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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 * *





별수 없이 근처 레스토랑으로 끌려왔다. 넓고 쾌적하고 분위기도 좋은 홀을 놔두고 웨이터는 굳이, 밀폐된 룸으로 안내했다.

도심이 내다보이는 포근하고도 아늑한 프라이빗룸. 세련된 클래식 명곡이 흐르는 로맨틱한 분위기. 그러나 거기에 더해진 황진헌의 이글거리는 눈빛은 이곳이 곧 고문실이 될 거란 공포를 조성했다.

“안 잡아먹어요.”

주저하며 냉큼 앉지 않자, 신사라도 된 듯 황진헌은 직접 의자를 밀어 주었다. 매너를 가장한 강압이 정강이에 압력을 가했다. 본능처럼 맞서 버티다 순간 비틀거리고 말았다.

“아앗.”

그가 재빠르게 어깨를 껴안았다. 그리고 나지막이 속삭인다.

“오늘은.”

송아는 테이블을 천천히 돌아 맞은편에 앉는 황진헌을 쏘아보았다. 그가 남기고 간 애프터쉐이브의 잔향. 그것은 아침의 것과 달리 그의 체취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그는 비난 어린 시선을 즐기듯 맞받았다. 그리고 아침에 그랬던 것보다 훨씬 더 노골적인 장난기를 드러냈다. 여유를 부리며 위험한 눈빛을 쏘아 대는 그 빌어먹을 미소에는 적지 않은 악감정과 적의도 함께 묻어 있다.

“주문한 대로. 식사 시간은 두 시간으로 맞춰 주십시오.”

그는 웨이터마저 물렸다. 이젠 완전히 둘만 남았다.

룸의 문이 달칵, 닫히는 소음이 크게 들린다. “하!” 하는 그의 능글능글한 비웃음도.

송아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며 여유 있는 척 턱을 치켜들었다.

“평소, 지은 죄가 참 많으신가 봐요. 남의 시선 피하고, 노출 피하고, 기사 피하고.”

긴장하여 떨고 있다는 건 죽어도 들키기 싫다. 꿀릴 것 없어. 내가 뭐, 죽을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아침의 그 일은 약간의…… 실례 정도?

그는 기가 찬 듯 “하하하!” 웃곤 느리게 턱을 괴었다. 따갑도록 뜨거운 시선이 빈틈없이 쏟아진다.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니 이 기회에 인터뷰를 하시죠? 적어도 그런 일을 또 당하시진 않을 테니까요.’

요 정도의 워딩을 던지려 했는데, 그 눈빛의 매서움에 질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탔다. 눈앞의 유리컵을 집어 들었다. 아니, 그의 타는 듯한 시선을 피해야 했다. 입안을 비치지 않게 하려는 매너인 척 고개를 돌리고 천천히 물을 마셨다. 꿀꺽꿀꺽 들이켜는 와중에도 목이 계속 탔다.

그의 눈동자가 장난기로 이글거린다. 먹이를 입안에 넣기 전 포식자의 표정. 군침을 흘리는 듯한 그 눈빛에 또 목이 탔다. 하릴없이 빈 물 잔만 만지작거리는 가운데 째깍째깍, 정적 속에서 시간이 더욱 느리게 흘렀다.

“구걸이 전략인 줄 알았더니. 유혹이 그쪽의 전략인가.”

균형 잡힌 침묵을 깬 건 그였다. 송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잔을 탁, 내려놓았다. 그는 아랑곳 않고 말을 계속했다.

“아침엔 꽈배기를 흔들며 입가에 설탕을 잔뜩 묻히고 나를 도발하더니. 이번엔 그런 식으로 물을 마십니다?”

“그……런 식이라뇨?”

“키스를 유도하는 게, 지금, 그쪽의, 목적입니까.”

난데없는 포인트를 공격당하니 왈칵 화가 치민다. 그대로 쏘아붙였다.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는 재주도 좋으시네요. 구걸은 그렇다 치고 유혹이라뇨?”

“그럼, 내게 구걸하러 왔습니까.”

“이봐요, 황진헌 씨!”

입에 발린 대표님 소리는 쏙 들어갔다. 매끈하게 잘생긴 그의 얼굴에 따귀를 올려붙이고 싶다.

억울했다. 아무리 아침에 한 방 먹였던 게 불쾌했더라도 이건 적의가 너무 과도하다.

“이봐요, 금송아 씨. 싸움은 그쪽이 먼저 걸어왔잖아, 아침부터. 나는 정말로 속았어. 어린 학생처럼 참하고 얌전하게, 화장기 없는 얼굴로 나타나선. 스무 살 시절, 오드리 헵번의 코스프레를 한다. 그러곤 보석에 대한 지식을 보란 듯 쏟아 낸다.”

“이, 이봐요. 무슨 얘기…… 시나리오 쓰시나요?”

“시나리오는 그쪽 게 더 훌륭하지. 그러곤 황진헌을 도발한다. 보석밖에 모르는 보석에 미친 놈이니 그의 보석에 대해 욕을 한다. 퍽이나 잘 팔리겠다느니, 도대체 누가 끼라고 만든 거냐느니, 도둑놈이라느니.”

그는 정말 없는 죄를 만들려는 것 같았다.

“입가에 설탕을 묻힌 채 얇은 입술을 달싹이면서 현란한 화술로 홀리곤, 황진헌에게 전화번호를 달라고 스스로 매달리게 한다. 감히 이 황진헌에게…… 정체가 뭔지 궁금하게 만든다. 그러곤 처음부터 네겐 관심 없었다는 듯 그딴 훈계를 하며 도망치고?”

“그, 그건!”

순간 그가 검지와 중지를 붙여 손가락질하는 바람에, 겹쳐 포갰던 그의 왼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물론 지금, 그의 약지는 비어 있다.

‘아휴, 저희 대표님이 얼마나 까다로우신데요. 직접 껴 보시고 불편하면 왕창 혼나요.’

제품의 착용감이 참 좋다는 칭찬에, 정영실 과장이 답하던 게 문득 떠올랐다.

지금 그의 새끼손가락엔 그의 스테디셀러인 누드 시리즈의 3캐럿 다이아 반지가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기다렸던 반전! 그 여자는 내가 인터뷰를 거절한, <화이트 웨딩>의 금송아 기자였어. 아, 주얼리 기사를 쓰던 여자라 보석에 대해 그렇게 해박했구나. 그런데 알고 나니 더 열받아.”

송아는 숨도 쉬지 않고 경청했다. 그는 이글이글한 눈빛으로 태울 듯 쏘아보았다.

“자, 이젠 말해 봐요. 오늘 하루, 난 그쪽 손바닥에서 완벽히 놀아났어. 오늘 아침에 벌인 그 쇼, 목적이 뭐였나? 고작 내게서 인터뷰를 받아 내려 했다는 말만 하지 마. 그거라면 정말 실망이야?”

그는 지금 무슨 오해를 하는 걸까. 아침부터 계획적으로 접근하고, 유혹하듯 정체를 궁금하게 하고, 우연을 가장해 재회하려는 모종의 계획을 세웠다, 이건가? 인터뷰를 쉽게 따기 위해?

절대 아니다. 솔직해지는 것만이 답이다.

“그냥 출근길에 지나가다 쇼윈도 구경한 게 다예요. 우연히 뒤에 계시다 들으신 거고요. 유부남으로 오해하고 함부로 말했던 건……. 그래요, 죄송해요. 하지만 전, 대표님 얼굴도 몰랐어요. 목적 같은 거 없었다고요!”

“하! 내 얼굴을 몰랐다? 거짓말을 하려면 앞뒤를 잘 맞춰야지.”

그랬지. ‘어머머! 우리 대표님이 참 잘생기긴 하셨죠. 우리 대표님을 만나 보셨나요?’, ‘아뇨. 사진으로만 뵈었죠.’ 연애 고자라고 까면서 떠들고 웃다 딱 걸렸었지.

“이거 어떡합니까. 계획이 틀어져서? 오늘 저녁쯤 우연을 가장해 마주쳐야 했을 텐데, 아주 번거롭게도 내가 먼저 찾아냈네요?”

“…….”

낭패였다. 오해라 변명을 하기엔 아귀가 너무 딱딱 맞아 들어간다.

“선 유혹, 후 인터뷰라, 하! 나를 얼마나 형편없이 봤으면……. 아님, 외모에 대한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건가.”

그의 눈빛은 확고했다. 아침의 해프닝은 이미 ‘인터뷰를 쉽게 따기 위해 금송아가 황진헌을 유혹하려 벌인 모종의 음모’로 완벽히 변질되었다.

“프로 의식은 눈곱만큼도 없이! 업무를 항상 이따위로 합니까?”

이거, 구석기 편집장님을 데려다 증명할 수도 없고.

‘금송아는 무능하기 짝이 없어 황진헌의 사진 한 장도 못 찾아냈답니다.’

아, 인터뷰는 끝이다! 마음이 가벼워지니 말도 가벼워졌다.

“아뇨. 업무를 항상 이따위로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제가 황진헌 씨를 제대로 유혹했다니, 스스로가 자랑스럽네요.”

“뭐, 뭐요?”

그러나 그는 귓가가 확 붉어지며 당황스럽단 듯 쳐다보았다.

“격한 고백, 감사드립니다.”

어차피 오해를 풀긴 글렀다. 침착하게 기분을 가라앉히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똑똑, 문이 울리며 웨이터가 트레이를 밀고 들어왔다.

“실례합니다.”

치열하게 오가던 대화가 잠시 끊겼다. 식사 따위, 생각도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돌돌돌, 하며 천천히 다가오는 트레이와 함께 고소한 버터 향내가 훅 끼쳤고, 열받게도 배 속에선 위산이 찍 쏘아졌다. 아, 점심이라도 제대로 먹어 둘걸.

“통곡물과 함께 구운 식전 빵과 겨자 드레싱의 새우, 홍합, 조개관자구이입니다.”

함께 딸려 온 레몬 조각이 요사스럽게 향긋했다. 배 속이 더 요란해졌다. 그렇더라도 이따위 고급 음식, 저 인간과 함께 칼질하며 먹고 싶지 않다. 그러나 그가 먼저 휴전을 청했다.

“우선 먹으면서 싸웁시다. 나 배고파요. 누구나 배고프면 뾰족해지고, 뾰족해지면 찌르게 되지. 자, 들어요. 한입이라도 먹으면 세상이 좀 아름다워질 겁니다.”

차마 일어나지 못하고 음식을 쏘아보기만 하는 동안, 그는 구운 새우의 두 번째 조각을 맛있게 씹고 있었다.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가 슬쩍 웃는다. 그러니 얄궂게도 억울함과 서러움이 몰려왔다. 한껏 흘기는 시선에 턱 보조개가 오목하게 패도록 깊게 미소를 지으며, 그는 다시 손바닥을 들어 권했다.

딱 한 대만이라도 힘껏 패 줬으면, 싶도록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맛있게 씹는 도톰한 입술 새로 살짝 보이는 붉은 혓바닥이 뱀의 그것처럼 미웠고, 그리고 배가 고팠다. 오늘의 제대로 된 첫 끼니다.

“그러죠.”

그녀가 항복한 건 고소한 구이 향이지 황진헌이 아니다.

송아는 조개관자를 한 점 잘라 입안에 넣었다. 바다의 싱그러움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보드라운 식감으로 알맞게 구워진 짭조름한 살점이 고소한 버터 향에 약간의 후추 맛을 더했다.

그가 옳다. 한입 먹으니 세상이 좀 괜찮아진다.

그러자 당치 않게도 코끝이 찡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받으며 속상한 건 오해가 아니라 무능한 취급. 전화든 대면이든 그와 얽히는 동안엔 항상 ‘무능’한 금송아 기자가 된다.

아냐, 먹을 땐 그냥 맛있게 먹자. 먹고 힘내서 어떻게든 인터뷰를 하자고 힘껏 매달려야지.

송아는 잠깐 새우에 집중했다. 몸통의 껍질을 까고 등을 갈라 동그랗게 뒤집어지도록 예쁘게 구운 새우가 맛있었다. 커다란 새우를 네 조각 내서 입안에 넣으며 허기를 잠재우는 동안, 황진헌은 먹던 걸 잠시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좋아요, 그럼 유혹당한 걸로 칩시다.”

“네?”

순간, 심장이 콱 죄며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아니, 아니지. 고백을 이따위로 할 순 없지. 인정할게요. 나, 금송아한테 넘어갔어. 먹는 모습이 정말로 예쁘거든.”

“캐캑!”

갑자기 사레들려 물을 찾는데, 그는 놀려 먹기를 멈추지 않는다.

“전략! 좋았어요. 설탕 묻은 꽈배기, 키스하고 싶은 입술. 데이트하면서 저녁 같이 먹고 싶었는데, 막상 먹는 걸 보니 식욕이 사라집니다. 다른 게 하고 싶어서?”

열이 확 올라 입술을 닦았다.

“진짜로 아녜요! 난 황진헌 씨를 몰랐다고요. 아니, 믿지 않으시죠? 그럼 그렇다 치시죠. 그럼, 왜 절 만나고 계시나요? 어차피 인터뷰를 하실 것도 아니었고, 절 혼내고 놀리시자고 만날 만큼 한가하신 분은 아니…….”

칼과 포크를 탁, 내려놓고 소리치는데, 그가 얼굴을 굳히며 말을 잘랐다.

“지금이라도 탈탈 털어놓고 용서를 구해요, 모조리 다! 그럼 받아 줄게요. 경험했다시피 난 사과에 무척! 관대합니다. 물론 ‘진실’을 동반한 진심 어린 사과.”

“네? 뭘 털어요?”

“왜 이러시나. 자, 누가 보냈는지부터. 지시한 사람, 누굽니까.”

“당연히 데스크죠. 회사 내부 기획이고요.”

“내부 기획…… 후후! 장난합니까. 수십 년 전에나 먹힐 기획을 가지고……. 경고하는데,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굳이 사람을 콕 찍어 말하라면, 좋아요. 구석기 편집장님이 보내서 왔어요.”

“하!”

그는 싸늘하게 미소 지었다. 이글거리듯 눈을 빛내며 입꼬리를 올려 슬쩍 웃는 비웃음이 소름 끼치도록 오싹했다.

“방금 마지막 기회를 날린 겁니다? 좋아요. 그럼 난 금송아한테 유혹당했고, 그래서 홀딱 반했습니다.”

“네, 네? 뭐, 뭐라는…….”

그러나 그건 아주 잠깐. 그는 곧 이전의 매력적인 웃음을 되찾았다. 마치 가면을 뒤집어쓴 듯 쿨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내용은 냉랭하기 그지없었다.

“그쪽은 몰라. 스스로가 ‘직업상’이라며 갖는 사명감이란 게 얼마나 잔인한 건지. 이건 나한테 폭력이야. 나를 세상에 그렇게 까발리고 싶어요? 고작 잡지 몇 부 팔아먹자고?”

“…….”

“주목받는 거, 좋지. 아아주 피곤하도록. 내가 모르는 사람이 나를 알고 일거수일투족을 쳐다봐. 사진 찍히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떠벌려지고. 아는 사람이 있거나 없거나 행동 똑바로 해야 하는 굴레, 항상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족쇄. 그쪽도 좀 경험하고 나면 그따위 기사 쓰잔 소린 안 할 텐데.”

그 눈빛이 진지했고, 그의 말은 그보다 더 무거웠다.

그래, 찔린다. 유명세 타는 걸 싫어하는 그의 진심, 생각한 바 없었고 마감이 닥친 ‘내 기사’에만 열중했었다. 구석기 편집장님의 성화에 졸려 이 사람에게 떼쓸 궁리만 했었다.

그러나 그쯤은 가뿐히 접어야 한다. 아냐, 몰라. 양심 따위, 집어치워.

어쨌든 그녀는 마감에 몰린 편집 기자다. 일만 생각하자, 일만! 약해진 그의 말엔 틈이 벌어졌고, 기사를 쓰자고 설득할 구실이 생겼다.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그럼 대표를 하지 마셨어야죠.”

“뭐요? 내 사업적 능력이 별로였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하자고 들이대지도 않았을 텐데?”

“아뇨. 그 자리에 앉아 있는 대가로 마땅히 이행해야 할 의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거예요. 남의 눈에 뜨이는 게 그렇게 싫으시면 댁 아파트 방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말고 혼자 TV나 보고 계시지 그랬어요?”

“이봐!”

“<싸이듀> 정도의 대표직에 앉아 계시면 어느 정도의 언론 노출은 불가피했을 텐데요? 황진헌 씨는 <싸이듀>의 얼굴이기도 해야 해요. 얼굴을 감추며 그렇게 지내시는 건, <싸이듀>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죠.”

“나는 내 얼굴 말고 내 제품으로 장사해.”

“네, 지금까진 그랬겠죠. 하지만 <싸이듀>는 너무 커 버렸어요. 언제까지 그러실 수 있을까요? 그렇게 숨어서 일하는 게 쉬우시던가요? 유명세보다 주목을 피하는 값이 더 비싸지 않던가요? 인터넷에서 자기 얼굴 한 장이 검색되지 않도록 유지하는 데 돈을 얼마나 들이부었나요? 아마도 지금쯤은 한계에 부닥치지 않으셨을까요?”

황진헌이 “하.” 하고 헛웃음을 뱉었다. 확신을 갖고 쐐기를 박았다.

“검색할수록 사람들이 대표님 얼굴을 꽤 궁금해하더라고요. 매번 잘 막으셨고요. 하지만 어느 날엔 결국…… 빵! 벼락 맞듯 못 막으시는 날이 올 거란 거죠. 차라리 이번 기회를 잡으세요. <화이트 웨딩>을 통한 이슈 몰이는 <싸이듀>의 브랜드 이미지도 높일 거예요. 서로 윈윈인 거죠.”

그는 테이블과 좀 멀찍이 떨어지도록 고쳐 앉은 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송아를 바라보았다.

“그쪽은 참, 누구랑 똑같은 소리를 하는군. 둘은 죽이 아주 잘 맞겠어?”

할 말을 잃고 그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저런 소릴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