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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환생기 (1화)

프롤로그


송(宋) 진종 대.
어지러운 북방을 안정시키고 황실을 어지럽히는 무림의 무도한 자들을 평정한 위대한 무장.
절대검신으로까지 추앙받는 남자가 지금 여인네 같이 약하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왜 나를 거부하는 게요. 그대가 하라는 대로 다 했소. 심지어 무림일통을 하라 해서 그것도 하지 않았소!”
그의 얼굴은 우락부락하여 험상궂게 생겼으나 표정은 어울리지 않게 애달프기 그지없었고,
“하아… 미안해요. 몽환 대장군. 당신에게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군요.”
그런 그의 앞에는 얕은 한숨을 내쉬는 이는 한 명의 아리따운 여인이 있었다.
영롱한 눈과 오뚝한 코와 버들잎처럼 미려하게 뻗은 눈썹. 그리고 수줍은 듯 꼭 다문 입술까지. 여인의 미모는 가히 경국지색(傾國之色), 저 고대 상나라의 달기(妲己)와 월나라의 서시(西施)가 울고 갈 정도로 고운 미색을 가지고 있었다.
자태 또한 고풍스러운 복색을 입고 있어 그녀의 미모를 더욱 돋보이게 하였는데, 그것은 그녀의 신분이 범상치 않음을 짐작케 하였다.
그녀 또한 마음이 편치 않은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미색을 퇴색시키기는커녕 더욱 측은함을 자아내게 했다.
그 옛날 서시가 병으로 인해 가슴에 손을 대고 눈살을 찌푸릴 때마다 온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같이 아파했던 것처럼… 절세가인의 이런 모습을 보니 몽환은 더더욱 이 여자를 포기할 수 없었다.
“알았소. 이번엔 뭐요? 왜구요? 아니면 거란족이요? 그대를 심려케 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결하겠소.”
재촉하는 몽환의 목소리에는 다급함마저 실려 있었다.
“하아…….”
여인이 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결심했다는 듯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고는, 천천히 본의를 말한다.
“미안해요. 몽환. 사실은 아바마마의 명에 따라 좋아하는 척했을 뿐 난 처음부터 당신에게 마음이 없었어요. 당신은… 너무 못생겼어요.”
“아… 아니, 그게 무슨…….”
큰 충격을 받은 몽환의 표정을 보자 여인도 마음이 편치 않은지,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라고 마음이 편할까.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 즉 송 황제 진종은 과거에는 몽환을 필요로 했지만 지금은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여인은 독한 마음을 품고 독설을 늘어놓았다.
“사실 말이 나와서 하는 얘기인데… 몽환 장군, 당신은 키도 작고, 얼굴은 곰보에 미간 사이는 넓고, 전체적으로 너무 못생겼잖아요. 아무리 애를 써도 정이 안 가요. 미안해요.”
“고… 공주. 당신이 나한테 어떻게…….”
어릴 때부터 자격지심을 갖게 했던 외모가 이 순간까지 발목을 잡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몽환은 한 번 더 그의 자존심을 굽혔다.
“난… 그대가 하라는 대로 다 했소. 그리고 무공 또한 이 무림에서 절대자요. 이래도 안 되는 것이요?”
“죄송해요.”
끝내 거부하는 그녀.
몽환은 자신이 사랑한… 아니, 사랑했던 혜국 공주를 두고 쓸쓸하게 뒤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혜국 공주도 십여 년간 송나라 황실을 위해 애를 썼던 몽환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었던지라, 그 모습을 가슴 아프게 쳐다보았다.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은 너무 못생겼어요.”
무공이 높아지며 쓸데없이 함께 높아진 청력으로 인해 그 말은 고스란히 몽환의 귀에 들어와 박혔다
그날로 송 최고 무장인 몽환은 송 황실에서 자취를 감췄다.

***

“이래도! 이래도 안 되는 것이냐!!”
산세가 곧고 정기가 많기로 소문난 천산(穿山) 심곡(深谷)에 때아닌 절규 어린 외침이 울려 퍼졌다.
외침에 따라 산천초목이 우렁우렁 흔들리는 것이, 그 음성의 주인이 보통의 내공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하였다.
“이제 겨우 방법을 찾았는데… 내공이 쌓아지지가 않는다니.”
안면 가득 분기를 품고 있는 중년 사내. 그는 바로 송 황실에서 불현듯 사라진 몽환이었다.
심곡에 파묻혀 지낸 지 수년. 그간 몽환은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있었다.
외모를 영구적으로 바꿀 수 있는 연공법.
오기였다.
잘난 외모의 사내.
되고 싶었다.
그래서 혜국 공주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내공과 반발하여 익힐 수가 없다니…….”
방법은 있으나 무엇 하겠는가. 결국 계륵이나 마찬가지다.
허탈한 표정을 짓던 몽환은 광인 같은 눈빛을 드러내었다.
“이럴 바에야 기존의 내공을 버리겠다. 그리고 새로 익히겠다.”
해서는 안 될 결심이었다. 어떤 무인이 지금껏 쌓아왔던 내공을 버릴 수가 있을까.
하지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단전의 내공을 역주행하여 기해혈을 폭주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몸 곳곳에서 이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듯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어차피 나에게는 부질없어. 버려버리겠어!!’
채 일다경이나 지났을까. 몸속에서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울컥!
그는 입에서 피를 한 사발 넘게 토해냈다.
밀려오는 강한 허탈감과 공허감.
그런데 단전이 깨진 순간은 의외로 편안함이 공존했다.
버리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허무하군.”
그렇게 얻고자 했던 혜국 공주의 사랑이 별것 아닌 것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 순간, 웬일인지 오래 전 반야경에서 무심코 읽어 넘겼던 공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공(空)을 얻어야 공(功)을 이룰 수 있는 것.
결국 쥐고자 했던 것은 집착이었던 것이다.
불현듯 깨달음을 얻는 순간.
깨어졌던 단전이 다시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경 초입의 경지였던 그가 등봉조극(登峯造極), 신선의 경지에 달하여 선계를 앞에 두게 되었다.
그러자 몸의 변화를 관조하고 있던 몽환은 당황하고 말았다.
‘뭐…뭐지? 이런 빌어먹을, 설마 깨달음을 얻어 선계로 가고 있는 것인가?’
순간 이대로 가버릴까도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 순간 버리지 못한 집착.
“안 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데. 외모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눈앞에 두고 선계에 들 수는 없어.”
외모에 대한 집착이 그의 영을 붙들었다.
그래서 몽환의 영은 어떻게든 선계에 안 가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의 의지가 강하게 발산되면서 선계로 올라가던 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절대 안 돼!!”
선계에 들 수 없다는 강한 의지는 영에 영향을 끼치면서 선계가 아닌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버렸고, 그 결과는…….

“응애… 응애… 응애.”
“감축드립니다. 백작 부인. 아주 건강한 사내아이입니다.”
‘이… 이게 뭐야.’
선계는 절대 안 된다고 악을 쓰던 자신이 정신을 차리고 처음 본 것은 아주 풍만한 가슴을 가진 색목 여자가 자신을 보며 기쁘게 웃는 모습이었다.
‘왜 저 여자는 저렇게 크게 보이는 거지?’
비율적으로 안 맞는 모습에 몽환은 의아함을 느끼고 손을 저어 만져 보려 했으나, 스스로의 손을 눈으로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고 말았다.
‘아, 아기 손……? 그럼… 내가 환생이라도 했단 말인가? 안 돼!’
“어머, 백작 부인. 갑자기 아기가 경기를… 빨리 마법사를 불러야겠어요.”
무엇인가 주위가 소란스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몽환은 서서히 정신을 놓아버리고 말았다.