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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순간 똑똑, 하는 노크 소리가 두 사람의 언쟁을 끊었다. 다시 트레이가 들어온다. 동그란 반구의 뚜껑이 열리며 잘 구워진 스테이크와 야채, 샐러드 같은 것들이 서빙되었다.

“접시가 뜨겁습니다.”

웨이터가 나가는 동안 그는 스테이크를 크게 한 점 잘라 입안에 넣고 맛있게 씹었다. 그러나 시선만은 옭아매듯 송아만을 향해 있다. 갓 잘린 그의 스테이크에서 붉은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핏방울이 뜨거운 접시 위에 닿아 지글지글 끓으며 사라진다.

송아도 그를 따라 스테이크를 잘랐다. 머리가 복잡할수록 식욕이 돋았다. 부드러운 육질의 고기가 입안에서 바스러지며 달콤한 육즙이 입안을 적신다. 한 마리의 육식 동물이 된 듯 혓바닥에 쾌감이 짭짤하다.

“어차피 맞을 매, 그쪽에게 맞아라?”

대답 대신 도도하게 고기를 썰었다. 구석기 편집장이든 그 윗선이든 짐작하지 못할 서로 간의 이해가 얽혔나 보다. 역시, 이슈 몰이가 될 만큼 대단한 인물을 섭외하란 지시가 그냥 내려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알 바 아니다. 그는 매력적인 이슈 메이커고, 마감은 코앞이니.

“꼭, 변태처럼 말씀하시네요. 이왕이면 스스로, 가치 있게 오픈하시란 뜻이에요.”

그냥 기사만 쓰면 그뿐. 이빨도 안 들어갈 이 남자가 말랑말랑해진 틈을 타 이를 콱 박아 넣으면 그뿐.

“변태는 그렇게 해석하는 그쪽이지. 항상 듣고 있을 때마다 내 욕을 하고 있기도 하고?”

이렇게. 그는 흔들리는 게 느껴질 만큼, 처음보다 많이 기울어져 있었다.

“엿듣고 있던 황진헌 씨가 변태죠. 보통은 들었어도 모른 척하고 말지, 그렇게 열심히 듣다가 대놓고 껴들지 않아요.”

“좋아, 그딴 것쯤. 내가 변태라고 치지. 그러니 유혹한 대가를 치러요.”

“난, 유혹한 적 없다니까요!”

“있든 없든 그쪽은 날 자극했어. 그러니 내 성적 취향은 침대 위에서 직접 확인해요. 자, 그럼 거래합시다. 나랑 사귀는 것과 기사.”

순간, 접시에서 눈을 떼고 찬찬히 황진헌을 바라보았다. 그의 반들반들한 눈동자가 그녀에 대한 집중으로 강렬히 빛났다. 심장이 강하게 뛰며 피가 빠르게 돌았다. 가슴이 쿵쿵거려 접시 위 스테이크로 시선을 피했다.

유혹이니 뭐니,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다. 순수하게 사귀자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말에 형편없이 마음이 흔들렸다. 이따위 기사를 쓰자고 목을 맬 정도로 그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그게 문제였다. 노골적인 저의를 느끼면서도 이렇게 흥분을 하고 있으니.

멍청하게도 사귀고 싶다. 시한부든 이용당하든 그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몸을 팔듯 기사를 쓰는 조건으로 데이트를 하는 건 아니다.

“싫어요! 난, 날 팔면서 일하는 거 안 해요.”

분명, 농락당하고 상처받고 끝날 거야. 시작도 않는 게 좋아.

“어이, 날 좌판에 내놓고 팔려고 기사 쓰자고 꼬이는 금송아 씨, 우리는 다 자신을 팔아. 금송아도 직장에 다니잖아. 직장에 다니는 거야말로 자신을 파는 것 아닌가?”

그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주 조금도 아쉬워하지 않는다.

이 봐, 만만한 여자에게 걸었던 가벼운 장난, 쉬운 여자 취급!

“이봐요, 황진헌 씨! 유혹이니 뭐니, 하며 날 우습게 봤나 본데, 난, 내가 끌리는 사람하고만 만나요.”

그는 “하하하!” 더욱 마음에 든다는 듯 시원스레 웃어 젖혔다.

“내가 그렇게 별로라니, 이거 좀 섭섭한데. 좋아, 그럼 정확히 정정하지. 금송아는 자기 능력은 팔 수 있지만, 성적 매력은 안 팔아. 그런가?”

어떻게 이 사람은 이렇게 징그럽게, 모든 걸 찢어발기듯 분해해서 말할 수 있을까.

“네!”

여전히 고인 웃음을 마저 웃는 그를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그럼 이건 어때요? <싸이듀>의 제품 하나를 한 달 동안 성실히 사용하고, 그 후기를 작성해서 내게 넘길 것, 사귀는 것 대신.”

“네?”

“내가 그쪽 일 하나 덜어 주는 거니까, 그쪽도 내 일 하나 덜어 주는 거지. 어때, 이건 거래가 되겠나?”

순간 바람이 빠지듯 팽팽했던 긴장감이 훅 빠져 버렸다. 거봐, 사귀자고 했으면 얼마나 꼴이 우스워졌겠어.

그러나 진한 서운함과 함께 놀라움도 일었다. 허락한 건가. 이상해, 너무 쉽게 허락했어. 천하의 황진헌이, 생애 첫 인터뷰를!

“좋아요!”

귀를 의심하면서도 재빨리 대답했다. 다른 건 생각하지 말자. 어쨌든 인터뷰는, 따낸 건가!

“좋아요,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러나 그는 볼일이 다 끝났다는 듯 무릎에 놓인 냅킨을 싹 벗어 테이블에 올렸다.

“그래요. 그럼, 식사는 이쯤 합시다. 아, 금송아 씨는 마저 먹고 가요.”

그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아니, 지금 일어나시면 어떡해요?”

당황해 되묻는 송아에게 그는 단호하게 답했다.

“난, 내 여자 아닌 여자에게 시간 안 써.”

왜 저 말이 야속하고 아릿하게 들리는 건지. 휘몰아치듯 몰려오는 실망감을 꾹 누르고, 일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다급하게 그를 붙들었다.

“이봐요, 방금, 바로 방금 인터뷰하기로 했잖아요!”

“그래, 인터뷰합시다, 서면으로.”

“안 돼요. 인터뷰가 아무리 우스워 보여도 진짜로 해야…….”

“진짜로 해야 현장감을 담을 수 있니 어쩌니 하는 헛소리는 집어치워요. 난 그쪽이랑 여기 더 같이 있기 싫어. 나랑 만나기 싫다는 여자에게 혼자 울렁거리고 있는 기분 별로거든.”

“…….”

탁탁, 먼지를 털듯 단정히 옷깃을 정리하며 자리를 뜨려는 모습에 순간, 마음이 진심으로 울렁였다. 가짜인 걸 뻔히 알면서도 자꾸 진짜처럼 들린다.

“서면 인터뷰도 싫으면, 다 집어치우고. 질의서 보내면 내가 답할 수 있는 것들만 채워서 보낼 거야. 두어 번 메일 주고받고, 사진은 홍보부에서 받아 쓰고, 그럼 되겠지? 최종본, 인쇄 돌리기 전에 내게 꼭 검토받고?”

“이, 이봐요. 황진헌 씨!”

그는 말하려는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처럼 미리 대답하듯 읊어 버렸다. 마치 말을 주고받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것처럼. 갑자기 이 인간이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것 같은 불쾌감, 그리고 뭔가를 빼앗겨 버린 듯한 불안이 온몸을 감쌌다.

“자, 이제, 아침엔 그렇게 안 준다고 뻗대던 그 명함 한 장 받아 봅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순서가 좀 많이 뒤바뀌었군. 난, 황진헌이고 이런 사람입니다.”

그는 가슴팍에서 갈색 가죽 지갑을 꺼내 황금빛 찬란한 명함을 테이블 위로 던지듯 툭, 내려놓았다. 그리고 검지로 꾹 눌러 미끄러뜨리며 그녀의 앞에 착, 대령했다.

“그, 금송아입니다.”

무심결에 그의 방식대로 맞장구쳤다. 혼란스러웠다. 그는 태도도 손놀림도 어딘지 모르게 상당히 노련해져 있었다. 별수 없이 녹색 꽃무늬가 프린트된 기본 무지의 싸구려 명함을 공손히 내밀었다. 그는 무척 즐겁다는 듯 받아 들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질의서는 이미 작성해 놓았으니 바로 메일로 보내 드리겠습…….”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 싸하고 불길한 기분. 그러나 그를 더 붙들 명분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선 채로 내려다보며 말을 막았다.

“이봐요, 금송아 씨. 우리의 거래를 떼먹어선 곤란하지.”

그는 지갑을 다시 가슴팍에 넣고 천천히 새끼손가락의 반지를 뽑아 들었다.

“……?”

숨도 쉬지 못하고 반지를 바라보는 송아를, 그는 위압적으로 내려다보며 웃었다.

“아침에 그쪽이 본 건 죄다 가품이었지만 이건 진품이지, 그것도 최고 등급의.”

“네?”

“또, 또 그 순진한 척하는 표정! 쇼윈도 전시물이 진품일 리 없잖아. 물론, 웨딩드레스 장식으로 최고급 아키야 진주를 쓴 건 그쪽 같은 사람도 속으라고 세팅한 거고. 맨눈으로 유리창 너머 다이아몬드의 가치를 알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

“……!”

“자, 사이즈 좀 봅시다. 아, 아주 딱 맞네.”

그는 송아의 약지에 그가 끼고 있던 다이아 반지를 쏙 끼워 버렸다.

“이건 그쪽도 알지? 내 스테디셀러인 누드 시리즈 중 최초 작품. 이거야말로 황진헌의 얼굴이지. 3.02캐럿. 인도, 고루곤다 광산에서 채굴한 몇 안 되는 최고 품질. 따라 해요. ‘나, 금송아는 후기를 쓰기 위해 누드캔디 1호를 수령했음을 확인합니다.’”

“네?” 하고 되물었지만 녹음 모드로 돌려진 휴대전화가 입 앞으로 쑥 내밀어져, 저도 모르게 따라 했다. “나, 금송아는 후기를…….”

그는 저장 아이콘을 누르며 경고를 덧붙였다.

“팔아먹을 생각 말고. 잃어버릴 생각은 더더욱 말고.”

그는 휴대전화를 들어 자신의 손바닥 위에 송아의 손을 포개 놓았다. 그러곤 끼어들 틈도 없이 함께 착, 찍어 버렸다. 곧 띠릭! 하는 음성과 함께 문자 알람음이 울렸다.

“이것으로 계약서 작성 완료입니다. 반지를 끼는 기간은 한 달. 정확히 내 기사가 시중에 돌아다니면서 금송아 때문에 내가 곤욕을 치르게 되는 동안이지.”

“이, 이봐요! 이건 좀 그렇잖아요?”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 반지는 지나치게 눈에 띄는 값비싼 반지다. 게다가 그의 손에선 장식용 새끼손가락 반지가 되지만, 그녀의 약지에 이게 끼워질 땐…….

꼭 사귀는 사이 같잖아?

“당장이라도 싫으면 물러요. 어디 보자, 이리저리 따지고 생각하실 시간은 충분히 남았군. 계약의 시작은 내 이름 달린 다음 호가 찍혀 나오는 날로 합시다. 그리고 계약 기간 중 그쪽 손에서 어느 날, 어느 때라도 반지가 없는 빈손이 발견되면 계약 위반!”

“그런, 그런 약속은 아니었잖아요? 한 달 동안 제품 하나를 성실히 사용하고 후기를…….”

그러나 말을 그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전혀 다른 의미로 똑같은 내용을 말했었다. 황진헌은 ‘내가 틀린 말 했던가?’ 말하듯 지그시 내려다보았다. 매섭도록 반들반들한 눈빛과 함께 특유의 장난기가 양 입술가에 심술궂게 매달렸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화장실에서도, 부모님, 친척, 친구들을 만날 때도. 절대로 빼지 말고 반드시 이 반지와 함께 있어요. 나라고 생각하고?”

“이건, 말도, 말도 안 되는…….”

“이제 와서 왜 이러시나. 아침엔 쓰러지게 끼고 싶다며? 한 달 동안, 잘 끼고 다녀요. 잘못해서 물어내려면 곤욕을 치를 테니.”

송아는 발끈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건 함정이었다.

“이, 이봐요!”





#3. 엉터리 인터뷰



“이, 이봐요!”

그러나 미련 없이 자리를 뜨는 그의 발걸음은 꽤 단호했다.

“얘기, 다 끝난 걸로 아는데?”

그가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계산하는 동안 송아는 사력을 다해 들러붙었다. 구석기 편집장에게 힘들게 회사는 왜 다니려고 그러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보다 훨씬 치사했다. 억지 미소를 굳세게 장착하고 대롱대롱 매달렸다.

“어차피 시간 내신 거잖아요. 인터뷰, 그냥 하고 가시죠?”

어떻게든 이 반지를 빼내 저 남자의 손가락에 다시 끼워 넣어야 했다.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저 남자의 목적은 사귀는 게 아니라 ‘사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것 같았다.

“싫어요.”

가슴팍에 지갑을 다시 넣으며 황진헌은 엘리베이터의 내림 버튼을 눌렀다.

“하시죠?”

“싫어.”

띵, 하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송아는 그를 놓칠세라 얼른 따라 탔다.

망설임 없이 1층 버튼을 누르는 그의 손을 쳐다보며 송아는 침을 꼴깍 삼켰다. 검게 그을린 그의 새끼손가락엔 흰색의 줄무늬가 있다. 왜 이제야 저게 보일까. 오랫동안 반지를 꼈던 반지흔痕.

그러나 그동안 그는 악동처럼 눈을 빛내며 송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금송아 말대로 나는 변태가 맞나 봐.”

“네?”

바싹 긴장하여 그를 올려다보았다. 혀로 입가를 슬쩍 축이는 모습이 색스럽다. 그는 망설이듯 뱉었다.

“네가 날 쳐다보는 게 참 달콤해.”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사귀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유혹해 어떻게 하려는 걸까.

화를 낼 타이밍을 놓쳤다. 한마디 쏴 주지도 못하고 그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

그의 시선이 따갑도록 뜨겁게 따라붙었다. 불편함과 타는 듯한 쾌감이 동시에 인다. 엘리베이터 안이 그의 시선만으로 가득 찬 것 같다. 숨이 막혔다. 흐흡, 숨을 들이켜니, 숨소리가 밀폐된 공간을 커다랗게 울렸다. 그도 들었을까.

그의 체취가 배인 애프터쉐이브의 잔향이 가까이 느껴졌다. 머리칼이 간지러운 것은 느낌일까 착각일까.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그랬다간 입술이 그의 손에 닿을 것 같다. 그와 함께 내려오는 몇 초가 영원 같았다. 그러나 그도 그뿐.

띵, 하며 문이 열리자,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먼저 나섰다. 공원처럼 꾸며진 정원 쪽 출구로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멀어져 가는 그 곧은 등을 보고서야, 퍼뜩 정신을 차렸다.

“저기요!”

걸음을 재촉하여 주차장으로 향하는 그의 팔꿈치를 급하게 잡았다. 그러나 그는 모른 체 팔을 냉정하게 빼며 가던 길을 다시 간다.

“이봐요!”

뿌리치는 그를 다시 잡았다. 매달리는 여자라도 된 듯 갑자기 속상해진다. 매정하게 팔을 빼는 게 왜 이렇게 서운한 건지. 그러나 그가 돌아보며 슬쩍 웃는다.

“그럼 다시, 제대로 해 봐.”

“뭐, 뭘요?”

“유혹. 내가 넘어가나 안 넘어가나.”

아, 이 인간의 장난에 내가! 왠지 모를 안도감과 함께 화가 솟는다. 동시에 간사한 마음도 들었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와 장단을 잠깐 맞춰 줄까. 그래서 확 이용해 버리고 말까.

“좋아요, 해요, 데이트. 이 반지는 빨리 무르고요? 사귀려면 첫 데이트부터 시작해야죠.”

그가 ‘오호?’ 하는 입 모양을 하며 슬쩍 웃는다.

“데이트에서 내가 뭘 할 줄 알고?”

“네, 저는 인터뷰하고 황진헌 씨는 데이트하고. 각자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죠.”

“영리하긴 한데, 유혹은 실패. 싫어!”

그의 표정이 단호해지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송아는 입술을 깨물며 빠르게 말을 바꿨다.

“아니, 아니요! 데이트 인터뷰! 아니, 인터뷰 데이트라고요. 인터뷰도 하고 데이트도 하고 일석이조인 거죠.”

“하, 그게 그거지.”

“아니에요, 남녀의 첫 번째 데이트에서는 서로에 대해 알아보죠. 황진헌 씨도 첫 번째 데이트에서 그럴 생각 아니었나요? 어떤 남녀든 사귀기 위해 두 번째 세 번째 데이트를 하게 되는 건, 첫 번째 데이트에서 더 만나고 싶은 마음을 확인했을 때뿐이에요.”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비웃듯 바라보는 그에게, 입가가 바들바들 떨리도록 사력을 다해 예쁘게 웃었다.

“서로에 대해 뭘 알아야 사귈지 말지를 결정하죠. 제가 황진헌 씨에 대해 궁금한 게 너무, 많은데.”

그에게 앙큼한 여우처럼 보이고도 싶다.

“당신에 대해, 가르쳐 주신다고 생각하시면 안 될까요?”

비웃음이 걸렸던 그의 입꼬리가 내려갔다. 정말로 망설이듯 그가 마른침을 삼킨다. 지금 이 순간만은, 그를 진심으로 유혹하고 싶다. 아침의 그 설탕 꽈배기를 다시 가져와 흔들어 대면서라도.

“……!”

말문이 막혀 바라봐 주는 그의 눈빛이 좋다. 그가 내려다보는 시선이 달콤하다. 눈빛으로 쓸고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 있다면 이럴 것 같아. 그의 시선을 단단히 맞받으며 그를 빤히 올려다보는 이 팽팽한 긴장감도. 그리고 그에게서 승리를 쟁취하는 기쁨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