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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3장 날 좀 내버려 둬(2)


안티 그래비티 실드(6서클):반중력의 실드가 나온다. 실드에 닿는 그 어떤 것이라도 반중력에 의해 튕겨 나간다.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100, 딜레이:없음
주문:X

그래비티 볼(5서클):중력을 가진 구를 생성한다. 볼의 크기와 중력의 힘은 임의로 조절이 가능하다.
최대:10G, 숙련도:마스터, 소모 마나:90, 딜레이:없음
주문:X

제로 그래비티(6서클):무중력 마법으로 자신에게만 중력의 제약을 무시한다.(마스터를 해야 완전한 무중력을 쓸 수 있다.
최대:1/2G, 숙련도:7/10, 소모 마나:200, 딜레이:5분
주문:나에게서 중력의 제약을 거둬라.

스탯:0]
“캐릭터 창.”
[이름:데네브
호칭:무
직업:연금술사
국가:무
레벨:36(12.353%)
공격력:595, 정신력:70
방어력:2,000, 회피력:46
마법 방어력:3,000, 공복도:100%
마법력:2,619
상태:보스 몬스터화(퀘스트 중)
특징:한 가지 속성을 제외한 다른 속성의 마법 사용 불가(선택, 1서클 제외)
캐릭터 옵션:몬스터화 상태로 PK시 죄인으로 되지 않음
명성:4,500]
데네브에 대한 입소문이 돌고 NPC들에게도 소문이 돌아서 명성이 많이 올랐다. 명성이 오르려면 퀘스트를 깨거나 NPC들에게 소문이 나야 오른다. 즉 NPC들이 어떤 유저의 이야기를 하면서 다닌다면, 그 유저는 명성이 올라간다. 좋은 뜻이면 올라가지만 나쁜 뜻이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어 물건을 상점에서 더 비싸게 사거나 잘못하면 NPC 경비원에게 쫓긴다. 다행히 데네브는 전자 쪽에 속했다.
“아함! 졸리다. 자야겠어.”
데네브는 하품을 하면서 동굴 구석에 있는 침대로 들어가 잠들었다.
[가수면 모드로 들어갑니다.]
졸린 눈을 스르륵 감으면서 데네브는 마지막으로 알림음을 들었다.



4장 GTV 앵커 한아영, 납치당하다(1)


데네브가 잠들기 3시간 전, 여기는 게임채널 GTV 사 측의 방송실.
에르메키아 월드에 대한 방송 프로그램인 에르메키아 뉴스를 생방송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방송 2시간 30분 전.
“나 참, 이번 프로는 그 유명한 몬스터 유저 씨의 ‘비밀의 방’ 취재라고요?”
연예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 연예인으로 꼽히며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인기 있는 가수인 한아영은 대본을 보면서 빈정거렸다. 아담한 키에 눈도 크고 코도 오똑한 미녀였다. 머리는 기다란 생머리. 나이는 19살, 고3이었다.
그녀는 지금 GTV 앵커로 나오고 있었다.
“왜? 요즘 뜨는 이야기이니까 우리 방송국에서 방송을 해야지. 지금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방송국에서 해 버릴걸?”
아영의 언니이자 에르메키아 뉴스의 PD인 한가영은 빈정거리는 동생을 달래 주고 있었다. 그녀도 아영이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동굴 속은 싫어. 어둡고 음침하잖아. 그곳에서 사는 놈도 분명히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일 거야.”
“나 참, 중요한 거니까 불평 그만 해! 전에는 자기를 앵커로 써 달라며 울고불고할 때는 언제고.”
“나도 에르메키아 월드를 즐기는 유저니까 그렇지.”
“그럼 열심히 해 봐. 안 그러면 프로에서 쫓아낼 테니까.”
“피이……. 알겠어.”
곧 방송 시간이 가까워졌다.
“자, 방송 5초 전! 5, 4, 3, 2…… 큐!”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에르메키아 뉴스의 한아영이에요. 오늘도 즐겁게 에르메키아 월드를 즐기고 계시나요? 오늘 저희 에르메키아 뉴스는 요즘 인터넷에서 유명한 시르벤 왕국 동쪽의 세르피아 산맥에 있는 유저가 던전 보스 몬스터인 ‘연금술사의 연구소’를 취재해 보겠습니다.”
아영은 자신의 캡슐에 앉았다.
곧 TV의 화면이 바뀌더니 에르메키아 월드의 가상현실 세계가 나왔다.
아영을 따라서 카메라맨과 아영을 지킬 경호원 한 명이 같이 들어왔다. 극성팬들로부터 아영을 보호하고 아영이 캐릭터가 죽게 되면 패널티로 하루 동안 접속을 못하기에 경호원을 붙인 것이다. 카메라맨 캐릭터는 카오스 사에서 제공해 주었다.
“여기는 시르벤 왕국의 수도 시르벤 시티의 동문입니다. 이제 여기서 걸어서 30분 정도 가면 ‘연금술사의 연구소’ 던전이 나옵니다. 자, 이제 가 볼까요?”
게임상에서 아영의 캐릭터 아이디는 아리시아였다. 그녀는 초록색 원피스에 기다란 화살, 레이피어를 차고 있었다. 머리는 연노랑색, 눈동자는 보라색이었다.
엘프가 되고 싶었던 아영이었지만 에르메키아 월드에서는 엘프가 될 수 없기에 엘프와 비슷한 옷을 입었다.
30분 뒤, 아영이네 일행은 던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 유저들이 헐레벌떡 던전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입구가 너무 작고 좁아 모두 기어 나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시죠?”
아영이 나오는 유저 한 명을 잡고 물었다. 그 유저는 아영을 보고 좋아라 했지만 뒤에 있는 경호원의 눈빛에 기죽어서 말했다.
“던전 끝 문에 있는 트랩에 당했어요. 염산이 쏟아져서 10여 명은 녹아서 로그아웃당하고 몇몇은 몸이 녹아서 신전으로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 염산이요?”
때마침 얼굴이나 팔이 이상하게 일그러진 채 실려 나오는 유저들이 보였다. 부상의 사실성이 지나쳐 아영은 순간 눈을 감았다.
“그 유저 분은 정말 잔인하군요. 아무튼 취재를 하러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영은 기어들어 가려다가 문득 멈춰 섰다.
“거기, 카메라 먼저 들어가 주면 안 되나요? 원피스가 짧아서 허리를 구부리고 들어가면…….”
또 잘못하면 다른 유저들이 따라 들어와 보여 주지 말아야 될 것을 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카메라맨이 먼저 들어갔고 그 뒤를 아영과 여자 경호원이 따라갔다.
“하아, 예상과 다르게 동굴이 어둡지는 않군요. 그럼 앞으로 가 볼까요?”
동굴이 높아지고 넓어지는 곳에서 아영은 앞장서서 걸어갔다.
곧 육중한 오리하르콘 문이 나왔다. 카메라맨이 카메라의 전등을 켰다.
“잡상인 출입금지. 오면 디진다?”
“…….”
문에 써 있는 글을 읽고 아영이 일행은 잠시 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들어갈 수는 없나요?”
아영이 경호원에게 물었다.
“아직 들어간 사람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비밀의 방’이군요. 문을 두드려 볼까요?”
쿵쿵쿵쿵!
“우웅, 뭐야?”
데네브는 문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비비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벗었던 로브를 다시 입고 동굴에 있는 샘물에서 세수를 한 다음 문으로 걸어갔다.
철컹!
문 위쪽 창이 열렸다. 그리고 나오는 두 개의 붉은색 눈동자.
“아, 누구세요?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가 없잖아요.”
“안녕하세요? 저희는 에르메키아…….”
“안 사요, 안 사! 요즘은 게임에서도 방문판매하나?”
‘에잉, 뭐야? 짜증나게…….’
데네브는 아직 가시지 않은 잠 때문에 짜증이 났다.
“저기, 그게 아니라 GTV 에르메키아 뉴스에서 취재하러 온 한아영이라고 합니다.”
아영은 자신의 이름에 힘을 주어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인기 스타가 왔다면서 좋아하며 누구든 쉽게 문을 열었던 것이다. 그래서 여기서도 써먹은 것이다.
하지만 데네브는 가요도 안 듣고 사는, 다른 애들과 다른 학생이었다. 그래서 연예계 소식은 아예 몰랐다. 아직도 연예계에 H.O.T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한아영?”
“예.”
‘자, 이제 문 열어. 나 취재해야 된다고.’
“난 데네브입니다. 한아영 양, 그럼 됐죠?”
쿵!
창이 다시 닫혔다.
“앗! 잠시만요!”
쿵쿵쿵!
철컹!
“아, 왜 그러세요? 나 졸려요. 자다 일어났다고요. 여차하면 트랩 가동할 테니까 그냥 가세요. 한아영이 누구야? 뭐, 자신이 인기 스타나 된다는 거야, 뭐야? 왜 자기 이름에 힘주고 말하는 건데? 에이씨.”
이번에는 창도 안 닫은 채, 데네브는 다시 들어가 버렸다.
아영은 눈앞이 멍해졌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었구나.’
그녀가 살면서 최초로 무시당한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늙은 어르신들을 제외한 모든 남자들이 자신의 이름만 들어도 환호성을 지르는데, 여기 있는 인간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모르니 어안이 벙벙해졌다. 또 지금은 생방송 중이라 남들이 보면 아주 굴욕적인 장면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쯤이면 ‘한아영의 굴욕’이라면서 인터넷에서 여러 글과 동영상들이 돌고 있을 것이다.
“자…… 잠깐만요! 저를 모르세요? 가수 한아영을?”
“몰라! 나 가수, 노래, 그런 거 안 키워!”
‘세상에나! 노래도 안 듣고 사는 사람이 있었다니…….’
“가만, 아까 생방송이라고 했나? 아까 무슨 방송사라고 했죠?”
데네브가 갑자기 생각났는지 아영에게 물었다.
“예? GTV의 에르메키아 뉴스…….”
“아, 거기! 그러고 보니 그쪽 유저님은 윤성준 아나운서 옆에 있는 그 여자 앵커!”
“그 여자 앵커라뇨. 이봐요!”
아영은 무명으로 나온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다. 군대 가는 사람의 머리에 짙은 눈썹, 부담되는 쌍커풀, 강렬한 눈빛을 가진 윤성준 아나운서와의 비교에서 인지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저기요, 들어가게 해 줄 건가요?”
어쨌거나 지금은 생방송 중이었다. 일단 참고 목적 달성에 매진해야 했다.
“아, 그렇지.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잠시 기다리세요.”
철컹!
데네브는 창을 도로 닫았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다.
“에르메키아 뉴스라……. 더 재미있게 만들어 줄까? 훗훗훗!”
그리고 곧장 문 옆에 있는 흰 끈을 당겼다.
치이이이이!
“어? 뭐야?”
“피하세요!”
“어맛! 이게 뭐야?”
아영의 일행 밑에서 하얀색 가스가 나왔다.
“아…….”
카메라맨이 먼저 쓰러졌다. 카메라도 내동댕이쳐졌다. 지금 이 장면이 에르메키아 뉴스를 통해 TV로 내보내지고 있었다.
“허억…….”
아영도 점점 눈이 감기면서 쓰러졌다. 경호원도 아영을 감싸면서 쓰러졌다. 그 장면을 쓰러진 카메라에서 다 찍고 있었다.
조금 뒤 가스들이 사라지고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이.
“이런, 기름칠 좀 해야겠군. 핫핫핫.”
능글스럽게 장난기 섞인 말이 들려왔다. 데네브였다.
데네브는 카메라를 들어서 자신과 아영이 일행들을 비추게끔 옆에 있던 동굴 바위에 올려놓았다.
“핫핫핫!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의 이름은 데네브랍니다. 아, 알고 있으려나?”
TV에서의 데네브는 지팡이를 든 채 서 있었다. 물론 로브에 후드를 쓰고 있었고 일루전 마법으로 얼굴은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머리 위에는 피같이 붉은 ‘연금술사 데네브’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죠. 이 지팡이 끝에는 미스릴 창촉이 박혀 있답니다. 뭘 할 건지 아시겠죠?”
푸악! 우지지직! 우둑!
“으아아악!”
데네브가 가까이 있던 카메라맨의 등에 지팡이를 박아서 뼈와 내장이 뒤틀리게 휘저었다. 아주 듣기 안 좋은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