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차원통제사 1권 (25화)

제9장 (3)



딸칵!

문이 열리며 아리의 얼굴이 보였다.

객실로 들어서자 아리가 겉옷을 받아주었다.

“늦었네요. 피곤하죠?”

“시내 구경을 좀 했지만 그다지 피곤하지는 않아.”

“다행이네요. 그럼, 좀 쉬다가 저녁 먹으러 가요.”

“그러자.”

내가 나갈 때와는 달리 능력자들이 객실 하나하나에 능력을 펼쳐 도청을 하는 중이었다.

아리도 호텔이 집중감시 대상임을 아는지 일상적인 대화만 하고 있었다.

“그래, 맛있는 집은 찾았어요?”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찾은 것 같아. 하지만 테러 때문에 분위기가 험악해서 말이야.”

“그래도 먹으러 가요. 호텔식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까요.”

“하하하! 알았어. 좀 쉬다가 나가 보자.”

“고마워요.”

그냥 일상적으로 보여야 하기에 아리와 대화를 끝내고 욕실로 가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자 아리가 잠옷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걸어서 다니느라고 힘들었는데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좀 누워요.”

“알았어.

쪽!

생각이 고마워 아리의 입에 뽀뽀를 했다.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텔레비전을 켰다.

채널을 돌려 봤지만 대부분의 방송이 천안문과 자금성에 대해 특별 보도를 하고 있었다.

“다친 사람은 조금 있어도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고 하니 그래도 다행이네요.”

“그러게.”

“능력자들 세상에 됐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막무가내로 싸우는 것을 보면 세상이 진짜 변한 것인지 의심스러워요.”

“세상이 변하고 자신의 본질을 알게 됐다고는 하지만 욕심은 사라진 것이 아니니까 말이야.”

호텔을 감시하는 이들 때문에 하는 말이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실이다.

세상이 변하기는 했지만 인류는 아직 그다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니 말이다.

대변혁 당시 세계를 관통하는 의지를 느낀 사람들은 모든 것이 변화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다지 변한 것은 없었다.

마법과 몬스터, 이야기나 신화에 나오는 종족들이 차원간의 교류도 모습을 드러냈으니 대변혁 이후 극심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 맞기는 했다.

따져 보면 다른 차원의 문화나 문물이 인류의 삶에 영향을 끼친 것이지 인간의 본질이 변화한 것은 아니었다.

대변혁 이전이나 지금이나 인류가 변한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전보다 자신의 본질을 찾아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이가 많았을 뿐, 인간의 추악한 욕망이 찾아내 본질을 누르는 것은 여전했기 때문이다.

인류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은 믿기 싫은 이야기다.

인류를 포기할 수 없기에 그래서 나는 지금이 변해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부디 내 생각이 맞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호텔이라서 그런지 위성방송으로 세계 각국의 뉴스가 나오기에 돌려보았다.

나라마다 시각이 다르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능력자들의 행태를 규탄하는 방송이었다.

특히나 일본과 미국, 그리고 러시아가 대한민국의 개입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면서 성토하는 기조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어 마음이 불편했다.

‘대한민국의 뉴스는 아예 막아 놓은 모양인데 뭐라고 나오는지 궁금하군.’

열어서는 안 되는 게이트를 열려고 했으니 원인을 제공한 것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다른 차원의 게이트가 열릴 수 있다는 비밀을 감추기 위해 언급을 하지는 않겠지만 이렇게 전격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것을 보면 언론이나 외교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했을 테니 말이다.

‘얼마 있지 않아 알게 되겠지.’

이곳에서의 조사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터라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기에 채널을 돌리며 계속해서 뉴스를 시청했다.

연이은 속보와 피해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 질릴 때쯤 붉은 빛 노을이 창문에 어리는 것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만 나갈까?”

“그래요. 우리 기분도 꿀꿀한데 맛있는 것 먹어요.”

“그러자. 아주 좋은 곳을 예약해 놨어. 음식 맛도 좋고, 재미있는 이벤트도 있으니까 아리도 마음에 들 거야.”

“우와! 정말이요?”

“그래, 어서 옷 갈아입고 나가자.”

“그래요.”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갈 준비를 했다.

둘 다 캐주얼하게 입은 탓에 누가 보더라도 신혼부부처럼 보이는 복장이었다.

중국의 수도답게 많은 발전을 이룬 곳이 북경이다.

고층 건물이 즐비하고, 자기부상열차도 곳곳에 깔려 있어 세계 유수의 도시만큼 발전된 곳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내가 아리와 함께 찾아가는 곳도 그런 곳 중 하나다.

옛날 전통 가옥들이 밀집된 곳이었는데 하루 딱 열 명만 예약을 받아 음식을 만들어 주는 식당이었었다.

“우와! 북경에 이런 곳이 있었어요?”

호텔부터 타고 온 택시에서 내린 아리가 감탄스러워 하며 주변을 둘러본다.

“문화지구로 등록된 곳인데 우리가 갈 곳은 저기 청등이 걸려 있는 곳이야.”

“저기가 식당이에요?”

“맞아. 중국 3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지.”

“북경, 광동, 사천지방의 요리 말이죠?”

“아리도 잘 아네. 아까 와서 예약을 해두었으니 준비가 되어 있을 거야.”

“히히, 어서 가요.”

신이 났는지 내 팔짱을 끼고 이끄는 아리를 따라 고택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중국 전통 옷인 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이 우리를 맞았다.

“어서 오십시오.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고마워요.”

종업원을 따라 들어간 곳은 아담한 객실이었는데 벽 사방에 고서화가 걸려 있는 것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 치파오를 입은 종업원이 위를 보호한다는 보위차를 따라 주었다.

“잠시 기다리시면 시작할 겁니다.”

“부탁할게요.”

“그럼, 전 이만.”

“우와! 여기에 있는 거 모두 진품이잖아요?”

여종업원이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가자 아리가 얼굴을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맞아. 당송대의 진품들이지.”

“겁나서 음식이 넘어갈지 모르겠어요?”

“하하하! 보호 마법진이 작품마다 걸려 있어서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호 마법진이라니, 여기 주인인 대단한 사람인가 봐요?”

“대단하기는 하지. 북경의 세도가들도 함부로 못하는 사람이니 말이야.”

“그런데 이런 곳은 어떻게 알았어요.”

“예전에 중국에 왔었을 때 지인에게 소개를 받고 몇 번 와봤었어.”

“그런데 여기 꽤 비쌀 텐데…….”

“나 여유가 꽤 되는 편이야. 그리고 우리 신혼여행이잖아. 아리에게 즐거운 추억이 될 거야.”

“즐거운 추억이요?”

“여기서 음식만 파는 것은 아니거든.”

“다른 것도 있어요?”

“그래, 조금 있으면 시작할 거야.”

말이 끝나자 한쪽 벽이 소리 없이 밀려나며 바닥이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공간이 나타났다.

객실들이 회랑처럼 이어져 있었기에 벽이 밀려나자 중앙 쪽 공간이 나타난 것이다.

“저기서 공연 같은 것을 해요?”

“맞아. 하지만 특별한 공연이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쪽에서 치파오를 입은 세 여자가 나타났다.

그중에는 우리에게 차를 따라 주었던 종업원도 있었다.

삼재를 이루며 마주보고 서 있는 세 명의 손에는 각자 검이 쥐어져 있었다.

띠디디디―딩!!

화르르르!

채―앵!

현이 뜯기는 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뒤쪽에 축구공만 한 불덩어리가 갑자기 나타나자 셋은 검을 떨쳐내며 뒤로 돌더니 서로의 등을 맞댔다.

휘―익!

슈슈슈슉!

촤르르르르ㅡ!

곧바로 불덩어리와 삼재진을 이루는 여검수들이 어울리는 검무가 시작되었다.

치파오를 입고 비파 소리에 이뤄지는 여검수들의 검무는 무척이나 섹시하면서도 멋있었다.

― 진성능력자들이네요.

― 맞아. 최소한 B급 이상일 거야.

― 정말 대단하네요. 하지만…….

내말에 아리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B급의 진성능력자가 이런데서 공연을 하는 것이 낭비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 그냥 지켜봐. 여기에 있을 만한 이들이니까 말이야.

― 알았어요. 그런데 기세도 그렇고 묘한 현기가 어린 것을 보면 일반적인 공연이 아닌 것 같아요.

― 저건 검무가 아니라 최고의 합격진이야. 휘장처럼 둘러쳐진 보호 마법진이 아니면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가 저기 휘몰아치고 있는 중이지.

― 우와! 그 정도면 웬만한 A급 진성능력자도 저들에게 밀릴 것 같네요.

― 그래. 저 합격진을 상대하려면 준 S급 진성능력자는 되어야 할 거야.

― 그렇겠네요.

대화를 마친 아리는 다시 집중을 했고, 여검수들의 공연은 한동안 계속됐다.

10분 정도의 공연이었지만 능력자들이 펼치는 것이었기에 박진감 넘치고 화려했다.

공연이 다 끝난 후, 벽이 다시 닫힌 후에 식사가 시작이 되었다.

전채부터 시작해 시중에서는 보기 드문 코스 요리들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리는 러시아 여자답지 않게 젓가락을 능숙하게 사용하며 앞 접시에 음식을 덜어서 먹었다.

“호호호, 맛있네요.”

“많이 먹어.”

“자기도 많이 먹어요.”

“알았어.”

정말 맛있는 요리들이었다.

아리와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차례대로 나오는 요리들을 즐겼고, 식사가 끝나자 아리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재료들도 신선하고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전통 방식들로 만든 것들이라 아리 입맛에 맞을지 몰랐는데 맛있다니 다행이야.”

“호호호, 정말 기분 좋은 식사였어요. 그래도 나는 자기가 만들어준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거 같아요.”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것이 훨씬 맛있을 텐데도 저리 말하다니 아리는 예쁨을 받을 만한 여자다.

“그래! 아리가 그렇게 칭찬을 해주니 이거 기분 좋은데. 그럼 종종 해줘야겠네.”

“호호호, 고마워요. 잘 먹을 게요. 그런데 아까 그 여자들도 그렇고, 여기는 정말 뭐하는 곳이에요?”

“하하하, 기다려 봐.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많이 참은 것은 알지만 내가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아리가 직접 경험하는 것이 좋기에 말해 주는 것을 뒤로 미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