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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2. 수빈과 나?



그가 묵는 호텔은 좁은 전통 시장 골목에 자리해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럭셔리한 곳이었다. 수많은 여행자와 일상의 소음이 넘쳐 나는 구불구불한 골목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밖의 모든 소음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화려한 공간이 나타났다. 지붕이 달린 테라스, 풀, 내부 정원, 거실, 식당이 개인적으로 딸려 있는 그곳에 들어간 순간 수빈의 눈이 휘둥그레졌고 그 이유는 나중에야 들었다. 수빈은 자신이 그렇게 부유한 사람인 줄 꿈에도 몰랐단다.

아직 비즈니스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은 곳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로 평범하게 다니려는 편인데, 레스토랑에서의 차림도 그랬고 공항에서 타고 오는 차도 평범했으니, 그런 오해를 산 것이다. 수빈은 사실을 알았다면 공항에서 전화조차 안 했을 거란다.

그런 데다가, 한시라도 둘이 같이 있고 싶어 차로 멀리 돌아 호텔로 가는 것보다, 시장 입구에서 내려서 서민들이 오가는 골목을 통과해 가는 것을 택했던 것도 문제였다. 수빈 입장에서는 혹시 인신매매라도 당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도 알 수 없는 혼란스러움 때문에 홀린 듯 따라왔다고 했고. 그 여러 번의 우연과 수빈의 용기 덕에 함께 있을 수 있게 된 것이 꿈만 같았다.

그는 그날 밤 그녀를 품었다. 스물아홉이었던 그녀는 아직까지 남자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날이 생생히 떠올랐다. 식사를 마친 테이블에서 눈을 맞추자, 수빈은 눈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몰라 수줍어했었다. 많은 대화를 나누고 수없이 시선을 마주쳤음에도 여전했다. 남자를 따라 그가 묵는 곳에 오는 일이 흔한, 닳고 닳은 여자라면 결코 지어낼 수도 통할 수도 없는 표정이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은 수빈은 그가 이끄는 대로 침실로 따라왔다. 그녀는 그의 손을 지나치리만큼 꽉 쥐고 있었는데, 그것은 곧 있을 격정의 시간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손의 떨림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그가 물었다.

“무서워요?”

“아…… 그게…….”

그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면서도 수빈은 잡힌 손을 빼지 않았다. 그가 블라우스 단추에 손을 가져갔을 때도, 마지막으로 팬티를 벗겨 내릴 때도 물러서지 않았다. 침대 옆에 선 채로 발가벗은 몸이 되었는데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 뿐이었다.

수빈을 보느라 심취해 있던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힐 때에야 자신이 옷을 너무 많이 입고 있음을 깨달았다. 옷을 빠르게 벗어 내느라, 셔츠의 마지막 단추 하나가 튕겨 날아가는 것 같았지만 무시했다. 어서 벗은 몸을 맞대고 싶어 환장해 있었으니까.

팬티 안쪽의 페니스는 이미 거북할 정도였다. 급하게 아랫도리마저 벗어 버린 그가 다시 곁에 가 눕자, 실눈을 뜨던 수빈이 그의 얼굴이 생각보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는지 급하게 다시 감았다. 귀여워 미칠 것 같아서 한입에 꿀꺽 삼켜 버리고 싶었다.

홀랑 벗고 누운 채로 첫 키스를 했다. 수빈이야 경험이 없었다지만, 남녀 사이의 유희에 꽤나 통달해 있다 생각했던 본인도 마치 초보처럼 순서도 절차도 뒤죽박죽이었다.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건, 그리고 그렇게까지 반한 건 처음이었다.

입술에, 가슴에 그리고 배에도 키스했다. 옴폭 들어간 앙증맞은 배꼽에 혀를 들이밀면서 다음에는 다시 위로 올라가 맛을 볼지, 아래로 내려갈지 잠시 고민했다. 아래는 손보다 입으로 먼저 인사를 건네야 하는 것이 도리 같았지만, 그랬다가는 얼굴이 빨개진 수빈이 울음이라도 터뜨릴 것 같았다. 위로 올라가 유두를 입에 머금고 혀로 굴리는 순간 상체가 생선처럼 펄떡일 정도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흐읏……!”

신음 소리가 무작위로 터져 나왔다. 동그래진 눈동자를 꽉 감았다가, 연신 신음을 토해 내는 입을 제 손으로 가렸다가 등등. 당황하는 모습을 있는 대로 다 보여 주었지만, 그는 입술을 떼지 않았다. 옆구리를 감아 안은 팔도 풀지 않았고.

유두가 달콤했다. 물릴 때까지 빨고 싶었지만, 미간에 스쳐 가는 빗금을 보고는 입에서 꺼내 놓았다. 베개를 겹쳐서 제가 무슨 짓을 하는지 똑똑히 볼 수 있게 해 주고는, 잔뜩 성이 나 곤두선 유두를 두고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두 손이 옆구리며 골반을 먼저 쓸고 내려가니, 까만 눈동자에 다시금 두려움이 어렸다.

손으로 보드라운 숲을 쓸어내리자,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부드러워서 눈을 꼭 감을라치면 허벅지를 아프지 않을 정도로 찰싹 쳐서 눈을 뜨게 만들었다. 똑똑히 봐 두길 원했다.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사내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사내로. 아마 자신이 결혼을 결심한 것은 그때부터였던 것 같았다. 그녀가 앞으로 다른 남자와 이런 일을 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자, 눈앞이 시뻘게졌고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몸을 숙여 검은 숲에 가까이 대고 하아, 하고 숨을 내뱉으니, 두 다리가 경련하듯 떨렸다. 두 번, 세 번, 거듭하니, 경련하던 다리가 본인도 모르게 움찔 벌어졌다. 핫, 소리와 함께 놀라서는 다시 다물려지기 전에 그 사이로 그의 손이 미끄러져 들어갔다.

“아, 안……!”

“안 된다는 말은 안 됩니다.”

눈동자가 당황으로 물들거나 말거나, 힘을 주어 벌리는 사내의 힘을 막을 순 없었다. 붉고 작은 속살이 드러남과 동시에 다시 숨을 길게 뱉으니, 아까의 경련은 댈 것도 아니게 바르르 떤다.

맥스의 시선은 아직도 수빈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가 느끼는 것, 보여 주는 것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하아…….”

다시 숨을 뱉으니, 눈동자가 까무룩 뒤로 넘어간다. 기절하는 건가? 몇 초 되지 않는 순간이었지만,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잔뜩 긴장했던 기색이 아주 잠시간 사라졌다가, 곧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으니까.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어 더욱 다리를 벌리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며 다리를 버둥거리다가 이번에는 온몸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시선을 내리니, 은밀한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수빈에게서 듣진 못했어도 단 한 번도 사내를 겪어 보지 못했다는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그 순결한 느낌은 곧장 소유욕으로 이어졌다. 아버지의 조상이 스칸디나비아에서 넘어온 바이킹이라고 들었을 때, 야만적이라며 여태껏 등한시해 왔는데, 왜 지금 이 순간 그 생각이 떠오르는지. 호텔 부지 선정은 나 몰라라 하고 고작 여자 하나를 정복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느냐 하겠지만, 일생을 함께할 여자였다.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았다. 청결하면서도 자극적인 냄새. 입에 침이 고였다. 혀를 내밀어 길게 핥아 올리자, 수빈이 울먹이며 몸을 비틀었다. 놔줄 리 없었다. 무릎 뒤를 더욱 단단히 잡아 벌리고 다시 혀를 내밀었다.

세워진 고개로 그를 쳐다볼 수도 그렇다고 외면할 수도 없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대는 모습을 지켜보며 다시 한 번. 입을 크게 벌리고 빨아들이니, 촉촉한 액체도 흘러나와 모조리 핥아 먹고 나니, 난감했다. 아랫도리에 달린 놈을 생각해서 윤활제로 써야 하는데.

불끈대는 아랫도리에 더욱 힘이 들어갔지만, 조금 더 수빈을 맛보고 싶었다. 손가락을 가져다 여린 살을 좌우로 벌리자, 연약한 부분이 눈앞에 드러났다. 혀를 내밀어 스윽 핥아 올리자, 파르르 떨며 한쪽으로 몰려 선다. 혀를 뾰족이 세워 그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자,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옆으로 빠지려 한다.

“스읍.”

경고조로 엉덩이를 찰싹 때렸더니, 울먹이며 뭐라고 말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응?”

때린 곳을 쓰다듬으며 혀로 더듬으니, 아예 얼굴을 가려 버린다. 다시 혀를 가져가 작고 붉은 진주알을 굴리니, 높은 신음을 울리며 달콤한 액체를 쏟아 냈다.

허리를 펴고 일어나 앉은 그가 널브러지다시피 한 가는 다리를 접어 세우며 더욱 가까이 다가들자, 성난 남성이 제 갈 곳을 찾아 사방을 기웃거린다. 더 가까이 가니, 불끈대던 놈이 수빈의 아랫배에 닿았다. 제 것인지 기똥차게 알아챈 놈이 그 보드라운 몸뚱이를 재차 두드리며 들어갈 곳을 찾아 댄다. 가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길이를 가늠해 보니, 놈이 수빈의 배꼽 위까지 올라간다. 그 말은 삽입했을 때도 그 만큼은 들어갈 거라는 말인데. 자신이 좀 굵고 긴 편이긴 했고, 수빈이야 동양 여인이니, 체격 큰 서양 여자와는 다를 테지만, 이건 좀.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다. 일단 시도는 해 봐야지. 다 적응해서 살기 마련이고. 좀 덜 발기하기 전에 삽입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귀두를 들이미는 순간 깨달았다. 덜 발기하기 전이라고 해서 나을 것도 없다고. 촉촉하고 뜨거운 속살의 맛을 본 그의 남성은 순식간에 미친 듯이 팽창하기 시작했고, 맥스는 놈의 귀두를 수빈의 좁은 몸속으로 들여보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했다. 윤활유가 부족해 엄지로 작은 살점을 문지르자, 수빈이 비명을 올리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움켜잡힌 엉덩이를 빼낼 수는 없었다.

“조금만 더. 힘 빼고. 옳지.”

자상하게 달래는 척하지만 어린애 주먹만 할 귀두를 들이미는 흉악한 상황이었다. 좁은 입구를 통과해 쑥 하고 들어가자, 수빈에게서 비명이 터졌다. 처녀막이 분명했다. 붉게 물든 눈가에서 눈물 한 줄기가 흘렀고 그가 손을 뻗어 닦아 주었지만, 결코 허리를 물리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들이밀었다. 겁을 먹은 눈이 한껏 크게 떠졌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의 우람한 기둥이 반쯤 삽입되자, 호흡 곤란이 오는 듯 입 또한 한껏 벌어졌다.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고.”

그의 지시를 따르며 숨을 가쁘게 들이쉬고 내쉬면서, 손을 휘저었다. 아래로 내려 그의 허벅지를 밀어 내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그 손을 잡아 올려 입에 머금자, 울먹이며 고개를 젓는다.

“착하지, 조금만 더.”

이제 그게 거짓말인 걸 알게 되었는지, 고개를 더 거세게 젓는다. 딱했다. 시선을 내리니, 그녀의 중심에 박힌 제 페니스가 마치 말뚝이 박힌 듯 굵직했다. 여전히 딱했지만, 하는 수 없었다. 그녀의 어깨 옆을 짚고 상체를 숙였다. 그 움직임을 따라 몸 안의 페니스도 움직였고 수빈의 얼굴이 기절할 지경이 되었으나, 그는 아랑곳 않고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 그리고 허리를 강하게 내리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