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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루 1권 3화

第一章 주방의 황태자(3)





한편 주동동의 탁자에는 주문한 음식이 벌써 나오고 있었다.

“자,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와, 정말 빨리 나오네요.”

“손님께서 주문하신 닭고기와 소면은 다른 분들도 많이 주문하셔서 이렇게 빨리 나온 것입니다.”

조금 전 보여준 은원보의 위력 때문인지 점소이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맛있게 드십시오, 그럼.”

“예.”

주동동은 음식이 나오자 젓가락은 들지 않고 주머니에서 뭔가 꺼내었다. 그것은 일종 작은 끈 같은 것으로 앞머리를 쓸어 올리더니 이마 바로 위에서 묶어 버렸다. 아마도 앞머리가 음식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묶은 듯 보였다.

“먹어 볼까.”

후루루룩.

한 젓가락을 먹고 주동동은 갑자기 행동을 뚝 멈췄다. 그리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닭고기를 한 점 집어먹었다. 다시 주동동은 석상이 된 듯 젓가락을 입에 대고 가만히 있었다.

부들부들.

수전증이라도 있는지 손을 떠는 주동동.

탁.

드르르륵.

주동동은 젓가락을 탁자 위에 세게 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건 정말이지, 음식도 아냐. 먹는 사람에 대한 모독이야!”

주동동이 아주 큰소리로 말했기에 이층의 모든 시선이 삽시간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주동동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큰소리로 말했다.

“주방장 나와요!”

상념에 빠져 있던 천태성도 주동동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주동동을 보더니 살짝 미소를 그렸다.

‘훗, 귀엽군.’

천태성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었다. 그것도 모두 여자들이었다.

“어머!”

“어머나 귀여워라.”

“잘생겼다.”

옆자리에 앉은 남정네들은 또다시 인상을 구겼다.

이윽고 주방에서 요리사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왔는데 그들은 모두 세 명으로 엄청난 덩치에 산적 같은 험상궂은 인상들이었다.

게다가 그중 한 명은 고기를 잡다가 왔는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식칼을 들고 있었다.

점소이가 쪼르르 그들에게 가더니 칼을 들고 있던 남자에 귀에 대고 뭔가를 속닥거렸다.

“뭐라고! 내 음식이 맛없다고?”

칼을 들고 있는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서는 주동동의 얼굴에 자신의 면상을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인상을 더욱 구기더니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해 봐, 꼬마야.”

주동동의 나이는 십칠 세였건만 워낙 앳된 인상 때문에 완전 꼬마 취급을 받고 있었다.

산적같이 생긴 요리사가 자신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이죽대자 주동동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인상을 구겼다.

“그래, 맛없다.”

음식이 맛없다고 말까지 놔 버리는 주동동.

요리사는 동동의 말을 듣자 요즘 유행한다는 썩은 미소를 지었다.

씨익.

그리고는 팔을 크게 휘돌렸다.

“이놈!”

부우우웅.

스윽.

주동동은 요리사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버렸다.

“음?”

우연이라 생각한 요리사는 다시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래도 인정은 있는지 다른 손에 있는 칼은 쓰지 않고 있었다.

휘익.

다시 요리사의 공격을 간단히 피해 버리는 주동동.

못된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인상을 쓰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 안 돼요.”

요리사는 고개를 천천히 들며 의외라는 듯 주동동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호오, 요거 봐라, 강호인이군. 흐흐흐, 좋다!”

칼을 쥔 요리사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구경하고 있던 천태성의 눈꺼풀이 살짝 움직였다.

‘기세가 바뀌었군.’

파앗.

츄아아악.

주동동은 요리사의 식칼질을 피하긴 하였으나 오른쪽 소매가 뭉떵 잘려 나가고 말았다.

“호, 아저씨. 음식을 동물 접대 수준으로 해놓고 이젠 칼질이야?”

잘려 나간 자신의 소매를 바라보며 주동동은 입술을 삐죽였다.

“이 나라에도 엄연히 법도가 있는데 두렵지 않아?”

“법도? 넌 강호인이 아니더냐?”

요리사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주동동.

“음?”

주동동은 강호초출이라 관과 무림 사이에 관계를 잘 모르고 있었다. 당시 관은 국가 존망이 걸린 사태가 아니라면 무림 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암묵적으로 내려온 이른바 관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주동동은 요리사에게 반문했다.

“그렇다면 강호인은 살인을 저질러도 무방하다는 건가?”

갑자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듯하자 요리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쓰읍! 이게 골 아프게 주절주절 말이 많아! 그냥 목 내밀어!”

쿠아아아악.

“어이쿠!”

주동동은 과장되게 소리를 내며 요리사의 칼질을 피해내고 있었다.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파공음이 들릴 정도로 요리사의 칼질은 무림인의 한수였지만 주동동은 아슬아슬하게 피해내고 있었다.

어찌 보면 절박하게 보였지만 점차 상황을 우습게 만들어가고 있었다.

팍.

“호잇!”

팍.

“이놈!”

탁.

요리사는 첫 수에 주동동의 소맷자락을 베어내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후에는 전혀 건드리지도 못하자 뒤에 있는 수하들에게 턱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팔을 둥둥 걷어 올리며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은 재빨리 ‘주동동 잡기’에 참가했다.

그러자 주동동은 짐짓 인상을 찌푸리며 웅얼거렸다.

“이건 불공평해!”

식칼을 휘두르던 요리사가 한 걸음 내디디며 소리쳤다.

“이좌 삼우(二左 三右)!”

그러자 두 명의 부하는 양쪽으로 튀어 나가며 주동동을 덮쳤는데 이른바 ‘연수합격’이었다.

한 명이 공격하면 시간 차로 피할 곳을 예상하며 공격하고 있었다.

휘익.

붕.

파앗.

주동동은 잘 피해 내고 있었으나 조금 전과 사뭇 다른 굳은 표정이었다. 그만큼 이들의 합격이 날카롭다는 것이었다.

‘이거 요리사 한 명하고 할 때와는 천지 차이인걸…….’

굳은 표정으로 세 명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고 있는 주동동을 보며 천태성은 실소를 날렸다.

피식.

‘진짜 강호초출이군, 어디서 사사받았는지 모르지만 꽤나 기초가 잡혀 있으나 경험이 없어.’

그렇다 천태성의 눈에는 주동동의 실력이면 저들을 충분히 제압하고 남을 실력이었는데 고전하고 있었다.

주동동은 무공을 황궁에서 배웠는데 강호인에게 배운 것이 아니라 군부에서 배웠다. 하나 실전처럼 대련한다고 하나 누가 감히 주동동을 치겠는가? 상대가 태자인데, 지금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주동동의 뭐든 시키면 열심히 하는 천성 때문이었다.

피하기만 하던 주동동이 드디어 반격을 가했다. 이유는 치고 나가지 않으면 더 이상 피할 공간이 없었다.

주동동은 중지를 구부려 식칼을 든 요리사의 팔꿈치 부분을 찍었다.

파박.

“윽!”

쨍그랑.

한방에 요리사는 들고 있던 식칼을 떨어뜨렸다.

그사이 양쪽에서 날카로운 기운들이 주동동에게 짓쳐 들어왔다.

주동동은 중앙의 요리사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양손을 뻗어 부하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쳐내었다.

파팍.

타격음은 작았으나 결과는 컸다.

“크아아악!”

주동동이 살짝 친 것 같았는데 두 명의 요리사 부하들은 뒤로 튕겨 나가며 나뒹굴었다.

쿠당당당탕.

천태성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물들며 무의식적으로 한마디를 내뱉었다.

“이화접목(移花接木)!”

상대방의 공격을 회피하는 동시에 자신의 힘을 실어서 되돌려 주는 수법을 ‘이화접목’이라고 한다. 주로 절정의 고수들이 쓰는 수법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지 못하면 흉내도 낼 수 없는 그런 한수였다.

천태성의 표정은 다시 아주 흥미롭다는 듯이 변했다.

‘이거 강호에 신진고수 하나 등장했군. 한데 이거 완전 소 잡는 칼로 닭 잡네.’

요리사는 주동동의 한 수에 너무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린 채 눈만 껌뻑거렸다.

“크윽!”

결국 주동동에게 무릎을 꿇은 악덕 요리사 일당은 억울하다는 듯이 오만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내가 뭐 아저씨들한테 죄지었나요? 얼굴들이 왜 그래요?”

그래도 요리사는 대장이라고 주동동이 던지는 말에 굴하지 않고 맞장구 쳤다.

“저런 젖비린내 나는 꼬마한테 당하다니, 아무리 무림을 떠났다고는 하지만 치욕이다.”

주동동은 요리사의 말이 맘에 안 드는지 볼을 부풀리고 뚱한 표정이었다.

“요리사가 뭔 무공의 고하를 따져요. 무공 높으면 요리 잘합니까?”

요리사는 주동동의 막힘 없는 일침에 순간적으로 뭐라 말을 못했다.

제삼자인 천태성만 속으로 매우 재미있어 하고 있었다.

‘그렇지! 요리사는 요리만 잘하면 되지. 하하하.’

그 상황을 지켜보던 좌중들에게 고개를 휙 하고 돌린 주동동은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식사를 하시는데 소란스럽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그래서 사죄하는 차원에서 제가 솜씨 한번 발휘할까 하는데…….”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주동동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반응은 뜨거웠다.

“좋아요!”

“보여주세요!”

역시나 바로 호응하는 것들은 대다수 여자 손님이었다. 그리고 천태성을 제외한 남자들의 표정은 똥 밟은 표정으로 일맥상통하고 있었다.

다시 요리사 일당에게 고개를 돌린 주동동.

“주방으로 가실까요?”

“흥,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세 명은 주동동의 말에 주섬주섬 일어나더니 주방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주동동은 손님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당부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주방 안으로 들어가는 패거리들의 우두머리 격인 요리사, 그의 표정은 밥맛 떨어지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가 무림을 떠났지만 요리만큼은 저런 애송이한테 질 수야 없지. 흥! 어디 만들어 보라지.’

그런 요리사의 내심을 아는지 주동동은 실실 웃으면서 걸어갔고 구경하던 천태성은 슬그머니 일행들을 따라 주방으로 들어왔다.

‘훗, 요리사의 표정이 가관이군. 어디 중간에 양념 한번 뿌려 볼까.’

예상외로 주방은 깨끗하였는데 요리사 패거리와 주동동은 튀김 솥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 순간 슬그머니 뒤따라오던 천태성이 한마디 툭 던졌다.

“저기 그냥 만들면 재미없지 않겠습니까?”

일행은 말소리가 들린 뒤쪽으로 고개가 휙 돌아갔다.

“오!”

“응?”

제각기 다른 반응.

주동동은 의문을, 패거리는 천태성의 외모에 대한 약간의 놀라움을 표시했다. 하나 그것도 잠시, 요리사 패거리는 천태성의 잘생긴 외모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인상 찌푸리며 툴툴거렸다.

“당신은 뭔데 끼어드는 거요?”

“후후.”

대답은 안 하고 주동동과 요리사 사이로 걸어간 천태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한마디했다.

“전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저 한낱 구경꾼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그냥 보기에 재미가 없어서 한 가지 제안을 할까 하는데…….”

요리사는 그저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말했다.

“뭐요?”

천태성은 요리사가 묻는 말에 대답하지 않고 주동동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요리를 좋아하십니까?”

천태성의 말에 주동동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그 누구보다 좋아하지요.”

요리 때문에 황제 자리도 때려치우고 나온 주동동이었다. 그런 그가 요리를 싫어할 턱이 없었다.

다시 등을 돌린 천태성은 요리사에게 질문을 하였다.

“당신 요리 실력에 자부심을 가지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요리사는 적잖이 당황하였으나 표정을 애써 숨기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

“물론이오. 이 객잔의 숙수로서 자부심이 있소!”

“좋습니다. 제가 제안할 것은 저기 소협께서 음식을 만들고 그것을 손님들에게 맛 보인 후 판정을 통해 맛있으면 소협이 이기는 것이고 맛없으면 여기 숙수님이 이기는 겁니다.”

요리사는 곧장 천태성의 제안에 승낙했다.

“좋소!”

천태성은 양손을 가슴 높이로 올리며 자신의 말이 끝나지 않았음을 표시했다.

“아아. 진정하시고 아직 제안이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대결의 승자가 원하는 소원을 상대방이 한 가지 들어 주는 겁니다.”

요리사는 주동동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나도 조건이 있소.”

천태성이 요리사의 말을 받았다.

“무슨 조건이십니까?”

“나도 요리를 하겠소. 그래서 맛있는 쪽이 이기는 걸로 합시다.”

“아하, 소협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좋습니다.”

양쪽 의견을 받아들인 천태성은 제안을 마무리 지었다.

“그럼 제가 중간 집행자로서 공평을 기하기 위해 음식을 주문하겠습니다.”

주동동과 요리사는 어느 것을 주문하더라도 만들 기세였다.

“소면입니다. 시간은 한 시진을 드리겠습니다.”

“소면!”

소면은 객잔 손님들 중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주문량이 많은 음식으로써 만들기도 쉽지만 그만큼 맛을 내기도 어려운 음식이었다.

요리사는 주동동에게 콧방귀를 뀌고는 등을 돌렸다.

“흥! 꼭 이겨 주겠다!”

팔짱을 낀 천태성은 무엇이 그리도 재밌는지 입에 그린 미소를 계속해서 띠고 있었다.

‘소면(素麵)이라 하면 간단한 채소와 면 그리고 국물, 이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해서 하는 요리긴 하지만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소홀하게 되면 조화는 깨어지고 먹는 사람의 인상은 찌푸려지게 마련, 대결의 결과는 저기 저 소협이 이길 게 분명하다. 하나 과연 나의 기준에 부합해 줄지…….’

그렇다. 천태성은 곧 만들 자신의 객잔에 주동동을 숙수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일종의 시험을 주고 있는 것이다. 하나 당사자인 주동동은 그 사실을 꿈에도 알 턱이 없었다.

천태성은 현 마교 교주의 후예,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온갖 음식을 접하였고 천하의 진미는 다 먹어 봤다고 자부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