참고 있는 울음이 터져 나올지도 모른다.
여울은 애를 달래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런데 형. 저쪽에 있는 명운이 형님도 상당히 급한 거 같은데요.”
“아, 저 인간은…….”
여울의 눈이 정명운의 모습을 쫓았다.
네 마리의 브루탈 보어를 상대로 지친 기색을 보이던 그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한 여울은 조롱의 의미가 담긴 비웃음을 던졌다.
“그냥 둬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