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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루 1권 9화

第三章 거지촌의 황보현중(2)





낙화루로 돌아온 천태성은 기분이 좋은지 한껏 밝은 표정이었다.

‘그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겠으나 천하의 무골(武骨)이다. 무공을 배운 적도 없고 깨끗한 상태이니 나이가 좀 있어도 무공을 배우기에는 더없이 좋은 상태다. 후후, 잘 구슬려서 교로 보내야겠구나’

천태성이 이런 생각을 할쯤 갑자기 낙화루로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그런데 그들의 맨 앞에는 방금 헤어진 황보현중이 서 있었다.

“야, 너 안 나가고 왜 들어와?”

“여기 데리고 왔어요!”

“……!”

황보현중의 뒤에는 열 명이 아니라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서 있었다.

큰 눈을 뜨며 놀라는 천태성.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모을 수가…….”

천태성을 바라보는 황보현중은 아주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는 보란 듯이 웃었다.

“아하하하하!”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 짐짓 뭔가 머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는지 천태성은 인상을 굳혔다.

‘당했군.’

황보현중의 뒤에 서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천태성에게 다가오더니 물었다. 그는 꽤나 남루한 옷을 입고 있으나 거지 같아 보이진 않았다.

“정말 일 문에 한끼 식사를 대접한다는 것이 사실이오?”

‘아하! 그거였군. 요 녀석 봐라 생각보다 더한 놈인데, 후후.’

천태성은 재빨리 표정을 부드럽게 바꾸더니 웃으면서 말을 하였다.

“물론입니다.”

질문을 던진 손님은 천태성의 말이 못 믿겠는지 재차 물었다.

“그것이 정말이오?”

“정말입니다. 여기 앉으십시오. 뒤쪽에 계신 분들도 자리에 앉으십시오. 아, 그리고 동전 일 문 식사 대접은 방금 들어오신 분들로 한정합니다. 이것은 낙화루를 널리 알리기 위한 단기 행사입니다. 아무쪼록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천태성은 당황하지 않고 황보현중이 벌여 놓은 사건을 유들유들하게 대처하며 자기식 대로 더 이상 일이 커지지 않게끔 선을 그었다.

천태성의 입은 웃고 있는데 눈은 그렇지가 않았다. 그런 표정으로 천태성은 거만하게 웃고 있는 황보현중에게 전음을 날렸다.

보통 전음은 입 모양이 드러나지만 천태성이 황보현중에게 보낸 전음은 입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거의 심어(心語)수준이었다.

“좋아 내가 낸 시험을 통과한 걸로 해주마. 낙화루에서 일해도 된다. 자세한 건 저기 저 사람한테 물어보거라.”

그러면서 천태성은 한참 바쁘게 일하고 있는 유장팔을 가리켰다. 한데 황보현중은 전음이라는 무공을 처음 접해봤는지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이, 이건……?”

천태성은 황보현중에게 빨리 가 보라는 듯 손을 휙휙 저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황보현중은 거만한 자세를 풀고 꾸벅 인사를 한 후 유장팔에게 갔다.

유장팔은 음식을 나르는 발걸음에 힘이 없었다. 왜냐 하면 식신 소녀가 출타 중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이 시각이면 어김없이 나타나 음식을 왕창 주문해 놓고 먹었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고로 유장팔은 힘없이 축 늘어진 상태로 일을 하고 있었다.

황보현중이 다가가자 유장팔은 천태성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천태성은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장팔은 맥없는 발걸음으로 황보현중을 데리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천태성은 그것을 보고 혀를 끌끌 찼다.

“저런저런, 우리 불쌍한 유 형. 쯧쯧쯧.”

조만간 뭔가 대책을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보는 천태성이었다.



한편 주방에서는 쏟아지는 주문에 주동동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북궁 형 채소 좀 갖다 손질 좀 해주세요.”

“네.”

북궁설은 주동동에게 식재료를 준비하는 법을 배운 상태였다. 아직 많은 품목들이 남아 있었지만 가장 많이 나가는 것을 위주로 배운 상태였다.

북궁설은 무와 대파를 한 아름 가져오더니 허공에 던졌다.

츄아아아악.

스윽.

그리고는 식칼을 허공에 대고 쭉 내리그었다.

타타타타탁.

단 일합으로 무와 대파는 수십 조각으로 쪼개져 도마 위에 가지런히 떨어졌다. 그것도 모두 일정한 크기로, 놀라운 솜씨였다.

주동동은 많이 봐왔는지 별로 놀라는 눈치가 아니었다.

방금 펼친 북궁설의 무공은 어떠한 초식도 아니었다. 단순히 허공에 대고 칼질한 것 뿐이었다.

“다 되었습니다, 주숙수님.”

“와, 정말 다시 봐도 북궁 형은 대단해요.”

주동동은 북궁설의 무공에 대해 칭찬은 하였지만 그렇게 부러워하지는 않았다.

“감사합니다.”

“이제 여기는 됐고, 유 형한테 가서 음식 나르는 것 좀 도와주세요.”

“네.”

북궁설은 주동동의 말이 있기 전엔 웬만하면 주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황보현중이 낙화루로 들어온 지 이틀이 지나고 그동안 식구들과 인사를 나누며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우려와는 달리 황보현중은 놀랍게도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었다.

얼굴에는 항상 미소를 띠고 있었으며 빠른 움직임과 더불어 주문이 있지 않을 때는 청소까지 하며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그였다.

아쉬운 점은 말투가 조금 생소하고 이상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무마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먹여 놓으니 펄펄 날았다.

‘나는 점소이를 위해 이곳으로 왔다’라고 보일 정도로 황보현중은 이틀 사이에 천태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후후 녀석 거짓말을 했군.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저건 마치 몇 년 일을 해본 솜씨가 아닌가.’

황보현중은 낮선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고 손님이 쌀쌀 맞게 주문을 할지라도 미소를 잃지 않으며 받았다. 하지만 그런 황보현중도 북궁설과 마주치면 바로 입을 닫아 버렸는데, 북궁설의 얼음장 같은 첫인상이 그의 뇌리에 박혔는지 그를 대할 때마다 황보현중은 어려워하였다.

황보현중이 천태성에게 슬그머니 다가와서 물었다.

“북궁설님은 원래 저런 분위기입니까?”

“아, 얼음땡이? 그놈은 인간관계 포기한 놈이니까 신경 쓰지 마라.”

“네에.”

황보현중은 혹시나 북궁설이 자기를 싫어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북궁설은 그런 인상 때문인지 웬만하면 주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니, 천태성이 애초에 봉인해 버렸다고 할 수 있다.

며칠 전에 나온 적이 있는데 북궁설을 보고는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천태성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주의를 준 적이 있었다.

“야 너, 인상 좀 펴면 안 되겠냐?”

“내 얼굴이 어때서.”

“몰라서 물어? 꼭 죽은 시체 같잖아.”

“그런가……. 그런데 어쩌지 나도 내 마음 대로 안 된다.”

“그럼 억지로라도 웃어 봐.”

북궁설은 천태성의 말대로 웃으려는 듯 안면 근육을 실룩였다. 그런데 천태성이 보기에 웃는 건지 인상 쓰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천태성은 그만 포기했다.

“아 됐다. 그냥 웬만하면 주방에서 나오지 마라.”

“알았다.”

“아 그리고 말 좀 높이면 안 되겠냐?”

“싫다.”

천태성은 아무리 양보해도 북궁설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나마 주동동의 부탁 때문에 억지로 데리고 있는 거지, 아니라면 애초에 들이지도 않았었다.

황보현중은 북궁설과의 관계는 어려울지라도 주동동과는 아주 잘 어울렸다. 둘 다 나이가 같은 동갑내기로 통성명을 하자마자 친구 먹었다.

주동동도 낙화루의 막내로 있다가 자기와 같은 또래가 들어오자 매우 좋아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낙화루의 숙수 주동동이라고 합니다.”

“우와 이렇게 어린 분이 숙수라고요? 나 하고 나이 차도 얼마 안 나 보이는데…….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열일곱 살이에요.”

“우와 나랑 같은 나이인데 그런 솜씨가.”

때아닌 칭찬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는 주동동, 눈 밑에 찍힌 점 하나가 괜스레 요염해 보였다.

황보현중은 활짝 웃으며 주동동의 두 손을 잡았다.

“야 나도 열일곱 살이야. 우리 친구 먹자!”

“그러세요. 하하.”

“동갑내기끼리 무슨 존댓말이야 말 놔.”

“그, 그래.”

갓 들어온 점소이가 숙수에게 나이가 같다고 하여 바로 말을 놔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런 것이 이곳은 그런 격식을 따지는 인간은 멸종한 상태였다.

주동동 또한 비록 이상한 억양의 말을 쓰는 황보현중이었지만 그리 부담스럽거나 싫지가 않았다. 물론 자기 목에 칼만 안 들이대면 누구나 좋아하는 주동동의 천성도 한몫했다고 할 수 있다.



낙화루는 유시(19~20시)가 되면 주방을 닫아 버리고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이 먹고 싶으면 미리 싸두거나 나가서 먹어야 했다. 그런데 유시가 되면 항상 남은 음식을 싸들고 어디론가 없어지는 인간이 있었으니 그는 바로 얼마 전에 들어온 황보현중이었다.

낙화루의 다른 식구들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그것이 매일 반복되자 화두로 떠올랐다. 그리하여 천태성과 그 이하 주동동과 북궁설, 장태봉은 황보현중의 뒤를 밟기로 했다.

큰 광주리에 음식을 가득 담고 낑낑대며 가는 황보현중, 행여나 누가 따라오나 싶어서 뒤를 몇 번이나 돌아보지만 별 달리 이상한 점은 발견 못했는지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데 누가 알리요 무공을 익힌 사람들이 미행하는데 무공의 ‘무’자도 모르는 일반인이 알 턱이 있나.

주동동과 북궁설 그리고 장태봉은 대로에서 사람들 사이로 숨으며 따라가고 있었고 천태성은 지붕 위로 경공을 쓰며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가던 황보현중은 서호(西湖) 변으로 들어서자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발걸음의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그가 도착한 곳은 바로 거지들이 움막을 쳐놓고 사는 서호 끝자락이었다.

황보현중이 나타나자 기다렸다는 듯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달려왔다.

“와아아! 황보 오빠다!”

“황보 형이야! 황보 형이 왔어!”

움막에서 조그마한 아이들이 하나둘씩 기어 나오더니 황보현중을 반갑게 맞이하며 둘러쌌다.

“자자, 음식 나눠줄 테니 차례로 줄 서.”

아이들은 모두 지저분한 얼굴에 형편없는 옷차림이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와아아! 오늘 뭐 가지고 왔어?”

“아싸! 고기다.”

“난 찐빵 먹고 싶어.”

“에이, 주는 대로 먹어.”

아이들은 황보현중에게 음식을 받아가며 저마다 재잘거렸다.

황보현중이 광주리에 가득 담아 낑낑대며 가져왔건만 아이들이 배불리 먹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모두 마음씨가 착한지 누구 하나 더 먹겠다고 손 내미는 이가 없었다.

음식을 모두 나눠 준 황보현중은 구석진 곳에 있는 움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할머니, 저 왔어요.”

“현중이 왔냐? 쿨럭쿨럭.”

황보현중의 말에 머리가 허옇게 센 노파가 움막 안에서 몸을 일으켰다.

“누워 계세요.”

“괜찮어.”

노파의 얼굴에 있는 검붉은 검버섯과 주글주글한 주름살은 그녀가 걸어온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노파는 몸이 안 좋은지 계속해서 기침을 했다.

“쿨럭쿨럭, 여기 매일 오면 객잔에서 뭐라고 하지 않더냐.”

“에에, 괜찮아요. 어차피 유시 이후에는 장사 안 해요. 것보다 이것 좀 드세요.”

황보현중은 품에서 기름종이로 정성스럽게 싼 음식을 펼쳤다. 그것은 잉어찜이었는데 여러 가지 약초와 함께 푹 쪄서 만든 요리로 환자가 먹기에는 아주 좋은 음식이었다.

“뭐 하러 자꾸 이런 것을 가져와. 쿨럭쿨럭.”

“할머니, 먹어야 빨리 병 낫죠. 그러니 딴소리 말고 이거 드세요.”

황보현중은 준비해 온 나무 젓가락으로 잉어찜을 한 점 때더니 노파의 입에 넣어 주었다.

노파는 치아도 성치 않는지 거의 다 빠지고 없었다. 그래서 그냥 우물우물 거리더니 넘어 삼켰다.

황보현중이 밝은 목소리로 물었다.

“맛있죠?”

“정말 맛있구나. 너희 객잔 숙수는 정말 솜씨 있는 사람인가 보구나.”

황보현중은 그 말이 듣기 좋았는지 아주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그럼요. 제 친구인걸요.”



한편 황보현중을 미행했던 사인방은 다시 낙화루 쪽으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그도 그런 것이 잠시나마 황보현중을 의심했던 생각 때문에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들이었다.

주동동은 슬픈지 눈이 벌겋게 되었고 천태성은 작은 종이에 무엇인가를 적더니 어디서 구했는지 전서구를 띄웠다.

북궁설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장태봉은 씁쓸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거렸다.



이튿날, 황보현중의 사정을 알았지만 모두들 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똑같은 하루는 흘러가고 다시 주방이 문 닫는 시간이 찾아왔다.

아무도 없는 주방에서 황보현중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남은 음식을 가져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남은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하지. 애들이 기다릴 텐데…….”

애들의 불쌍한 얼굴들이 떠오르고 급기야 주방의 숙수인 주동동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낮에 할머니 주려고 싸놓은 음식만 품에 넣은 채 낙화루를 나왔다. 그렇게 힘없는 발걸음으로 서호 변에 도착한 황보현중은 불현듯 거지촌 쪽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불길한 예감 때문인지 황보현중은 다급해진 표정으로 전속력으로 달렸다.

“헉! 헉!”

거지촌에 도착한 황보현중은 무엇을 보았는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쩌억 벌렸다.

“와! 황보 형 왔어!”

“황보 오빠다!”

움막들이 자리한 중간, 커다란 쇠 꼬챙이에 찔린 돼지 한 마리가 불에 통째로 구워지고 있었고 그 옆에 있는 커다란 솥에는 주동동이 국자로 뭔가를 휘휘 젓고 있었으며 북궁설은 솥에서 사람들에게 음식을 퍼주고 있었다.

“어떻게…….”

돼지 고기를 돌리고 있던 장태봉이 황보현중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럼 인마 이 형님들이 모르고 있을 줄 알았냐?”

주동동의 곁으로 다가온 황보현중은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말을 더듬거렸다.

“아, 아니, 아니.”

주동동은 그런 황보현중을 보고 배시시 웃더니 손가락으로 할머니가 사는 움막을 가리켰다. 그러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황보현중은 할머니가 사는 움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움막 앞에는 천태성이 뒷짐을 진 채 웃으며 서 있었다.

“왔냐?”

“예.”

“들어가 봐라.”

“예? 아 예.”

황보현중이 움막 안으로 들어가니 웬 낯선 노인 하나가 할머니 옆에 있었다. 그 노인은 검은색 장삼을 입고 있었고 머리는 반백이었으며 전체적으로 학자풍의 준수한 노인이었다.

그 노인은 황보현중을 한 번 슥 보더니 가타부타 말도 안 하고 일어나 움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

황보현중은 할머니 곁으로 가서 상태를 살폈는데 누워 있는 할머니의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진 거 같았다. 얼굴에 있던 검버섯도 죄다 사라지고 불그스름한 것이 아주 건강해 보였다.

황보현중은 눈을 감고 있는 할머니에게 손을 가져가다 마음속으로 울리는 목소리 때문에 멈추었다.

“주무시고 계신다. 깨우지 말고 나오거라.”

바로 천태성의 목소리였다.

밖으로 나온 황보현중은 천태성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황보현중의 말에 천태성은 대답하지 않고 돼지가 구워지는 불가로 가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황보현중에게 오라고 손짓하더니 찐빵 하나를 던졌다.

턱.

천태성은 웃으면서 술을 마셨고 황보현중은 천태성의 곁으로 가더니 찐빵을 한 입 배어 물었다.

장태봉과 아이들, 그리고 주동동과 북궁설, 거지촌의 어른들, 그들은 모두 불빛에 비친 붉은 얼굴로 즐거워 하고 있었다.

황보현중은 찐빵을 우물거리다가 갑자기 속에서 뭔가 복받쳐 올라오는지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정말 고맙습니다. 흑흑흑.”

천태성은 아무 대답도 안 하고 그냥 웃으면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의 옆에서 황보현중은 빵을 입에 문 채 계속 찔찔 짰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